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66)
성좌가 된 플레이어-66화(66/250)
제66화
할룸 후작은 굳어진 채 식은땀을 흘렸다.
‘이 녀석, 정말 내가 알던 애쉬 왕자가 맞는 건가?!’
도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이성을 잃고 자신을 노려본단 말인가?
머리를 어느 정도 굴리고 나서야 애쉬 왕자의 반응을 납득할 수 있었다.
‘그렇군. 생명의 은인이 죽을 뻔한 것에 대한 분노인가?’
그렇게 안 봤건만, 의외로 정에 휘둘리는 성격이었나.
“혹, 그 노드족에 관해서입니까?”
‘그래도 완전한 쓰레기는 아니군. 은인이 죽을 뻔 것에 이렇게 분노하다니. 아니, 노드족은 쓸만한데 쓰지 못해서 그런건가?’
하긴, 지금으로서는 야만인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할 판국이지.
혹은 눈여겨보던 엘프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역시…! 자네가 한 짓인가!”
할룸 후작은 뒤에 있는 귀족들과 병사들을 힐끔 쳐다보며 애쉬만 들을 수 있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일이 틀어졌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 그들이 빠져나간다면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지게 될 겁니다. 그러니 제압하시죠. 은인이라고는 하나,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친다면….”
“제압? 그들을 제압한다고 말했소?”
애쉬는 몸을 떨며 웃었다. 그리고 할룸 후작의 멱살을 움켜잡은 손에 더욱 힘을 가했다.
“지금, 그대가 한 발언, 그대가 한 행동이 어떤 일을 초래했는지… 직접 보시오! 후작!”
애쉬는 낮게 중얼거리며 멱살을 풀었다.
할룸 후작은 변함없이 격하게 반응하는 애쉬를 보며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도대체 애쉬 왕자는 무엇을 봤기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아니, 불안해할 필요 없다. 이미 영지의 모든 문은 봉쇄했다. 그러니 그들이 빠져나갈 길은 없어.’
할룸 후작은 연회장으로 사용되던 저택 정문에 도달했다.
저택은 2층으로 되어 있었으며, 담벼락과 쇠창살 문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애쉬는 양손으로 쇠창살을 움켜쥐며 분노가 치민 얼굴로 다시금 할룸 후작 노려봤다.
“이것이 그들이오. 그대는… 악마를 건드렸소.”
애쉬 왕자가 문을 열자, 할룸 후작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손을 들어 올렸다.
애쉬 왕자가 뭐라 하든 상관없다.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병력을 투입해 노드족을 모두 제압해야 한다.
그것이 할룸 후작의 생각이었다.
“돌입.”
애쉬가 문을 열고 할룸 후작의 명을 들은 병사들이 연회장의 앞마당으로 돌입하는 순간-.
그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
‘뭐야?’
병사들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당에 들어서던 병사가 일제히 멈춘 것이 마치 시간이 정지해버린 듯한 착각을 느끼게 했다.
“왜 그러느냐? 돌입하지 않고-!”
할룸 후작은 답답한 마음에 문을 넘어 가로막고 있는 병사를 옆으로 밀어냈다.
그가 시선을 앞으로 향하자….
지옥이 펼쳐졌다.
저택의 앞마당.
그곳에는 100여 구의 사체가 긴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꼬챙이에 관통된 시체들은 하나같이 피부가 녹아내렸고, 괴로움에 울부짖는 듯 입을 쩍 하니 벌리고 있었다.
푸르렀을 잔디는 사체들이 흘러내린 피로 붉게 물들었고, 아침 해가 뜨며 빛을 비추자, 그 광경이 더욱 붉게 물들었다.
그런 사체들 좌우로는 갑옷을 입은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무기를 바닥에 지탱한 채 도열해 있다.
갈고리와 같은 건틀렛과 날카로운 무기들이 저마다 흉흉한 기세를 뿜어냈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로 끔찍하고 장엄해 보이는 장면이었다.
“…무…슨?”
할룸 후작이 가까스로 입을 열며, 그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쳐다봤다.
간소하게 차려진 테이블.
그 위에는 알 수 없는 검붉은 음식으로 가득했고, 그것이 불길하기 짝이 없는 까마귀 탈을 쓴 사내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가 포크를 찍어 흰색의 질긴 음식을 입에 넣고 씹어먹는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쩝쩝거리는 소리가 알 수 없는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응? 아! 이거… 반가운 손님들이로군.”
평소와는 다른 하대. 하지만 그 속에는 비아냥이 가득했다.
도대체… 이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할룸 후작은 꼬챙이에 걸린 시신들을 쳐다봤다.
신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녹아내린 인간의 형상. 마치 성서 속 지옥의 불길에 닿는다면 이렇지 않을까 할 정도로 시체에는 절망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할룸 후작의 시선이 베르세르크 전사들에게 향했다.
미동조차 없이 굳건히 서 있는 검은 기사들.
동상으로 착각할 법한 모습이지만, 그들에게 나오는 위압감은 지금껏 그 어떤 기사단에도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지금 식사를 하는 터라.”
까마귀 탈 아래에 있는 입꼬리가 말아 올라갔다.
할룸 후작의 시선이 테이블의 위에 있던 음식으로 향했다.
난생처음 보는 음식들.
붉고 흰색을 띠고 있는 그것은 포크로 찍어 올릴 때마다 쭉 늘어나고 끊겨버렸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이렇게 거창하게 왔는지…?”
할룸 후작은 정체불명의 음식이 까마귀 사내의 입으로 넣어지는 광경을 끝까지 지켜봤다.
끔찍한 시체, 알 수 없는 검은 기사들, 그리고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음식이 입속에 들어가는 장면.
순간….
“우욱…!!”
할룸 후작은 속이 역류하는 걸 느끼며 배 속에 있던 것을 토해냈다.
그 모습에 까마귀 사내, 로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가에 묻은 소스를 혀로 핥았다.
“우에에에엑-!”
할룸 후작이 서 있던 곳이 토사물 범벅으로 되어버렸다.
가슴은 답답하고 목은 타들어 갈 듯 따끔거렸다.
이미 내용물을 뱉어낸 위는 더 뱉어낼 것이 없어 위액을 뱉어냈다.
그는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토사물 위에 주저앉았다.
‘도대체 뭐야! 저 녀석들은…! 도대체 뭘 먹고 있는 거냐?!’
할룸 후작은 귀족으로서 품위도 잊고 그저 정신을 차리기 위해 토사물 위에서 고개를 있는 힘껏 저었다.
할룸 후작은 자신이 본 게 꿈이길 바랐지만, 메스꺼운 위장과 따끔거리는 목의 통증이 이것이 현실임을 증명해 주고 있다.
할룸 후작은 떨리는 얼굴을 겨우 들어 올려 비릿하게 미소 짓고 있는 로키를 쳐다봤다.
불길한 까마귀 탈의 사내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붉은색 눈동자.
그 핏빛 눈동자는 할룸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제압? 그들을 제압한다고 말했소?
할룸 후작은 조금 전 자신을 질책했던 애쉬 왕자가 한 말들을 떠올렸다.
-지금 그대가 한 발언, 그대가 한 행동이 어떤 일을 초래했는지…직접 보시오. 후작!
그것은 은인에 대한 걱정이나, 은인을 건든 것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그대는… 악마를 건드렸소.
그것은 공포.
감당할 수 없는 존재를 건드렸다는 것에서 온 공포였다.
‘애쉬 왕자가 경고한 것이 이것이었구나!’
할룸 후작은 이를 바득 갈았다.
새삼 애쉬 왕자에게 분노가 치밀어 몰랐다.
‘이 멍청한 왕자! 제대로 된 설명을 해줘야 할 것 아닌가!’
상대가 이렇게 잔인하고, 위험한 존재라는 걸 알았으면 다른 방법을 썼을 것이다.
‘아니, 괜찮다. 괜찮아. 그들은 내가 저지른 짓이라는 걸 몰라. 그래! 이곳은 나의 영지! 나의 병사들로 저들을 제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암살자들은 어쩌면 함정에 빠져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리라.
하지만 희망적인 생각도 잠시, 할룸 후작의 고개는 떨궈질 수밖에 없었다.
‘…그럴 리가 없지.’
자기 합리화를 통해 상황을 외면하려는 것임을 모르지 않았다.
아무리 최고의 암살자들이라곤 하나, 적에게 제대로 된 타격도 입히지 못하고 죽었다.
게다가 상대는 이 로덴 영지를 빠져나가지 않고 오히려 앞마당에 당당히 서 있었다.
그것은 분명 그 어떠한 위험에서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허세 따위가 아니다. 이들은 너무나도 위험한 존재들이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일을 시킨 것이 자신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것.
증거가 없으니 어떻게든 서부 로니아의 짓이라고 하는 것이-.
“속이 많이 안 좋은 거 같군. 후작.”
로키의 말에 할룸 후작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하대였으나, 질책도 하지 못했다.
이 끔찍한 광경 속에서 즐겁게 식사하는 로키의 모습은 두렵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리자. 실수, 실수 없이 행동해야 한다.’
할룸 후작은 몸을 가누며 일어섰다.
그는 로키의 눈치를 살피며 입에 묻은 토사물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할룸 후작으로서는 눈앞에 있는 이들의 무력을 직접 목도한 적은 없지만, 적어도 위험한 존재라는 건 이 광경만으로도 충분했다.
이것은….
‘암살자를 보낸 자에게 향한 경고겠지.’
하지만 이렇게 잔인한 방법이라니!
할룸 후작은 떨리는 몸에 억지로 힘을 주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애써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이, 이들은 무엇…인지요?”
목소리가 떨려왔지만, 할룸 후작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용기를 내어 말했다는 것에 자부심마저 느꼈다.
할룸 후작의 말에 로키는 놀란 듯 포크 질을 멈췄다.
‘이놈 봐라?’
보통 사람이라면 기절하고도 남을 만한 충격적인 장면이다.
특히 이 일을 일으킨 주범이라면 자신도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할룸 후작은 멀쩡히 서 있을 뿐만 아니라 입까지 연 것이다.
‘생각보다 태연한데?’
…전혀 태연하지 않은 할룸 후작이었지만, 로키로서는 자극이 부족한 거라고 생각했다.
로키는 미소를 지으며 포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손깍지를 끼었다.
“어제 우리 침소에 침입한 어쌔신들이다. 누군가 보낸 듯한데 말이지.”
“…….”
‘나를 의심하고 있군.’
할룸 후작은 식은땀을 흘렸다.
통통한 볼이 희미하게 떨려왔다. 마음 같아서는 입안의 텁텁함과 식은땀을 닦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었다.
“그, 그럴 수가! 누가 보낸….”
할룸 후작이 발뺌할 생각으로 외치려 할 때,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로키가 손을 들자, 손과 목이 묶인 암살자 하나가 베르세르크 전사들의 손에 이끌려 나왔다.
“나도 그것이 궁금하다. 후작.”
할룸 후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래서 암살자 하나를 산 채로 잡았다.”
로키는 자리에 일어서서 암살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암살자의 뒤에 묶인 손에 단검 하나를 몰래 쥐여주었다.
“……?!”
암살자가 깜짝 놀라 로키를 쳐다보자, 로키는 미소를 짓고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할룸 후작을 죽여라.’
“……!”
‘실패하면 너는 내 손에 죽는다.’
암살자는 저도 모르게 시선이 꼬챙이에 매달린 동료들을 쳐다보곤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두려움에 잠식된 그는 충혈된 눈으로 할룸 후작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자, 암살자. 그대가 나와 나의 동료들을 죽이라고 지시한 자가 누구인가?”
“…….”
암살자가 아무 말 하지 않자, 할룸 후작은 속으로 안도했다.
‘그래! 놈들은 훈련받은 녀석들이야. 나에 대해 말할 리 없어!’
그런 안도하는 후작에게 로키는 비릿하게 웃었다.
“아! 말을 못 하나 보군? 그럼….”
로키가 암살자의 등을 떠밀었다.
“네가 직접 고용주에게 찾아가 봐라.”
그것이 신호라는 걸 눈치챈 암살자는 이가 깨질 듯 깨물며 손에 쥔 단검을 빠르게 휘저어 손목의 밧줄을 잘라버렸다.
그는 빠르게 질주하며 할룸 후작에게 다가가 단검을 높게 치켜세웠다.
대륙 최고의 암살 집단답게 몸놀림은 매우 빨랐으며, 그 반응에 다른 병사들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
할룸 후작은 제대로 된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뒷걸음을 치며 경악에 섞인 눈길로 암살자를 쳐다봤다.
“죽어-!”
“자, 잠…!”
그때, 암살자의 목에 감긴 밧줄에 의해 뒤로 당겨지며, 암살자의 몸뚱이도 뒤로 튕겨 나갔다.
목줄을 잡고 있던 베르세르크 전사가 그를 잡아당긴 것이다.
“실패로군.”
로키가 비릿하게 웃자, 베르세르크 전사 중 하나가 둔기를 가지고 암살자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에 암살자는 비명을 지르며 손을 휘저었지만, 결국 둔기에 맞아 다리가 박살 나고 말았다.
살이 찢어지고 뼈가 튀어나왔다.
사방으로 튄 피에 할룸 후작의 얼굴 역시 피범벅이 되었다.
“…허…헉…!”
그는 넋이 나간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의 가랑이 사이에는 어느새 알 수 없는 눅눅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크…크…. 하하하하하-!”
로키가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할룸 후작뿐만 아니라 그곳에 모인 중앙 귀족, 병사들도 얼굴이 창백해진 채 로키를 쳐다봤다.
광기 어린 웃음소리에 공포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