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74)
성좌가 된 플레이어-74화(74/250)
제74화
쿵…! 쿵…!
로키가 탄 수레가 거칠게 덜컹거렸다.
“애취-!”
그런 그의 옆에 타고 있던 샐럿은 난생처음 느껴보는 한기에 작게 재채기했다.
“추운가?”
로키의 질문에 샐럿은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모피를 두르고 있었지만, 추위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현재 그들은 로니아 왕국을 벗어나, 끝없는 빙판길을 며칠째 지나고 있었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그리고 나는 이들과 함께해도 될까?
샐럿이 그런 의문이 들 때, 로키가 까마귀 옷을 샐럿에게 덮어주었다.
깃털로 된 망토가 몸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온기 때문인지 불안함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오! 드디어 도착했구만!”
베르세르크의 한마디에 샐럿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녀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절벽?’
아니, 다름 아닌 장벽이다.
얼음, 그리고 알 수 없는 암석과 금속으로 뒤덮여 있는 거대 장벽이 대륙과 이어져 있는 해안가를 둘러싸고 있었다.
깡-! 깡-!
아직도 건설 중인 것인지, 장벽에 매달려 망치질하는 노동자들이 보인다.
‘드워프?’
그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 중에는 인간뿐만 아니라, 드워프도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노, 노예?’
이곳도 이종족을 노예로 하는-.
“이 멍청한 자식들아! 제대로 못 해?!”
아니다. 드워프들이 오히려 인간들을 호통치며 지휘하고 있다.
장벽 위에는 뱀과 늑대의 모양이 그려진 깃발이 휘날렸고, 백색 비늘 갑옷을 입고 복면을 쓴 노드 전사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백은 로니아의 정규군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마, 맙소사!’
샐럿은 로키와 함께 있다 보니 노드족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래서 각 영지를 방문할 때마다 노드족에 대한 평가를 들었건만.
-문명이 없는 부족 단위의 야만인.
-싸움밖에 모르는 무식하고 미개한 족속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장면을 보니 듣던 것과는 영 딴판이었다.
봐라!
저 장엄한 장벽을-!
문명이 없는 존재들이 건설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어떤 제국도 저런 장벽을 건설하기란 쉽지 않을 터였다.
‘아스가르드란 나라가…!’
실존하고 있었다!
샐럿이 입을 떡하니 벌릴 때였다.
“도착했군.”
로키가 샐럿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로키의 품에 있던 샐럿이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
“드디어 집이다.”
집?
낯선 단어.
하지만 그리웠던 단어가 로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샐럿은 그런 장벽 사이로, 거대한 문이 서서히 열리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이곳에 살아도 되는 걸까?’
“푹 쉬도록 해라.”
로키의 말에, 샐럿은 고개를 끄덕였다.
집.
참으로 따뜻한 단어였다.
그들은 집으로 귀환했다.
***
흔들리던 수레는, 얼어붙은 대지에 들어오고 나서 고급스러운 마차로 탈바꿈되었다.
마차에는 로키와 샐럿, 그리고 맞은편엔 헬가가, 그리고 그런 셋을 호위하고자 칸쿤이 옆에 탔다.
샐럿은 푹신한 착좌감에 흠뻑 취해 손가락을 쿡쿡 누르거나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푹신푹신해!’
이런 감각은 다시는 느껴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살며시 옆을 쳐다봤다.
로키가 팔짱을 낀 채 책을 읽고 있다.
[신성 교단의 아젤란 성좌와 타락한 천사들]이라는 제목이었다.“저기…. 창문을 열어봐도 되나요?”
로키는 샐럿에게 시선을 살며시 보내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샐럿은 마차의 창가를 열었다.
그러자 새하얀 건물들과 알록달록한 시장 거리가 펼쳐졌다.
“자-! 사세요!”
“대륙에서 이제 막 들어온 싱싱한 벨라 열매입니다!”
청록빛 머리를 가진 노드족들이 온갖 사치품을 팔고 있다.
고래고래 소리치는 사람들 사이로, 노드족이 아닌 대륙인, 그리고 여관 테라스에서는 맥주를 마시는 드워프들도 보인다.
“…와아!”
하네스 제국과는 색다른 광경.
이종족이 함께 하는 거리라니?
옛 그리운 향수가 느껴져서일까? 샐럿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그때, 길거리를 순찰을 도는 노드족과, 그런 노드족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스켈레톤도 보였다.
‘어, 언데드도 있어?!’
샐럿이 경악한 눈빛으로 스켈레톤을 쳐다보자, 시선을 느낀 것인지 스켈레톤은 샐럿을 쳐다봤다.
겁에 질린 샐럿이 몸을 움찔할 때, 스켈레톤이 손을 들어 흔들었다.
‘게다가 인사도 했어!?’
자아가 없는 망령이 아니었어?!
샐럿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보이는 건 모두 석조 건물. 길거리엔 작은 공영과 체스를 두는 이들도 보인다.
…도대체 누구야? 노드족이 문명이 뒤떨어진 미개한 족속들이라 한 사람이-?
이건 제국의 수도를 방불케 하는 풍경이었다.
샐럿의 반응이 재밌는지, 맞은편 자리에서 구경하던 칸쿤이 입을 가리며 쿡쿡 웃었다.
헬가는 그런 샐럿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샐럿의 시선이 돌아가며, 마차가 향하는 곳을 쳐다봤다. 호숫가로 뒤덮인 위엄 있는 궁전의 모습이 보였다.
“…저, 저기로 가는 건가요?”
샐럿이 손가락으로 발할 궁전을 가리키자,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당분간 네가 지낼 곳이다.”
“…….”
당분간…?
그 말에 샐럿은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자신은 이방인.
이 노드족의 동료도, 그렇다고 이 아스가르드라는 낯선 국가의 국민도 아니었다.
로키로선, 그녀를 지켜주거나 돌봐줄 의무가 없었다.
‘그, 그렇지. 나는…. 이방인이지.’
게다가 하네스 제국의 황녀다.
신성 교단에 쫓기는 몸이니만큼, 만약 로키가 그녀를 보호해주고 있다는 게 알려지게 된다면 신성 교단과의 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사람에게 폐가 될 거야.’
샐럿이 시선을 내리깔며 미세하게 떨자, 로키가 다시 책을 읽으며 말했다.
“…갈 곳이 있었을 때의 이야기다.”
“……??”
샐럿이 로키를 쳐다봤다.
“만약 갈 곳이 없다면 그냥 지내면 된다.”
“그래도…. 되나요?”
“식구 하나 는다고 궁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지.”
“…고마워요.”
마차는 궁전에 도착했다.
덜컹-.
마차 문이 열리며, 그 앞으로 노드 전사들이 도열해 그들을 맞이했다.
‘지, 진짜 왕이었구나!’
샐럿은 아움 리니아가 로키를 향해 노드의 왕이라 칭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보니 성좌님이라고도 불렀던 거 같았어.’
성좌님이라니…. 그럼 신을 말하는 거지?
샐럿은 로키의 본모습을 떠올리곤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압도적인 위엄은 악마가 아니라면, 신일 게 분명했다.
“어서 오십시오. 저의 주인이시여.”
그때, 노드 전사들 사이로 한 명의 드워프가 걸어 나왔다. 로키에게 무릎 꿇고 고개를 숙였다.
깔끔한 정장 차림과 간결한 움직임이, 이 궁전을 관리하는 집사로 보였다.
“유희는 즐거우셨습니까?”
‘여행’이나 ‘모험’이 아닌 ‘유희’.
드워프에게 있어서, 눈앞의 존재에게 걸맞은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래, 좋은 결과도 얻었다.”
로키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 헬가와 함께 이곳에서 조용히 살면 된다.
하지만, 만약 윤시린이 신성 교단에 대한 복수를 원한다면-.
그리고 신성 교단도 그런 그녀를 노린다면-.
‘전쟁이다.’
그 또한 지루함을 달랠 놀이로도 안성맞춤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할 때, 문득, 로키는 편지 하나를 떠올렸다.
알렉스 수도사의 편지였다.
로키는 인벤토리에서 편지를 꺼내 들었고, 그걸 드워프에게 보여줬다.
“르란.”
샐럿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네, 주인이시여.”
“이걸 복원할 수 있겠나?”
드워프 르란은 로키가 내민 편지를 쳐다봤다.
피로 얼룩져 그 안의 내용은 살피기 어려울 터였다.
“열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르란이 편지를 열자, 핏빛으로 번진 편지지가 보였다.
“…내용 복원을 위해서라면 연금술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가능하다는 거군.”
“네. 다만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얼마나?”
“삼 주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마 안 걸리군. 복원해라.”
“알겠습니다.”
르란이 고개를 숙여 로키의 말에 응했다.
“그리고 일행들의 안내를 부탁하지.”
로키가 발할 궁전으로 향했고, 르란은 그런 로키를 향해 끝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고개를 들어 일행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 발할 궁전의 집사를 맡은 르란이라고 합니다. 부디, 편히 대해-.”
시선이 다크 엘프로 닿은 순간, 르란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
고개를 돌려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다크 엘프 소녀.
마치 자신을 피하는 모습에 르란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화, 황ㄴ-”
“안 돼.”
샐럿의 한마디에 르란은 입을 다물었다. 샐럿은 얼굴을 가렸던 손을 살며시 벌렸다.
손가락 사이로 르란을 쳐다보며 그녀가 확고히 말했다.
“말하면 안 돼.”
르란은 망설이듯 입을 여닫고를 반복했다. 이윽고, 말을 이어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가씨.”
르란은 가슴에 손을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지낼 방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는 사이였나?’
로키는 궁전 창가에서 모르는 사이인 척 연기하는 샐럿과 르란을 쳐다봤다.
사정이 있는 거겠지.
궁금하긴 했지만, 로키는 그들에게 묻지 않기로 했다.
언젠간 샐럿이나 혹은 르란이 말해줄 것이다.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가 될 건 없다.
그들은 이미 동료였으니까.
‘동료인가?’
로키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이곳이 정말로 자신의 고향이자 집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 땅에 자리매김함으로써, 그가 느끼는 공허함이 점차 사라져가는 느낌이었다.
“로키 님.”
로키는 뒤를 돌아봤다.
복도 모퉁이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금발과 파란 눈을 가진 중년인 사내.
유일하게 발할 궁전에 남아 업무를 봤던 한스였다.
그 뒤로는 지쳐 있는 노드 전사들이 보였다.
“오! 한스. 오랜만이로군. 훈련을 갔다 온 건가?”
“네? 아! 산악 훈련 지휘를 좀….”
로키는 한스의 위아래를 훑어봤다.
무관이라기보단 문관에 가깝다. 실제로 행정직도 많이 수행했지만, 사실 그가 더 많이 맡았던 업무는 아스가르드의 병사들을 훈련 시키는 일이었다.
“자네는 행정보단 병사 훈련시키는 게 더 맞는 모양이더군. 대륙 로니아 귀족 출신이라 하지 않았나?”
“네, 뭐…. 여러 가지 일로 좌천당했었지요.”
“귀족이었던 녀석이 병사 훈련도 하나?”
“일단 군에 있었습니다.”
“…검술은 못 다루던 거 같던데?”
“하하! 검술은 젬병이었지요. 그래도 나름의 지휘 경험은 있었던지라….”
로키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즐겁게 다녀오셨는지요?”
“그래, 재밌었다.”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이제 슬슬-.”
한스는 눈웃음을 지었고.
로키의 얼굴이 굳어졌다.
복도 모퉁이 뒤로, 서류가 담긴 수레가 옮겨지고 있었다.
“업무에 복귀하셔야지요.”
“……!”
아스가르드에 평화로운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
짙은 숲속.
그곳은 절망만이 가득했다.
“으아아악-!”
애쉬는 눈이 돌아갈 거 같았다.
무릎 꿇린 채, 횃불이 그의 등을 지지고 있었다.
반항하고자 몸을 움직였지만, 팔다리가 구속되어 움직이지 못했다.
고문.
그는 며칠째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이는 애쉬뿐만이 아니었다.
“으윽-!”
폴 역시 마찬가지.
그의 등 또한 횃불로 지져지고 있었다.
살이 익어가는 고통에 두 사람이 비명을 지를 때, 횃불을 든 성기사가 동료를 향해 말했다.
“어이, 성수.”
그리고 그들의 등에 성수를 뿌려, 열을 식히고 몸을 치료했다.
죽지 않을 만큼 치료받고 이어지는 고문.
“그럼 치료까지 2시간 정도 걸릴테니, 그때 다시 시작해 볼까?”
“그, 그만…. 그만해다오. 난 왕족이다! 왕자야! 왕족을 이런 식으로 고문하는 건 대륙법에 위배되는-!”
“지금 나에게 대드는 거냐?”
성기사가 애쉬를 내려다보자, 애쉬는 덜컥 겁에 질려 그의 다리를 움켜잡았다.
“그, 그만해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갑자기 존댓말을 쓰네? 하하! 이놈, 웃긴 놈 아닙니까? 정말로 왕족 맞습니까?”
고문을 얼마나 했다고 벌써부터 기며 애원하는 수준이라니?
이런 놈이 동부 로니아의 수장?
용케 서부 로니아에 먹히지 않고 수년간 버텨냈다.
하긴, 왕위 서열 1위였으니.
“무, 무엇이든 할 테니…!”
“근성도 없어, 품위도 없어. 너에게 있는 건 뭐냐?”
“그, 그게….”
성기사가 횃불로 애쉬를 위협하려 하자, 폴이 성기사의 다리를 붙잡았다.
“그…만해.”
“…오! 이놈은 좀 쓸만하네. 근성이 있어. 충성심도 있고.”
성기사는 폴을 보며 감탄했다.
왕족인 애쉬는 그래도 왕자이기에 고문 수준이 낮았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덕분에 성기사들은 폴을 마음에 들어 했다.
고문에도 굴하지 않는 근성. 그리고 어떻게든 왕자를 보호하려는 충성심.
그에 비해 이 일왕자는-.
“…….”
입을 꾹 다물며 눈치를 살피고 있다.
자신이 당할 고문을, 저 마법사에게 향하기를 바라는 게 뻔히 보였다.
‘쓰레기 같은 놈.’
“자, 그럼 더 놀아볼까?”
“아, 아직 치료되지 않았습니다! 너,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있다가-!”
애쉬가 울먹이며 애원했다.
“안 돼. 네 태도가 영 마음에 안들어.”
“그, 그런-!”
“아니면 우리에게 관심을 끌만 한 이야기를 해봐. 혹시 알아? 네 심문이 늦어질지.”
그런 게 지금 떠올릴 리가 있나?
애쉬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렸다.
성기사들이 관심이 있을 법한 이야기를 떠올리려고 발악했다.
하지만 생각나는 게 없다.
“허, 왕자란 놈이 처세술도 없냐?”
성기사가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횃불을 다시 움직이려고 하자.
애쉬는 그들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들이 앉아 있던 야영지. 그리고 화톳불.
그들의 손에 들려 있던 이단자의 수배지.
그곳에 기록된 ‘다크 엘프’.
“……!”
애쉬가 소리쳤다.
“다크 엘프!”
성기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 당신들이 찾던 다크 엘프!!”
그래, 저들이 가지고 있던 수배지에 낯익은 초상화가 있었다.
그건 애쉬가 관심을 가졌던 다크 엘프 소녀였다.
“그, 그 여자의 행방을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