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88)
성좌가 된 플레이어-88화(88/250)
제88화
“……!?”
‘콰직’하는 소리와 함께 두꺼운 복면이 움푹 파인다.
“으아아아아악!”
고문관이 피가 흘러나오는 얼굴을 감싸며 뒷걸음질 쳤다.
팜은 손목에 걸린 가죽으로 된 구속구에 힘을 가했다. 손가락이 꺾일 정도로 힘을 주며 억지로 빼어냈다.
이윽고 팔을 풀어낸 그가 다리에 묶인 구속구도 풀어냈다.
다행히 끈질긴 노력과 헐렁한 구속구에 문제없이 빼낼 수 있었다.
“으아아아악!”
“…아까 뭐라고 했지?”
팜은 자유로워진 몸을 움직여 고문관을 걷어찼다.
“우욱!”
“내가 왕자님을 꼭두각시로 쓴다고? 게다가 네놈 같은 놈이 그분을 울부짖게 한다고? 쓰레기 자식! 웃기지 마!”
팜은 주변에 떨어져 있는 쇠꼬챙이를 주웠다. 그리고 그대로 고문관에게 가져갔다.
“불쌍한 놈. 이거 하나 알려주지. 난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신분이었다. 그래도… 그분 덕분에, 단 한 번도 네놈처럼 스스로가 하찮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자, 잠깐…!”
“네가 저지른 말들에 대한 대가로, 네놈의 목숨을 가져가마.”
달구어진 꼬챙이를 그대로 내려찍었다.
***
에론 왕자는 눈을 질끈 감았다.
“풀어줘! 풀어달라고! 난 아무 죄 없어!”
“젠장! 난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왕궁의 지하 감옥.
에론은 왕족임에도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었다.
식은땀이 머리에서 흘러내렸다.
긍정적 마음을 갖고자 했지만, 온갖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만다.
두려움은 공포로 변질되어 점차 마음을 침식해 들어갔다.
‘나는 긍지 높은 왕족이다! 두려워하지 마! 로니아 왕가의 인물답게 끝까지 당당하게 있어야 한다. 목이 떨어져 나가도 마찬가지다. 난… 두려워해서는…!’
“어이, 너의 앞날을 알려줄까?”
건너편의 죄수가 키득키득 웃으며 말을 시작했다.
“조금만 있으면 고문관이 찾아올 거야. 그놈은 쓰레기라 고문을 하며 쾌락을 느끼거든?”
“…….”
“우선 꼬챙이를 가지고 불로 피부를 태울 거야. 빈틈없이 구석구석…! 그리고 나서 손가락을…!”
끈적끈적한 죄수의 말에 에론은 떨리는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그때 감옥에서 뚜벅거리는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끄럽던 감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고문관이 다가오고 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난…!’
그의 모습은 더는 고귀한 왕족이 아닌, 그저 무서운 이야기를 들은 겁많은 어린 소년의 모습에 불과했다.
그림자가 지자, 에론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복면을 쓴 채, 처형대에서 쓰는 듯한 처형자의 도끼를 쥔 고문관이 무심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에론은 깜짝 놀라 딸꾹질하며 참고 있던 눈물을 울컥 쏟아내고 말았다.
“하하! 왕자 놈 봐라! 저렇게 처량할 수가…!”
고문관이 건너편에 있던 죄수를 힐끔 보더니 창대 끝으로 그를 후려쳤다.
“우욱!”
둔탁한 소리가 울리며 죄수의 얼굴이 뭉개져 피가 튀겼다.
고문관이 에론의 감옥에 다가갔다.
“……!”
에론은 입을 꾹 다물었다.
고문관은 열쇠로 문을 열려 했지만 녹슨 것인지 잘 열리지 않았다.
그에 성질을 부리는 거처럼 발로 걷어차거나 창대 끝으로 거칠게 때린다.
쾅쾅거리는 소리가 울리며 자물쇠가 챙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렸다.
고문관이 감옥 안으로 들어온다.
그 흉포한 모습에 에론의 공포심은 더욱 커져갔다.
“…해…해…!”
“……?”
“해, 해볼 테면 해봐라! 어떤 고문이든 참아주마. 와, 왕족으로서… 품위 있게…!”
에론의 말에 고문관의 복면 사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제가 인정한 분답군요. 왕자님.”
“…팜!?”
목소리를 확인한 에론이 깜짝 놀라고 있자, 팜은 그 작은 몸을 한 손으로 들어 올려 등에 걸쳤다.
“그나마 발에 족쇄가 채워져 있지 않아 다행이군요. 손에 채워진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열쇠도 가지고 있지 않은지라.”
“나, 나를 어떻게 할 셈이지?”
에론은 팜에게 적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가 뒤에서 왕실을 멋대로 조종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엘론 왕의 치매로 유폐된 것도, 이번 내전을 일으킨 것도, 모두 이 팜 후작의 계략이었다.
에론은 증오가 담긴 시선으로 팜을 쳐다봤다.
하지만 내심, 묘한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 당연하지 않습니까? 저는 로니아의 대귀족이 되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그것을 위해 왕자님을 이용해야지요. 안 그렇습니까?”
나를 이용해?
에론은 의아해했다.
“차라리 혼자 도망치고 다른 나라로 망명하는 게 더 좋을 것이다.”
팜 헤일로라 하면 로니아를 뒤흔들었던 수호의 검 스팅거 가문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존재였다.
그 명성은 타국에도 잘 알려져 있고, 다른 나라에서는 최소 자작이나 백작의 작위를 줄 정도의 영향력 또한 있을 것이다.
로니아보다 타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에게는 더 이롭다.
에론의 말에 팜은 손을 저었다.
“죄송하지만 그건 싫습니다.”
“싫다니?”
“내가 원하는 건 여기에 있는데 거기엔 그게 없어서 말이죠.”
“……?”
“그리고 귀찮기도 하고. 특히 왕자님을 더 놀려먹을 수 없지 않습니까?”
“……!”
“이제 조용히 하십시오. 이곳을 빠져나갈 겁니다.”
팜의 말에 에론은 입을 다물었다.
팜이 에론 왕자를 데리고 감옥 밖으로 나갈 때였다.
출입구를 지키는 경비병이 보였다.
“어이, 잠깐. 쿰. 어디 가는 거야?”
아마 고문관이 이름이 쿰인 듯싶었다.
비슷한 덩치와 복면까지 썼으니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반역자 에론을 데려오라는 애쉬 왕자님의 명이다. 그분께서 직접 고문할 생각이시겠지.”
“그, 그래?”
애쉬의 이름이 언급되자 경비병들은 움찔 움츠러들었다.
“그런데 다른 병사는?”
경비병의 말에 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뿐이다만?”
“…이상하군. 왕자를 데려오라는데 다른 병사도 없다? 게다가… 너 묘하게 덩치가 더 커진 거 같은데? 목소리도 이상하고….”
병사들은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네놈, 정말 쿰 맞아?”
“…….”
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아니다.”
그 말을 끝으로 팜이 도끼를 휘둘러 병사의 목을 쳤다.
***
로니아의 수도 로스트는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에론… 왕자가 탈출해?”
귀족 중 애쉬 왕자에 대한 반발심을 가지고 있던 귀족들이 그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애쉬 왕자의 폭거에 맞서기 위해 방법을 강구할 때, 소문을 접한 것이다.
“그, 그렇습니다. 현재 수도가 난리가 났습니다!”
“…….”
“…이제 어떻게 합니까? 에론 왕자가 탈출하면 또다시 이 나라는 두 개로 쪼개지게 될 겁니다!”
“병력을 모아라.”
“…에론 왕자를 잡을 겁니까?”
나라와 백성을 생각하던 귀족들이었다. 그들로선 나라의 붕괴만큼은 막아야 했다.
“아니, 지금부터 에론 왕자님의 탈출을 돕는다.”
하지만 그들이 내린 결론은 오히려 나라를 두 개로 쪼개는 것.
애쉬의 폭거에 나라 전체가 멸망하느니, 일부만이라도 유지해 애쉬 왕자를 견제하자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나라 전체가 신성 교단에 먹히고 말리라.
에론에게 붙기로 한 귀족들이 각자 양피지에 이름을 적어 서명했다.
에론을 지지하는 세력이 형성되었다.
***
팜은 에론과 함께 말을 타고 달렸다.
어느새 밤이 찾아오고 하늘에서는 비가 내렸다.
추격을 피하고자 숲속에 진입했지만, 거친 폭우 속에도 그 뒤를 쫓는 기병들이 포기하지 않은 채 끈질기게 추격해온다.
거센 바람과 빗줄기가 횃불을 휘갈겼지만 기름이 듬뿍 담긴 횃불은 꺼지지도 않고 에론 일행을 찾아내고자 했다.
기병들은 팜과 에론을 추격하며 외쳤다.
“도망쳐 봤자다!”
“이 로니아의 영토에 더는 네놈들이 갈 곳은 없어!”
맞는 말이다.
로니아는 이미 애쉬에게 넘어갔다.
어디를 가든 붙잡힐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탈출이 꼭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에론이 탈출할 때, 수도인 로스트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에론 왕자님을 대피시켜라!
소수의 귀족들이 애쉬의 폭거에 저항하고자 에론의 탈출을 도왔다.
‘그 말은 에론 왕자님을 따르는 귀족이 있다는 것.’
그들의 도움이 있다면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
‘아니, 이번엔 상황이 달라. 신성 교단이 아예 애쉬를 지원하고 나섰다.’
지금의 상황에서 에론을 돕는 자가 있다면 그들은 대륙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꼴이 될 것이다.
‘뭔가 다른 세력의 도움이 필요하다. 보다 강력하고 힘 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하늘에서 화살이 무더기로 떨어졌다.
거센 빗줄기 속에서 날아온 화살은 팜과 에론이 타고 있던 말에 명중했다.
“……!”
말이 앞으로 고꾸라졌고, 팜은 에론을 감싸며 앞으로 굴러떨어졌다.
축축하게 젖은 땅에 진흙 범벅이 된 두 사람을 기병들이 빠르게 둘러쌌다.
기병들은 창날을 뽑아 에론과 팜에게 겨누었다.
“…이거 위험하군.”
팜이 도끼를 움켜쥘 때였다.
“웬 놈이냐!”
다른 기병의 외침에 병사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집중되었다.
먹구름과 빗줄기로 인해 어두웠던 숲속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
그 공간 속에서 하나의 존재가 걸어 나온다.
저벅거리는 소리와 함께 새하얀 뼈 발바닥이 젖은 수풀을 짓밟는다.
온몸에 검은 망토, 고깔모자를 쓴 체구가 작은 존재가 숲속을 걷고 있었다.
그 뒤에는 갑옷을 입은 기사 둘이 대동했다.
“…어떻게 하지?”
기병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뭔가 다른 위화감이 느껴졌다.
“머, 멈춰라! 네놈은 누구냐!”
“우리는 애쉬 전하의 명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체를 밝혀라!”
애쉬의 이름이 언급되자, 고깔모자를 쓴 그것이 고개를 들었다.
새하얀 해골이 드러나며 붉은 안광이 비친다.
「저주한다.」
낮고 섬뜩한 목소리에 증오와 원망, 그리고 살기가 담겨 숲 주변에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리, 리치!?”
순간, 기병들의 목이 360도로 꺾여버렸다.
어느새 망령들이 그들의 목을 움켜잡고 꺾은 것이다.
「애쉬 로니아를 저주한다!」
어처구니없는 위력에 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리치를 쳐다봤다.
“…네놈은… 누구냐?”
팜의 질문에 언데드의 안광이 빛이 났다.
주인에게 배신당해 원망하고 저주하며 죽었던, 폴은 팜과 에론을 쳐다봤다.
폴은 그런 두 사람을 쳐다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로니아의 수도, 애쉬가 있는 곳으로.
“고, 고맙습니다!”
그때, 폴은 고개를 돌려 에론을 쳐다봤다.
에론이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는 뒤로 물러섰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넨다.
“도,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폴의 불그스름한 안광이 가늘어졌다.
애쉬 로니아에게 쫓기는 사람들….
병사들이 죽기 살기로 쫓아왔었다.
그 말은….
「한 가지만 묻지.」
이들이 도망가면….
「지금의 애쉬 로니아는… 너희를 잡기 위해 안달이 나 있는가?」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희가 도망갈 곳을 알려주지.」
***
로키는 잠을 자지 않았다.
수면이 불필요했기에, 모두가 잠든 시간엔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는 밤낚시를 좋아했는데, 남몰래 아스가르드의 국경 지역을 나와, 얼어붙은 호수를 뚫고, 그곳에서 빙판 낚시를 하는 걸 즐겼다.
매번 그 일이 지속되다 보니, 자연스레 그곳에 작은 오두막 하나를 만들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조용하고 고요하다.
하늘에는 달과 별빛들이 반짝거렸다.
매번 한적했던 분위기에 홀로 낚시를 하던 곳에 한 사람이 찾아왔다.
“…….”
헬가, 그녀 또한 수면이 불필요했다.
그녀는 아스가르드에 온 후, 로키의 업무를 도왔지만, 이처럼 모두가 잠든 시간엔 로키에게 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말없이 조용히 로키가 낚시하는 것만을 바라봤다.
고요함에 심취해 낚시를 즐기던 로키는 고개를 들었다.
뜻밖의 손님들이 찾아왔다.
저 멀리, 빙판길 위로 걸어오는 이들.
지친 듯 몸을 휘청거린다.
중년 사내와 갓 성인이 될까 말까 한 소년.
“잠깐… 부탁이 있소.”
중년 사내가 숨을 헐떡거리며 말한다.
“오랜 여행 끝에 지쳐서 그렇소만….”
그들은 애쉬가 쫓고 있는 인물들.
“머, 먹을 것을 좀 나눠 줄 수 있겠소? 대, 대가로 돈을 좀 드리리다.”
팜과 이왕자 에론.
그 둘이 아스가르드에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