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85)
성좌가 된 플레이어-85화(85/250)
제85화
“…….”
정적이 흘렀다.
모두가 눈을 부릅뜬 채, 3명의 왕을 번갈아보았다.
6개의 다리를 가진 말 위에 탄 노드의 왕.
화살을 맞고 쓰러진 노드리안 왕.
그리고 같이 화살을 맞은 포토르 왕.
모두가 혼란에 빠져 있었다.
아군인 줄 알았던 노드족이, 돌연 노드리안 왕을 공격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속셈이냐!?’
혼란에 빠져 있던 건 포토르 왕도 마찬가지였다.
노드족들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체이서 왕자를 사로잡아 인질 교환하자더니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고, 그로 인해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었다.
한데, 이 노드족들은 전쟁의 불씨를 붙여놓곤, 파병 온 입장임에도 전장에 참전하지 않았다.
그러다 노드리안 왕국이 무너질 때쯤 되서야 갑자기 나타나 훼방을 놓았다.
이제야 노드리안 왕국을 본격적으로 도와주는가 싶더니, 이제는 노드리안 왕을 향해 망설임 없이 활을 쐈다.
그것도 가슴을 향해서.
안 그래도 어깨와 옆구리에 깊은 상처가 있는 노드리안 왕이다.
나이도 나이인 만큼, 아무리 체력이 좋은 노드족이라 해도 가슴을 관통한 화살은 치명상이었다.
이는 곧 죽음을 의미했다.
이들은 노드리안 왕조차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이들은 무슨 생각으로…. 어?’
포토르 왕의 눈이 점차 커졌다.
‘아니야. 이건…!’
계획된 거다.
체이서 왕자를 눈앞에서 살해한 것도, 관망만 하고 있다가 노드리안 왕국이 무너질 때쯤, 다시 참전한 것도….
그리고 노드리안 왕을 ‘죽이려’하는 것도…!
“네놈들…!”
포토르 왕은 자신의 가슴 부여잡았다.
화살이 꿰뚫었던 곳에 피가 울컥 쏟아져 나왔다.
“처음부터 노드리안 왕국과 나의 왕국을 노린 것이냐!?”
저놈들이야말로 진정한 침략자였다.
두 세력이 힘이 빠질 동안 기다리다가 이제서야 나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노드리안 왕, 그리고 자신.
이렇게 두 왕을 잡을 수 있을 테니까!
포토르 왕은 제 생각이 옳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을 노드의 왕은 부정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뭐?”
“우린 그냥 식량과 말, 모피만 가져갔으면 그만이었다. 다만, 전장의 규모가 커져 그 대가가 좀 작다고 느꼈을 뿐이지.”
로키가 타고 있던 슬레이프니르가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네놈이 토르센 왕자를 건들지만 않았어도, 노드리안 왕이 나에게 이 왕국을 주겠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나도 이렇게까지 나서지는 않았다.”
“…….”
“뭐, 과정이 어찌 되었든. 결과는 우리에겐 좋아졌지.”
이 땅은 아스가르드의 것이 되었으며, 포토르 왕을 잡음으로써, 포르만 왕국 또한 로키의 손아귀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이러고도 노드리안 왕국과 포르만 왕국이 네놈의 밑으로 들어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냐!?”
자신의 자식을 처참하게 죽이고, 자신마저 모욕해 죽이고. 그리고 파병을 요청한 노드리안 왕조차 죽인다.
그에 따른 백성의 반발은 심각할 것이다.
폭동과 반란이 끊임없이 일어나, 결국 노드의 왕은 자멸하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종속되지 않겠지, 하지만 그 반발도 시간이 흐르면 해결돼. 명분이야 충분하니.”
애초에 포르만 왕국이 먼저 침략했다. 그와 그의 아들이 죽는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다.
문제가 될 게 있다면 노드리안 왕이 되겠지.
명색이 노드리안 왕국의 원조를 위해 왔음에도, 노드리안 왕을 다치게 한 것에 대한 당위성은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노드리안 왕이 죽었을 때의 이야기다.
“노드리안 왕이여. 살아 있나?”
노드리안은 피를 토해냈다.
간신히 뜬 눈으로 로키를 쳐다봤다. 그가 입을 뻐끔거렸다.
‘와, 왕국을…. 백성들에게…. 자비를….’
이제는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평화로울 때는 태평성대를 이룬 왕이었지만. 이와 같은 난세에서는 헤쳐나갈 지혜가 부족한 왕이로군. 하지만 이 땅을 관리하는 데는 충분할 터.”
“…….”
“왕위에서 내려와 나를 섬겨라. 그리고 목도하라.”
로키가 공간을 가르며, 포션 하나를 꺼냈다.
쨍그랑!
포션을 깨뜨리자, 피처럼 붉은 액체가 노드리안 몸 위로 쏟아졌다.
“너희가 섬기는 존재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를.”
포션이 노드리안의 상처에 스며든다. 그러자, 그의 몸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커어억-!”
뼈가 꺾이는 소리가 들려오며, 비틀린 뼈가 균형을 잡으며 제자리를 찾았다.
부족한 뼈는 새로 자라나 단단하게 굳는다.
노화되었던 피부는 벗겨지고, 그 위로 새살이 돋아났다.
노드리안이 눈을 부릅떴다.
숨을 쉴 때마다 신선한 공기가 폐로 들어왔다.
머리가 상쾌하다.
고통은 사라지고,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마치 10년은 더 젊어진 듯한 느낌이다.
노드리안은 떨리는 손을 바라봤다.
착각이 아니었다.
깨끗한 피부였다.
노드리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로 구축된 육체가 익숙하지 않은 듯 비틀거린다.
“와, 왕이시여?”
노드리안 병사들과 백성들이 경악에 물든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이, 이런 기적이라니…?”
타인도 놀랄 일인데, 그걸 경험한 당사자는 어떻겠는가?
‘이건 꿈? 꿈인 것인가?’
노드리안 왕은 새로운 육신을 얻게 되었다.
“뭐냐, 뭐냔 말이다!”
반대로, 포토르 왕은 악몽을 꾸는 듯했다.
죽을힘을 다해 제압했던 노드리안 왕이다. 그런 그가 멀쩡하다 못해 전보다 젊어진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니?
“포토르 왕이여.”
“…….”
로키가 포토르 왕에게 다가갔다.
“노드리안 왕국의 반발은 없을 듯하니. 안심하고 죽도록.”
포토르 왕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러면서도 다급해졌다.
자신 역시 현재 치명상을 입은 상태다.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죽는 건 확실했다.
눈앞의 왕이 가진 권능이라면 그 또한 살 수 있다.
“혀, 협상하자! 우, 우리, 포르만 왕국도 그대의 왕국을 따르겠다! 그러니-. 나, 나를 살려다오!”
“그러기엔 너무 늦었다.”
“……!?”
“넌 아스가르드의 백성들을 너무 많이 죽였어.”
“나, 나를 죽이면 병사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다!”
거짓말이다. 이미 병사들은 모두 로키의 위압감에 싸우지도, 도망치지도 못한 채 굳어 있을 뿐이었다.
“걱정마라. 왕이었던 만큼, 그 예우를 갖춰 고통 없이 죽여주마.”
저놈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목숨을 가져갈 속셈이다!
“자, 잠깐!”
로키는 창을 들어 휘둘렀다.
“고통 없이 그 목을 베고….”
서걱!
“네 왕국에 보내, 너희의 패배를 알릴 테니.”
포토르 왕의 목이 떨어져 데굴데굴 바닥에 굴러갔다.
“편히 가라.”
왕의 죽음에 포르만 병사들은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로키는 고개를 돌려 굳어 있는 포르만 병사들 중, 지휘관으로 보이는 녀석을 불렀다.
“어이.”
지휘관은 질겁 겁에 질려 소리쳤다.
“네, 네?!”
“포르만 왕의 머리를 가지고 너희 군에 알려라.”
“…….”
“학살을 멈추고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그러지 않으면 모두 죽이겠다고 전하도록.”
“……!”
“30분. 그 안에 해결해라.”
“아, 알겠습니다! 기수! 기수들은 나를 따라와라!”
포르만의 지휘관은 기수들을 데리고 급히 자리를 떴다.
“노드리안 왕이여.”
“네? 아… 네.”
노드리안 왕은 고개를 숙였다.
“마, 말씀…하십시오.”
존대가 어색한지, 입이 달싹거리며 더듬거렸다.
“포르만 왕국에 죽은 포르만 병사의 유해를 보내라.”
“네? 아, 알겠습니다.”
설마 적이라도 예우를 다해주려는 걸까?
하지만 다음 대답에 노드리안 왕은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모두 꼬챙이에 꽂아, 그들의 왕국 앞에 장식해두어라.”
“…….”
“3일 내로 항복하지 않으면 포르만 왕국을 쳐들어가겠다고 전하도록.”
포토르 왕의 생각이 아주 틀린 건 아니었다.
이 노드의 왕은 2개의 왕국을 먹어 치울 생각이었다.
노드리안 왕은 그 말에 반발하고 싶었다.
지금처럼 움직인다면 포토르 왕국뿐만 아니라 이 땅의 다른 왕국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은 로키의 눈빛을 보자, 목구멍에서 막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나는 터무니 없는 존재를 이 땅에 불러들였구나.’
눈앞에 있는 노드의 왕은 아스토리아 섬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북방의 대지에서도 마찬가지였겠지.
곧 대륙에도 영향을 미치리라.
노드리안 왕은 눈을 지그시 감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 화가 이 땅의 백성들에게 미치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
“자자, 모두 조금만 더 힘냅시다.”
아스가르드에서 로키의 직무를 보조하던 이.
한스는 원형 테이블에 모인 아스가르드의 각 부족장과 장로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땅을 가진 영지의 영주로서 각 지역을 관할하게 되었다.
‘뭐, 다들 익숙하지 않아 실수를 많이 하긴 하지만… 금세 늘고 있으니까.’
한스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한때 로니아 왕국에서 좌천 당하고, 노드족에게 약탈당해 노예가 되고, 이제는 로키에게 구해져 아스가르드에 아움 다음으로 가는 권력자가 되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참으로 기묘한 운명이었다.
“이번 회의는 여기까지 하죠. 남은 문건은 저녁에 다시 모여 시작하겠습니다. 식량 문제에 관해서는 성좌님이 직접 아스토리아 섬에 가셔서 해결해 오실 겁니다.”
뭐, 작은 왕국, 그것도 겨우 대도시보다 조금 작은 곳에서 식량 보급을 해와봤자 얼마나 되겠냐마는.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겠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서류를 정리하던 한스는 문서 하나를 발견했다.
대륙에 있는 노드족이 보낸 정보였다.
“아…”
내용을 본 한스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로니아….”
자신이 애정을 가지고 지켰던 왕국.
하지만 그 왕국은 자신에게 ‘배신자’라며 칼을 꽂은 나라이기도 했다.
‘전쟁이 끝났구나.’
로니아 왕국의 통합.
내전이 끝나고 하나의 로니아로 통합된 모양이었다.
다만, 아직도 반발 세력이 있어 수습에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꺼져가는 촛불일 뿐이다.
‘그런데 의외네.’
역시 애정을 가졌던 만큼 로니아에게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설마 왕위에 오른 인물이-.
‘애쉬 왕자라니.’
다 죽어가던 애쉬 왕자가 왕좌에 앉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애쉬 로니아, 로니아 왕으로 등극.]로니아 왕국에 또 다른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그것은 ‘한 달 전’의 이야기.
“…괜찮으십니까? 왕자님.”
늦은 밤, 숲속. 이단 심문관의 야영지.
애쉬 로니아는 고통받는 고문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주 잠깐일 뿐이었다.
저 이단 심문관들에게 자신의 신앙심을 증명하지 못하면 이전보다 더 끔찍한 고문을 당하게 될 터였다.
“물 드세요. 그리고 먹을 것도.”
애쉬는 폴을 바라봤다.
자신에게 배정된 아주 조금의 물과 식량마저 애쉬에게 주고 있었다.
“고, 고맙다. 언젠가 꼭 네 충성심은 영광으로 보답하마.”
다른 이들은 모두 배신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궁정 마법사 폴만은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다.
이미 왕자가 아닌 지금에도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행동해주고 있다.
“…그것 때문에 모시는 게 아니니까요.”
“그, 그래?”
“알베르 님과 라필타. 두 분이 당신을 섬기니까요. 그 둘이 멀쩡했으면 저처럼 행동했을 겁니다.”
“…….”
“그러니, 만약… 정말로 만약 다시 일어서신다면, 그 두 사람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무, 물론이다! 물론이고말고!”
애쉬는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이 상황에도 친우를 생각하다니?
그 마음이 남달랐다.
‘내 반드시 보위에 올라 이들에게 보답하리라!’
그때, 애쉬는 기묘한 시선을 느꼈다. 고개를 돌려보니, 숲속의 어둠 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저, 저건 뭐지?”
“여긴 마경의 숲입니다.”
“마경?”
“마계와 연결된 마력이 짙게 깔린 곳이에요. 그렇기에….”
숲속에서 걸어 나온 건 새하얀 해골이었다.
“…망자들이 많죠. 여기서 죽게 되면, 그 누구든 망자가 되어 정처 없이 방황하게 돼요.”
“……!”
숲속에 수십, 수백 구의 해골들이 휘청거리며 야영지를 노려보고 있다.
하지만 공격해 오지 않는 것은, 이단 심문관이 어떠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야영지 한 가운데에 [木] 형태의 토템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곳에서 신성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것이 언데드들을 몰아내는 결계일 터.
“왕자님.”
“으응?”
“조금 있다가-.”
애쉬는 폴을 쳐다봤다.
폴이 품에서 날카로운 나뭇가지를 꺼내 들었다.
고문을 받는 와중에 남몰래 빼돌린 것이었다.
“이곳을 탈출할 겁니다.”
***
모두가 잠들었다.
야영지의 화톳불 앞에서는 보초를 서는 성기사 한 명만이 남아 있었다.
그 성기사는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성경책을 읽고 있었고, 그 옆에는 마차와 말이, 그리고 알베르와 라필타가 묶여 있었다.
폴은 주변 상황을 살피곤 자기 손목에 있는 족쇄를 바라봤다.
품에서 나뭇가지를 꺼내 들고 마나를 주입했다.
툭-.
‘풀렸다!’
구속구가 마법으로 풀렸다.
나뭇가지가 지팡이 역할을 대신해주었다.
폴은 조심스레 움직여, 애쉬의 손목에 묶인 족쇄를 풀기 시작했다.
– ‘가, 가능한 것이냐?! 저들에게서 도망치는 것이…!’
– ‘몰라요. 시도는 해봐야 해요!’
–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냐!?’
– ‘이대로 놈들에게 끌려가는 것보단 낫겠죠.’
툭-.
애쉬를 구속하던 족쇄가 풀렸다.
애쉬의 얼굴이 환해졌지만, 폴의 얼굴은 굳어졌다.
족쇄에 나 있는 룬 문양.
‘이건….’
알람 마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