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79)
성좌가 된 플레이어-79화(79/250)
제79화
뭐냐, 이놈은…!
체이서는 마른침을 삼켰다.
아무것도 없던 막다른 골목이었다.
사람이 나올 수 없는 공간에 녀석이 난데없이 나타났다.
까마귀 탈을 쓴 큰 키의 장신의 사내, 사내는 우뚝 선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바로 코앞에 있건만…!’
인식할 수가 없다.
마치 인식 자체를 방해하듯, 시선이 저절로 옆으로 굴러가거나, 혹은 눈앞에 있는 존재를 ‘사물’로 인식하고 있었다.
마치 인식 저하 마법 같았다.
‘하, 하지만 이 정도의 인식 저하 마법라니?!’
체이서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는 자신의 격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 노드리안 왕국에 이런 마법사가 있다니, 이건 예상 밖의 일이었다.
“노, 놈을 잡아-!”
마법사라면 틈을 줘선 안 된다.
그런 생각에 내뱉은 무심코 한 말이었고, 그에 따라 체이서의 부하들이 로키에게 뛰어올랐다.
산악 지대를 뛰어다니며 실력을 키운 전사들이다.
그들의 날렵한 몸놀림은 마법사가 지팡이를 휘두르기 전, 그리고 입을 열기 전, 그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발길 터였다.
하지만 상대방은 달랐다.
마법 지팡이를 쥐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입을 열어 마법 주문을 외우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공간 속에서 커다란 검을 뽑아냈고, 휘둘렀다.
서걱-!
한 번의 휘두름, 하지만 그 휘두름 한 번에 부하들은 두부처럼 조각조각 나뉘어 그 몸뚱이가 바닥으로 풀썩 떨어졌다.
“…….”
체이서는 이 따뜻한 아스토리아 섬에서, 처음으로 서늘한 한기를 느꼈다.
온몸의 체온이 급격히 낮아지는 느낌이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로키가 장검을 이리저리 훑어보곤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르란이 만든 무기는 상당히 좋아.”
“와! 훈, 강해! 나보다 훨씬 강하지?”
“아마도 그렇겠지.”
카렌의 말에 긍정을 표한 로키였다.
“하지만 이놈들, 산 채로 잡아야 해. 그리고 아빠한테 데려갈 거야.”
카렌의 특이한 말투에 로키는 그녀가 정말로 고양잇과가 맞다고 생각했다.
고양이가 주인에게 사냥감을 물고 오는 습성을 떠올린 것이다.
아마도, 아버지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겠지.
물론, 당연히 주인이든, 그녀를 아끼며 키운 아버지든 기겁을 하겠지만 말이다.
“그렇군. 도와줄까?”
“괜찮아! 아까는 힘들었는데, 훈이 몇 명 처리해줘서 다 잡을 수 있을 거 같아!”
“그렇군. 그럼 실력 좀 보지.”
체이서는 그들의 대화 속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껏 노드리안의 딸을 유인했건만, 오히려 자신들이 함정에 걸린 거 같지 않은가!
“그럼-.”
카렌의 얼굴이 살의가 담긴 눈빛과 함께, 표정 역시 광기로 일그러졌다.
허리를 숙이고, 다리를 뒤로 뺀다.
양손을 엇갈리게 바닥을 짚었다.
흡사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는 자세 같다.
그 모습에 체이서는 카렌과 로키를 번갈아 보았다.
로키가 나서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장담할 수 있을 리가….
“젠장-!”
체이서는 지팡이를 내려찍고 소환 주문을 영창했다.
바닥이 갈라지며, 지옥에서 기어 나오듯 스켈레톤들이 소환된다.
그에 따라 부하들은 소환자인 체이서를 지키기 위해 주변을 에워쌌다.
‘노드리안의 딸을 먼저 잡는다! 그녀를 인질로 삼으면 저 괴물 녀석도 쉽사리 움직이지는 못하겠지!’
체이서는 그런 생각과 함께 외쳤다.
“저 고양이부터 잡아!”
수십 구의 스켈레톤, 그리고 그의 부하들이 카렌에게 향했다.
체이서는 뒤로 돌아 로키를 경계하며, 피가 담긴 가죽 주머니를 바닥에 뿌렸다.
피가 뿌려지며 마력이 깃들고 그 주변에 벽이 쳐진다.
이 결계라면 꽤 오래 버틸 수 있을 터!
그때였다.
콰직-!
뼈가 분쇄되고.
“으아아악-!”
피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체이서가 뒤에서 들려오는 비명에 뒤를 돌아봤다.
야수.
성난 짐승이 그곳에 있었다.
콰직-! 콰직-! 콰직-!
질주해 손톱으로 스켈레톤을 부수고, 벽을 타고, 부하의 머리통을 잡아 뽑아버린다.
광기어린 눈빛이 체이서를 향해 질주했다.
‘젠장! 시선을 분산시키는 게 아니었어!’
노드리안의 딸이 얕잡아 볼 상대가 아니란 걸 알곤 있었지만.
설마 저 정도 괴력을 가진 괴물일 줄이야!
하지만 공격은 단순하다.
그녀를 막을 방법은 있다.
체이서는 품에서 가루 주머니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
펑-!
고약한 악취가 사방으로 퍼지고, 뿌연 연기가 시야를 방해한다.
본격적으로 움직이던 카렌이 움찔거리더니, 질주하던 몸을 멈췄다.
코를 비비며 ‘에취’하며 재채기한다.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내, 냄새가 고약해! 눈 아파!”
“포이즌 트롤의 배설물을 말린 거다. 네년의 코와 시야를 막는 데 충분하겠지.”
그 순간, 스켈레톤들이 그녀의 팔과 다리를 붙잡았다.
“지금이다!”
그리고 생환한 부하 중 하나가 달려가 검으로 그녀의 복부를 꿰뚫었다.
“…캬아아아악!”
의복을 관통해 붉은 피가 울컥울컥 쏟아져 나왔다.
카렌이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하, 하하하!”
체이서는 뒤를 돌아 로키를 노려봤다.
“노드리안의 딸을 살리고 싶으면 물러서!”
“물러서라니?”
“네놈이 움직이면 그녀의 목숨은 없다!”
“뭔가 착각하나 보군.”
“차, 착각?”
“난 나선다고 한 적이 없다.”
“…….”
“그리고 나서지 않아도 네 수준을 보니, 그녀가 더 위인 거 같군.”
“무슨 소리를….”
카렌의 눈이 번쩍 뜨이며 붙잡힌 양팔에 힘을 준다.
그녀가 팔을 휘둘러, 스켈레톤을 부수고 자신을 찔렀던 부하의 목과 어깨를 잡고 이빨로 목을 물어뜯었다.
“…….”
체이서의 부하들은 핏기가 가신 얼굴을 했다.
산악 지대를 거닐던 그들은 짐승 사냥엔 자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건 짐승이 아닌 괴물이었다.
퉷!
살덩이를 내뱉은 카렌이 남은 이들을 노려봤다.
피 맛을 본 야수처럼, 푸른 눈이 맹렬하게 타오른다.
“모두 죽인다.”
“체, 체이서 님!”
부하들의 외침에 체이서는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지팡이를 들었다.
“나, 나를 지켜! 어떻게든 빠져나갈 방법을…!”
카렌이 다시 몸을 튕겼고, 체이서는 비명을 지르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
노드리안 왕국의 외벽 위.
나무 방책 위에 경비를 서고 있던 노드리안 병사들이 축제를 바라봤다.
“축제네? 지금 이 시기에?”
“듣자 하니 노드족에서 구원 병력이 왔대. 그들을 환영하는 행사인 모양이야.”
“그럼 다행이로군.”
“아, 우리도 좀 놀고 싶은데….”
병사들이 아쉬움을 표할 때, 동료 중 하나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내가 그럴 줄 알고… 짜잔!”
품에서 술 한 병을 꺼내 흔들었다.
“크샨 장로님께서 좀 마시라며 술을 돌리셨어.”
“크샨 장로님이? 웬일이래? 그 고지식한 노인네가.”
병사가 술을 따르자, 동료가 말했다.
“…야, 이걸 근무 중에 마시면 어떻게 해?”
“괜찮아. 괜찮아. 장로님이 허락하신 거잖아. 한 모금씩만 먹자.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자, 노드리안을 위해 건배-!”
병사들은 술을 나눠 마시기 시작했다.
한 모금, 두 모금 마신다. 그러자-.
휘청~
“어?”
병사들이 눈앞이 어지러워졌다.
‘뭐지?’
술기운치곤 너무 빠르다. 게다가 속이 메스꺼우며 복통이 찾아왔다.
“이, 이 술 뭔가 이상해!”
푹-!
이상함을 감지한 병사의 뒷머리에 화살이 박혔고, 병사의 몸이 방책 아래로 떨어졌다.
쿵-!
병사들은 방책에서 떨어진 동료를 쳐다봤다. 그리고 시선을 외벽 밖으로 돌렸을 때… 환한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 먹혀 있던 자들이 천천히 횃불을 밝히며 걸어 나온다.
“포르만 병사들이다!”
급히 종을 울리기 위해 신호탑으로 가려고 할 때, 등 뒤에서 검이 병사의 몸을 꿰뚫었다.
“커억-!”
“젠장, 이 나라에서 한 달간 쥐 새끼처럼 숨어있는 것도 지친다니까.”
노드리안 병사 복장을 한 사내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배, 배신자?!”
“첩자다. 이 새끼야.”
노드리안 왕국에 잠입해 있던 첩자들이 외문을 받치던 받침대를 들어 올렸다.
나무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막아-!”
노드리안 병사들이 급히 외문 쪽으로 향했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열린 외문으로 기병들이 들이닥쳤다.
창과 검을 휘두르며 질주한다.
땡-! 땡-! 땡-!
뒤늦게 종소리가 울리며, 포르만 왕국의 침략을 알렸다.
***
“무슨 일이냐!?”
노드족의 환영식을 준비하던 토르센은 갑자기 울리는 종소리,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에 급히 자리를 떴다.
“포르만 왕국군이 공격해 왔습니다!”
이 시기에? 아니, 이 시기이기에 놈들이 노린 걸지도 모른다.
지원병에 대한 소식을 듣고, 그전에 선수를 치기 위한 것이겠지.
‘빌어먹을 놈들!’
원래라면 항구에서 노드족을 환영 행사를 진행하려 했건만.
그 일은 뒤로 미루어야겠다.
“우선 백성들부터 피난시킨다! 너희는 노인과 여자, 아이들을 아버지가 계신 왕궁으로 피난시키도록!”
“토르센 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싸워야지! 카렌보다는 못 하더라도 나 또한 전사의 피가 흐르고 있다!”
토르센이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항구 쪽에서 불빛들이 보였다.
작은 갤리선을 타고 있는 이들.
“포르만 왕국군의 배입니다! 노, 놈들이 항구로 침입할 생각인 모양입니다!”
토르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노드족의 지원병이 올 수 있도록 항구를 비워두고, 그 병력을 축제 치안에 쓴 것이 큰 화가 되어 돌아왔다.
“하하! 저거, 토르센 왕자 아니야?!”
갤리선이 항구에 들어섰고, 포르만 병사들이 배에서 뛰어내렸다.
“…와, 왕자님 피신을-!”
토르센이 물러서며 뒤를 돌아봤다.
그때, 질주하는 말들이 보인다.
“크샨 장로님!”
그곳에 타고 있는 건 노드리안의 귀족 중 하나, 크샨 장로였다.
다만, 그의 칼날은 적이 아닌 다른 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모두 무시해라! 우리가 확보해야 할 건-!”
기병들이 시선이 토르센에게로 향했다.
그는-.
“토르센 노드리안. 저 왕자를 생포한다!”
아군이 아닌 적이었다.
***
“하하! 불타오른다!”
“축제다! 피의 축제다!”
포르만 왕국의 또 다른 갤리선 4척이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다.
횃불을 밝히며 그들이 향하는 곳은 바로 구원군으로 왔다는 노드족에게 향해서였다.
“그런데 노드족, 겁나 강하다던데?”
“아아, 우리 할아버지도 이 섬에서 노드리안의 노드족과 싸웠는데, 그때를 악몽이라고 표현하더라.”
“하! 그래봤자야. 배에 불만 붙이면 끝난 싸움이니까. 불화살이나 준비해. 노드족의 배를 감싸서 불태운다.”
노드족이 아무리 강해도 배가 불타오른다면 승산이 없겠지.
포르만 왕국 병사들은 자신감을 가졌다.
그들은 수많은 마을을 약탈하고 정복했다.
또한 이 아스토리아 섬의 2개의 국가를 멸망시키기도 했다.
이번이 세 번째 왕국이 될 것이며, 자신들은 이 섬의 지배자로서 영향력을 떨칠 것이다.
“역시 쉽네.”
“하긴, 정규 병사가 3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곳이라 그런 거겠지. 나머지는 급조한 민병대라잖아. 싸움 실력이 형편없어.”
그에 반해 수십 년간 훈련과 실전을 쌓아온 포르만 왕국이었다.
이번 노드리안 침략에 동원된 병사만 해도 3천에 달한다.
병력을 운운하기엔 병사의 질적부터가 확연히 차이가 났다.
“그런데 그 노드족의 배는 어디에 있는 거지?”
그때, 바다의 물살이 점차 거세지기 시작했다.
“어? 뭐야? 바람은 불지 않는데….”
“갑자기 파도가-!”
바다가 출렁이기 시작했다.
파도가 밀려오며, 어둠 속에서 촉수들이 뻗어져 나왔다.
“어?”
병사 하나가 촉수에 잡혀 그대로 바다에 빨려 들어갔다.
바다 가운데가 솟구치며 바다의 지배자가 등장했다.
“크, 크라켄이다!”
“이, 이 괴물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크라켄. 온몸에 작살이 꽂혀 있고, 쇠사슬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포르만 병사들이 굳어진 얼굴로 고개를 틀었다.
어둠 속에서 거대 군함이 튀어나와 그들의 배를 그대로 들이박고 침몰시켰다.
콰앙-!
아스가르드의 군함이 노드리안 왕국을 향해 전진했다.
“하하! 뭐야, 정말로 축제잖아!”
아스가르드의 전사들이 불타오르는 노드리안 왕국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보아하니 싸우는 거 같은데? 그럼 우린 누굴 도와야 하지?”
“노드리안인들을 도와야지! 왕께서 그러려고 출정을 오신 거잖아.”
“어떤 놈이 노드리안인인데?”
노드 전사들은 저마다 시선을 마주했다.
“그야….”
“음….”
“아!”
한 명이 손뼉을 쳤다.
“우릴 공격하는 놈들을 다 죽이면 돼지.”
참으로 간단명료한 구분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