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63)
성좌가 된 플레이어-63화(63/250)
제63화
회의가 끝났다.
귀족이 떠나고 애쉬마저 자리를 비웠다. 혼자 남은 할룸 후작은 미소를 지은 채 방을 둘러봤다.
어느덧 밤이었다. 창가에 비친 빛이라고는 달빛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방을 밝히는 건 오직 할룸 후작의 앞에 놓인 촛불뿐이었다.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할룸 후작은 그때서야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개자식! 쓰레기 같은 왕자! 그 많던 병력을…!”
마음 같아서는 그의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왕자는 왕자, 더 나아가 동부 로니아 중심에 있는 인물이었다.
인간성은 쓰레기 그 자체이지만, 신분만큼은 이용 가치가 남아 있었다.
실제로 왕위 계승권 서열로 1위였고, 지지도 또한 그의 동생 에론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했다.
현 국왕 엘론 로니아에게 일이 생긴다면 자동으로 왕위에 오르는 건 애쉬 왕자가 되어야 했다.
그 이유로 할룸 후작이 애쉬에게 붙은 것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한 악수(惡手)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애쉬 왕자가 제대로 된 놈들을 구해왔군. 요즘 노드족들을 고용할 수 없었는데….”
할룸 후작으로서는 노드족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선봉에 선다면 금세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포섭이라….”
할룸 후작은 수염을 만지작거릴 때였다.
지휘실 창문이 스르륵 열리며 검은 무리가 들어왔다.
복면과 검은 가죽으로 된 의복, 복면의 사이사이에 보이는 피부까지 모두 검은색으로 덮여있었으며, 허리춤에는 손도끼, 대거, 소형 석궁과 갈고리, 밧줄이 있었다.
어둠 속으로 숨어들기 위해 갖추어진 최적화 된 이들.
대륙 최고의 암살집단이자 정보꾼인, 암흑가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왔나?”
할룸 후작이 손깍지를 끼며 그들을 힐끔 쳐다봤다.
암흑가의 암살자들은 그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의뢰를….”
“해줘야 할 일이 있다.”
할룸 후작은 눈앞에 있는 일렁이는 촛불을 바라봤다.
“입성했던 노드족, 그 우두머리를 제거해라.”
할룸 후작으로서는 노드족을 ‘고용’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노예병’으로서 쓸 생각이었다.
최전방의 방패이자 검으로써 말이다.
우두머리를 제거하고 병력으로 찍어누른다면, 그들로서도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될 것이다.
할룸 후작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 외에는 없습니까?”
할룸 후작은 곰곰이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스가르드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게 있나?”
“…알려진 게 없습니다.”
“얼어붙은 대지에 있다고 하더군.”
“얼마 전부터 대륙의 노드족에 대한 행방이 묘연했기에 얼어붙은 대지로 사람을 보냈습니다만… 돌아온 이들이 없습니다.”
“죽었다는 건가?”
“아니면 잡혔거나 둘 중의 하나겠지요. 하지만 정보 유출은 없을 겁니다. 적발되거나 잡혔다 싶으면 자결하게 되어 있습니다.”
“정보를 모을 수 있나?”
“지금으로써는 힘듭니다. 만약 들켰다면 그쪽의 경계가 삼엄해질 테니까요.”
“으음… 그렇군.”
“알아내기 위해서는 시간을 더 들여야 합니다.”
“아쉽군. 어쨌든 부탁하지. 혹시 지원병이 필요한가?”
“필요 없습니다. 아무리 강인한 이들이라고 해도 술에 취해 잠든다면 기습에 취약하겠지요.”
“만약 우두머리를 장악하지 못하면…?”
“…그때는 모두 죽이겠습니다.”
후환은 남기지 않는다. 그것이 암흑가의 방식이었다.
무엇보다 제아무리 전투에 특화된 노드족이라고 해도 술에 취한 상태로 잠들었다면 암살하기엔 최적의 조건이었다.
기척을 느끼기도 전에 심장에 검을 박아 소리 없이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부탁 좀 하지.”
암살자들은 고개를 숙였고 조용히 창가로 나갔다.
그 모습에 할룸 후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문으로 나가도 되는 것을… 아무튼 만약 일이 틀어지면….”
후작은 다시 촛불을 바라봤다.
“모두 제거해야겠지. 후환을 남기지 않게.”
할룸 후작은 입바람을 불어 촛불을 꺼버렸다.
***
어두운 밤. 성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은 나른함에 하품을 했다.
밀려오는 피로와 허기에 그들은 서 있는 것도 힘든지 창대에 몸을 기대며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이 진절머리 나는 전쟁은 언제 끝나는 거야? 배고파…. 병은 언제 낫는 거야…. 어떤 녀석은 감기로 죽었던데…. 나도 그중 하나가 되는 건 아니겠지?’
병사는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혔다.
마음 같아서는 쉬고 싶다. 하지만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몸이 나른하고 무겁다. 온몸이 바늘을 찌르는 듯 따끔거리면서도 근육이 뭉친 듯 뻣뻣하다. 게다가 코와 목은 이물질이 걸린 것처럼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정신마저 혼미해져 서 있는 것조차 힘들다.
병사는 흐릿한 시선으로 앞을 바라봤다.
“…뭐…지?”
웬 무리가 접근 중이다.
행렬이다.
난민일까?
난민은 아니다.
난민치고 그들의 복색이 매우 생소했으니까.
검정과 백색이 좌우로 갈린 이색의 복장들.
횃불을 들고 있었으며 그들의 허리춤에는 검을 차고, 면사포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병사는 그 정체불명의 무리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그는 급히 종을 울리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자신의 동료에 의해 저지당했다.
“무슨…?”
“…잠시만.”
병사는 다가오는 행렬을 쳐다봤다.
모두 같은 복장.
게다가 그들의 중앙에 있는 흑백의 드레스와 면사포를 쓴 여인이 상당히 눈에 띈다.
“설마…?”
“뭐 하는 거야? 알려야지! 이상한 놈들이잖아!”
“…흑백 교단이다.”
“흑…뭐?”
“흑백 교단 말이야! 죽음의 천사가 이끄는 행렬!”
병사는 깜짝 놀라 행렬을 쳐다봤다.
그들 역시 죽음의 천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요즘 화젯거리인 술집 이야깃거리 중 하나.
역병을 불러들이는 여신.
그녀를 뒤쫓는 ‘흑백 교단’은 집단행동을 하는 종교단체라고 했다.
하지만 병사는 소문으로만 들었기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있을 줄이야!
“그럼 더 알려야지! 역병의 여신이잖아!”
“…바보냐? 그건 헛소문이야! 다른 소문도 많잖아!”
“어떤 걸 말하는 거야?”
“역병을 몰아준다거나 다친 자를 치료하거나 죄를 지은 자를 구원해준다는 소문!”
“…….”
“문 열어.”
“미쳤어? 저들이 누군지 알고…!”
병사들이 티격태격할 때, 행렬이 성문 앞에 도착했다.
병사들은 그 행렬을 쳐다봤다.
성벽 위에도, 성문에도 십여 명의 병사들이 있었지만, 그 누구 하나 종을 울리거나 알리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그만큼 행렬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것이 상대방이 무의식적으로 사용되는 스킬 ‘매료’라는 걸 알 수 있는 자는 없었다.
행렬이 어떠한 위협도 없이 가만히 있자, 병사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누, 누구냐! 무슨 이유로 이곳에 온 거지!”
병에 걸려 몸을 겨우 가누던 병사가 용기를 내어 조심스레 다가가 물었다.
행렬에 있던 흑백 교단의 신도 중 하나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입성하고 싶다. 문을 열어라.”
목소리로는 여성의 것이었지만 매우 담담했다.
“누구 마음대로!”
“여신님이 매우 피로해 하신다. 열지 않는다면….”
손이 허리춤에 있는 검으로 향하자, 병사들이 긴장한 채 무기를 들어 올렸다.
그때, 흑백의 드레스와 가지런한 흑발과 백발이 교차 된 머리색, 얼굴에는 면사포로 가린 한 여인이 다가왔다.
그녀는 행렬의 앞으로 나와 병사에게 손을 뻗었다.
“무, 무슨…?!”
병사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설 때, 하얀빛이 흘러나와 그의 몸에 흡수되어갔다.
“……?!”
나른하고 무거웠던 몸이 가벼워지고 흐릿했던 정신은 맑아졌다.
추위를 느꼈던 몸에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며 안색이 화사해졌다.
“이게…무슨?!”
비싼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았다. 돌팔이에게 처방받는 게 아닌, 믿을 수 있는 지인의 추천으로 재산의 절반가량을 들여 사들인 약임에도 별 효과가 없었다.
그런 몸뚱이를 여성은 너무나도 쉽게 고쳐버렸다.
‘이건 마법…?’
하지만… 아무리 마법이라도 이렇게 효력이 좋은 건가?
병사도 목숨이 걸린 문제였기에 병을 치료하는 방법에 관심이 많았다. 아는 지인과 여행자들에게 알아보았기에, 마법이 상처를 아물게 하는 힘은 있어도, 질병을 치료하는 마법은 없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아니, 있긴 있지만 이렇게 단시간에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신성 교단의 수도사들조차도 체력이 약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질병은 약으로만 치료하지 않았던가!
이건 마치….
“기적…?”
병사의 중얼거림에 여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다른 환자들을 치료하고 싶어요.”
병사는 몸을 떨며 무릎을 꿇었다.
그녀를 향해 눈물을 흘리며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처, 천사님…!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
병사들은 무릎을 꿇은 병사를 쳐다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륙에서 아젤란교를 제외한 다른 이들을 향해 신이나 천사를 칭하는 것은 신성 모독에 해당한다.
그것이 알려지면 사교도로 취급되어 이단 심문관에게 심판을 받게 된다.
“…어떻게 하지?”
“…아까 봤잖아. 저 녀석, 오늘내일할 것처럼 죽어갔는데, 거짓말처럼 나았잖아?”
“기적이란 말이야?”
병사들은 수군거리며 경계심을 내보였다.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라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그들을 믿을 수 없었다.
여인은 그들을 보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열어주시겠습니까?”
“…….”
***
“더는 못 먹어. 끄으으응…!”
속이 뒤집힐 거 같은 고통에 쿠단은 배를 움켜잡았다.
가히 동화 속 용사와도 같았던 육체라고 해도 술에는 약했는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다.
“…아직, 더, 먹을 수…우욱…”
베르세르크 전사대는 술잔에 손을 뻗다 지쳐 그대로 머리를 테이블에 박아버렸다.
떠들썩했던 연회장은 어느덧 고요해졌다.
연회장 여기저기엔 토사물과 역한 술 냄새. 그리고 거의 반나체인 100여 명의 사내들이 아무렇게나 쓰러져있었다.
로키는 테이블에 머리를 박은 채 눈이 빙글빙글 도는 샐럿을 들어 올려 아움에게 내밀었다.
고양이의 뒷덜미를 잡는 것 같은 성의 없는 행동에 아움은 미묘한 표정으로 샐럿을 받아들였다.
“이 애를 방에 재워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움은 고개를 끄덕이며 샐럿을 데리고 가버렸다.
아움이 향한 곳은 1인실 방이었다.
할룸 후작이 신경을 써줬는지, 방은 상당히 넓고 침대 역시 화려했다.
프릴이 달린 고급스러운 침대 옆에는 묘한 향이 피어오르는 양초가 있었다.
향긋한 향기가 마치 고급스러운 향수를 뿌려놓은 거 같다.
은은하면서도 부드러운 분위기에 아움은 방을 둘러보며 혀를 찼다.
‘일이 어렵게 됐어. 어떻게든 명분을 찾아내던가…, 아니면 억지로 만들어내야겠어.’
아움은 침대 위에 샐럿을 눕히며 이불을 덮어주었다.
샐럿은 많이 힘들었는지 신음을 흘리며 괴로워한다.
‘다크 엘프는 술을 못 먹는 건가? 그나저나 다크 엘프와 연을 만들 줄은 몰랐군. 로키 님은 도대체 뭘 하면서 돌아다니신 거야?’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주인이 선택한 길이니 따질 필요도 없다.
그는 오직 성좌를 따를 뿐이니까.
아움은 방을 살피며 위협이 없다고 판단한 후 천천히 문을 닫고 나갔다.
그때, 샐럿이 누워있던 침대 밑에는 두 쌍의 눈이 떠졌다.
어두운 방 안.
지독하리만큼 달콤한 향기에 샐럿은 신음하며 눈을 떴다.
“으으으… 뭐야 이 냄새!”
샐럿은 눈살을 찌푸리며 코를 킁킁거렸다.
후각이 발달한 엘프로서는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지독한 향기였다. 치밀어오르는 울렁거림에 먹었던 내용물을 다시 뱉을지도 몰라 입을 막을 때였다.
정신이 몽롱한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누군가가 그녀의 목을 움켜잡고 침대에 짓눌렀다.
“……?!”
두 명의 복면을 쓴 괴인이 샐럿을 내려다보며 시선을 교차했다.
“…우두머리가 아니군.”
“어떻게 하지?”
“목적은 우두머리의 제거지만…. 만약을 위해 제거해야 한다.”
“그렇군. 그런데… 이 녀석, 엘프잖아?”
두 괴인은 샐럿을 내려다보았다.
“후작이 살려두라 했던가?”
“상품으로 쓸 수 있을지 모르지.”
“하지만 우리가 받은 명령은….”
“암살이다.”
두 암살자는 샐럿을 내려다보며 대거를 뽑아 들었다.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번쩍였다.
“이미 우리를 본 이상.”
“살려두면 안 되겠지.”
샐럿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발버둥 쳤지만, 팔과 다리가 그들에 의해 제압당한 뒤였다.
“……!!”
“고통 없이 죽어라.”
그들은 살의가 담긴 눈빛으로 대거를 들어 올려… 샐럿에게 내려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