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87)
성좌가 된 플레이어-87화(87/250)
제87화
토르센과 카렌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얼어붙은 대지는 참으로 냉혹한 곳이었단다. 부족 간의 싸움이 끊이질 않는 곳이었지.
토르센은 가혹한 환경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강인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를.
-온 세상이 더러움이 없는 새하얀 눈밭이었지. 물론, 그 눈밭을 붉게 물들이는 것이 우리 노드족이었단다.
눈이라는 걸 보지 못했던 카렌은 새하얀 풍경이라는 걸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둘이 마주한 건 가혹한 환경도, 새하얀 눈밭도 아니었다.
“…….”
노드족들이 말하는 ‘성좌’라 불리는 존재.
산양의 투구, 칠흑의 갑주. 모피 달린 망토까지….
로키의 위엄 있는 본모습에 그 둘은 얼어붙어 버렸다.
“이거 놀랍군.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더니, 로니아에 이런 변화가 있을 줄이야.”
작은 중얼거림에도 뇌리에 새겨진 듯 선명하게 들려오는 음성.
존재감만으로도 온몸을 짓누르는 거 같아, 토르센은 식은땀을 흘렸다.
토르센의 머릿속에서 궁전의 들어오기 전, 도심의 풍경이 스쳐 지나가듯 떠올랐다.
모두 석조 건물.
시장에는 없는 게 없었으며.
인도에는 사람이, 포장된 마도에는 마차가 지나갔다.
단지 도심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오는 길의 모든 길이 포장되어 있고 그 중간마다 교역소가 있어, 교통과 치안이 상당히 발달해 있었다.
‘게다가 대륙에서 듣기만 했던 공공시설 또한 갖추고 있어.’
극장이나 목욕탕, 아카데미 같은 공공시설 또한 건설 중인 것으로 보였다.
상당한 문명화된 사회.
오히려 자신이 있던 고향이 변방의 시골 마을처럼 느껴졌다.
-아마 고달플 거다. 그곳은 갓 사냥한 짐승의 옷을 입고 살고….
도심의 시민들은 고급스러운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디자인도 세련된 것이, 드워프들이 손수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옷들이 대량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불을 피울 때도 나무를 비벼서 피워야 하며, 집은 엉성하여 바람 때문에 밤마다 추위에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불을 피우는데에도 어렵지 않았고, 건물마다 벽난로가 마련되어 있었다.
북방은 낙후되어 있다기보다는 발전되어 보였다.
…도대체 아버지는 언제적 시대 사람이었던 거지?
세대 차가 너무 심하게 차이 나는 거 아닌가!?
“카, 카렌…. 아버지 말이 좀 다른 거 같다.”
“…….”
“카렌?”
“…무서워.”
카렌이 털을 곤두세우며 덜덜 떠는 모습에 토르센은 새삼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두려워하다니?
하긴, 친근하게 대했던 노드의 왕이, 이곳에선 신으로 불려오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카렌의 단순한 머리로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는 거겠지.
“진정해. 그래도 넌 저분의 힘을 봤잖아. 그러니….”
“오빠.”
“……?”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정상이 아니야.”
카렌이 겁먹은 고양이처럼 몸을 움츠렸다.
그녀의 눈에 비친 건 로키의 좌우로 서 있는 신하들.
그중 쿠단, 칸쿤, 샤먼을 보곤 겁을 먹었다.
그전에도 궁전에 있던 짐승의 투구를 쓴 흑색 기사단-베르세르크 전사대-을 보곤 그녀는 공포에 떨었다.
그녀는 야생적 본능으로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의 공포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바뀐 듯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여기 사람들 강해. 그들이랑 싸우면 강해질지도…?”
“너의 적응력은 정말…. 넌 아버지를 닮아 싸우는 걸 좋아해서 탈이다.”
긴장하는 건 자신 혼자뿐인 건가?
토르센은 여동생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로키는 눈을 돌려 카렌과 토르센을 쳐다봤다.
두 사람은 움찔거렸다.
“아, 미안하군. 르란이 너희가 지낼 방을 안내해 줄 거다.”
알현실 문이 열리며, 집사 차림의 르란이 다가와 그 둘에게 고개를 숙였다.
“자, 가시지요. 앞으로 두 분께서 해주셨으면 하는 일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카렌과 토르센은 르란을 따라 알현실을 나갔다.
로키는 그 둘의 뒷모습을 쳐다보다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한스가 있는 곳이었다.
“애쉬 로니아가 왕위에 올랐다고?”
안 그래도 수세에 몰린 애쉬 세력은, 할룸 후작의 반란으로 괴멸되다시피 했다.
한데, 단 몇 달 만에 그가 왕위에 올랐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네… 그게… 신성 교단의 입김이 작용한 모양입니다.”
“아무리 신성 교단이 강대하다 해도 한 나라의 왕을 자신들 뜻대로 교체할 수 있는 건가?”
“신성 교단의 이단 심문관이 애쉬 왕자를 데리고, 이왕자 에론에게 갔던 모양입니다.”
전쟁이 끝났다는 승리에 취해 방심했던 탓일까?
이왕자는 이단 심문관들을 연회에 초청했고, 그때부터 이변이 발생했다.
이단 심문관들이 이왕자 에론을 잡아 구속한 것이다.
“명분으로는 악마 숭배자에 의해, 국가 하나가 정복될 위기라 하여, 구원한다는 명목으로….”
신성 교단의 3만 군대가 아무런 징조 없이 로니아 국경 지역을 넘어, 로니아 수도를 포위.
“그 후, 로니아의 왕, 엘론 로니아를 확보한 모양입니다.”
로니아의 왕마저 애쉬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결국, 로니아 왕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왕자 에론을 반역자로 몰아넣었다.
“신성 교단이 오히려 이왕자를 이단으로 판명한 것도 영향이 크겠지요.”
로니아엔 신성 교단의 입김이 작용하는 귀족들이 상당수였다.
결국 교단의 말을 듣는 귀족들과 납득할 수 없는 귀족들의 대립으로 로니아에선 또 다른 내란의 징조가 퍼져나갔다.
“…막힘 없이 이루어졌군. 신성 교단이 어째서 애쉬 왕자 따위를 밀어준 거지?”
“다루기 쉽기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한스는 대륙에서 온 또 다른 보고서를 로키에게 내밀었다.
“…로니아 국경의 영지 세 곳이 신성 교단에 귀속되었습니다.”
국경 지역에 있던 영주민들은 이주를 명령받았고, 강제 추방되었다.
하룻밤 사이, 수십만 명에 이르는 난민이 발생했다.
“…또한, 신성 교단에서 이번 전쟁에 대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봉사를 위한 어린 수도사와 수녀들을 내달라고 요청하였고, 이를 애쉬 로니아가 받아들인 모양입니다.”
말이 봉사이지, 사실상 노예로 쓸 어린 노동자들을 그럴듯한 호칭으로 바꿔 요청한 것이었다.
“그밖에, 식량과 건축 자재, 치안을 위한 군사 통행권 역시….”
복구를 위한 자재들은 신성 교단에게 3배에 달하는 값을 주며 사들였고.
치안에 관해선 신성 교단의 군대를 로니아에 주둔시키는 걸 허락함으로써, 교단은 그 여느 때 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나라를 말아먹고 있군. 귀족들의 반발이 심할 텐데?”
“신성 교단 역시 그 점을 염두에 둔 것 같습니다.”
이대로 내란의 징조를 보인다면, 그것을 명분 삼아 로니아 왕국에 군을 주둔시키고, 또한 식량과 무기를 비싼 값에 팔아넘길 수 있다.
전쟁은 신성 교단에게 있어 돈이 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의외로 귀족들의 반발도 심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유는?”
“세금 때문입니다.”
“……?”
“5할의 세금을 8할로 올린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세금의 절반은 영주들에게 들어가게 되어 있다.
합법적으로 영주들의 부가 축적되는 것이다.
“자신들의 금고에 자금이 쌓이니, 거절할 이유가 없겠지요.”
“…….”
내가 배부르고 등이 따스한데, 백성의 고통에 신경 쓸 귀족이 몇이나 있겠는가?
“뭐, 그래도 양심 있는 몇몇 귀족들이 탄원한 모양이지만….”
애쉬에게 반발하는 세력은 반란 및 이단 혐의가 붙었다.
이왕자 에론에게 붙은 게 아니냐며 구금된 것이다.
그나마 영향력 있는 백작 이상의 귀족들은 버티고 있었지만, 그들이 고립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할룸 후작은 어떻게 됐지?”
반란을 일으켜 애쉬를 잡아 바치려던 할룸 후작이었다.
로니아의 왕이 애쉬가 된 만큼, 할룸 후작도 무사하지 못할 터.
하지만-.
“…살아 있습니다.”
그는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애쉬 로니아도 할룸 후작은 건들지 못한 모양입니다. 뭐, 지금은 후작이 아닌 자작이지만요.”
후작에서 자작으로 강등당했다.
하지만 귀족 작위는 유지하고 있었다.
“살아 있다고?”
의외였다.
애쉬의 성격상, 할룸 후작을 반역자로 잡아 죽이고도 남았을 터였다.
“네, 애초에 그의 영향력은 로니아에서도 상당했으니까요. 상당수의 귀족이 그를 옹호했습니다. 또한, 신성 교단에 상당한 기부금을 지불한 것도 생존 요인으로 작용한 게 아닐까 합니다.”
할룸 후작은 신성 교단에 기부란 명목으로 수많은 뇌물을 바쳐왔다.
반란을 일으켰음에도, 애쉬가 손을 쓰지 못할 정도라면 신성 교단에서의 할룸 후작의 영향력도 상당하다고 볼 수 있었다.
“얼마나 바쳤으면 이토록 생명력이 질긴 것인지….”
“사실 살아도 게 산 게 아닐 겁니다. 애쉬 로니아가 강제로 군 복무를 명했으니까요. 왕국 내부에서 분쟁지역에 보내졌다고 합니다.”
뭐, 생존해 있다면 오히려 좋다.
나중에 그를 이용할 수 있을 테니.
로키는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한스.”
“네.”
“너는 로니아 귀족이었으니 왕족들에 대해서도 잘 알겠군?”
“네? 아!”
한스는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로키의 시선을 흘깃흘깃 피했다.
“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 내전의 원인인 인물.”
로키는 한스를 보며 물었다.
“이왕자 에론은 어떤 인물이지?”
한스는 눈을 깜빡거렸다. 그리곤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음씨가 너무나도 여린.”
한때, 그 왕자가 왕이 되었다면.
“…왕자님이십니다.”
로니아에 평화를 가져다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던 한스였다.
***
밀폐된 공간.
피로 얼룩진 고문실.
빛 하나 통하지 않는 그곳엔 밀랍이 다 녹은 촛불만이 주변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었다.
“후! 끈질기군. 보통은 내 고문을 버티지 못하건만. 네놈은 비명조차 지르지 않다니.”
상반신을 다 드러낸 근육질의 남자는 복면을 쓴 채 달구어진 쇠꼬챙이를 들며 눈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기대돼. 그래야 굴복시키는 보람이 있지. 자, 그럼 고매하신 후작님의 비명은 어떨지 기대해볼까?”
고문관은 눈앞에 있는 사내를 쳐다봤다.
그의 앞에는 구속구가 채워진 남자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각진 얼굴과 황금빛 금발, 수염을 가진 40대의 남자는 온몸에 피를 흘리면서도 고문관을 노려봤다.
“궁금한 게 있어. 팜 헤일로 후작!”
로니아를 좌지우지하며, 애쉬 왕자를 몰아내고, 한때 이왕자를 차기 국왕으로 올리려던 존재.
팜 헤일로 후작.
“왜 에론 왕자를 버리고 애쉬 왕자의 편에 붙지 않은 거지? 기회가 있었을 텐데?”
로니아의 수호자, 스팅거 가문.
부와 권력의 할룸 가문.
지혜의 헤일로 가문.
그 중 헤일로 가문의 팜 헤일로 후작은 맹목적으로 이왕자 에론만을 섬겨왔다.
항간엔 에론을 꼭두각시로 이용한다 하지만, 고문관은 믿지 않았다.
정말로 그랬다면, 지금 이 꼴이 되지 않았을 테니까.
“…….”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팜 후작을 본 고문관은 아쉬워했다.
“뭐, 됐어. 너희 사정 따위 알까보냐. 난 이 고문을 즐기기만 하면 돼. 잘나신 귀족 나리는 나 같은 천한 신분에게 고문당하면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겠지?”
고문관은 달구어진 쇠꼬챙이를 팜 후작의 어깨에 지졌다.
츠츠측-!
살타는 냄새가 퍼져나갔다.
“하하! 재밌어. 너희 같은 귀한 놈들은 우리 천한 놈들에게 고문당할 거란 생각은 못 했겠지.”
팜 헤일로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웃음에 고문관은 눈살을 찌푸렸다.
“천한 신분? 너는 노예인가?”
“흐흐, 이제 알았어? 난 농노 출신이야, 네놈들이 벌레처럼 여기던…!”
“농노? 하, 고귀한 신분이로군!”
“비꼬는 거냐?”
“아니, 나에게 있어선 농노도 너무나도 고귀한 신분이야!”
팜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나에 비하면야!”
“허, 간이 부었군. 농노가 고귀하다고? 웃기고 있네!”
“네놈은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래! 농노는 쓰레기지. 평민도 쓰레기겠지. 너희 귀족에게는…!”
“크하하!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나 보군. 불쌍한 놈!”
“…얼마나 주절거릴 거야? 됐어, 나랑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고-.”
고문관은 달구어진 쇠꼬챙이를 팜의 가슴에 문질렀다.
살이 타는 냄새가 흘러나오며 팜은 신음을 토해냈다.
“네놈의 처형 때까지.”
팜은 결국 참지 못해 비명을 질렀다.
“걱정 마라. 네놈뿐만 아니라 이제 곧 에론 왕자도 같은 꼴로 만들어주지. 하아…!! 왕족이라니? 놀랍잖아? 하찮은 농노가 왕족의 살가죽을 뜯어내다니! 너무 흥분돼. 하하하하!”
고문관의 웃음소리가 울리고 팜은 타들어 가는 몸을 떨었다.
정신이 멍해지고 시야가 흐려졌다.
잠시 후, 팜은 눈을 떴다.
잡힌 시야엔 고문관이 다음 쇠꼬챙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자! 다음은 무엇을 할까…?”
“…그분은…하다.”
“엉?”
고문관은 고개를 틀어 팜을 쳐다봤다.
“고귀하다. 그 무엇보다도… 그분은….”
팜이 작게 중얼거리자, 고문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입가에 귀를 가져갔다.
“뭐라고…?”
“그분은 고귀하다. 네놈 같은 잡종이 함부로 할 분이 아니야!”
그리고 입을 벌리며 그대로 고문관의 얼굴을 물어뜯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