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96)
성좌가 된 플레이어-96화(96/250)
제96화
로니아군이 얼어붙은 호수 위를 행군하는 동안, 이상함을 느낀 한 정규군 병사가 뒤를 돌아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점점 줄어드는 거 같지 않아?”
동료의 말에 다른 병사들도 뒤를 돌아봤다.
거친 눈보라와 안개가 주변에 있는 풍경을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정도였다.
다만 어렴풋이 보이는 인영에, 동료가 따라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어떻게 알아? 이런 안개와 눈보라 속에서 도망친 놈들이 당연히 있겠지. 나도 마음 같아선 도망치고 싶어.”
이런 환경이라면 낙오자나 탈영병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 탈영병을 처벌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상황도 아니었다.
따뜻한 모피가 지급된 정규군만 해도 이런데, 농민병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아예 통제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젠장.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나라를 떠났어야 했는데…! 으윽…! 입이 얼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그 순간, 병사들은 바닥에 질퍽한 느낌을 받았다.
“……?”
고개를 아래로 내리자, 누군가에게 습격당한 것으로 보이는 로니아 병사의 시체가 보였다.
“…기, 기습이다-!”
당황한 병사가 급히 소리쳤다.
“뭐?!”
병사들은 급히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하지만 보이는 건 휘날리는 눈보라와 어찌할 줄 모르는 인영들뿐.
적이 보이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혼란을 부추기지 마!”
통제하던 지휘관이 고래고래 소리를 쳤지만, 그의 목소리는 눈보라에 파묻혔다.
병사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
눈 속에 엎드려 숨어 있던 이들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워 장궁을 들어 올렸다.
그 수는 백여 명.
화살을 조용히 뽑아 들고 로니아군을 향해 겨눈다.
노드인 특유의 청록색 눈동자가 하얀 안개 속 그림자를 향해 노려봤다.
활시위가 팽팽해지며 손가락을 놓았다.
화살은 눈보라와 안개를 꿰뚫고 병사들을 명중시켰다.
“으악!”
“화, 화살이다!”
“어디야?! 어디냐고!”
“잡아라!”
로니아군이 조금씩 흩어지며 분열되기 시작했다.
대열이 망가지고 저마다 수색을 위해 발길을 옮긴다.
적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으니 그들로서는 오직 흩어져 적을 찾는 것밖에 없었다.
노드군은 화살 세례를 퍼붓고 손짓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상대는 대부분이 농민병.
정규군이 있다고 해도 대열이 무너진 시점에서 방황하는 짐승일 뿐이었다.
이제… 흩어진 나약한 짐승들을 사냥할 시간이다.
***
로니아군 곳곳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으아아악-!”
“뭐야? 어떻게 된 거야?”
후방에 있던 병참 부대는 앞에서 일어난 소란에 혼란스러웠다.
거칠게 귀를 때리는 바람 소리와 눈보라 소리를 꿰뚫고 들려오는 비명.
병참 부대는 급히 무장했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그때, 눈보라 속에서 로니아군 병사 하나가 걸어 나왔다.
머리에 피가 흐르고 팔은 잘려있다.
절망이 섞인 얼굴이었지만, 기괴하게도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뭐, 뭐야?”
병참 부대는 로니아군 병사를 보고 외치는 순간 그 병사의 목이 몸과 분리되며 바닥에 떨어졌다.
흠칫 놀란 그들의 눈앞에 안갯속에서 여유롭게 걸어오는 무리가 보였다.
“보급 부대이십니까?”
피 묻은 검을 쥔 여기사가 활짝 미소 짓는다.
해바라기처럼 온화한 표정이지만, 그녀의 검에는 피가 묻어 있다.
참으로 섬뜩하기 짝이 없는 미소였다.
“이야~! 이게 다 식량이야?”
“오오! 모피도 한가득이네!”
하얀 복면에 투구, 갑옷을 입은 그들. 노드군이었다.
로니아군은 화들짝 놀라 검과 창을 겨누었음에도, 상대편은 적의가 담긴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앞의 병참 부대가 안 보이는 듯 그들을 지나쳐 보급 수레를 훑어보고 있을 뿐이다.
위화감이 느껴지는 그들의 행동에 로니아군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주, 죽어라-!”
용기 있는 병사 하나가 달려들며 창을 질러본다.
하지만 그 용기가 무색하게도 가차 없이 병사의 머리통이 두 개로 쪼개졌다.
“……!”
“앙? 뭐야? 아직도 있었냐? 그냥 보급만 두고 가면 살려주려고 했는데… 신녀님 어떻게 합니까?”
노드 병사의 말에 여기사, 칸쿤이 로니아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당신들의 보급을 가져가야 하거든요! 그러니….”
그녀가 검을 휘두르자, 로니아군 세 명의 몸이 위아래로 갈라졌다.
“…이 보급은 이제 제껍니다.”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학살이 시작되었다.
목이 베이고 몸이 꿰뚫리며 피를 흩뿌리며 죽어 나갔다.
“항, 항복하겠소!”
결국 몇몇 로니아 군은 항복 의사를 밝히며 무기를 버렸다.
노드 병사들은 그들을 구속해 끌고 갔다.
남은 노드 병사들은 보급 수레 5대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칸쿤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이걸로 만족할까요. 다른 보급을 노리기에는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고. 쉬엄쉬엄하면 되겠지요.”
그녀가 외쳤다.
“지금 보급을 옮깁니다! 그리고 시체도 같이 옮기세요!”
노드군은 저마다 얼굴을 마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체도 말입니까?”
칸쿤도 의아해하며 말했다.
“몰라요, 로키 님이 직접 내리신 명령이십니다.”
노드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로니아군의 시체를 끌고 갔다.
“자, 빨리빨리 움직이자고.”
“잠깐만요.”
노드 병사들이 보급을 바라볼 때, 칸쿤이 끼어들었다.
그녀는 수레에 실린 보급품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윽고 검을 뽑아 들고 겨누었다.
“누구십니까? 정체를 밝히세요.”
노드 병사들이 저마다 의아해하며 보급품을 바라봤다.
이윽고 그들도 무언가를 감지했는지 검을 뽑아 들었다.
살기가 전해져서일까?
보급품들이 들썩거리더니, 그곳에서 양손이 보였다.
“자, 잠깐! 공격하지 마시오!”
그리고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칸쿤은 그 남자를 보며 검 손잡이를 놓고는 놀란 눈빛을 내비쳤다.
“아, 아군이오! 아군! 아!!! 그, 그대는 나를 본 적이 있지 않소! 나요! 나!”
어째서인지 낯익은 중년 사내다.
하지만 호리호리하게 생긴 대륙인은 칸쿤으로선 기억에 남는 이가 없다.
‘어디서 봤었지?’
손가락을 턱에 짚고는 곰곰이 생각에 빠진 칸쿤.
덕분에 오랜 침묵이 찾아왔고, 참을성 없는 노드 병사들이 그에게 다가가려 할 때-.
칸쿤이 그 ‘귀족 사내’를 쳐다보곤, 누군가를 떠올렸다.
“아!”
통통한 몸집과 멋들어진 콧수염을 길렀던 귀족.
예전, 로키의 명으로 애쉬를 배반하고 반란을 일으켰던 인물!
“…할로 후작?”
“하, 할룸 후작이오! 이 무식한-!”
“…….”
“흐흠-!”
할룸은 노드 병사들의 눈치를 보며 말투를 바꿨다.
“그, 그러니까… 아! 신녀! 그래! 그렇게 불렸던 거 같소만!”
할룸, 그가 야윈 얼굴로 칸쿤에게 양손을 들어 올려 항복 의사를 밝혔다.
“나를, 나를 악마님께 데려가 주시오!”
***
로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랜만이다. 할룸.”
할룸 후작, 아니 자작.
그가 로키 앞에 무릎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박고 있었다.
“아, 악마님을 뵙나이다!”
“로키라고 불러라.”
…이 녀석은 왜 여기 있는 거냐?
칸쿤에게 보급을 주워오랬더니, 이놈을 주워왔다.
로키는 칸쿤을 힐끔 쳐다봤고, 그녀는 볼을 긁적이며 로키의 시선을 피했다.
로키는 할룸 자작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 때문일까?
눈치가 빠른 할룸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
“바, 반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애쉬 왕이 저를 군부대에 배속시켰나이다. 다, 다만 절대 로키 님을 향해 검을 겨눌 생각은 없사옵니다!”
“그렇군.”
“그…그래서 로키 님께 저의 목숨을 살려주셨으면 하고자….”
애쉬 왕이 할룸을 군에 배속시킨 것.
그건 할룸의 영향력을 없애고, 또한 그를 죽일 수 있는 명분을 찾고자 내린 결정이었다.
분쟁지역이니만큼 저절로 왕도와의 거리가 멀어지며 할룸의 영향력 또한 줄어들뿐더러, 군에서 사고가 터지면 그에 따른 책임으로 처벌을 내릴 수도 있다.
혹은, 사고로 위장해 죽일 수도 있었다.
귀족과 신성 교단의 반발심 없이, 할룸을 깔끔히 처리하고자 하는 애쉬의 속셈인 셈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할룸은 살고자 로키에게 도움을 청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네?”
할룸은 고개를 들어 로키를 쳐다봤지만, 그의 이글거리는 안광을 보자, 안색이 창백해지며 바로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네놈은 내가 내린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애쉬를 잡으라고 했더니….”
애꿎은 마법사 소년이나 잡고 자빠졌다.
할룸은 로키가 언짢아하고 있다는 걸 감지했다.
“기, 기회를 다시 한번 주십시오!”
“기회?”
“네, 네! 다시 한번 저에게 기적을 내려주신다면… 그, 그럼… 다시 한번 애쉬를 처단하겠습니다!”
“음….”
로키의 무미건조한 반응에 할룸은 식은땀을 흘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저의 충성심…. 아니, 신앙심을 증명하겠나이다!”
“어떻게?”
“저, 저는 이 로니아 원정군의 전력과 전략, 그리고 군의 이동 경로와 보급 경로. 취약점 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모든 걸-!”
할룸의 머리를 더욱 바닥에 눌렀고, 이마의 피가 바닥에 적셔졌다.
“말씀드리겠나이다!”
그 말에 로키는 눈웃음을 지었다.
***
로니아군의 1만의 선봉 부대의 지휘를 맡은 건 티몬이라는 백작가의 귀족이었다.
“기습으로 인해 100명 정도가 전사, 40명 정도가 경상, 그리고…. 병참 부대의 지휘관인 할룸 자작님이 실종되셨습니다.”
얼어붙은 호수에 진입한 지 4일밖에 지났을 뿐이다.
아군의 피해에 티몬은 신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적군으로 보이는 시체는 보이지 않습니다. 상대가 수습했거나 혹은….”
보고를 올리는 지휘관을 보며 티몬 백작은 이마를 짚었다.
“단 한 명의 적군도 죽이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에, 아무리 기습을 당했다지만, 단 한 명도 죽이지 못하다니?
이건 어이가 없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결과였다.
‘…적의 움직임은 체계적이었다. 마치 호수에서 평생을 산 사람처럼 유연하게 움직였어.’
노드인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결과물이 나올 줄 예상치 못했다.
아무리 실력이 형편없는 농민병들이 주력이라지만, 이렇게 형편없이 당할 줄이야!
‘…무엇보다 위험한 건, 이 환경이다.’
얼어붙은 호수에 들어온 후 생긴 낙오자가 200여 명.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병사들이 동사하고 있다.
얼어붙은 대지까지 도착하기에는 앞으로 수일.
그때까지 얼마나 죽어 나갈까?
‘역시 이건 미친 짓이야!’
티몬은 이를 갈았다.
‘선봉대라는 이유로 보급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 대부분 본대에 집중되어 있어.’
농민병들이 얼어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거겠지.
이대로라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기다려서 중앙군과 합류할까?’
지금으로써는 그게 최선이었다.
앞으로 더 행군하다간 병사를 얼마나 더 잃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후퇴할 수도 없다.
“지금 당장은 최대한 병력을 아낀다. 병사들에게 알려라. 최대한 휴식을 취하라고….”
푹!
찌익-!
티몬 백작이 말을 할 때, 천막 사이로 화살이 꿰뚫고 지나왔다.
천막이 찢어지며 눈보라가 그대로 들어온다.
“무슨 일이냐?!”
또 기습인가?!
그런 생각과 동시에 티몬 백작은 볼 수 있었다.
찢어진 천막 사이에 보이는 광경은….
“기습이다-!”
불길에 휩싸인 야영지였다.
“……!”
안개 속에서 불화살이 쏟아져 내려왔다.
불화살은 눈길에 금방 꺼져버렸지만, 찢어지고 불타오르는 천막은 눈보라도 막을 수 없었다.
“무슨…?”
불화살은 병사들을 노리지 않았다.
그들이 쉴 수 있는 천막.
그걸 공격하고 있었다.
“설마…?”
노드족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수단을 제거하고 있었다.
“……!”
“천막을 거둬!”
“숙소를 지켜라!”
티몬 백작의 눈 근육이 꿈틀거렸다.
병사들이 필사적으로 천막을 지키려 애를 쓴다.
적군은 불화살만 쏠 뿐 접근해오지 않았다.
지낼 막사가 사라진다?
앞으로 중앙군이 올 때까지 이틀은 걸린다.
그들의 합류를 기다리는 동안 병사들은 추위 속에 적군을 만나보지도 못한 채로 얼어 죽을 것이다.
이건 정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