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75)
성좌가 된 플레이어-75화(75/250)
제75화
“그, 그 여자의 행방을 알고 있습니다!”
애쉬의 말에 성기사의 움직임이 멈췄다.
애쉬는 안도했다.
그는 생존을 위해 자신을 구해준 은인이자 연정을 품었던 이를 팔아 넘겼다.
“오, 그건 좀 흥미로운데…? 우리가 50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찾던 놈을 알고 있다고? 헛소리라면 가만 안 둘 테다.”
“그, 그럼 고문은 이제 그만-.”
“근데 그건 지금부터 고문을 해 알아내면 돼.”
“……!”
“정말로 멍청한 왕자로군.”
성기사가 키득키득 웃으며 애쉬에게 다가가 횃불을 들었다.
“이번엔 그 얼굴을 지져볼까?”
뜨거운 열기에 애쉬의 얼굴이 절망으로 일그러졌다.
“로, 로니아! 나의 조국, 로니아 왕국을 드리겠습니다!”
애쉬는 머리를 감싸며 외쳤다.
“당신들에게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그 무엇이든 따를 테니…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애쉬는 흐느끼며 애원했다.
성기사는 그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누구든 그렇게 말하지. 모든 걸 줄 테니, 고통스럽게 만들지 말아 달라고.”
성기사는 갑자기 들려온 음성에 웃음을 멈췄다.
야영지의 화톳불을 나뭇가지로 들쑤시는 검은 심판자의 단장, 유마가 무미건조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런 놈들은 대개로 믿을 게 못 돼. 왜 그런 줄 아나?”
유마는 애쉬를 쳐다봤다.
“가진 게 없거든. 우리에게 잡힌 놈들은 모두 걸 잃은 이후다. 그런데 로니아를 주겠다니?”
애쉬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마, 말 그대로입니다! 저, 저를 왕좌에 올려만 주십시오! 그럼 로니아의 모든 걸 드리겠습니다!”
유마는 인상을 찌푸렸다.
참으로 참신한 개소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자신의 부하를 쳐다봤다.
“어이, 너무 망가졌잖아. 저따위 미친 소리를 하게 만들다니.”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러는 편이 더욱 이단자로서 좋아 보이지 않습니까?”
미친놈처럼 굴어야, 악마 숭배자처럼 보인다.
그들이 사교도들을 미치도록 고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농담이 아닙니다!”
애쉬는 다급했다.
“로니아에는 아직도 저를 따르는 귀족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세력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신성 교단이 동부를 도와준다면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 이 전쟁이 끝나면, 로니아 왕국을 고스란히 신성 교단에 바치겠습니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소리다.
그 때문일까?
성기사들이 애쉬를 비웃었다.
“흥미가 당기는 이야기로군.”
하지만 그를 비웃지 않는 자도 있었다.
“자신의 나라를 팔아먹는 왕자라.”
유마의 말에 성기사들의 웃음이 멎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이미 우리 교를 따르고 있다. 우리가 서부 로니아를 지원해줬으니까. 안 그런가, 왕자? 그런데 왜 굳이 이제 와서 너를 왜 도와야 하지?”
애쉬는 머리를 굴렸다. 적절한 이유를 대지 못하면 자신은 다시 고문당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봅니까!?”
“…….”
“로니아에는 팜 헤일로 후작이 있습니다!”
애쉬를 함정에 빠뜨리고, 이왕자를 왕위 서열 1위로 등극시킨 존재.
“그는 신성 교단을 이용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번 전쟁을 끝냄으로써, 그들은 신성 교단과의 종속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할 것입니다!”
“그래봤자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아.”
“네, 위협은 되지 않겠지요! 신성 교단은 강할 테니! 하지만 틈만 나면 당신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발악할 것은 분명합니다.”
“…….”
저 멍청한 왕자가 고문당하더니 머리 회전이 빨라진 건가?
확실히, 이번 전쟁을 통해 눈치채긴 했다.
서부 로니아는 자신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저는 당신들이 하라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그저 왕좌에만 앉아있겠습니다. 백성을 노예로 바치라면 바치겠습니다. 영토를 달라고 하면 드리겠습니다! 모든 결정은 당신들, 신성 교단이 결정해주십시오!”
애쉬는 머리를 바닥에 내려찍었다.
쿵-!
이마가 깨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의 시선이 애쉬에게 쏠렸고, 그 틈에, 폴은 남몰래 손을 움직였다.
땅에 떨어져 있는 뾰족한 나뭇가지를 잡아 품에 숨겼다.
“…이 미친 이단 새끼가 어디서 개소리를-.”
성기사 하나가 애쉬에게 다가가려 할 때, 유마가 말했다.
“우린 이단의 말을 믿지 않아.”
“……?”
“다만, 우리를 섬기는 신도라면 말이 다르지.”
유마의 말에 성기사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린 충성이 아닌 숭배를 원한다.”
“진심이십니까?”
“한 달.”
유마는 부하의 말을 무시했다.
“그동안 네가 아젤란 성좌님과 우리 교단에게 하는 행동을 지켜보겠다.”
유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애쉬에게 다가갔고,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놈이 말하는 기도에, 성좌님이 응답하면 우린 너의 소원을 이루어줄 것이다.”
***
아스가르드의 알현실.
로키는 묵묵히 보고를 듣고 있었다.
“라플라 원로가 보낸 탄원서입니다. 식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그점에 대한 논의를-.”
“겔토 원로가 자신의 영지에서 아이들의 성인식을 연다고 합니다. 하지만 술에 담글 포도와 고기가 부족하여-.”
하나 같이 조잘조잘 시끄럽게 떠들었다.
청각이 발달한 로키로선, 머리가 어지러웠을 따름이었다.
‘머리를 좀 식히고 싶군.’
로키는 스리슬쩍 알현실 입구를 쳐다봤다.
도망칠까?
그런 생각도 잠시, 그 옆에는 바짝 붙어 일을 돕고 있는 아움과 한스, 샤먼이 보였다.
‘…이들도 고생하는 데 저번처럼 튈 수야 없지.’
로키가 깊은 한숨을 내쉴 때였다.
“로키 님.”
샤먼이 그를 불렀다.
“동쪽 섬에서 전령이 왔습니다.”
“……?”
동쪽 섬?
“아스토리아란 섬으로, 50년 전 발견된 신대륙입니다.”
“신대륙도 있었나?”
“네, 사실상 대륙이라고 부르기엔 그저 넓은 섬이지만요.”
그곳에 수십 년 전 한 노드 부족이 갔고, 나라를 세웠다 한다.
“…노드의 국가? 오! 우리 말고도 그런 세력이 있는 건가?”
“나라라고 하기에도 무색한 세력입니다. 아스토리아에는 수십 개의 세력이 자칭 국가라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죠.”
그리고 전령을 보낸 나라는 노드족 30여 명. 그리고 1만에 이르는 토착민을 거느리고 있다고 한다.
“왕국의 이름은 노드리안. 석 달 전에 이웃 국가에 침략을 당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저희에게 원군 요청을-.”
자신들의 고향인 북방, 얼어붙은 대지에서 노드족으로 이루어진 왕국이 건국되었으니, 이 기회에 도움을 청하고자 했던 것이리라.
“우리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나?”
대륙에서도 소문만 무성하거늘. 이렇게 먼 거리에서 서신을 보내다니?
“반신반의로 보낸 것이겠지요.”
“얻을 이익은?”
“해상로만 확보된다면 무역 협정을 통해 모피와 고기, 말과 각종 과일 등, 다양한 사치품들을 끌어올 수 있을 듯합니다.”
“듯하다는 건 확신하지 못하다는 거로군.”
“네, 애초에 그쪽엔 무역할 선박이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섬 주변 바닷길이 워낙 까다로워 공급량은 매우 낮겠지요. 거리도 거리고요….”
변방의 작은 영지와 다름없는 소왕국에 물품을 공급받는다고 해도 얼마나 받겠는가?
‘하지만 이 아스가르드엔 매번 식량 문제가 거론되고, 말 또한 부족하다.’
3년간 타국의 방해 없는 발전을 위해, 대륙과의 접촉도 최소한으로 했다.
결국 무역을 통한 것이라 해봤자, 인근 마을이나 영지에 제한적으로 교류한 것이 전부였다.
결국 차선책으로 마수를 사냥하거나 길들여 가축화를 하고, 낚시를 통해 식량을 해결하고 있었다.
‘온실을 제작하긴 했지만, 아직 실험 단계이니….’
꿈과 이상이 다른 것처럼, 온실 하우스를 만든다고 작물이 쉽게 재배되진 않았다.
무엇보다 전기가 없는 세상이다.
마법으로 대처해야 했는데, 노드족에겐 마법사가 없을뿐더러, 설령 로키가 스킬북을 준다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노드리안 왕국이라….’
“그래, 그래서 그곳에서 온 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한 명 빼고 모두 죽었습니다.”
“죽어?”
“몬스터에게 당한 모양입니다. 그 섬 주변의 해양 몬스터들은 흉포하기가 남다른지라….”
샤먼은 얼마 전 얼어붙은 대지의 해안가에 밀려 들어왔던 배 한 척을 떠올렸다.
나무로 된 군함이었다.
그 안에는 노드족 일곱이 타고 있었는데, 여섯은 죽어 부패하고 있었고.
한 명은 죽을힘을 다한 듯 얼어붙은 대지에 발을 디딘 상태로 기절해 있었다.
그의 손에는 파병 요청 문서가 쥐어져 있었는데, 노드리안의 절박함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었다.
“지금은 저희 쪽에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까지 기절한 상태였던지라, 미처 로키 님께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그렇군.”
배에는 원군 지원에 대한 대가로 보이는 사치품들이 배에 가득했는데, 주로 죽은 말과 모피, 이국적인 과일들이었다.
현재 아스가르드에 가장 필요한 물품들이기도 했다.
“우리가 사용할 배는 있나?”
“관심이 있으십니까?”
“그냥저냥.”
“명색이 국가라 만들어 둔 군함 몇 척은 있습니다.”
배는 있으니, 항해사가 필요했다.
“항해 경험이 있는 자는?”
“그런 인재를 찾기 어려워서, 현재 르란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로키는 고민했다.
“어떻게 할까….”
“…원군 요청입니까?”
때마침, 아움 리니아가 흥미를 보였다.
“요청에 응하실 건지요?”
“이제 대륙 간의 교류도 필요할 테니 준비는 해야겠지.”
노드리안에서 말을 제공 받으며 해양 교역을 통한 경험을 쌓을 좋은 기회였다.
“그럼…, 로키 님이 가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내가?”
의외였다. 아움이라면 이 업무를 마칠 때까지는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질 것 같았거늘.
“아스토리아 섬이 교역하기 적절한 곳인지 로키 님이 직접 확인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아움은 로키의 권능을 떠올렸다.
그가 한 번 배우면 ‘스킬’이라는 가호를 가지게 되고, 그런 그가 직접 써내는 책은 기적을 받아 ‘스킬북’으로 탄생한다.
이는 특정 직업군을 단기간에 육성시킬 수 있음을 뜻했다.
물론, 기술은 알아도, 그걸 어떻게 사용하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지금 당장 항해가 가능한 항해사도 필요합니다.”
그러니, 로키가 ‘스킬북’을 사용하는 순간.
“그렇군.”
인재 양성에 필요한 긴 시간을 압도적으로 압축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바다라… 그러고 보니 이 세계의 바다를 구경해보질 못했다.
“제가 가도 되지만, 그럼 스킬북 제작이 되지 않으니, 로키 님께서 가주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마침 그곳 생산되는 육류가 상당히 맛나다고 하니, 식량 공급에 있어서도 충분한지 체크를….”
로키는 입맛을 다셨다.
섬나라 음식이라…?
상당히 구미가 당겼다.
나름 이세계 음식이 궁금한 로키였다.
***
결국, 아스토리아로 파병이 결정되었다.
아스가르드의 군함이 첫 출항을 시작한 지 일주일-.
“젠장, 그, 그놈이야-!”
아스가르드에 지원을 요청했던 사내.
노드리안 왕국의 왕자, 토르센이 공포에 떨며 외쳤다.
“우리 배를 침몰시킨 놈이!”
바다의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물살이 일어나며, 물기둥이 솟구쳐 오른다.
거대한 군함이 요동칠 정도였다.
갑판 위에 있던 로키는 고개를 들어 바닷속에서 나온 바다 괴수를 올려다봤다.
수백 개의 끈적한 촉수와 두 개의 커다란 눈알. 수천 개의 이빨을 가진 괴물.
바다의 지배자라 불리는 존재.
크라켄.
그 괴수가 로키의 앞을 막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