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78)
성좌가 된 플레이어-78화(78/250)
제78화
화르르륵-!
광장에서 거대한 모닥불이 피어올랐다.
쿵쿵짝-!
박수와 함께 박자를 맞춰 발을 굴린다.
사람들이 웃음기가 담긴 얼굴로 서로의 파트너를 바라보며 팔짱을 끼고 빙글빙글 돈다.
그 춤을 구경하던 이들도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친다.
단상에 있는 호른 소리에 맞춰 류트를 쥔 음유시인이 연주한다.
“좋군!”
여관의 야외 벤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로키는 똑같이 손뼉을 치고 발을 굴렸다.
광장에 모인 이들이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에 로키 또한 몸이 들썩거렸다.
그래, 이게 바로 자신이 바라던 낭만이다!
‘로니아에선 너무 암울하고 초라한 모습만 봐왔거늘.’
이런 게 판타지 아니겠는가?
“마음에 들어? 훈!”
옆에서 로키의 모습에 기분이 좋았는지 맥주잔을 들이키곤 ‘캬’하는 소리를 내뱉은 수인이 있다.
입가에 맥주 거품을 묻힌 채 짐승의 귀를 움찔움찔하는 게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묘족, 카렌은 자신의 왕국 축제가 타국의 인간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에 크게 기뻐하고 있었다.
카렌은 손님이라 할 수 있는 로키를 뻔히 쳐다봤다.
‘이 사람, 노드족은 아닌 거지?’
노드리안의 왕,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노드족에 대한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다.
고귀한 전사 일족이라고.
다만 서쪽 대륙에서는 그 소문이 좋지 못해 약탈자 무리라고 불리는 모양이었다.
노드족 중에선 마법사는 샤먼뿐이란 말을 들었기에, 그가 노드족에게 사로잡힌 노예 마법사, 그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다 위를 건너왔었어!’
그것도 걸어서 말이다.
바다 풍경을 보며, 등대의 불빛을 밝히는 일을 하던 카렌은 우연히 바다를 걸어온 로키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가 축제를 즐기는 걸 보자 경계심을 낮추었다.
자신이 말을 걸자, 그는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길 안내까지 부탁할 정도였다.
“그래, 북방은 거칠고 통쾌한 느낌이라면 여긴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다.”
“헤헤.”
자신의 왕국 문화를 칭찬하자, 다시 한번 카렌의 입이 풀어졌다.
순진한 그녀의 모습을 발견한 여관에 있던 사람들이 그녀를 맞이했다.
“오! 카렌 님 아닙니까!?”
“축제를 즐기시려는 겁니까?”
“응, 맞아! 축제를 즐길 거야! 너희도 즐겨!”
순순한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은 흐뭇해하며 손을 저었다.
그리고 그냥 지나쳐갔다.
로키를 발견하고도, 보지 못한 듯이 말이다.
그것을 깨달은 카렌이 묘한 표정으로 로키를 쳐다봤다.
“저 사람들, 훈을 보지 못하네?”
“저게 정상이다. 기척을 죽였으니까.”
“마법?”
“비슷하지.”
하지만 왤까? 이 묘족 여인은 자신을 눈치채고 뒤를 따라왔다.
어떻게 자신을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는 너는 어떻게 나를 보는 거지?”
“봐?”
카렌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몸을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나는 냄새를 맡아!”
“냄새?”
“응. 당신한테서 따뜻하고 포근한 냄새가 나.”
“그런 냄새가 나나?”
“응, 불 냄새야. 아주 깊게 베여 있었거든.”
“…그렇군.”
불에도 냄새가 있나?
도대체 어떤 냄새이기에 맡고 쫓아 올 정도인 거지?
“그런데 훈은 왜 몰래 들어온 거야? 이곳 정찰?”
“그래, 맞다.”
“그렇게 솔직하게 말해도 되는 거야?”
“그러는 너는 내가 몰래 들어왔을 때, 왜 경비병에게 알리지 않은 거지?”
“아빠가 말했어. 이제 곧 올 손님인 노드족들에게 무례를 범하면 안 된다고. 특히 나는 실수를 하면 감당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어.”
카렌은 풀이 죽은 듯 귀가 축 늘어졌다.
“…나는 바보 같은 행동을 많이 한다고.”
“그런가? 글쎄, 나는 네가 길 안내해준 것에 매우 만족한다.”
“진짜?”
“그래.”
“헤헤…!”
과연, 보통 귀족들이라면 그녀를 무례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반말에 거리감 없이 친근하게 대해오니 말이다.
무방비하다고 해야 할까?
무엇보다 지원군이라고 해도, 타국의 병사가 허락 없이 몰래 잠입하면 경계하기 마련이건만, 카렌은 오랜 친구 사이처럼 경계심이 없었다.
그 점에 대해 로키가 말하자, 카렌은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우리 축제를 즐겨줬잖아? 나쁜 사람이면 그렇게 즐거운 미소를 띨 리 없어!”
그 말에 로키는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고?
‘하긴, 요즘 나쁜 기분도 아니지.’
목표를 이루었던 만큼, 초조함이 사라졌다.
그 때문에 이토록 가벼운 마음으로 축제를 즐기는 거겠지.
“그래도 넌 너무 무방비하군.”
“괜찮아! 나 강해!”
“…그래 보이긴 해.”
‘실력 면에서 웬만한 위협은 스스로 극복할 정도인가.’
냄새로 알아챘다고 해도, 자신을 따라붙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영지의 사람들도 그녀를 거리낌 없이 대하는 것 또한, 그녀가 얼마나 이곳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겠지.’
아! 영지가 아닌 왕국이구나?
로키는 입맛을 다셨다.
“저기, 저기, 춤 안 출래?”
“춤?”
“응! 응!”
로키는 단상 위에서 연주하는 이들과 그 주변에서 춤을 추는 이들을 쳐다봤다.
“아니, 나는-.”
“같이 추자!”
카렌이 로키의 손을 잡고 광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고 발을 구리며, 서로 마주 보며 춤을 춘다.
로키는 어색함을 느끼면서도 입가엔 미소가 자리 잡았다.
***
노르디안 왕국의 산턱.
숲속에 있던 이들이 노르디안 왕국을 내려다봤다.
“미친놈들이네.”
모피와 검은 화장을 한 이들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포르만 왕국 병사들이었다.
“감히, 우리가 두 눈 똑바로 지켜보고 있는데 축제를 벌여?”
병사들이 멈칫 놀라며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쳐다봤다.
이윽고 고개를 숙여 뒤로 물러섰다.
“노드족이 미친 일족이란 소리는 들긴 했다만,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건가?”
2m가 넘는 덩치에 등에는 할버드를 착용한 전사.
포르만 왕국의 국왕, 포토르였다.
“아니면 마지막을 기리는 축제인 건가?”
“듣자 하니, 고향으로 보낸 파병 요청에 상당한 진척을 보인 모양입니다. 또한 불안을 잊고자 하는 것도 있는 거겠죠. 대륙에선 민심을 달래는 방법으로 쓰인다는 말을 듣긴 했습니다.”
그때, 흑의를 입은 마법사가 포토르 옆으로 걸어 나왔다.
포토르는 그 마법사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천재적인 재능으로 대륙에서 흑마법을 배운 자신의 아들 체이서였다.
“오! 아들아!”
“길게 끌 전쟁이 아닙니다. 아버지. 이 아스토리아 섬의 패권을 거머쥐셔야 할 분이, 저따위 작은 왕국 때문에 시간을 끌어서야 되겠습니까?”
축제를 바라보던 포토르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래야지. 저 환한 웃음이 비명이 되고, 화려한 불꽃으로 화형을 시키고, 장식대에는 시체를 올려둔다면… 그때는 제대로 말을 알아듣겠지.”
피의 축제가 된다면 노드리안 왕도 굴복하리라.
“출전을 준비한다, 세작을 풀고 놈들이 끌고 왔다던 노드족들을 없애라.”
군대로 노드리안 왕국을 짓밟고, 파병 온 노드족 역시 죽여 놈들에게 절망을 안겨줄 것이다.
그것으로도 모자르다?
그렇담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노드리안 왕의 자식들을 잡아 오도록. 자식을 끔찍이 생각하는 아버지인 만큼, 협박하는 데 있어 그보다 유용한 것도 없겠지.”
그래, 포토르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도 자식이 있으니까!
“그럼, 아버지. 그 임무,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너에게?”
“네, 저의 흑마법이, 아버지의 위대함을 증명할 것입니다.”
“하하! 그래, 나의 아들아! 너를 믿겠노라!”
효를 중요시하는 아들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던 포토르는 미소를 지었다.
***
“후… 지친다.”
어색하게나마 카렌과 어울리다 보니 로키는 심신이 지쳤다.
자신에게 이토록 거리감 없이 접근하는 이는 매우 드물다.
칸쿤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친근하게 굴지 않았다.
로키가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할 때, 카렌이 흥얼거리며 근처에 있는 수레를 끄는 말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말이 그런 카렌을 보며 다가와 머리를 비비기 시작했다.
“동물이 너를 잘 따르는군.”
“응, 맞아. 이 왕국에서 내 손을 타지 않은 애들이 없어!”
수인이라 그런가? 동물을 잘 다루는 모양이다.
동물을 잘 다룬다는 건 곧 그들의 특징과 습성을 잘 알고 있어, 성장과 품질, 번식에도 이바지할 터였다.
“어?”
그때 카렌이 고개를 들었다.
코를 킁킁거리더니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일이지?”
“으응? 아니야. 아무것도.”
헤실헤실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그녀는 뭔가 떠올렸는지 손가락으로 언덕 위, 나무와 돌로 된 성채를 가리켰다.
“어쨌든 훈. 손님이니까, 아버지가 있는 왕궁으로 가!”
“아버지가 누군데?”
“이 나라 왕!”
귀족가의 아가씨인 줄 알았더니, 왕의 핏줄이었나?
“어때? 놀랬지?”
배시시 웃으며 총총걸음으로 시장의 골목길로 향했다.
“어디 가는 거지?”
“놀러! 아버지가 왕궁에 있지 말고 밖에서 시간 때우라고 하셨어!”
‘손님들에게 무례를 저지를지 모른다고!’ 중얼거리며 그녀는 골목길로 들어갔다.
로키는 그 모습을 보다, 거리의 인파들을 바라봤다.
카렌을 쳐다보던 이들이, 그녀를 따라갔다.
로키는 카렌이 사라진 길목과 언덕 위 왕궁을 번갈아 보았다.
“음, 뭐, 이왕 나온 거.”
자리에서 일어나 카렌이 사라진 길목으로 향했다.
“좀 더 놀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
카렌은 코를 킁킁거렸다.
‘이건….’
피 냄새.
그것도 아주 짙은 냄새다.
이 축제에서 피 냄새라니?
그런 생각에 카렌은 골목길 어둠 속으로 들어 갔다.
그리고 모퉁이를 돌자, 막다른 골목에 모여 있는 사내들이 보였다.
짐승의 탈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같아 보인다.
“오, 카렌 님 아니십니까?”
“공주님, 축제는 즐기셨습니까? 괜찮다면 저희하고 춤이라도….”
사내들이 카렌을 보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너희, 누구?”
하지만 카렌은 그들에게 좀전의 친근함을 보이지 않았다.
눈매가 매서워지며, 살의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볼 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녹색으로 발광하는 눈을 보고도, 사내들은 카렌을 보며 물러서지 않았다.
“네? 하하… 그게 무슨….”
“너희, 노드리안 사람이 아니잖아.”
“…….”
“난 이 왕국 사람들 냄새를 다 알아. 하지만 너흰 달라. 고약한 냄새가 나.”
짙은 화장 냄새, 그리고 피 냄새, 사람을 태운 냄새로 가득했다.
자신들의 나라를 침범했던, 포르만 왕국 병사들에게서 났던 악취다.
“…너희 세작 노릇 제대로 안 하냐? 침입하자마자 들키는 건 뭐냐?”
그때, 어둠 속에서 지팡이를 들고, 로브를 뒤집어쓴 사내가 걸어 나왔다.
흑마법사, 포토르의 아들, 체이서였다.
“게다가 공주님, 이야기 듣던 것과 달리 사람을 경계하는 게 심하네? 멍청한 개마냥 졸졸 따라올 줄 알았더니.”
“나 개 아니야. 고양이야.”
“아, 난 고양이가 좋더라. 특히 다 큰 고양이. 그 도도함을 짓뭉개는 게 얼마나 재밌을지….”
체이서는 한걸음, 한걸음 걸어 나왔다.
“하지만 아무리 수인이라도 멍청한 거 아니야? 혼자서 오다니.”
“모두 축제를 즐기고 있어. 너희가 있으면 모두가 불안해해. 그리고 너희를 잡으면 아빠가 좋아할 거야.”
“오, 마음씨가 좋구만! 하지만 수인답게 습성도 짐승이로군. 사냥감을 바치다니. 하지만 말이야. 네가 우리를 모두 상대할 수 있을까?”
카렌의 뒤로, 사내들이 포진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포위된 것이다.
“나, 강해. 너희 모두 잡을 수 있어. 그리고….”
카렌은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혼자였지만. 지금은 아니야.”
“뭐?”
“카렌.”
체이서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바로 자신의 뒤, 어둠 속에서 무언가 걸어 나왔다.
체이서는 고개를 삐걱거리며 뒤를 돌아봤다.
까마귀 탈의 사내가 우뚝 서서 체이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