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69)
성좌가 된 플레이어-69화(69/250)
제69화
꼬챙이에 매달린, 아니 꽂힌 시체는 괴로운 듯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
폴은 비명을 지를뻔했다.
“저, 저거는… 뭐…!”
라필타가 폴의 귓가에 신속히 속삭였다.
“도망친다! 뭔지 몰라도 위험해 보여! 셋을 세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
그 말에 폴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하나…!”
시장에 모여있던 영지민들 사이로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둘…!”
칠흑의 갑주. 짐승의 뼈 투구.
검은 기사들이 꼬챙이를 들고 여기사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셋!”
라필타와 알베르, 폴이 뒤를 돌아본 순간, 검은 기사들이 여기사를 중심, 정확히는 라필타와 알베르, 폴을 중심으로 에워싸 도망칠 루트를 완전히 가로막고 있었다.
“…….”
굳어진 세 사람 사이로, 여성의 청아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 다행입니다! 길을 물어도 다들 피했는데, 잠시만 도와주시겠습니까?”
폴, 라필타, 알베르는 겁에 질린 모습으로 여기사를 쳐다봤다.
***
자리 잡은 곳은 공동묘지.
정체불명의 검은 기사들은 삽질하며 땅을 팠다.
“…저거 우리가 들어갈 무덤은 아니겠지?”
“…아니길 빌어야죠.”
“…….”
농담으로 한 분위기가 싸해진다.
세 사람은 공동묘지에서 오싹하리만큼 이상한 갑주를 입은 기사들의 삽질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 뒤에서는 시체를 하나하나 정성스레 꼬챙이에서 빼내는 여기사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구경하기를 몇 시간째, 어느새 묘지가 만들어졌다.
“남은 건 내일 하겠습니다. 바쁘신데 불러 죄송합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는 칸쿤을 보며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뭐, 우리야 신녀님의 말씀이라면 언제든지 들어줘야지!”
“그나저나 아직 절반은 남았는데 내일도 고생은 하겠군.”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이상 친근한 아저씨 같은 말투로 말하는 그들이었다.
칸쿤은 세 사람(라필타 일행)을 보며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묻을 곳을 찾았습니다.”
“아, 아닙니다. 네! 아니고 말고요!”
라필타는 바짝 굳어진 채 말했다.
‘저 여기사 뭐 하는 사람이야…! 시체를 꼬챙이에서 빼내는 데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다니?!’
그때, 알베르가 여기사에게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레이디, 저희는 지금 급한 볼일이 있어서 그만 가보겠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바쁘셨을 텐데…. 감사합니다.”
미소 짓고 인사하는 여기사를 보며 알베르는 입을 다물고 빠른 걸음으로 묘지 밖으로 벗어났고, 눈치를 보던 라필타와 폴은 그 뒤를 따라갔다.
공동묘지를 벗어나자 알베르가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성으로 입성한다.”
폴과 라필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베르가 이상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라필타. 자네는 아까 보이던 검은 갑주의 기사들을 몇이나 상대할 수 있을 거 같나?”
갑자기 묻는 알베르의 질문에 라필타는 베르세르크 전사들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들이 보통 기사 실력이면 한 열다섯 정도? 뭐 이 몸이 진짜 실력을 발휘하면 스무 명 정도는 되겠죠!”
“스무 명? 하…. 우습군.”
알베르는 라필타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내 생각은 다르다. 너와 나, 폴이… 저들을 상대한다면….”
알베르는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3명 정도다.”
“네? 농담이죠?”
“진심이야. 내 경험에서 나온 기준이지.”
“…….”
“폴, 준비해. 지금 당장 입성한다. 저런 자들이 이곳에 있는 걸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난 게 분명하다.”
폴은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가자 고개를 끄덕였다.
폴이 다시 한번 묘지쪽으로 시선을 돌릴 때쯤….
“……!”
폴은 눈을 부릅떴다.
공동묘지의 담벼락 위, 가고일 동상 위로 한 명의 사내가 쭈그려 앉아 자신들을 내려보고 있었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까마귀 탈.
그 속에 있는 맹렬하지만 차가운 붉은색 눈동자.
‘훈…씨?’
폴이 눈을 깜박이자, 동상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착각…인가?”
“폴! 뭐해! 가자니까!”
알베르의 성난 음성에 폴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뒤를 쫓아갔다.
***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돌아가고, 공동묘지에 남은 칸쿤은 조잡스럽게나마 나무로 만든 묘비에 꽃을 올렸다.
“…상냥하시네요.”
칸쿤은 깜짝 놀라 급히 뒤를 돌아봤다. 누군가 바로 뒤에 있는 걸 확인한 그녀는 빠르게 상대와 거리를 벌렸다.
“……!”
칸쿤은 식은땀을 흘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았을 심장 소리도 지금의 그녀를 긴장시키기엔 충분했다.
‘여자?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했어…!’
칸쿤은 말을 건 상대를 노려봤다.
가녀린 체구의 여성이다.
흑백색의 드레스, 얼굴을 덮은 검은 면사포와 그 뒤로 뻗은 좌우로 나눠진 흑백색의 머리카락.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요. 저도 죽은 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온 것뿐입니다.”
검은 면사포를 사이로 비치는 금색 눈동자가 칸쿤을 쳐다보고 있었다.
“당신은…누구죠?”
여인은 칸쿤의 말에 잠깐 가만히 서 있었다.
“누구…일까요?”
그리고 찾아온 되물음.
칸쿤은 여인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그걸 자신에게 물으면 어떻게 하라는 걸까?
“아, 그냥 지나가던 수녀…랄까요?”
지나가는 수녀?
하지만 평범한 수녀라고 하기엔 섬뜩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만약 상대가 목숨을 노렸다면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른 채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것이다.
칸쿤은 여인을 경계했지만, 여인은 칸쿤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무덤과 그 위에 꽂힌 묘비를 보며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렸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성스러워 보여 저절로 힘이 빠진 칸쿤이었다.
‘정말로 수녀님?’
그녀로서는 눈앞에 있는 여인이 신비했다.
‘대륙의 성직자들은 저렇게 정갈하고 품위가 있는 걸까?’
칸쿤은 천천히 여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경계심은 늦추지 않았다. 상대가 수녀라면 분명 신성 교단의 소속.
노드족인 칸쿤을 경계 대상으로 생각할지 몰랐다.
“당신은….”
“영혼들이 편안해 보여요.”
“네?”
“방금까지 울부짖던 영혼들이 지금은 편안한 듯 기뻐하고 있군요.”
“…….”
기뻐…한다고?
칸쿤은 묘비를 쳐다봤지만, 딱히 보이는 게 없었다.
혹, 이 수녀님은 뭔가 보이는 걸까?
예를 들면….
“귀…신…같은 것도 보이시나요?”
칸쿤은 눈을 빛내며 물었지만, 여인은 쿡쿡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저…그런 느낌이 들어서요.”
그런 느낌이 든다고? 하지만 아까는 보인다고 하지 않았나?
여인의 시야가 칸쿤의 허리춤에 찬 검으로 향했다.
“…그 검.”
“네?”
“어디서 구한 거죠?”
칸쿤은 눈을 깜박이며 검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예전에 어떤 분께 받은 겁니다. 왜 그러시는지…?”
“아니요. 어째선지 낯이 익어서요.”
“…….”
여인은 하늘을 쳐다봤다.
어느새 해가 지고 붉은 노을이 공동묘지를 붉게 비추고 있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났네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네? 아, 네. 그럼 안녕히….”
칸쿤은 고개를 숙이며 멀어져 가는 여인을 쳐다봤다.
뭔가 낯익은 느낌이다.
친숙하다고 해야 할까?
마치….
‘로키 님과 분위기가 비슷한 거 같은….’
칸쿤은 여인이 사라진 곳을 보고 그녀 또한 발을 움직였다.
너무 오랫동안 이곳에 있었다. 분명 늦다가는 로키 님에게 꾸중을 들을 게 뻔했다.
“늦기 전에 빨리 가야겠어.”
그녀가 발걸음을 옮기고 사라지자, 고요함만이 남던 묘지에 움직임이 일었다.
푹!
방금 칸쿤이 만든 묘에 손이 뚫고 나오며, 증오에 얼룩진 눈빛을 가진 망자들이 일어났다.
그들은 뭔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다 여인이 사라진 방향을 쳐다봤다.
느껴졌다. 자신을 소환한 주인….
지옥의 여신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종자가 아닌 노예.
죽음의 망령.
언데드였다.
***
면사포의 여인은 뚜벅뚜벅 걸어갔다.
로덴 영지에서 떨어져 있는 공동묘지를 지나, 영지 바깥의 외곽에 있는 숲으로 향했다.
그녀가 발걸음을 멈추자, 숲속에서 복면을 쓴 이들이 걸어 나왔다.
흑백교의 신자들이었다.
“헬가 님. 떠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럼 떠나도록 하죠.”
“목적지는 어디로 하시겠습니까?”
“목적지는 없어요. 다만….”
헬가가 말꼬리를 흐렸다. 신자들은 의아해했다.
자신의 주인이 어디론가 시선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신자들도 헬가의 시선을 따라 숲속의 커다란 나무 위를 올려다봤다.
‘까마귀?’
모두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까마귀가 아니라는 걸 인지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까마귀가 아니다. 까마귀 탈이다.
까마귀 사내, 로키는 나무 위에서 쭈그려 앉아 그들을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찾았다.”
드디어, 그가 찾고 있던 여인을 만난 것이다.
로키는 몸이 떨리는 걸 애써 진정시켰다.
그것은 기쁨.
자신의 목적을 이루었다는 것에서 찾아온 희열이었다.
“드디어…!”
로키가 말을 다 마치기 전, 어느새 양옆에는 흑백교의 신자 두 명이 그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다.
“네놈은 뭐냐?”
“헬가 님이 아니었다면 전혀 알아채지 못했을 거야. 위험한 놈이다.”
두 명의 신자는 긴장한 것처럼 복면 사이로 식은땀을 흘렸다.
로키는 그런 양옆에 있는 신자들의 칼날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움직임이 빠르다. 베르세르크 전사들과 동급인가? 그전에 이들은 살아 있는 건가? 아니면 죽어 있는 건가?’
분명 살아 있다. 하지만 뭔가 억지로 생명을 연장한 느낌이다.
마치 자아를 가진 꼭두각시라고 해야 할까?
‘헬가의 스킬인가?’
로키는 천천히 일어섰다.
나뭇가지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그를 본 신자들은 검으로 그의 목을 압박했다.
“움직이지 마라!”
“여신님의 명령 없이 움직인다면… 그 목을 베겠다!”
“벤다?”
로키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벤다고? 인간도, 죽은 자도 아닌 어중간한 경계에 있는 것들이?
“어리석군.”
로키가 한 마디를 내뱉자, 헬가는 급히 외쳤다.
“피해요!”
주인의 명에 신자들은 깜짝 놀라 검을 회수하려 했지만, 어느새 로키의 양손이 검을 움켜잡고 있었다.
“불타라.”
로키의 손끝에서 검은 불길이 피어올랐다.
거침없이 뿜어지는 검은 불길은 금세 검을 녹이고 신자들마저 온몸을 덮치려 했지만, 신자들은 가까스로 피했다.
녹아내린 검이 나뭇가지 위로 떨어지며 로키가 서 있는 나무에 불이 붙어버렸다.
그런 불타는 나무 위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로키는 헬가를 내려다봤다.
“…….”
로키는 나무 위에서 떨어지며 헬가의 바로 앞에 섰다.
땅에 있는 신자들이 경계하며 검을 뽑아 로키의 목에 겨누었지만, 헬가가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드디어 너를 찾았구나.”
“나…를?”
“그래! 너를 찾기 위해 세력을 키우고 국가를 세웠다…!”
“…….”
“이제는 도망칠 필요 없다. 역병의 여신이니, 악마니라며 매도하는 것들과 엮일 필요도 없다.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보호할 것이다.”
“…….”
“그러니 나와 함께….”
로키는 손을 뻗었다.
그녀의 얼굴에 로키의 손길이 닿으려 하자, 헬가가 입을 열었다.
“누구…시죠?”
로키의 손이 멈춰버렸다.
“뭐?”
“누구냐고 물었어요.”
로키는 문득 자신이 까마귀 탈을 쓰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다만, 탈을 벗는다고 달라질 건 없다.
지금의 몸은 로키의 아바타.
원래 자신의 모습은 없었다.
“그렇군. 이 몸으로는 나를 모를 수도 있겠어.”
로키는 헬가를 바라보며 한 이름을 언급했다.
“김훈.”
“…….”
“그것이 나의 이름-.”
섬광이 스쳐 지나갔고 로키는 몸을 뒤로 뺐다.
하지만 반응이 늦었다.
가슴에 붉은 피가 뿜어지며, 로키는 오랜만에 ‘고통’이라는 걸 느꼈다.
로키는 헬가를 쳐다봤다.
어느새 그녀의 손에는 2m가 넘는 검붉은 대검을 쥐고 있었다.
“…당신이 누군지 몰라.”
존대가 사라지고.
“그리고 김훈이라는 이름도 몰라.”
살기를 뿜어내며.
“하지만…이것만은 알아.”
헬가는 면사포를 벗어 던졌다.
창백할 정도의 하얀 피부를 가진 얼굴이 일그러졌다.
좌우로 갈린 흑백색의 머리카락이 휘날렸고, 아름답지만 한없이 공허한 듯 빛을 잃은 황금빛 눈이 차갑게 로키를 노려봤다.
“당신은… 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