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73)
성좌가 된 플레이어-73화(73/250)
제73화
지금, 뭐라고-?
귀족들이 고개를 틀어 단상에 있는 할룸 후작을 쳐다봤다.
병사들 역시 동요했다.
그들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로덴 영지의 소속된 군인.
그런 그들이 성으로 진격하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할룸 후작은 손을 들어 올렸다.
할룸 후작은 자신의 기사들을 백인장으로 임명해 병사들을 지휘하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자신의 사병 역시 병사의 곳곳에 배치하도록 했다.
모반에 있어서,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에, ‘압력’과 ‘선동’ 역할을 배정해둔 것이었다.
그에 신호를 받은 할룸의 기사들이 각자 자신의 부대에 외쳤다.
“모두 귀를 기울여라!”
“할룸 후작 각하의 말씀이시다!”
“대열을 이탈하는 자는 즉결 처분이다!”
기사들의 말에 병사들은 대열을 이탈할 생각조차 못 했다. 무엇보다 옆 동료 몇몇이 미동조차 하지 않고 할룸 후작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병사들은 그들이 할룸 후작의 권속에 있는 병사들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이 지긋지긋한 전쟁이 대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 보는가?”
할룸 후작은 있는 힘껏 병사들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너희 모두가 죽을 때까지? 모두가 반역자로 잡힐 때까지?”
할룸 후작은 양손을 펼쳤다.
“그런 개죽음을 당할 생각인 건가? 너희가 죽으면 너희 가족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부인과 딸은 노예로 팔릴 것이며, 아들은 광산에 팔리거나 노예 검투사가 될 것이다! 그런 최후를 맞이해도 좋겠는가!?”
“……!”
“난 이 전쟁의 마침표를 찍겠다! 이 전쟁을 일으킨 주범! 현 국왕 폐하인 엘론 로니아를 병들게 했으며, 혈육인 에론 왕자님과 충돌을 일으켜 내란을 일으킨 어리석은 존재…! 애쉬 로니아를 토벌할 것이다!”
병사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깨달아도 대열에서는 이탈할 수가 없다.
백인장들이 노려보고, 몇몇 병사들 움직이지 않으니 더더욱 그러했다.
혹 자칫 잘못해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죽는다’는 걸 알기에….
“너희도 잘 알 것이다. 애쉬 왕자가 이단이라는 것을…!”
악마를 소환해 국왕을 미치게 만들고 왕국에 ‘역병’을 불러들였다는 소문.
그걸 이용했다.
“그 소문은 사실이다! 실제로 그가 이끌던 중앙 귀족과 수천에 이르는 병력이 웜 페스트에 의해 전멸당했다! 그런데도 애쉬 왕자는 살아남았다! 이게 무엇을 뜻하겠는가?”
할룸 후작은 병사들을 향해 외쳤다.
“그는 괴물이다! 모든 걸 집어삼키는 괴물! 우리의 창은 ‘왕족’이 아닌 ‘괴물’에 향하는 것이다! 아젤란교의 이름 아래, 이단자를 처단하라! 이 할룸이 하나의 통합된 로니아로 부활시킬 것이다!”
할룸 후작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만약 애쉬 왕자를 생포하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 기사 작위를 내림과 동시에 평생 놀고먹고 살 수 있는 자금을 포상을 내릴 것이다!”
할룸 후작이 목청껏 외쳤다.
“모두 나를 따르라! 왕자를 잡아라! 괴물을 토벌하라-!”
할룸 후작의 외침에 기다렸다는 듯 누군가가 외쳤다.
“할룸 후작님 만세-!”
“괴물을 토벌하라-!”
할룸 후작 측의 기사가 외치고….
“할룸 후작님을 따르겠습니다!”
할룸 후작이 몰래 숨겨놓은 병사 수백 명이 외친다.
그 분위기는 주변에 전염되어 눈치를 보던 다른 병사들 역시 할룸 후작을 지지하는 말을 외쳤다.
“하, 할룸 후작님 마, 만세-!”
“애, 애쉬 로니아에게 심판을…!”
“괴물을 처단하라!”
“가족을 위해 이 전쟁을 끝내자!”
성 앞, 3천 명에 이르는 함성이 로덴 영지에 울렸다.
할룸 후작은 그러한 함성을 들으며 우월감을 맛보았다.
“아아-!”
사실 할룸 후작이 한 말은 ‘거짓말’이었다.
사실 악마를 소환한 건-.
‘바로 나다!’
할룸 후작은 ‘노드의 왕’과의 대면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분’께서 속삭이셨다.
-일왕자, 애쉬 로니아를 잡아라.
처음엔 미친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의 본모습과 기적을 겪기 전까지는.
-네놈에게 기회를 주마.
산양의 머리뼈. 늑대와 뱀의 머리를 가진 갑주.
-네 목숨을 바친다면.
악마가-.
-네가 살아있는 동안 네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지.
눈앞에 나타났다.
그가 붉은 피를 뿌리자, 후작은 자신의 뭉개진 얼굴뿐 아니라, 치료하지 못한 지병마저 낫게 되었다.
그것은 기적이었다.
-네 소망은 무엇이냐? 후작.
그건 악마와의 계약.
악마의 위엄 있는 모습에 할룸 후작은 홀린 듯 말했다.
-왕, 왕이 되게 해주십시오! 이 세상을 지배하고 군림하고 싶습니다…!
-그래, 네 소원을 들어주마.
‘그분께서 나에게 힘을 주셨다!’
몸이 가볍다! 그 붉은 피를 마시니, 온몸에 힘이 솟구쳤다!
“할룸 후작님… 무슨 짓을 벌이시려는 겁니까!?”
귀족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할룸 후작을 쳐다봤다.
무조건 그를 따르던 귀족들도, 이번만큼은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할룸 후작은 그런 이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자, 그대들도 선택하시오. 나를 따를지, 그 빌어먹을 왕자 녀석을 따라 죽을지 말이오.”
“……!”
자, 이제 누가 반란군일까?
할룸 후작은 희열에 섞인 웃음을 터트렸다.
***
“애쉬 왕자를 잡아라!”
할룸 후작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성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막아서는 애쉬 측의 병사들도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애초에 로덴 영지의 병력은 내부를 지키기보다는 외부를 방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배치했기에 애쉬 측에게 불리한 것은 사실이었다.
귀족들 역시 두 개의 파로 나뉘어 할룸의 편으로 돌아서거나, 애쉬 왕자를 지지하다 죽음을 맞이했다.
당연히 로덴 영지는 혼란에 빠졌다.
흩어진 병사들을 한데 모으는 것은 고사하고 아군이 적이 되었다는 것에 공황 상태에 빠진 병사들이 도망치기 바빴다.
‘로덴 영지를 장악하기만 한다면 일만에 가까운 병력이 생긴다. 그리고 애쉬 왕자의 목도 말이지.’
애쉬 왕자를 잡고 항복을 선언한다고 해도 서부 로니아는 할룸 후작의 목숨만 살려줄 뿐, 분명 작위를 박탈시킬 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지금껏 오랫동안 키워온 할룸 후작의 미래는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애쉬 왕자뿐만 아니라, 로덴 영지, 그리고 흡수한 병력을 그대로 제물로 바친다면?
적어도 백작위 정도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나를 향해 배신자라고 손가락질하겠지만, 난 이미 악마와 영혼의 계약을 맺음 몸! 이후 나의 업적들은 역사서에 기록되리라!’
실제로 이 말도 안 되는 반역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자신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용맹함이 생겼고, 일은 순조롭게 풀리고 있다.
이는 분명 악마의 가호 덕분이리라!
“와아아아아아-!”
성의 병력은 빠르게 진압당했다.
반란은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대전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그곳에는 한 명의 노기사와 젊은 기사만 있을 뿐, 애쉬 왕자는 보이지 않았다.
“…….”
할룸 후작은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려다가 알베르를 향해 말했다.
“애쉬는 어디 갔지? 비밀통로로 도망간 건가?”
“왕자님이시다! 이 썩을 배신자 녀석.”
“배신…? 하! 뭘 모르는군! 이 몸은 말이지.”
할룸 후작은 통통한 턱이 울릴 정도로 크게 외쳤다.
“위대한 왕이 될 몸이시다! 그런 내가 배신이라니? 이건 위대한 여정의 첫걸음이다!”
“…미쳤군.”
미쳤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할룸 후작의 모습은 뭔가에 단단히 홀려보였기 때문이다.
“미쳐? 감히 왕에게 미쳤다고 말하다니. 그 죄를 물어….”
할룸 후작은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처형시키겠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병사들이 그 둘을 덮쳤다.
***
거센 폭우 속에서 로덴 영지에 불길이 피어올랐다.
검은 연기에 의해 몸집을 더욱 부풀린 먹구름은 세상을 뒤덮을 뜻 퍼져나갔다.
그 가운데 로덴 영지를 떠나는 행렬이 있었다.
“하하! 화려하게 불타는구먼!”
마치 불꽃놀이를 보듯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감탄했다.
“그러게. 갑자기 아스가르드로 귀환한다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이것 때문이었어?”
“하지만 어떻게 된 거야? 그 돼지가 스스로 반란을 일으키다니.”
“그야 모르지.”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쿠단은 감탄하며 아움에게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대단하군요. 성좌님의 작품입니까?”
“그런 듯해.”
호기심을 느낀 아움은 로키에게 다가가 말했다.
“성좌님, 그를 어떻게 꼬드기신 겁니까?”
로키는 책을 펼쳐보다, 아움에게 시선을 돌렸다.
“할룸 후작말인가?”
“네.”
“그냥 말 한마디면 되더군.”
“……?”
“왕이 될 상이라고.”
농담이겠지?
로키는 할룸 후작을 떠올렸다.
-네 소망은 무엇이냐? 후작.
할룸 후작이 말했었다.
-왕, 왕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전에 로키가 말한 것이 있었다.
-네 목숨을 바친다면.
-네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지.
계약대로라면 할룸 후작이 먼저 죽어야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의미이기에 아무런 효용이 없는 대화에 불과했다.
할룸 후작은 로키의 포션과 단순한 말장난에 놀아난 것이었다.
‘모든 조건은 갖추어졌다.’
로키는 그에게 몇 가지 명령을 내렸다.
애쉬를 잡고, 서부 로니아에 항복하는 것.
로니아 왕국은 통합될 것이며, 이 전쟁을 끝낸 공로자인 할룸 후작은 목숨을 부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는 로키의 꼭두각시로서, 로니아와 신성 교단을 이어줄 다리 역할을 하게 되겠지.
‘재밌는 장난감이었다.’
할룸 후작의 반란으로….
동부 로니아는 멸망을 맞이했다.
***
위이이이이….
그곳은 로덴 영지에서 3일 정도 떨어진 숲속.
퀭한 눈빛의 애쉬 왕자는 나무에 등을 기댔다.
죽은 눈빛 때문일까?
시체인 줄 알고 파리가 날아와 그의 입가에 앉았다가, 그 입속으로 들어갔다.
애쉬는 입에 들어온 이물질을 씹으며 중얼거렸다.
“무, 물….”
폴이 그에게 다가가 자신의 물을 애쉬 왕자의 입가에 흘려보냈다.
“여, 여기 마지막 물이에요.”
“배, 배고파….”
“…먹을 게 없어요.”
‘…식량도, 물도 다 떨어졌어. 그리고 라필타, 알베르 님은….’
폴은 근처에 쓰러져 있는 동료, 라필타와 알베르를 쳐다봤다.
로덴 영지에서 할룸 후작이 반란을 일으킨 지 일주일.
그 둘은 기적적으로 생환해 돌아왔다.
미끼로 남아 싸웠고, 시간을 끌었으며, 가까스로 도망쳐 애쉬 왕자와 합류할 수 있었다.
다만, 그 대가는 참혹했다.
알베르의 가슴에 있는 깊은 상처 때문에 치료하지 않는다면 며칠을 버틸지 알 수 없었고.
라필타는 왼팔이 어깨까지 잘렸으며, 잘린 부위는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의식조차 없다.
‘…어떻게든 이 숲을 나가야-.’
그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폴은 그 소리를 향해 시선을 틀자, 애쉬 왕자가 가방에서 약초를 꺼내 먹는 걸 보았다.
“……!”
아, 안 돼!
폴은 급히 애쉬를 밀쳐냈다.
“안 됩니다! 이건 라필타와 알베르에게 쓸 약초라고요-!”
“배고프다고! 그놈들은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어! 내놔-!”
극심한 허기짐에 애쉬는 폴을 밀쳐내고 약초를 먹기 시작했다.
“아, 안 돼-! 먹지 말아주세요! 제발…! 그게 없으면 알베르 님과 라필타는 오늘을 버티지 못하고 죽어요!”
애쉬는 폴의 말을 무시하고 약초를 모두 씹어 삼켰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애쉬의 동작이 멈췄다.
그의 시선이 숲속으로 향했다.
희미한 불빛이 보인다.
“…사, 사람이다! 먹을 거… 물…!”
애쉬가 불빛을 향해 달려갔다.
그에 폴은 그를 말리지 못했다.
“아, 안 돼-!”
이런 숲속에 불빛?
모험가라면 다행이지만, 이런 깊은 곳이라면 추격자나 혹은 지능을 가진 몬스터일 가능성이 컸다.
함부로 행동해선 안 되건만-!
폴의 외침을 애쉬는 무시했고, 그는 화톳불이 있는 야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엔-.
“…저놈, 누구인지 아는 사람?”
[木]자가 새겨진 갑옷을 입은 성기사들이 있었다.이단자들을 사냥하는 신성 교단의 검은 심판자들.
대장의 질문에 성기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몰라?”
검은 심판자의 대장, 유마는 부하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얼굴을 했다.
그는 품에서 양피지 한 장, 한 장 꺼내 보았다.
그중에는 붉은색으로 (X)자가 새겨진 노인의 초상화.
그곳엔 [알렉스 수도사]란 이름이 적혀 있었다.
다른 양피지에는-.
소녀 다크 엘프의 초상화.
흑백발의 여인의 초상화.
마지막으로….
애쉬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사냥할 이단자들의 수배지였다.
“애쉬 로니아. 로니아의 일왕자다.”
유마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가 사냥할 이단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