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91)
성좌가 된 플레이어-91화(91/250)
제91화
“저희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겠습니다.”
신성 교단의 명으로 온 로니아 사절단은, 애쉬의 명으로 온 사절단에게 고개를 숙여 말했다.
“네?”
“놀랍지 않습니까? 우리가 모르는 새 이런 세력이 북방에 존재하다니? 그러니 좀 둘러볼까 합니다.”
“…….”
그렇다.
아무런 징조도 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거대 세력이 나타났다.
그리고 들은 ‘로키’라는 죄악의 성좌라는 존재와 노드의 왕이라는 지배자의 등장.
그 허무맹랑한 소리를 들은 사절단은 헛소리라 치부했지만, 거대 장벽과 번화한 거리를 보게 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성좌란 존재가 상징적 의미라고 치더라도, 이들은 충분히 로니아를 위협할만한 세력이었다.
‘왜 애쉬 왕이 그토록 두려워했는지 알겠군.’
그렇다는 말은 애쉬 왕은 북방에 이런 세력이 있다는 걸 알고도 지금껏 숨겨왔단 말인가?
그리고 그걸.
‘…에론 왕자가 북방으로 도망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리다니!’
사실상 애쉬도 아스가르드에 대해서 명확히 알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사절단이 보기엔 너무 두려운 나머지 그 사실을 감추고 있다가 에론 왕자를 쫓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북방의 존재를 밝힌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단 말인가!’
신성 교단에 치인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북방의 야만족까지 눈치를 봐야 한다니!
‘우리로선 따질 수도 없지.’
뭐, 나라가 어찌 되건, 왕의 자리가 누가 앉던….
자신의 가문만 남을 수 있다면야….
“알겠습니다.”
결국 사절단은 나뉘어졌다.
교단파 로니아 사절단은 자신을 안내한 노드족에게 단순 관광일 뿐이라며, 호위받기를 사양하고는 시장 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교단에서 받은 지령을 완수하기 위해 거리의 상인들에게 몇 가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곳에 드워프가 있던데… 혹, 다른 이종족도 있소?”
“다른 이종족?”
“…수인이나, 엘프나…?”
상인은 ‘아!’하고 손뼉을 쳤다.
“수인이라면 본적이 있소. 그 활기찬 아가씨가 자주 오가곤 했지. 이곳 물고기를 자주 탐냈어.”
“…혹시 엘프는 못 봤소?”
“엘프…? 글쎄… 그러고 보니 엘프는 있다는 소린 들어봤수다.”
“그렇소? 그… 다크 엘프는? 머리가 하얗고… 붉은 눈을 가지고… 피부는 건강한… 햇볕에 그을린 듯한 색이오.”
“그러고 보니… 옆 과일 가게를 하던 롬 씨네 가게에 자주 찾는 아가씨가 그런 다크 엘프? 어쨌든 그런 아인이었던 거 같소.”
사절단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들이 품속에 윔 페스트가 담긴 병을 만지작거렸다.
일단 다크 엘프의 존재는 확인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병을 열어, 이 시장거리에 뿌리면 되는 걸까?
그런 고민을 할 때였다.
“저기요~”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사절단은 화들짝 놀랬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름다운 여인이 보인다.
머리카락 색을 보아하니 노드족, 하지만 꽤 고풍스러운 갑옷을 착용하고, 허리춤엔 장검을 차고 있는 것이 평범한 신분은 아닌듯했다.
‘야만족의 여기사인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주변으로 짐승의 투구를 쓴 검은 기사단이 그 뒤에 우뚝 서 있는 게 보였다.
“어?”
베르세르크 전사대가 사절단을 앞뒤로 감쌌다.
“무, 무슨 일이시오?”
“로니아 왕국의 사절단분들이십니까?”
“그, 그렇소.”
“그런데 왜 다크 엘프 아가씨를 찾는 거죠?”
방긋방긋, 마치 해바라기를 보는 듯한 웃음이다.
하지만 눈웃음에서 흘러나오는 한기에, 로니아의 사절단은 식은땀을 흘렸다.
“아니, 그….”
“그런데…음… 뭔가 싫은 악취가 납니다.”
“……?”
여기사, 칸쿤은 눈을 깜빡거리며 사절단을 지그시 쳐다봤다.
사절단 품에서 꿈틀거리는 기운이 느껴진다. 지독하리만큼 불길한 기운이었다.
마력을 처음 느껴본 칸쿤은 사절단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품에 있는 걸 볼 수 있겠습니까?”
“아, 아니… 저기…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들의 몸을 수색하십시오.”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사절단에게 다가갔다.
***
로키는 알현실 안으로 들어온 로니아의 사절단을 바라봤다.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인 사절단은 식은땀을 흘렸다.
-까마귀 탈을 쓴 노드의 왕에겐 절대 무례를 범하지 말라!
아스가르드에 오기 전 애쉬 왕에게 당부를 들었다.
하지만, 그런 당부도 의미가 없었다.
까마귀 탈이 아니다.
산양의 뼈 투구와 칠흑의 갑옷을 입은 악마와 마주했으니까.
사절단은 무릎 꿇고 있었지만, 사실상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저절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것은 바로 옆에 있는 ‘에론 왕자’와 ‘팜 헤일로 후작’이었다.
그들이 북방으로 도망쳤다고 했다지만, 설마 이 나라의 지배자와 대면하고 있을 줄이야!
‘세상에… 설마?’
사절단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 북방으로 도망친 것은 단순히 애쉬 왕자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함이 아닌, 이 북방의 지배자에게 도움을 청하려는 게 아닐까?
애쉬 왕이 신성 교단에 힘을 빌린 것처럼, 에론 왕자는 북방의 야만족으로부터 힘을 빌리려는 걸지도 모른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노드족이라면 충분히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
이제 조금 있으면 겨울이 찾아온다.
즉, 야만족이 약탈을 시작할 시기.
에론 왕자의 왕위 탈환을 명분으로 그들이 침략한다면 로니아에 또 다른 혼란이 찾아올 것이다.
‘아니, 그렇게 보기도 힘들다!’
애쉬 왕의 뒤엔 신성 교단이 있다! 저들이 아무리 야만족이라고 하지만 로니아와 신성 교단, 이 둘을 상대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을 터.
그렇다면 그 부분 강조해서 저들이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말해야-!
“아스가르드의 위대한 지배자시여! 저희는 로니아의 위대한 혈족, 애쉬 로니아 전하의 명을 받고 이렇게 찾아왔나이다.”
사절단은 머리를 더욱 깊이 숙이며 말했다.
“신성 교단과 애쉬 전하의 명을 받들어-.”
사절단은 신성 교단이라는 말을 더욱 강조했다.
“반역자 에론 왕자를 잡아, 본국으로 송환하고자 합니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저희 애쉬 전하와 신성 교단의 뜻에 어긋나는 행위로 간주 될 수도 있습니다. 부디 신성 교단과 로니아의 체면을 봐서라도 저 두 사람을…!”
“그러니까, 나보고 교단과 로니아의 의지가 그러하니 그 말을 받들어 두 사람을 보내라? 이 말인가?”
“그렇습니-!!”
살기.
말을 하던 사절단은 온몸이 짓눌러지는 착각을 느꼈다.
“개가 짖어대는군.”
단 한마디를 내뱉을 뿐이건만, 호흡이 거칠어지고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묻도록 하지. 너희가 그렇게 건방 떠는 건….”
‘숨을… 쉴 수가…!’
“애쉬, 그 애송이를 믿는 것이냐? 아니면 신성 교단, 그따위 수도사 나부랭이들을 믿어서 나불거리는 것이냐?”
“……!”
사절단은 입을 다물었다.
자신들의 경솔함을 깨달은 것이다.
애쉬 왕이나, 신성 교단을 언급하면 상대도 물러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스가르드의 지배자는 두 대상을 하찮게 여기는 것 같았다.
로니아, 그리고 신성 교단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한 말투다.
“죄, 죄송합니다. 무, 무례를 범하였습니다.”
“애쉬가 머저리인 것이냐, 아니면 너희가 머저리인 것이냐?”
사절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국의 왕이 모욕당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보통은 화를 내야 하겠지만, 애쉬 전하의 뒷배가 신성 교단인 것을 알고도 깔보는 것이라면,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단 말이 된다.
“대충 알 거 같군. 분란이 일어나기 전에 에론 왕자를 알아서 송환하도록 하라는 거겠지.”
“그, 그렇사옵니다.”
“하지만 난 저 둘을 로니아에 보낼 생각이 없다.”
“……!”
사절단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말은 이 야만족의 나라가 에론 왕자의 손을 들어준 것을 의미했다.
“저… 저…!”
“단, 한 달이다.”
“……?”
“우리가 저들을 보호할 시기 말이다. 그 후론 우린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
사절단의 얼굴이 밝아졌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결과는 나왔다.
저들을 한 달간 데리고 있을 뿐이라는 거지, 저들의 편에 돌아선다는 뜻이 아니었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한 달이란 시간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에론 왕자나 팜의 꼬임에 이 땅의 지배자가 넘어가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가, 감사합니다!”
“애, 애쉬 전하께서 이 아스가르드와 친분을 쌓고자 하십니다! 그에 따른 예물 또한 가져왔습니다.”
사절단이 뒤를 돌아 호위 기사들을 쳐다봤다.
로니아의 기사들이 다급히 상자를 들고 와 내려놓았다.
“오호, 친분이라….”
로키로서 가장 필요한 것은 타국과의 외교다.
애쉬 왕자와는 악연이라고 할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 내다본다면 그런 일은 과거로 덮을 수 있다.
무엇보다 로니아와 외교를 트게 된다면 자연스레 신성 교단, 그리고 대륙의 다른 왕국과도 친분을 쌓을 수 있을 터.
“또한, 저희 왕국과 친교를 맺고자 합니다.”
로키는 사절단이 저자세로 나오자 살기를 거두었다.
살기가 거두어지고, 분위기가 풀어진 듯 하자, 사절단은 급히 기사들에게 손짓했다.
상자를 열어보라는 뜻이었다.
그곳엔 애쉬가 직접 선별한 보물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분명 야만족의 지배자도 만족해하며 자신들을 환대할 터-!
그러니-!
로니아 기사들이 상자를 열었다.
***
“그, 그게 무슨 소리요? 유마!?”
로니아의 왕좌에 오른 후, 애쉬는 국정을 소홀히 했다. 하는 것이라곤 빈둥거리는 것뿐이었다.
국정에 대한 일은 모두 신성 교단에서 파견 온 이들, 이단 심문관들의 검토하에 운영되었다.
애쉬는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신성 교단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자신에게 함부로 대드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질타하려는 이들도 자신의 손짓 한 번에 모두 끌려갔다.
‘이대로 왕위를 유지하다, 적당한 상대를 만나 후계자를 만들고…, 또 왕위를 물려주면 되겠지.’
애쉬는 잠깐이나마 자신이 만났던 다크 엘프를 떠올렸다.
‘…아쉽군.’
이렇게 평화롭게 지낼 때, 에론이 탈출했고, 애쉬는 다급히 사절단을 꾸리게 되었다.
한데, 생각지도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신성 교단의 개입이었다.
“뭘 그리 놀라 하십니까?”
“아니, 지금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소! 지금 내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그렇게 행동한 것이오!?”
유마는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자신만 보면 겁먹은 강아지마냥 꼬리를 내리고 낑낑거리더니, 지금 자신을 보며 찢어대고 있는 게 아닌가?
“애쉬 전하께서 다크 엘프를 원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무, 물론이오. 그 아인 노예를 가지고 싶긴 했소! 하, 하지만…!”
“그 사교도가 북방에 갔고, 그곳에 나라가 있다면 분명 제2의 하네스 제국을 건설할 터. 그걸 막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됩니까?”
“그렇다고 해도…!”
애쉬가 모르는 새 다른 사절단을 동시에 파견하고, 심지어 노드의 왕에게 보낼 선물조차 바꿔치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선물은…
***
상자가 열렸고, 환하게 미소 짓던 사절단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졌다.
반대로, 알현실에 있는 노드족들이 모두 분노하며 살의를 뿜어냈다.
“허…참….”
로키만은 무덤덤하게 사절단을 바라봤고 손을 휘저었다.
콰직-!
사절단 하나가 허공에 터져 사라졌다.
주변에 피의 비가 내린다.
사절단은 굳어져 사라져버린 동료를 바라보다 비명을 질렀다.
“이게-.”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은.
푸른 머리카락과 피로 얼룩진 얼굴들.
“너희 로니아 왕이 보낸 선물이냐?”
노드족의 머리들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