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67)
성좌가 된 플레이어-67화(67/250)
제67화
로키는 너무 웃은 나머지 눈물이 맺힌 눈가를 손가락으로 닦아냈다.
“하. 하하…하… 이거 미안하군. 장난이다. 장난!”
장난…이라고?
마당에 모인 모두의 생각이었다.
누가 장난으로 암살자를 풀고, 후작을 죽이려 드는 암살자를 제압하겠는가?
보통 이러한 짓은 귀족 모욕죄로 처벌받아도 문제없지만, 그 누구도 로키를 질책할 수 없었다.
이미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은 로키에게 기선을 제압당했다.
눈앞에서 대놓고 후작을 죽인다고 해도… 과연 막을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될까?
“식사는 여기까지….”
로키는 할룸 후작에게 다가갔고, 그 모습에 후작은 엉덩방아를 찍은 채 뒤로 물러섰다.
로키는 그런 할룸 후작의 귓가에 그만 들을 수 있도록 아주 작게 속삭였다.
‘본보기가 되었느냐?’
“……!”
‘네놈이 건든 게 어떤 존재인지 유념하라. 후작.’
로키는 후작의 통통한 뺨을 탁탁 때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럼, 할룸 후작. 다음에 만났을 때를 기대하겠네.”
“…….”
로키가 그 말을 남기며 저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암살자를 제압한 베르세르크 전사에게 말했다.
“포션으로 치료하고 풀어줘라.”
베르세르크 전사는 다리를 움켜잡고 울부짖는 암살자를 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이놈을 풀어줍니까?”
“사지가 멀쩡한 상태로 풀어준다고 약속했으니, 지켜야지.”
…이걸 약속을 지킨 거라고 할 수 있을까?
베르세르크 전사는 암살자를 쳐다봤다.
“크으윽…!”
‘눈이 돌아갔군.’
포션으로 치료하여 몸은 멀쩡해진다 해도, 정신은 망가졌을 터.
‘뭐, 재밌으니 상관없지.’
베르세르크 전사는 실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가르드 지배자의 명이다.
그 명령이 무엇이든 간에 따를 뿐이었다.
***
“드… 드디어 도착했다-!!”
로덴 영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언덕, 플레이트 메일을 착용한 기사 하나가 양팔을 펼치며 외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흙먼지가 가득했지만, 매우 밝아 보였다.
영지를 찾아온 것에 어지간히도 기쁜 모양이다.
“드, 드디어… 도착… 했…어요!”
고깔모자와 망토를 두른 소년은 지팡이로 몸을 겨우 지탱하며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소년의 눈 밑에는 눈그늘이 져 있고, 매우 피로한지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한 걸 반복했다.
“…그래, 드디어 도착했구나. 하지만… 과연 왕자님을 뵐 면목이 있을지….”
플레이트 아머를 걸친 노기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어깨를 떨었다.
손가락 사이에서는 눈물이 흐르는 것이 그간 얼마나 고생한 것인지 보여주는 거 같았다.
한때 왕국의 기사이자 마법사였던 라필타, 알베르, 폴이었다.
그들은 기나긴 여정 끝에 이곳에 겨우 도착한 것이다.
다만, 원래 목적이었던 ‘전설의 포션’에 대한 흔적을 찾지 못한 채였다.
“저 노인네, 분위기 깨는 소리 하고 있네! 포션은 무슨 얼어 죽을 포션! 우리가 죽으면 말짱 꽝이라고요!”
라필타의 말에 알베르는 검을 뽑아 들고 그에게 휘둘렀다.
라필타는 깜짝 놀라 피하며 버럭 소리쳤다.
“이 노망난 노인네가…!”
“미안하구먼. 요즘 치매가 왔는지 몸이 멋대로라서 말이야.”
“절대로 일부러야! 그렇지? 폴! 응?”
“…쉬고 싶어요. 빨리 돌아가죠. 왕자님께도 인사도 드려야 할 테니.”
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고, 라필타와 알베르도 티격태격하다 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지쳐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밥을 먹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잠을 청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럼 빨리 가자고!”
라필타는 빠르게 달려갔고, 알베르와 폴은 흐느적거리며 그 뒤를 따랐다.
로덴 영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 채, 그들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
로키에게 배정되었던 방은 귀빈에 알맞은 고급스러운 방이었다.
베르세르크 전사대는 각자의 방에서 대기 한 상태.
로키, 아움, 칸쿤, 쿠단, 샐럿.
주요 인물들만이 한 방에 모여있었다.
침대에는 샐럿이 누워있다. 아직도 속이 니글거리는지 머리에 손을 올린 상태였다.
그런 샐럿을, 칸쿤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쿠단은 발코니가 있는 창가에 커튼 사이로 얼굴만 내밀어 바깥 상황을 살폈고, 아움은 소파에 앉아 맞은 편에 있는 로키를 보며 쿠키 하나를 입에 넣었다.
“제 요리는 어떠셨는지요?”
로키는 테이블 위에 있는 찻잔을 들어 올렸다.
“오랜만에 먹는 매콤한 맛이라 좋더군. 특히 치즈가 들어가서 좋았다.”
치즈 떡볶이.
로키가 유난히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좋게 평가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분위기 나게 먹을 수 있었어.”
“그거 다행이로군요.”
두 사람의 대화에 문밖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베르세르크 전사 두 명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역시 성좌님!’
‘그 치들이 덜덜 떠는 모습이 참으로 볼만했지.’
자신들을 하찮게 여기는 시선들은 로키의 식사 이후 공포로 얼룩졌다.
‘역시 성좌님과 함께 하면 재밌는 게 많다니까?’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얼어붙은 대지에서의 지루함을, 그와 함께 있다면 달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기대됐다.
“이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그들을 단죄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요.”
차를 입에 가져가던 로키의 동작이 멈췄다.
“단죄? 무슨 소리지?”
“…그들을 없앨 생각이 아니셨습니까?”
“내가?”
로키는 비릿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그런 귀찮은 짓은 안 해.”
“……?”
이 영지에 들어온 목적이 그들을 쳐내고자 했던 게 아니었던가?
로키는 찻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소파에 등을 기대 눕듯 늘어졌다.
“이번 일의 원인은 할룸 후작이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애쉬 왕자를 잡고, 그놈을 이용한 서부 로니아와 신성 교단과의 교류다. 후작만 잡는다고 일이 해결되나? 그렇다고 무턱대고 병력을 투입해 그들을 일망타진하기엔… 죄 없는 이들이 죽고 우리에 대한 대륙의 비판도 엄청날 테지.”
…일을 이렇게 벌여놓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농담이시겠지.’
로키는 그런 걸 신경 쓸 타입이 아니란 걸 아움은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재밌는 장난거리를 떠올리신 걸지도….’
“그래서 말인데….”
“……?”
“네가 후작을 좀 데려와야겠다. 되도록 정중하게.”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외교적으로 가야지. 외교적으로.”
로키의 말투에 장난기가 담겨 있다는 걸 아움은 눈치챘다.
참으로 속을 알 수 없고, 변덕스러우며, 장난기가 많은 잔인한 신이었다.
“로키 님!”
그때, 칸쿤이 한 손을 번쩍 들며 로키를 불렀다.
그녀는 발코니 쪽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바깥에 있는 꼬챙이에 걸린 암살자들을 향했다.
“저들을 그만 풀어줘도 되나요? 보기가 좀 지저분해서….”
“음… 마음대로 해라.”
“감사합니다! 그럼 잠시….”
칸쿤이 샐럿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문을 열고 방을 나가 버렸다.
그 모습에 쿠단은 미소를 지었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사실 묻어주려는 듯합니다.”
“그렇겠지.”
로키도 알고 있었다. 아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은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상냥한 아이 아닙니까?”
쿠단의 말에 로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도 잠시 자리를 비우도록 하지.”
“어디 가십니까?”
“…시내 구경 겸, 녀석을 도와야겠다. 또 불의를 보면 도와준다고 시간을 보낼 게 뻔하니까.”
로키가 방을 나가자, 아움이 말했다.
“성좌님은 참으로 정이 많으시다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쿠단은 그 말에 동의했다.
“그럼….”
아움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며 독사 같은 표정을 지었다.
“우린 그 배불뚝이 개구리 후작을 잡으러 가자.”
***
동부 로니아의 중앙 귀족이 애용하던 지휘실, 그곳엔 회의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할룸 후작은 지휘용 테이블에 앉은 채 넋이 나가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이오!”
“도대체 누가 암살자를 보낸 것이오?!”
“안 그래도 서부 로니아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 적을 더 늘리다니…!”
지휘실에는 그저 눈치를 보며 누군가에게 향한 원망 어린 시선과 비난만이 난무할 뿐이었다.
그들은 대놓고 누군가에게 말할 용기도, 감당할 용기도 없었다. 그렇기에 이렇게라도 분풀이를 해야 했다.
“도대체가…!”
“그들을…!”
“왜…!”
귀족들의 성화에 할룸 후작의 볼이 움찔거렸다.
애쉬 왕자는 이마를 짚고 나 몰라라 하며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심지어는 ‘난 분명 이야기했어. 내 탓이 아니야!’라며 어린아이처럼 투덜거릴 뿐이었다.
그 말을 들은 할룸 후작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는 두툼한 손을 테이블 위로 내려찍었다.
“그만-!”
그의 외침에 지휘실에 있던 귀족들이 입을 다물었다.
“알았으니 제발 그 나불거리는 입 좀 다무시오!”
움찔 놀란 그들이 할룸 후작의 눈치를 살피다 헛기침했다.
그들은 이미 이번 일을 벌인 범인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증거가 없지만, 확신은 있었다.
“네, 뭐, 그만들 하죠. 그런데….”
그들 중 백작 지위에 있던 자들이 할룸 후작을 쳐다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이번 일… 할룸 후작님께서 지시하셨습니까?”
“…….”
“만약 그렇다면… 책임을 지셔야 할 겁니다. 그냥 넘어가기엔-”
“자네의 그 입을 내 눈앞에서 잘라내는 게 빠를까? 내가 먼저 책임을 지는 게 빠를까?”
백작은 말하는 것을 멈췄다.
이 기회에 권력의 주도권을 잡고자 입을 연 것이었지만, 너무 성급한 선택이었다.
“크흠!”
항상 온화하고 미소를 짓던 후작의 얼굴은 지금 성난 오크처럼 일그러져 있다.
할룸 후작의 감추어진 성품은 얕잡아보기엔 너무나도 위험한 것이었다.
그가 가진 권력에 향하는 집착은 광적이었기에, 백작은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마, 말이 심하십니다. 저희는 그저 이 일을 진행한 자가 누군지 알고 싶은 것뿐입니다.”
“네, 맞아요. 맞습니다. 아! 아니면 이참에 그들을 정말로 제압해버리는 건 어떻겠습니까? 영지의 병력을 이용한다면 제아무리 노드족이라도 제압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 하는 것이오?”
할룸 후작은 귀족들을 노려봤다.
암흑가의 인물은 모두 어렸을 때부터 지옥 같은 훈련을 받고 자라난 이들이었다.
혹한 훈련 과정을 걸쳐 성장하는 만큼 그들의 무력은 잘 훈련된 기사와 비견될 정도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마당에… 병사를 시켜 야만인들을 제압하자고?
만약 일을 그르쳐 제압은커녕 복수심만 끌어올린다면?
다음에 꼬챙이에 꽂히는 건 이 회의실에 있는 모든 이가 될 것이다.
“그건 무리요. 섣부른 짓은 하지 마시오!”
할룸 후작의 성난 음성에 귀족들이 한숨을 내쉴 때였다.
“그래, 섣부를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소. 후작.”
할룸 후작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마를 짚고 있는 애쉬 왕자가 할룸 후작을 노려보고 있다.
“왕, 왕자님?”
그에 할룸 후작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제 막 귀족들의 추궁을 벗어나는 마당에 애쉬 왕자가 자신을 궁지로 몰았기 때문이었다.
“난 분명 외교적으로 나서자 했소. 그런데 이런 일을 벌이다니….”
“그, 그것이….”
“이번 일이 잘못되면 그대가 책임지고….”
애쉬가 매서운 눈빛으로 할룸을 노려봤다.
“목이 잘릴 각오를 해야 할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