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90)
성좌가 된 플레이어-90화(90/250)
제90화
팜과 에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시겠습니다.”
로니아인, 그리고 노드족.
두 인종이 섞인 하인들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팜과 에론은 어떠한 심사도 없이 장벽을 통과했다.
그 후, 귀빈실에 배정받았다.
둘은 오랜만에 따뜻한 물로 몸을 씻었으며, 부드러운 옷과 고급스러운 음식을 받았다.
그리고 마차를 타게 되었다.
두 사람은 혼란스러웠다.
“대단해! 팜! 북방에 아무것도 없다는 건 틀린 말이었어! 저거 봐! 사람들이 북적거려. 로니아인과 노드족, 아니, 노드인이 서로 평화롭게 지내고 있어!”
에론은 눈을 반짝거렸다.
추격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 그리고 잠깐의 휴식이 그를 활기차게 만들었다.
반대로 팜은 혼란스러웠다.
이마를 짚고 식은땀을 흘리며, 미지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아무런 징조도 없었다.’
북방에 이러한 세력이 이 정도까지 일구어지고 있을 동안, 로니아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노드족은 주로 로니아를 약탈하는 야만족이다.
그런 세력이 문명을 일구고, 경제와 군사 방면에서 현재의 로니아를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충분한 발전은 외부로 시선을 돌리는 법.
이는 ‘정복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었다.
‘내전으로 인해 북방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이상한 점이 많긴 했다.
갑자기 대륙에서 노드족의 자취가 사라진 것.
그리고 그와 동시에 북방으로부터의 약탈이 멈춰진 점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로니아의 내전을 틈타, 놈들이 기승을 부렸어야 했다.’
하지만 놈들은 그런 로니아를 건들지 않았다.
오히려 약탈 대신 내실에 집중했다.
팜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말이 되지 않는 게 많았다.
국가란 기본적인 토대에서 뻗어 나오는 것이다.
이처럼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유로 일구어지는 경우엔 수십, 수백 년으로도 부족했다.
그러한 상식을 기반으로 한다면, 이 노드족의 나라는 비정상적인 성장 속도를 이룩한 것이다.
‘마치… 문명이 갑자기 생겨난 수준이다.’
하지만 만약 이들이라면…!
‘에론 왕자님께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마차가 멈춘다.
문이 열리고 집사, 르란이 고개 숙여 말한다.
“발할 궁전에 어서 오십시오.”
두 사람은 마차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거대 궁전을 보며 넋이 나갔다.
“주인님께서, 두 분을 뵙고자 하십니다.”
***
발할 궁전의 알현실에 로키는 앉아 있었다.
그의 좌우로는 아움과 한스, 샤먼이 서 있다.
알현실 문이 열리며, 르란이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주인님, 그분들을 모셔 왔습니다.”
로키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쭈뼛거리며 굳어 있는 두 사람을 쳐다본다.
폴의 소개로 온 인물들.
로키는 그들이 누구인지 자세히 모르고 있었다.
다만, 저 두 인물을 아는 인물이 있었다.
한스가 놀란 눈빛을 내비치곤, 잠시 후, 조심스레 로키에게 다가가 로키의 귓가에 속삭였다.
“로니아 왕국에서 온 이왕자 에론과 팜 헤일로 후작입니다.”
로니아 귀족이었던 한스이니, 저 두 사람에 대해 아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한스의 말에 로키의 안광이 가늘어졌다.
얼마 전 보고가 들어왔었다.
로니아에서 이왕자가 탈출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이곳에 와 있다.
‘폴은 애쉬의 신하가 아니었나?’
하지만 그 폴이 죽어 리치가 되었고, 이 둘을 도와 북방으로 보냈다고 한다.
참으로 기묘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럼 이 두 사람은 무엇 때문에 이 낯선 땅에 온 것일까?
로키는 호기심에 물었다.
“그래, 무엇 때문에 왔는가? 에론 왕자와 팜 헤일로 후작이여.”
두 사람은 얼어붙고 말았다.
자신들의 신분이 들통났기 때문이었다.
굵직하게 퍼져나가는 목소리에 두 사람은 제대로 말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눈앞에 악마가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도 그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팜의 시선이 로키에서 그 옆에 있는 사내에게로 옮겼을 때-.
등골이 오싹해졌다.
‘한스?!’
팜은 저 사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때, 에론이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다름 아닌, 저희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로키는 에론을 보며 작은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형제가 닮지 않았군.’
애쉬라면 입을 열기보단 신하에게 대신 말을 걸게 시켰을 터.
‘게다가 눈빛도 달라.’
맑고 투명한 눈빛이 마음에 든다.
“도와달라?”
“잠시나마 지내게 해주십시오. 이 은혜는….”
그때, 팜이 앞으로 나서서 고개를 숙였다.
“팜 헤일로 후작이라고 하옵니다. 다름 아닌, 저희를 보호해주셨으면 합니다.”
“팜! 무, 무례하잖아!”
에론이 눈치를 보며 팜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조급한 팜으로선, 이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염치가 없다고 할지라도, 조금이라도 왕자를 살릴 수 있는 희망이라도 있다면 부탁해야 했다.
“보호? 내가 왜?”
“도망자이기는 하나, 이분은 로니아의 정당한 왕위 계승권자. 저 또한 한때 후작의 지휘를 가진….”
그 말을 듣던 로키가 입을 열었다.
“샤먼.”
로키의 부름에 샤먼이 걸어 나왔다.
“네.”
“자네가 보기엔 저들이 고귀한 왕족과 후작으로 보이나?”
샤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들은 로키 님의 추천으로 오게 된 난민. 그저 평범한 소년과 사내일 뿐입니다.”
팜은 굳어졌다.
“그렇다는군.”
그 말에 팜은 식은땀을 흘렸다.
자신들을 단순히 대륙에서 도망쳐온 사내와 소년으로 인식하겠다는 말이었다.
팜은 한스의 눈치를 보았지만, 한스는 묵묵히 있을 뿐이었다.
‘도와주지 않는 건가? 어떻게 해야 할까?’
팜이 골똘히 생각에 빠졌을 때, 로키가 입을 열었다.
“따로 할 말이 없나 보군. 그럼 생각날 때까지 화제를 돌리도록 하지. 그래, 폴이란 마법사가 죽었다고 들었다.”
들어?
팜은 얼어붙은 호수에서 낚시했던 까마귀 사내를 떠올렸다.
혹, 그가 말해준 건가?
“할룸 후작의 반란 때 어렴풋이 봤었는데…. 혹, 그 반란에 휘말린 건가?”
“……!”
뭐? 그 할룸 후작이 있던 곳에 저자가 있었단 말인가?!
“이거 미안한 짓을 했군. 할룸 후작에게 그 마법사 소년은 건들지 말라고 할 것을…. 설마 애쉬 그놈은 빠져나가게 만들고 애꿎은 마법사 소년을 죽이다니. 쓸모없는 장난감 같으니라고.”
팜과 에론은 소름이 돋았다.
동부 로니아의 주요 세력이었던 할룸 후작을 장난감으로 표현하다니!
‘잠깐만… 그렇담… 갑자기 할룸 후작이 반란을 일으킨 것도…?’
팜의 후작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
왜 할룸 후작이 반란을 일으켰는지, 무엇을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는지 말이다.
처음엔 신성 교단이 뒷배로 있다고 생각했지만, 애쉬가 정권을 잡고 할룸 후작이 탄압된 것을 보면 아니었다.
바로, 눈앞에 있는 이 존재가… 할룸 후작을 움직였다!
‘그렇군. 할룸 후작에겐 이 아스가르드라는 뒷배가 있었다!’
이 정도 국가라면, 할룸이 겁을 먹지 않고 일을 실행에 옮기는 것도 납득이 갔다.
팜은 시선을 한스에게 옮겼다.
‘…그리고 한스….’
팜은 몸을 떨었다.
눈앞의 존재가 생각보다 로니아에 깊이 침투해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겼다.
‘이건 위험하다! 잘못 생각했어. 자칫하면 이용당할 가능성이 크다!’
아스가르드 역시 애쉬가 로니아를 지배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도중에 신성 교단이 개입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만약 신성 교단의 개입이 없었다면?
앞으로의 로니아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아스가르드가 로니아 뒤에서 오랫동안 군림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어느 정도는 팜의 착각이었지만, 아니라고도 할 수도 없었다.
실제로 로키는 할룸 후작을 이용해 로니아와 신성 교단과 외교를 맺고자 했으니.
“……?”
두 사람이 침묵하자, 로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모양이로군. 하긴, 모든 게 혼란스럽겠지.”
로키는 두 사람을 쳐다봤다.
솔직히, 저 둘은 보호해봤자 아무런 소득이 없다.
다만-.
‘폴이 리치가 되어서도 저 둘을 구해줬다.’
작은 인연의 연결고리가 있다.
또한.
-마음씨가 너무나도 여린 왕자님이십니다.
로니아 귀족이었던 한스가 미련을 남긴 인물이기도 했다.
작은 인연들이 모여, 로키의 마음을 움직였다.
“좋다. 너희를 이곳에서 지내도록 허락해주지.”
“……!”
의외의 말에 놀란 팜과 에론이었다.
“단, 보호해주지는 않겠다. 너희를 보호해주다간 분쟁이 일어날 터. 한 달이다. 그 뒤에는 이 땅에서 떠나도록.”
최선의 결과다.
팜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할룸 후작조차 이용한 존재라면 자신들을 이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지금도 그냥 한 말일지도 모른다.
그 시간 동안 자신들을 안심시킨 후 로니아에 넘길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뱉은 말이 있으니 한 달은 시간을 벌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때까지 살 길을 고심하면 된다.
“…감사…합니다.”
팜은 두려움에 고개를 숙였다.
그때, 베르세르크 전사 한 명이 알현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간단한 예를 취했다. 그리고 한스에게 다가가 뭐라고 속닥거렸다.
한스는 놀란 얼굴을 하고는 팜과 에론을 힐끔 쳐다봤다.
뭔가 곤란한 얼굴을 했지만 잠시 후, 망설임이 사라졌는지 로키를 쳐다봤다.
“로키 님.”
“뭐지?”
한스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로니아의 사절단이 방금 도착했다는 소식입니다.”
그 순간, 팜과 에론의 얼굴이 굳어졌다.
***
북이 울리며 로니아의 사절단이 발할의 도심을 지나고 있었다.
주요 도시를 지나고 있던 그들과 병사들은 경악에 물들어 주변을 살폈다.
“…뭐냐… 이 도시는…!?”
“얼어붙은 대지에… 이런 세력이 있었다니…!”
“왕자님이 이곳에 가보라고 한 이유가 있었군!”
애쉬 왕이 했던 말이 있었다.
-절대 북방은 건들지 마! 그 누구도 그곳에 가지 말도록!
왕위에 오른 후, 신신당부로 외친 말이었다.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그는 북방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에론과 팜이 북방으로 향했다는 소리를 듣고, 애쉬는 무너지듯 소리쳤었다.
-그 둘이 그 땅에 들어가기 전에 막아!
하지만… 추격자들의 소식이 끊겼다.
그 소식을 듣고, 애쉬는 절망했다. 그리곤 급히 사절단을 꾸리고, 왕궁의 보고를 열어, 돈이 될만한 것들을 넣어 사절단에게 보내며 말했다.
-북방으로 가라. 만약, 그곳에…. 노드의 왕이 있다면 양해를 구해, 에론의 수색하도록 허락을 받아와라. 단, 절대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마라!
사절단은 의아해했지만,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 오고 나서야, 애쉬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로니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세력이 있었으니까!
다만, 애쉬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런데… 저들에 대해, 애쉬 전하에게 보고를 올리지 않아도 되는 건가?”
사절단에는 애쉬가 꾸린 사람 외에도, 로니아의 귀족 몇몇이 섞여 들어왔다.
바로 신성 교단의 입김이 담긴 귀족들이었다.
그들은 로니아의 귀족들이지만, 사실상 신성 교단의 명령으로만 움직이는 신성 교단의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데 저들이 애쉬 전하 몰래 와도 되는 것인가?”
“괜찮겠지. 신성 교단에서 부탁한 일이잖아. 애쉬 왕자님… 아니, 전하도 신성 교단의 말이라면 허락할 테니까.”
신성 교단의 명으로 움직이는 로니아의 귀족들은 아스가르드의 거리를 구경하며 품에 손을 넣었다.
그들이 받은 명령은 단순했다.
-애쉬 전하의 말이 맞다면, 그곳에 나라가 있다는 게 되겠군. 또 사교도가 나라를 세우다니!
-그렇담 그들에게 선물과 서신을 보내야겠지, 애쉬 전하가 보내는 선물은 우리가 따로 준비하겠다.
-그리고 또 하나, 다크 엘프가 있는지 확인하라. 그리고 만약 그 것이 있다면….
이단 심문관이 품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걸 꺼내 그곳에 뿌려라.
귀족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뭘까?’
유리병에 있는 것.
나뭇가지처럼 보이지만, 꿈틀거리는 게 벌레 같기도 했다.
신성 교단의 이단 심문관이 말하길.
-정화를 일으킬 묘약이다.
정화의 불꽃이라고만 말했다.
그리고 그 정화의 불꽃은-.
하네스 제국을 무너뜨렸던 역병.
웜 페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