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72)
성좌가 된 플레이어-72화(72/250)
제72화
퍽!
로키가 할룸 후작을 후려친 것이다.
힘 조절이 안 된 건지, 할룸 후작의 코뼈가 으스러지고 이가 튀어나왔다.
“으, 으…. 으아아악! 아파! 아프다고!”
로키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바닥에 뒹굴고 있던 할룸 후작의 목을 움켜잡고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그제서야 할룸 후작의 뇌리에 연회장에 있던 꼬챙이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 그만! 죽이지 말아주세요! 제발…! 목숨만은…!”
할룸 후작은 자신의 행위에 후회하며 얼굴을 감쌌다.
그의 피투성이 얼굴을 바라본 로키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아까 교섭이라고 했나? 예전이면 농담으로 받아들였겠지만, 지금의 난 꽤 급하거든.”
로키는 할룸 후작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난 너와 교섭하러 온 게 아니다. 너에게 ‘명령’을 내리러 온 거지.”
로키가 할룸 후작의 목을 풀자, 뚱뚱한 체구가 엉덩방아를 찍으며 쓰러졌다.
할룸 후작은 꼴사나운 태도로 로키에게서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 바닥을 기었다.
유일한 출입구를 두툼한 손으로 두들기며 소리쳤다.
“누구 없느냐?! 살려다오! 여기 야만인이 나를…!”
문 너머에 경비를 서던 베르세르크 전사 둘은 할룸 후작의 외침에 서로를 마주 봤다. 그리곤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들은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쿠단을 쳐다봤다.
“어떻게 할까요?”
“무시해.”
할룸 후작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사색이 되어 문을 등지고 다가오는 로키를 쳐다봤다.
“이, 이봐! 잠깐! 기다려…!”
할룸 후작이 초조하게 손가락질하며 로키를 제지하려 했다.
“지, 지금 네놈이 나에게 손을 대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영지에 일만이 넘는 병력이 있다! 나를 건들면 그 병력이 곧장 너희를 칠 것이야…! 그, 그러니 나를 그냥 보내주면 조용히 넘어가 주게….”
할룸 후작의 손가락이 로키에게 잡혔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으악!”
할룸 후작은 엉망이 된 자신의 손가락을 움켜잡았다.
“아직 네놈이 자신의 처지를 이해 못 했나 본데, 지금 똑똑히 가르쳐주마.”
“잠, 잠깐…아, 알겠습니다. 네! 뭐든지 따르겠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할룸 후작은 고통이 심한 나머지 굴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의 속은 그를 찢어 죽일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을 나가는 즉시 네놈을 찢어 죽여주마! 이 영지에 있는 병력 모두를 동원해서라도 네놈을…!’
로키는 고통에 신음하는 할룸 후작의 눈높이에 맞춰 쭈그려 앉았다.
로키가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주자, 할룸 후작은 움찔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또다시 고통이 시작될까 두려운 것이리라.
“네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도는 잘 알고 있다.”
겁에 질린 할룸 후작을 보며 로키는 말을 이었다.
“할룸 후작.”
“네? 네….”
“말을 할 때는 시선을 마주 보아야지?”
할룸 후작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로키에게 시선을 보냈다.
“난 너에게 명령을 내릴 것이다.”
“며, 명령이라고 하시면…?”
로키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그가 자세히 들을 수 있도록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자, 할룸 후작이 눈을 부릅떴다.
***
하늘이 어둠으로 침식되어갔다.
달빛마저 먹구름에 가려지자 짙은 어둠이 찾아왔다.
희미한 촛불 사이로,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할룸 후작님?”
그 한마디에 멍하니 있던 할룸 후작이 정신을 차렸다.
그는 앞을 바라봤다.
긴 테이블과 그 좌우로 모인 귀족들.
모두 자신에게 불만을 토했던 귀족들이었다.
“저희를 부르신 이유가 뭡니까?”
“으응? 아, 이런…. 미안하군. 잠시 생각에 빠졌네.”
한 방울씩 내리던 빗줄기가 점차 거세졌다.
창가를 때리는 빗줄기 소리에, 할룸 후작은 모인 귀족들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모두 모였군.”
얼마 전만 해도 연회장 사건으로 신음하던 할룸 후작은 온데간데없다. 오히려 일이 잘 풀린 듯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귀족들은 얼떨떨한 얼굴로 서로의 시선을 마주 봤다.
‘우리를 부른 이유가 뭘까요?’
‘글쎄, 표정을 보아하니 일이 잘 풀린 모양이야.’
‘그 노드족과 동맹을 맺었단 말입니까?’
‘하지만 습격 사건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 할 텐데 말이죠.’
‘우리를 회유하려는 게 아니겠습니까?’
습격 사건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자, 자신들을 포섭한다?
만약 그렇다면 귀족들에겐 나쁠 게 없었다.
권한이나, 영토 일부를 이양받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울 일일 테니.
“여기….”
할룸 후작은 큰 양피지에 깃털 펜으로 검은 선을 그었다.
그걸 옆에 있는 귀족에게 넘기며 말했다.
“선 아래에 각자 이름을 적어주게.”
“…이름…이라니요?”
“내가 그대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이 있어 그렇다네.”
귀족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자신들에게 무언가를 주려는 게 분명했다.
성의가 부족하다고 해도 상관없다. 여기 있는 이들을 적으로 돌리게 될 테니까.
탐욕에 깃든 귀족들은 펜을 눌리기 시작했다.
희미한 촛불에 의지하며 각자 이름을 적어나갔다.
한 바퀴를 다 돈 양피지가 할룸 후작의 손으로 돌아왔다.
할룸 후작은 모두의 이름을 적힌 걸 확인하고 그 위에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 있던 귀족이 힐끔 그 글을 보았다.
[북방의 노드족은 야만인들이다. 그들과 내통하는 것은 로니아의 수치이며, 위대한 신성 교단의 교리에 반하는 어리석은 짓이라 볼 수 있다.]어?
훔쳐보던 귀족은 눈을 깜박거렸다.
그 노드족과 협력하기로 한 것이 아니었나?
그전에 왜 ‘계약서’에 저런 내용을-?
[이에 우리 7인의 귀족들은 간악한 노드족을 토벌할 것이며, 그들의 수장인-]결국 노드족과의 협상이 결렬 된 모양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
[애쉬 왕자를 토벌할 것을 천명한다.]“……?”
귀족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이건 계약서 따위가 아니었다.
이건 ‘반란 선언장’이었다.
긴장한 얼굴로 살며시 시선을 들어 올리자, 할룸 후작과 시선이 마주쳤다.
“하, 할룸 후작님? 이게 대체…?”
할룸 후작은 미소 지은 채 종이를 펼쳐, 이 자리에 모인 모든 귀족에게 보여줬다.
검은색 선 위에는 애쉬 왕자에 대한 탄핵 글이, 그에 아래에는 자연스레 반역을 획책한 이들의 이름이….
“지금 무슨 짓을 한 것이오!”
“후작! 왜 그런…!”
“미쳤군! 이런 짓을 하다니-!”
귀족들이 모두 박차고 일어났다.
“하하하하하-!!!”
할룸 후작은 폭소를 터트렸다.
그가 우아하게 양손을 펼쳤다.
“난 왕이 될 자다!”
“……!”
그 말을 끝으로, 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귀족들은 병사들을 보며 뒷걸음질 쳤다.
할룸 후작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분’께서 내 뒤에 계신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나의 미래를 위해 제물이 되어주어야겠다!”
할룸 후작의 희열에 감싼 표정이 무표정으로 바뀌었다.
“반역자들이다. 모두 죽여라.”
병사들이 귀족들에게 다가갔다.
할룸 후작은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왔다.
한밤중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할룸 후작은 자신의 손에 들린 문서를 보며 흐뭇한 얼굴을 했다.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할룸 후작은 발걸음을 옮겼다.
***
“왕자님을 뵙나이다.”
라필타, 알베르, 폴은 옥좌에 앉아 있는 애쉬 왕자에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충성심으로 가득한 예법에 애쉬 왕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금껏 겉으로만 충성을 맹세한 귀족, 기사와 달리 진실로 충성을 맹세한 자들이었다.
“죄송합니다. 전설의 포션에 대한 정보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라필타의 말에 폴은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상 그는 포션에 대해 알고 있다.
다만 말할 기회를 보고 있었다.
“그렇군. 그동안 고생했다.”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었기에, 애쉬는 아쉬워하지 않았다.
알베르는 애쉬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영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군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여러 사건이 있었다. 그러니 내 이야기를 듣고 그대의 의견을 말해다―.”
“자, 잠깐 기다리십시오! 후작님! 왕자님께선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할룸 후작이었다. 전신을 덮는 갑주와 그의 허리춤에는 검까지 착용하고 있다.
그 모습에 애쉬를 호위하던 기사들이 검을 뽑아 들고 할룸 후작을 막아섰다.
애쉬는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면서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가 무엇 때문에 갑옷과 검을 차고 이곳에 온 것일까?
“할룸 후작. 무, 무슨 일이오? 그 모습은 도대체…? 혹 그들과의 교섭이 결렬된 것이오?”
애쉬 왕자의 말에 할룸 후작은 숨을 고르며 헐떡거렸다.
“아닙니다! 그들은 오히려 우리를 지원해준다고 했습니다!”
할룸 후작의 말에 애쉬 왕자의 표정이 급격히 밝아짐과 동시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그렇담 왜 할룸 후작이 갑옷을 입고 이곳에 왔단 말인가?
할룸 후작은 다급한 얼굴로 품에서 문서 하나를 꺼내 내밀며 외쳤다.
“반란이옵니다!”
반란!?
애쉬가 급히 옥좌에서 일어났다.
할룸 후작이 문서를 내밀었다.
애쉬 왕자는 그것을 보며 얼굴이 붉어졌다.
문서에는 7명의 귀족이 애쉬를 탄핵한다는 글이 적혀있었다.
하필 이 시기에…!?
“반란의 이유가….”
할룸 후작은 숨을 골랐다.
“왕자님이 데려온 정체불명의 무리에 대한 불신, 그리고 그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얻게 될 신성 교단의 반감 때문인 듯합니다!”
“하,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그 노드족들을 받아들이자고 하지 않았소?”
“표면적으로는 그랬겠지요! 아직도 그들의 속내를 모르시는 겁니까?”
“……!”
“그들은 왕자님을 담보로 서부 로니아에 목숨을 구걸할 셈입니다!”
할룸 후작은 애쉬의 앞에 무릎을 꿇었고 고개를 조아렸다.
“애쉬 왕자님! 이 한 몸 바쳐 반역자들을 평정하겠습니다! 그러니 병력 지휘권을 저에게 위임해 주십시오!”
어쨌든 왕자이기에, 로덴 영지의 전군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은 애쉬에게 있었다.
그가 허락만 해준다면 병력에 대한 소유권은 할룸 후작에게 귀속될 수 있다.
“하, 하지만….”
애쉬는 눈치를 보며, 알베르에게 시선을 돌렸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애쉬로서는 영향력 있는 할룸 후작의 말을 바로 거절할 수 없었다.
애쉬의 시선을 느낀 알베르가 앞으로 나섰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왕자님. 함부로 병권을 위임해서는 안 됩니다. 사건의 진위를 제대로 파악하여야 합니다.”
할룸 후작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애쉬에게 다가가려 하자, 기사들이 막아섰다.
“왕자님! 상황이 급박합니다! 그들의 반란은 저 혼자서는 막을 수 없습니다! 만약 그들이 먼저 움직인다면 그때는 너무 늦습니다!”
“할룸 후작, 그게 진실이라 보장할 수 있소? 이 문서가 위조된 것일 수도-.”
알베르가 할룸 후작에게 따지려고 할 때였다.
“왕자님, 큰일 났습니다!”
기사 하나가 달려와 속보를 외쳤다.
모두의 시선이 그 기사에게로 향했다.
기사는 아연실색한 얼굴로 애쉬에게 외쳤다.
“성에 불이 났습니다! 일부 병사들이 왕자님 타도를 외치고 닥치는 대로 영지를 약탈하고 있습니다!”
“…그런!”
애쉬는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귀족마저 등을 돌린다면 더는 희망이 없었다.
그는 병권 위임서에 인장을 찍고 직접 할룸 후작에게 다가갔다.
“알겠소. 할룸 후작, 그대에게 일부 병권을 위임하겠소.”
전 병권이 아닌, 일부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충분했다.
할룸 후작은 문서를 받아들였다.
“명 받들겠습니다! 전하의 이름 아래….”
할룸 후작은 눈에서 빛이 나며 진득한 미소를 지었다.
“이 반란은 끝날 것입니다.”
***
애쉬 로니아의 이름 아래, 성 앞으로 3,000여 명의 군대가 집결했다.
정확히는 할룸 후작의 손에 들린 문서 때문이었다.
그밖에도 할룸 후작파 귀족들도 각자 사병을 모집한 상태였다.
병사들의 투구 사이로 빗줄기가 흘러내렸다.
그들은 명령을 기다리는 듯 단상 위에 서 있는 할룸 후작을 올려다봤다.
삼천이 넘는 병력을 향해 할룸 후작이 입을 열자, 병사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부터-.”
반란.
그 주도자는 다름 아닌-.
“성으로 진격한다-!”
할룸 후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