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68)
성좌가 된 플레이어-68화(68/250)
제68화
“…….”
할룸 후작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항상 빌빌거리던 저 멍청한 왕자가, 자신을 향해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것인지 의아해했다.
연회장 마당에서는 두려움에 그랬다 치자, 하지만 지금은?
‘…내가 쓸모없다 판단한 건가?’
지금까지 그렇게 행동하던 것도 왕위를 잇기 위해서라고 판단한다면 지금 이 태도는 명백했다.
자신이 버리는 패로 낙점된 것이다.
그런 생각이 머리끝까지 미치자, 멍하니 있던 할룸 후작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런 괘씸한…!’
에론 왕자에게 밀려 반역자가 되고도 지금껏 먹여주고, 재워주고, 지켜주면서 신분에 걸맞게 대우해주었건만…!
감히 날 위협해?
할룸 후작의 눈이 매섭게 충혈될 때였다.
회의실 문이 열리며 병사 하나가 들어왔다.
“보고드립니다!”
병사는 무거운 회의실 분위기에 위축되었지만, 이내 할룸 후작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어젯밤, 정체불명의 무리가 영지에 들어왔습니다. 경비대는 막지 않았다고 합니다.”
“…….”
할룸 후작의 기세가 험악했지만.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병사는 말을 이어갔다.
“알 수 없지만 사교들이라고 합니다….”
“지금 그게 문제인가!”
할룸 후작의 손이 투구를 쓴 병사의 얼굴을 후려쳤다.
병사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며 비틀거렸지만, 할룸 후작은 살가죽이 벗겨진 자기 손을 보며 이를 갈았다.
병사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애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젠장! 젠장! 젠장!”
할룸 후작은 병사의 검을 뽑아 병사의 목에 찔러 넣었다.
뼈가 갈리고 피부가 잘려나가는 소리와 함께 병사의 비명이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귀족들과 애쉬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병사의 몸이 바닥에 쓰러지자, 할룸 후작은 숨을 헐떡거렸다.
“지금 책임지라고 하셨습니까? 왕자님?”
“…….”
“그렇게 따진다면 왕자님에게도 책임이 있지요! 반역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병력을 잃고, 정체불명의 무리를 끌어들인 것!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셔야 할 것입니다!”
그때, 문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귀족들이 애쉬와 할룸 후작을 번갈아 볼 때, 문이 벌컥 열리며 낯익은 무리가 들어왔다.
청록색 머리카락과 눈을 가진 미남과 건장한 체구를 가진 중년 사내.
노드족.
연회장으로 이용한 저택의 앞마당을 지옥으로 만든 장본인들이었다.
“노, 노드족?”
“여, 여기에는 무슨 일로…!”
“병사들…! 병사들은 무엇을 하는 건가? 왜 막지 않….”
귀족들은 아움과 쿠단의 뒤를 쳐다보고는 말을 멈췄다.
문 사이로는 병사들이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에 귀족들의 안색이 창백해지며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저희는 일을 조용히 해결하고 싶습니다. 복잡하게 구신다면…, 저희가 조용히 시켜드리겠습니다.”
“…….”
귀족들은 입을 다물었다.
회의실이 조용해지자 아움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단단히 얼어있군.’
특히 가장 굳어 있는 건 할룸 후작이었다.
그로서는 이번 일의 주범인 만큼 가장 만나기 싫은 상대를 눈앞에 대면한 것이다.
‘그런데, 한판 한 모양인데?’
할룸 후작의 바로 아래엔 병사 하나가 움찔거리며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아움은 웃음이 터질뻔한 걸 가까스로 참았다.
‘참으로 개판이로군!’
이놈들, 지금 같은 시기에 병사를 함부로 낭비한 건가?
참으로 어리석기 그지없다.
아움은 속마음을 감춘 채, 몸을 움직였다.
우아하게 오른손을 가슴에 올리고 왼발을 뒤로 빼며, 고개를 숙였다.
더할 나위 없는 귀족식 인사였다.
“할룸 후작님.”
“…….”
“저희 주군께서 뵙고자 합니다.”
“나, 나를…?”
“해는 없을 것입니다. 단지….”
아움은 고개를 들어 눈을 가늘게 떴다.
“이야기만 나누면 됩니다.”
***
“…애쉬 왕자님이라면, 얼마 전에 오셨습니다.”
영지민의 말에 라필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소문이 맞았나 보군.”
애쉬 왕자가 죽었다는 소문.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로덴 영지로 귀환 중이라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듣자 하니 난민들이 애쉬 왕자를 의지하며 그를 따랐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된 거지?’
라필타는 고개를 돌려, 로덴 영지의 광장을 쳐다봤다.
“나, 난 몰랐다고!”
단두대가 설치돼 있고, 그곳엔 허름한 차림의 죄수가 구속되어 있었다.
“난 왕자님인 줄 몰랐어! 이런 처벌은 가혹해! 나, 난 그저-!”
“처형-!”
단두대가 떨어지며, 죄수의 목이 날아갔다.
‘살벌하구만, 오자마자 보는 게 처형식이라니.’
듣자 하니 애쉬 왕자에게 무례를 저지른 난민과 애쉬 왕자를 검문소에서 막은 경비병의 처형식이란다.
“분위기가 더욱 삭막해졌어.”
거리엔 먹고 살기 위해서 물건을 파는 영지민들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불안과 불신으로 가득했다.
‘조금 전 처형식 때문인가?’
영지민에게 공포를 심어 폭동을 잠재울 목적도 있었겠지.
하지만 이러한 공포 정치가 얼마나 오래 갈런지….
“…오자마자 안 좋은 걸 봤네요.”
폴은 목이 떨어진 죄수들로부터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골목길엔 굶주린 사람들이나, 강도질을 하려는 사람들이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폴은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
‘전쟁이 끝나면 나아질까?’
그러다 문득, 이색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뭐지?’
골목길의 좁은 공간.
모여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 허약하고 병들어 있다.
그들 모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한 여성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얼굴은 검은 면사포로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흑백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매우 인상적인 여성이었다.
‘누구…지? 수녀님인가?’
매우 신비하고 묘한 분위기다. 하지만 신성 교단의 수녀님이라고 하기엔 뭔가 이상한 듯한…?
폴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기도를 받던 여성이 고개를 틀어 폴을 바라보았다.
폴이 묘한 느낌을 받는 것도 잠시, 라필타가 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야, 뭐하냐?”
“…으악!”
깜짝 놀란 폴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덕분에 거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폴은 여성에게 한눈판 것에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며 괜한 화풀이로 라필타에게 외쳤다.
“뭐 하는 거예요!”
“왜 화를 내냐? 뭐, 관심 있는 소녀라도 발견했냐?”
“…누, 누가 화를 내요!?”
“당황하는 걸 보니 진짜인 모양인데? 하긴, 한창 이성에 관심이 많을 때지! 그래서, 누구냐?!”
라필타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무언가 발견했는지 라필타가 외쳤다.
“아…름답다. 여신님인가!?”
그 한마디에 폴은 스리슬쩍 다시 골목길을 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뭐야? 없잖아…?
아쉬운 마음이 든 폴은 다시 라필타를 보았다.
하지만 라필타는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시장의 거리, 천막으로 만들어진 가게들과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한 명의 여성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단정히 땋은 청록색 긴 머리에 그와 같은 눈을 가진 여성.
아름다운 백색의 갑옷을 입은 그녀를 멍하니 바라본 폴은 이윽고 고개를 있는 힘껏 저었다.
‘나, 나 오늘따라 왜 이러는 거지?’
제정신을 차린 폴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 그 여성을 쳐다보고 있다. 하지만 뭐랄까…, 라필타와는 다른 눈빛이다.
호감이 담긴 라필타와는 다르게, 영지민들은 경악과 공포의 눈빛을 보내고 있음을 깨달았다.
왜 저러지? 왜 저렇게 아름다운 여기사에게…?
‘그러고 보니 노드족이잖아?’
설마 야만인이라는 이유로 그런 눈빛을 보낸 것일까?
훈이라는 노드족과 만남 이후로 생각이 트인 폴은 영지민의 반응에 껄끄러움을 느꼈다.
“…말을 걸어볼까?”
다만, 겉모습만 판단하는 라필타와 같은 반응은 더 껄끄러웠지만.
“아름답군. 내가 10년만 젊었다면….”
“…알베르 님. 점점 라필타와 닮아 가시는 거 알아요?”
“흐흠, 폴, 나를 뭘로 보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이 길을 모르는 레이디 같은데, 도와주는 게 기사의 도리 아니겠나?”
라필타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럼 도와야지요! 레이디! 기사 라필타! 그대를 만나러 갑니다!”
“기사 작위를 버린 거 아니었어요?!”
폴의 지적을 라필타는 무시한 채 인파들을 사이를 밀쳐내며 억지로 지나갔다.
어쩔 수 없이 폴과 알베르도 그 뒤를 따랐다.
“레이디! 혹 시간이 있으시면 조용한 곳에서 단둘이 술…이 아니라 차나 한잔하시지요!”
라필타의 말에 ‘무언가’를 어깨에 걸친 여기사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청순한 외모에 순진한 어린이 같은 반응.
‘내 이상형!’
라필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자신 있게 말을 걸었다.
“처음 보시는 분 같은데 혹, 이 영지에는 처음이신지요? 괜찮다면 제가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라필타! 뭐 하는 거예요! 여기사분께 실례잖아요!”
“그렇다. 라필타! 여기사분께서 곤란해하시지 않느냐? 그럴 때는 ‘레이디, 실례가 아니면 에스코트해도 되겠습니까?’라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기. 사. 도!] 인 것이다!”
알베르까지 들뜬 건지 라필타를 나무라는 듯한 음성을 내뱉었다.
폴은 두 기사를 보며 골치 아픈지 머리를 감쌌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니잖아요! 실례예요! 실례!”
폴의 외침에 여기사는 두 눈을 깜박거렸다.
그 모습이 매력적이라 폴 역시 한동안 말을 잊어버렸다.
여기사, 칸쿤이 입을 열었다.
“지금… 저에게 말씀하시는 건가요?”
맑고 청아란 음성에 폴의 양 볼이 발그레해졌다.
“네? 아! 네…! 죄, 죄송합니다. 제 일행이 실례를…!”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 죄송하지만 아까 말씀 중에 영지를 안내해주신다고요?”
청아란 음성과는 다르게 기사다운 말투였다.
그러면서도 짓는 싱그러운 미소에 폴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네…! 따, 딱히…상관없어요! 저희도 그렇게 바쁘지… 않은 거 같으니까요!”
빠르게 돌아가 왕자에게 보고해야 하는 건 잊은 지 오래였다.
“그, 조, 조금 정도라면 안내해드릴 수 있….”
그때, 폴의 입이 라필타의 손에 막혀버렸다.
“포, 폴… 더는 말하지 마라.”
이상하게 더듬거리며 창백해진 얼굴.
그 모습에 괜히 여기사와의 대화가 끊겼다는 것이 화가 난 폴은 라필타의 손을 치우며 외쳤다.
“무슨 말이에요! 말하지 말라니… 게다가 아까는 레이디를 돕는 게 기사도라고 말했잖아요! 보아하니 이 기사분, 이곳은 처음인 듯한데 안내 정도는….”
폴이 말할 때마다 라필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라필타?”
그의 이상한 반응에 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알베르를 쳐다봤다.
“알베르 님?”
그 역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 오히려 입이 떡하니 벌어진 채 눈이 휘둥그레져 있다.
“무슨…?”
라필타와 알베르의 시선은 어느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대? 창인가? 그런데… 3개씩이나 들고 다니시다니….’
가녀린 몸에 비해 힘이 강한 건가?
…라는 생각에 폴의 시선이 창대를 타고 점점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 끝에 도달하자 보이는 건…
‘시체?’
온몸의 피부가 녹아버린 불탄 사체가 꼬챙이에 꽂혀 있다.
“…….”
폴은 다른 의미에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