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92)
성좌가 된 플레이어-92화(92/250)
제92화
로니아의 사절단은 헛바람을 삼켰다.
금은보화가 들어있어야 할 상자에, 노드족의 머리통이 담겨 있다.
사절단의 머리에서 땀방울이 맺혔다.
다른 왕국도 아니고, 야만족의 왕국이다.
그것도 로니아를 깔보고, 신성 교단을 두려워하지 않는 광인들의 나라.
그런 곳에서 노드족의 머리통을 담긴 상자를 선물이라 보여줬으니, 그 결과는 뻔했다.
‘…주, 죽는다!’
실제로 옆에 있던 동료가 시체조차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버렸다.
단지 손을 휘저었을 뿐인데 말이다.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몰라도, 강력한 마법사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무, 무언가 잘못된 것이 분명합니다!”
로니아의 사절단은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발악하기 시작했다.
머리를 바닥에 박고는 땀을 뻘뻘 흘리며 있는 힘을 다해 스스로를 변호했다.
“이는 뭔가 착오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이는 음모입니다! 부, 분명 저희 로니아와 아스가르드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한…! 그래…!”
로니아 사절단이 고개를 돌려 에론과 팜을 쳐다보곤 손가락질했다.
“에, 에론 왕자의 모략일 게 분명합니다! 예물을 준비하던 과정 중 에론의 측근이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글쎄, 저들이 힘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만?”
“에, 에론 왕자가 왕도를 벗어날 때, 귀족들이 그를 도왔습니다! 그러니… 그 세력이…! 노, 노드인을…!”
사절단은 어떻게든 로키를 설득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들의 뇌속은 이미 에론 왕자의 세력이 손을 쓴 것이 기정사실로 되어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애쉬가 준비했던 금은보화가 노드족의 머리로 바뀔 리 없지 않은가?
로키는 시선을 상자로 향했다.
노드족의 머리통 사이로 하나의 양피지가 돌돌 말려 있었다.
로키가 손가락질하자, 베르세르크 전사 하나가 서신을 주워들어 로키에게 내밀었다.
로키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곤 사절단 하나를 손가락으로 까딱거리며 불러들였다.
“네? 아, 네….”
오라는 손짓에 사절단 하나가 로키에게 다가갔고, 로키는 양피지를 그에게 내밀며 말했다.
“소리 내 읽어봐라.”
양피지에 담긴 내용을 본 사절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 아스가르드의 지배자시여!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
“읽어라.”
로키의 살기에 사절단은 몸을 떨며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사, 사교도들은 듣거라!”
무릎 꿇고 있던 사절단은 서로를 쳐다봤다.
양피지를 읽던 사신이 절망이 담긴 표정과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나, 로니아의 위대한 왕, 애쉬 로니아는 그대들, 악마를 숭배하는 사교도들에게 경고하노라! 그대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지금 당장 고개를 숙여, 위대한 로니아 왕가에 충성을 바쳐라! 그렇게 한다면 옛 그대들의 잘못을 잊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줄 것이다.”
“애쉬 왕이 직접 쓴 글인가 보군.”
양피지를 읽던 귀족은 눈을 부릅떴다.
아니다. 이건 애쉬의 필체가 아니다. 하지만 버젓이 찍혀 있는 왕의 인장은 부정하려 해도 할 수 없었다.
애쉬 왕이라면 대필 정도야 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우리를 보내기 전에 보여준 행동은…?
‘혹, 혹시 신성 교단이 쓴 글…!?’
애쉬 왕이 아닌 신성 교단이라면-!
“계속 읽도록.”
사신은 눈앞이 깜깜해지는 걸 느꼈다.
“또한, 악마 숭배를 멈추고 아젤란교를 믿음으로서 그대들의 잘못된 길을 바로잡아라! 그러지 않으면 그대들에게 신의 저주가 내려 역병의 재난이 일어날 것이다! 그대들이 우리 로니아에 충성을 맹세하는 증거로.”
사신은 마지막 내용을 보며, 왜 이런 내용이 담겨 있는지 몰랐지만, 읊기 시작했다.
“매년 노드족의 젊은 노예를 바치고, 또한 사교도의 상징인 다크 엘프를 에론 왕자와 함께 바쳐라. 그럼…. 짐은… 그대들을 신하로 받아들일 것…이다.”
짝-!
사절단이 움찔거렸다.
짝! 짝! 짝!
로키가 손뼉을 친다.
그 소리가 알현실에 울려 퍼졌다.
“하! 멋지군. 멋져! 이게 로니아의 뜻인가?”
“아,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이건…!”
그때, 알현실 문이 열리며 칸쿤이 들어왔다.
그녀는 로키에게 고개를 한 번 숙이곤, 그에게 다가가 귓가에 속삭였다.
그리고 손에 쥔 병을 그에게 주었다.
“로니아 사절단 중 하나가 이걸 가지고 있었다는군.”
로키는 손에 들린 병을 흔들었다.
사절단은 그것을 보며, 의아해했다.
병에 담긴 건 나뭇가지처럼 생긴 벌레였다.
사절단이 의아해하는 모습이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이게 뭔지 아나?”
아까 양피지를 읽은 사신에게 로키가 물었다.
“네? 아, 아니… 그…. 무, 무슨 벌레인지요?”
“보여주지.”
로키가 병을 깨트려, 손에 쥔 벌레들을 사절단에게 뿌렸다.
벌레가 사신의 얼굴에 닿았을 때, 꿈틀거리며 피부를 파고든다.
“……!”
끔찍한 고통도 잠시, 사신은 피를 토해냈다.
“으아아악!”
온몸이 꿈틀거리며 피부색이 변했고, 몸이 비틀어진다.
그 모습을 본 사절단들은 입을 떡하니 벌렸다.
저, 저건 설마…!?
“위, 윔 페스트!”
저 역병이 왜 병에 담겨 있단 말인가? 그것도 로니아의 사신들에게 있다니!?
로키는 재미없다는 듯 와이트로 변한 사신을 쳐다봤다.
“설마… 이것을 믿고 이렇게 나온 건가? 단순한 쓰레기인 줄 알았는데, 멍청하기도 하군.”
와이트가 그에게 달려든다.
로키는 손을 휘젓자, 와이트의 머리통이 날아올랐다.
목 없는 육체가 바닥에 굴렀다.
머리를 잃은 육체에서 피와 벌레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히이이익-!?”
윔 페스트를 두려워한 사절단은 입을 가리며 엉덩방아를 찍은 채 뒤로 물러났다.
“이따위 지렁이를 믿고, 나에게… 이 아스가르드에 선전포고했겠다?”
로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리를 들어 와이트의 육신을 짓밟았다.
“그래, 바라던 바다. 이 아스가르드가 어떤 나라인지.”
로키는 사신단을 쳐다봤다. 아니, 노려봤다.
“너희 로니아에게, 이 대륙에 보여주마.”
짙은 살기가 사신단의 목숨을 쪼여왔다.
“애쉬 로니아에게 너희의 목을 보내주마. 너흰 지옥에서 어리석은 왕의 최후가 어떤 것인지 지켜보아라.”
로키가 직접 사절단에게 다가갔고, 사절단은 비명을 지르며 뒤를 돌아 도망쳤다.
“마, 막아! 저자를 막아!”
사절단은 로니아 기사들에게 소리쳤지만, 기사들은 로키의 위압감에 움직이지 못했다.
로키는 손을 휘둘렀고, 그때마다 알현실엔 피가 흩뿌려졌다.
***
“참… 로키 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칸쿤이 한숨을 내쉬며 알현실을 쳐다봤다.
피륙투성이.
로키의 분노에 로니아의 사절단 중 살아남은 자는 없었다.
아니, 딱 한 명.
로니아의 호위 기사 중 어린 소년만 살아남았다.
기사의 종자로 보이는 이는 머리를 감싸곤 벌벌 떨고 있었다.
로키는 그 모습에 흥미를 잃었는지 그 소년을 향해 허리를 숙여 말했다.
“네가 우리 아스가르드의 사절단을 대신하여, 애쉬에게 전하라.”
“…….”
“로니아는 멸망할 것이다…라고.”
에론과 팜은 굳어진 채 싸늘해진 시체들만을 바라봤다.
‘한순간이었다!’
로니아의 사절단이다.
그들의 호위를 맡은 이들은 로니아 왕국에서도 상당한 능력을 가진 기사단이었다.
그런 그들이 제대로 손도 못 써보고 살해당했다.
그저 벌레를 내쫓는듯한 손짓 한 번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마법을 쓴 걸까? 아니면 그저 물리적인 힘으로 그런 것일까?
무엇이 되었든 둘 다 상식을 벗어났다.
‘이런 자가 도대체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팜이 이를 악물었다.
늦었다. 이미 ‘명분’은 아스가르드가 쥐고 있었다.
“신성한 알현실이 더러워지지 않았습니까? 저분들이 고생하시잖아요.”
칸쿤은 손가락으로 알현실을 청소하는 스켈레톤들을 가리켰다.
발할 궁전의 스켈레톤들이었다.
그들은 쓰레기 버리는 것처럼 시체를 통에 집어넣고, 바닥을 대걸레로 닦고 있었다.
심지어 앞치마와 모자까지 쓴 채.
한때 노드족을 쓸어버린 전장 사신과 같았던 그들이, 지금은 전문 청소부처럼 보인다.
어떻게 보면 귀엽게 보일 지경이다.
“그리고… 로키 님의 몸도 더러워집니다.”
“…나도 모르게 흥분했군.”
옥좌에 앉은 로키는 손을 탈탈 털어냈다.
그 모습에 칸쿤은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다가가 손수건으로 그의 손에 묻은 피들을 닦았다.
“누가 르란을 좀 불러와라. 그리고 저 노드족의 유해들은 알아보고 장례를 치러주도록.”
“로니아의 짓인 거 같습니까?”
아움이 물었다. 그는 애쉬를 본적이 있었기에 쉽게 믿지 못했다.
“글쎄, 한스. 네놈이 보기엔 어떠한가?”
한스는 턱을 쓰다듬더니 말했다.
“애쉬 왕의 짓은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는 겁쟁이입니다. 로키 님과 베르세르크 전사대를 경험했음에도, 이와 같은 짓을 벌일 리 없지요.”
한스는 로키와 애쉬 왕자의 인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애쉬의 성격이 180도 변모하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무모한 짓은 하지 않을 터.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샐럿을 달라는 내용을 보면 그가 몰랐다고 하기에도 애매하군. 이 일에 간접적으로 엮였을 가능성이 있다. 뭐, 뒤에서 이러한 지저분한 짓을 한 건 역시 신성 교단이 한 짓이겠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움의 물음에, 로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뭘 어떻게 하겠나? 어찌 되었든 로니아 왕가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애쉬의 뜻이든 아니든, 로니아는 우리에게 선전포고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
로키가 눈웃음을 지었다.
“전쟁이다.”
“…그렇습니까?”
한스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고향이 이제 멸망할 것이라는 걸 느낀 것이다.
한스는 슬쩍 팜과 에론을 쳐다봤다.
팜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고, 에론은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거야 원… 나중에 저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눠봐야겠군.’
한스는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하지만 로니아, 신성 교단. 이 둘을 모두 상대하긴 꽤 귀찮은 일이 될 겁니다.”
“그것에 관해선 내가 알아서 하도록 하지.”
그때, 알현실에 르란이 들어왔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그래, 왔군. 르란. 내가 예전에 부탁했던 일. 해줄 수 있겠나?”
르란은 의아해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토리아 섬에 갔던 당시, 로키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
신성 교단으로 향하던 어느 수도사의 편지.
“그걸 보내도록.”
그것이 신성 교단의 움직임을 막아줄 것이다.
***
애쉬는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사절단이 가고 나서, 아무런 연락이 오질 않았다.
‘일이 틀어진 게 분명해…!’
설마 유마, 이 빌어먹을 이단 심문관이 노드의 왕에게 보내는 예물을 빼돌리고 노드족의 머리로 바꿔칠 줄은!!
아무리 전반적인 국정을 맡기고 있다지만, 이는 도를 넘어섰다.
‘다 들어줬잖아? 땅도 주고, 돈도 주고, 이 땅에 신성 교단의 사원을 건설하고 젊은 수도사와 수녀들을 주기로 했잖아!?’
그런데 뭐가 그리 불만이라 자신을 이토록 괴롭힌단 말인가!?
그 까마귀 사내를 열 받게 하다간, 그가 이끄는 짐승의 투구를 쓴 흑색 기사단이 이 땅을 참혹하게 짓밟을 것이다.
그렇게 불안감에 떨던 그에게, 절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사, 사절단의 시신이… 도착했습니다.”
“…….”
“사, 상자 속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찢어진 상태로….”
보고를 올리던 기사의 종자였던 소년은 안색이 하얗게 질리며 식은땀을 흘렸다.
종자는 옥좌에 앉은 애쉬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두려움에 떨었다.
다른 이가 그 모습을 본다면 그들은 마치 사절단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해 후환이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이 아스가르드에서 생존한 종자는, 그들의 진짜 힘을 보았으니까.
이는 로니아의 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전쟁이 벌어질 거란 걸 깨달은 자의 절망이었다.
“그들이… 뭐라고 하지는 않았나?”
이미 일이 그르친 이유는 알고 있다.
이 어린 종자를 살려 보낸 이유도 있을 터.
“그가 한마디 했습니다.”
“그래! 뭐라고 했냔 말이다!”
애쉬는 화를 버럭 내며 소리를 질렀다.
종자는 움찔 움츠러들며 고개를 더욱 숙였다.
“그것이… ‘로니아 왕국은 멸망할 것이다.’라고…”
애쉬의 눈앞이 깜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