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83)
성좌가 된 플레이어-83화(83/250)
제83화
고요함이 깃든 방안.
로키는 군함의 휴게실에서 펜을 놀리고 있었다.
‘항해’ 관련 스킬북을 제작 중이었다.
똑똑-.
작은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르란이 고개 숙인다. 그가 뒤로 물러서자, 문 사이로 익숙한 여인이 보였다.
다친 고양이.
그런 이미지가 절로 로키의 머릿속에 연상되었다.
실제로 눈앞의 묘족은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채로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눈꺼풀이 무거운지 계속해서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입을 열었다.
“후, 훈….”
“…….”
로키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아, 아빠가 말했어….”
“…….”
“노드리안 왕국을 주겠다고. 그러니….”
카렌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빠를 구해줘.”
쿵….
로키는 쓰러진 카렌을 무심한 눈길로 쳐다봤다. 그리곤 조용히 스킬북을 닫았다.
“르란.”
“네, 말씀하십시오.”
“그녀를 치료하고 전사들에게 알려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전이라고.”
***
“뭣들 하는 거냐!?”
포르만 왕국의 100인을 지휘하는 백인장이 말을 탄 채 버럭 소리쳤다.
“왜 공격하지 않는 거냐!?”
도망치는 노드리안인들을 따라 해안가로 왔으나, 두려움에 떨고 있는 노드리안인들을 사냥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 하지만 저, 저들은 노드족입니다. 보통이 아니에요! 이미 수백 명이 저들에게 다가가 죽었습니다!”
“…활을 쏘라고. 거리를 벌려서 쏘면 되잖아!”
“활을 쏘면… 우리를 향해 발리스타를 발사합니다!”
백인장은 군함에 설치된 발리스타를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눈앞에 일렬로 서 있는 백의 전사들.
그들이 우뚝 서서 노드리안인들을 지키고 있다.
‘도대체 저들은 무슨 생각인 거야!?’
노드리안 왕국을 위해 파병 온 온 게 아닌가?
하지만 놈들은 싸울 의사가 없어 보인다.
‘저놈들이 체이서 왕자님을 잡고, 살해했다.’
그리곤 이 해안가에서 반나절 동안 떠나지 않고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노드리안 왕국을 위해 참전하는 것일까? 아니면 방관하는 것일까?
도저히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차라리 저들이 떠났으면 하거늘-!’
이대로 저들을 방치할 순 없다.
“야수 부대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그들이 저 군함을 빼앗든, 침몰시키든 할 것이다.”
이대로 놈들을 가만히 둔다면 포토르 왕이 가만히 있지 않을 터.
드르르르륵-!
쇠사슬이 도르래에 말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드리안인과 포르만 병사들이 움찔거렸다.
군함의 2층 하부가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서 나무로 된 다리가 내려졌다.
쿵-!
뿌연 연기가 흘러나오며 포르만 병사들은 바짝 긴장했다.
철컥-. 철컥-.
철갑 소리가 울려 퍼진다.
푸르르륵-.
말의 투레질 소리가 들려온다.
배의 어둠 속에서 거대한 말이 한걸음, 한걸음 걸어 나온다.
“…말의 다리가…?”
“6개?”
6개의 말의 다리, 황금빛 갈기를 가진 말, 그 위에는 까마귀 탈을 쓴 사내가 황금의 창을 쥔 채 고개를 치켜들고 광오한 눈빛으로 그들을 내려다봤다.
그 뒤로는 백색의 마갑을 걸친 노드 전사들이 현현한 푸른 눈빛을 번뜩이며 말고삐를 쥐고 있다.
손에 들린 건 기다란 창들.
아스가르드의 백색 기병대.
말 위에 올라탄 드워프 하나가 깃발을 들어 올렸다.
뱀과 늑대의 문양이 새겨진 깃발이었다.
“항복한 자는 살려두고.”
포르만 병사들은 주춤거렸다.
“한 번이라도 저항한 자는 모두 죽여라.”
“뭐, 뭐야?!”
포르만 병사들이 당황했다.
“모, 모두 진형을 짜라-!”
백인장은 버럭 소리쳤다. 미지의 공포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이 땅은 이제부터.”
로키가 창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아스가르드의 땅이다.”
***
수백의 병사들이 방패를 들고 진형을 짰다.
창을 치켜들며, 파이크 대형을 이루었다.
전형적인 기병에 대항하는 진형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애써 노력해 만든 파이크 대형은 단 한 번의 창 휘두름에 반으로 갈라졌다.
콰콰콰앙-!
무형의 참격이 방패와 함께 병사들의 몸을 터트리며 소멸시킨다.
“으아아악-!?”
“뭐야!?”
바로 옆에 있던 동료가 사라지는 모습에 포르만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런 그들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다.
6개의 다리를 가진 말이자, 주신 오딘의 말.
슬레이프니르.
그 말발굽이 병사들을 찍어눌렀다.
쾅-!
폭발과 함께 주변의 병사들이 터져 튕겨 나갔다.
“아스가르드를 위하여-!”
그 뒤로 아스가르드의 기병들이 포르만 병사들을 짓밟았다.
파이크 대형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마, 맙소사?!”
백인장이 당황해 소리쳤다.
“야, 야수 병단! 야수 병단-!”
고래고래 소리친다.
그때 채찍질 소리와 함께 포르만 왕국의 조련사들과 미노타우로스가 등장했다.
“됐다!”
백인장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무리 노드족이 힘을 세고, 숙련된 기병들이라고 해도 감히 몸집이 5m에 이르는 미노타우로스들을 상대할 수 없을 터.
미노타우로스들이 노드족을 향해 포효하며 손도끼를 들어 올렸다.
“오오오오오-!”
아스가르드의 기병대가 질주했다.
노드 전사 중 하나가 창을 내던진다.
푸욱-!
미노타우로스의 투구가 박살 나며, 미간에 창이 꽂혔다.
「……!」
미노타우로스의 눈알이 돌아갔으며, 온몸이 휘청거릴 때, 미노타우로스의 좌우로 아스가르드의 기병이 지나가며 창으로 다리를 찌르고 뽑아냈다.
「쿠오오오오오!」
미노타오루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로키가 궁니르를 휘둘렀고,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무형의 참격이 미노타우로스를 단 일격에 터트려 죽여버린다.
“…….”
백인장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백색의 기병대에게서 검붉은 오라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눈에도 보이는 저 불길하기 짝이 없는 기운.
‘마, 마나?’
하지만 단순한 마나가 아니다! 단순한 마나라면 노드 전사뿐만 아니라, 그들이 탄 군마까지 감쌀 수 있을 리 없다!
말과 병사가 하나인 양, 그들의 움직임은 범상치 않았다.
그들이 하나 같이 ‘라이더 스킬’을 갖추고 있다는 걸, 포르만 병사들이 알 리가 없었다.
그들의 거침없는 질주에, 포르만 병사들이 도륙당하며 비명을 질렀다.
***
쾅-!
노드리안 왕궁의 성문이 뚫렸다.
“막아라-!”
성문 사이로 포르만 병사들이 밀물처럼 밀려 들어왔다.
포르만 보병들이 방패를 앞세워 들어와 노드리안 병사들 사이사이로 파고든다.
뒤늦게 포르만 기병들도 합세해, 말 위에 있는 우위 점을 이용해 창을 찔러넣었다.
포르만 왕국의 보병들이 노드리안 병사의 발을 묶고, 기병들이 거리를 이용해 창을 찌르며 노드리안 왕궁을 점차 점령해 나갔다.
푸욱-!
“노, 노드리안 전하!?”
전장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던 노드리안 왕의 옆구리에 창이 박혔다.
옆구리가 욱신거리며, 불에 지진 듯 아파져 왔다.
“이대로 죽을까 보냐!?”
노드리안 왕은 검을 들어 자신을 찌른 병사의 머리통을 쪼개버렸다.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든다.
“나는 노드족이자 이 노드리안의 왕이다-!”
고함을 내지르며, 검을 들어 이미 죽은 병사를 다시 한번 내려쳐, 몸까지 반으로 갈라 버린다.
그의 기백에 왕궁으로 들어온 포르만 병사들은 주춤거렸다.
눈앞에 노드리안 왕과 그의 부하들, 그 뒤로는 이 왕국의 생존자들이 있었다.
“…딸만 짐승인 줄 알았는데, 과연 피는 못 속이는군. 그 아버지 역시 짐승이었어.”
포르만 왕국의 왕, 포토르 왕은 말에 탄 채 노드리안 왕과 마주했다.
그는 할버드를 들어 노드리안 왕에게 겨누며 말했다.
“노드리안의 왕이여. 이제 끝났다. 항복하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마!”
거짓말인 걸 노드리안 왕은 잘 알고 있었다. 놈들의 간악한 수법을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는 왕궁의 발코니에서 지켜봤었다.
포르만 왕국군은 잔혹했다.
포르만 병사들은 포토르 왕의 명을 충실히 이행했고, 이 왕국의 보이는 생명체들은 모조리 죽여, 그 시체를 광장에 쌓아 올렸다.
놈들은 정말로 단 한 명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카렌….’
왕궁의 테라스에서, 자신의 딸이 처참하게 싸우며 노드족에게 구원을 요청하러 간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이 떠올랐기에, 노드리안 왕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깊은 상처들.
카렌이 무사히 노드족에게 도착한다고 해도, 그녀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치명상을 입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이룩한 모든 것들이 파괴되고.’
노드리안 왕의 눈이 점차 침침해졌다.
‘내가 일군 이 땅에서 나는 잠들겠구나.’
다리에 힘이 풀렸다.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카렌은 죽을 것이고, 자신의 아들 또한 양팔이 잘리고 끔찍한 몰골이 되었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다.
노드리안 왕은 이 며칠 사이 모든 걸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 아직 ‘잃어’가고 있을 뿐이다.
희망은 있다.
카렌이 반드시 죽었다고 볼 수 없다. 수인 특유의 질긴 생명력이 그녀를 살려줄지도 모른다.
자신의 아들인 토르센은 배포가 큰 녀석이다.
양팔이 잘렸다고 좌절한 놈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뒤에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부하들이, 그리고 백성들이 ‘살아있다’.
“오오오오-!”
기합을 내지르며 굽혀졌던 다리를 편다.
“아직이다. 하하! 아직이다. 이 빌어먹을 짐승 놈들아!”
노드리안 왕은 거친 숨을 내쉬며 허리를 곱게 폈다.
“이 노드리안을 우습게 보지 마라.”
그가 양손을 펼쳤다.
노드족 특유의 푸른 눈을 번뜩이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들어와라! 이 노드리안이 너희를 상대해주마!”
이 느낌 정말로 오랜만이다.
북방에서 느꼈던 죽음의 향연이 가득한 싸움.
그때의 그 향수가 느껴졌다.
싸우다 죽는다. 그것이 노드족이다!
“전, 전하!”
“노드리안 왕이시여!”
노드리안 왕의 기세에, 노드리안 병사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절망적인 상황이건만, 그들의 왕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노드리안 병사들과 백성들도 알고 있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놈들은 자신들을 살려줄 생각이 없다. 그렇담, 적어도 저들을 길동무 삼아 죽으리라!
“와아아아아아아-!”
노드리안 병사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무기를 움켜쥔다.
지치고 기절하기 직전인 자, 죽기 직전의 치명상을 입은 자도.
모두 싸우고자 각오를 다졌다.
노드리안 왕이 발을 한 걸음 앞으로 뻗자, 포토르 왕과 포르만 병사들이 뒤로 물러섰다.
“…바퀴벌레 같은 놈.”
노드리안 왕이 죽을 각오로 싸우려는 그때였다.
“희, 희망이-!”
병사 하나가 왕궁의 창가를 통해 눈을 부릅떴다.
“희망이 보입니다!”
노드리안 왕이 고개를 돌려 병사를 쳐다봤다.
“카, 카렌 왕녀님이-!”
그리고 노드리안 왕은 걸음을 그 병사에게 옮겼다.
정확히는 창가였다.
그리고 그는 밖을 볼 수 있었다.
해안가에서 들려오는 비명. 그와는 다른 함성.
해안가에서 도심으로 질주하는 백색 기병들.
“왕녀님이 해냈습니다!”
아스가르드의 기병들이 질주하고 있었다.
이 노드리안 왕국을 위해, 아니, ‘아스가르드’가 된 자신들의 땅을 위해 참전했다!
“하하하하하-!”
노드리안 왕은 광소를 터트렸다.
백색의 파도는 포르만 병사들을 밀어냈고, 그 뒤는 오직 흥건한 피의 바다만이 남아 있었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
‘과연 나의 딸이로다!’
그녀가 무사히 노드의 왕을 만난 것이다.
아직 나의 딸은 살아있다!
“누가 끝이라고 하였느냐.”
노드리안 왕은 이제 왕으로서의 체면을 지킬 필요가 없었다.
북방의 야만인으로서, 그는 포토르 왕을 비웃으며 한마디 했다.
“이제 시작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