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97)
성좌가 된 플레이어-97화(97/250)
제97화
거센 눈보라가 잦아들고, 안개가 걷혔다.
얼어붙은 호수에서 보기 드문 따뜻한 햇볕 아래, 2만의 중앙군이 도착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건가?”
그곳의 광경은 끔찍했다.
폐허. 그리고 패전병.
그렇게 보이는 무리들 밖에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냔 말이다-!”
파멈 후작의 외침이 얼어붙은 호수에 울려 퍼졌다.
중앙군이 이곳에 도착하기 위해 걸린 시간은 삼일 정도가 소요되었다.
최대한 조심스레 행군한 결과였다.
덕분에 기후에 따른 피해는 매우 미약했고, 많은 병력을 보존한 채 이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분명 선봉대도 이렇게 주의만 했다면 안전하게 얼어붙은 대지 쪽으로 가고 있을 거라고 파멈 후작은 예측했다.
다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어서 오십시오. 파멈 후작님….”
초라한 형색의 티몬 백작이 다가와 파멈 후작을 맞이했다.
부석부석하게 헝클어져 있는 머리.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건지 퀭한 눈을 가지고 있다.
그런 티몬 백작을 쳐다본 파멈 후작의 인상이 와락 일그러졌다.
“말을 해보시오! 티몬 백작. 일만의 병력이 어떻게…? 다른 병력은 어디로 간 것이오!”
“다른 병력…?”
티몬 백작은 실없이 웃었다.
“후작님께서는 기습받지 않으셨나 봅니다.”
“기습?”
그 말에 티몬은 서럽게 울분을 터트리며 무릎을 꿇을 뿐이었다.
“모두 죽었습니다. 네, 모두 죽었어요! 겨우 백여 명의 기습에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젠장!!”
파멈이 보기엔, 티몬 백작은 미쳐 있었다.
“백작, 어이가 없군. 겨우 야만인들 따위에게 놀아나며 반 이상의 병력을 잃었다는 건가?”
티몬 백작은 고개를 들어 파멈 후작을 쳐다봤다.
파멈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티몬 백작을 포박하라! 병사들을 죽게 한 무능한 지휘관이다!”
“…무능하다고? 내가? 하, 하하하! 애초에 이따위 전쟁을 반대했었다! 10만 대군조차 정벌하지 못한 곳을 겨우 8만의 군대로 가능하겠는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생각하다니…애쉬, 그놈은 미쳤어!”
파멈은 그런 백작을 무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왕족 모독까지… 백작. 그대에게 책임을 묻겠다.”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를 군법으로 다스려… 공개 처형한다!”
***
로키는 미니맵을 쳐다봤다.
빙판 위. 형식적으로 간단히 만들어진 처형대 위에서 티몬 백작의 목이 떨어지는 장면이었다.
시뻘건 도끼날로 내려친 목은 댕강 잘렸고, 그것을 시작으로 중앙 사령관인 파멈 후작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중앙군은 사기 높은 함성을 질렀지만, 합류된 선봉군은 좌절한 표정으로 전 지휘관인 티몬 백작의 처형식을 지켜봤다.
중앙군의 사기는 높아졌지만, 반대로 선봉군의 사기는 저하되었다.
그 장면을 지켜본 로키는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아쉽군. 소리가 들리는 기능만 있어도 어떤 헛소리를 하는지 들을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로키가 그런 미니맵을 보고 있을 때, 그와 마주 보고 앉아 있던 사내가 신음을 흘렸다.
아움 리니아의 동생, 페르였다.
그는 탁상 위에 만들어진 체스판을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체스말을 옮기던 그는 심중한 표정으로 로키를 쳐다봤다.
그의 심리를 읽겠다는 심산이겠지만, 산양의 투구에 가려진 얼굴을 읽을 수 있을 리 없다.
믿을 건 투구 사이로 보이는 붉은 안광뿐.
페르가 조심스레 체스말을 놓자, 로키의 안광이 가늘어지는 걸 확인했다.
“좋았어! 하하! 방심한 모양입니다, 성좌님! 그렇게 시선을 다른 곳에 두니 이렇게 되는 거죠! 제가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다른 곳에 신경 쓰는 로키 님에게 질 리가…!”
페르는 이겼다고 생각했는지 확신의 찬 표정을 지었지만, 로키가 체스 말을 움직이자 페르의 얼굴이 굳어졌다.
“으아아아아!! 또 졌다!”
페르는 체스판을 엎어버리고 머리를 움켜잡고 끙끙거렸다.
로키는 그 모습이 재밌는지 웃음 참는 소리를 흘렸다.
“…졌으니 다시 출전해라.”
로니아와 달리, 아스가르드는 평화로웠다.
***
파멈 후작이 이끄는 2만 5천의 중앙군은 행군을 다시 이어나갔다.
하늘이 도운 것인지 폭설과 안개가 사라지고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며, 병사들의 추위를 견딜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추위마저 사라지고 며칠째 기습이 없자, 파멈 후작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간단한 일도 못 하다니. 티몬 백작은 도대체 뭔 짓을 했기에 병력을 그렇게나 잃은 것인가?”
지금의 날씨가 유지된다면 얼어붙은 대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근처 노드인 마을을 점령 후 그곳에 휴식을 취할 수도 있을 터.
“앞으로 3, 4일인가….”
파멈 후작이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병사들이 걷다가 흠칫 놀라며 바닥을 내려다봤다.
“…왜 그래?”
행군에 지친 동료의 목소리에 자신의 발을 이용해 빙판에 깔린 눈을 치웠다.
빙판이 울리고 있었다.
병사들은 빙판이 내려앉을까 조마조마했지만, 의문이 들었다.
빙판은 분명 멀쩡하다.
금이 가거나 무너질 듯한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이 진동은 뭐란 말인가…?
그때, 저 멀리서 눈 폭풍우와 같은 하얀 먼지가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저건…?”
병사들이 긴장하며 창을 움켜잡았다.
웅장하게 울리는 말발굽 소리.
4개의 수레바퀴 소리가 진동하며 대지에 울렸다.
-후우우우우!
-히이이잉!
마갑에 둘러싸인 두 마리의 말이 거친 숨을 내쉰다.
그 모습을 본 병사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적…!?”
“기습이다!”
“저건 ‘전차’잖아!?”
병사들이 주춤거리는 외침에 파멈 후작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
하얀 입김을 내뱉은 그는 어깨에 걸친 모피를 펄럭이며 급히 검을 뽑아 들었다.
‘…전차?! 맙소사! 야만인들이 전차를 사용한다고?!’
게다가 수도 어림잡아 100여기 정도나 된다.
파멈 후작은 식은땀을 흘렸다.
미개한 야만인들이 전차를 운용할 줄 안다는 것에 놀랐고, 이런 미끄러운 빙판길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제대로 속도를 내는 기동성에 놀랐으며, 또한 지금 이 시대에 뒤처진 ‘전차’를 사용한다는 게 놀란 것이다.
놀란 것도 잠시, 파멈 후작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 역시 뇌에 근육밖에 없는 놈들 같으니!’
오크보다 무식한 놈들답다.
아무리 전차가 기동성이 좋다지만, 2만 이상의 보병부대를 유연하게 상대할 수 있을 리 없다.
무엇보다 자신의 부대엔 궁수가 1,500명 이상 있기에, 100기의 전차 따위는 원거리로 쏴대는 화살에 의해 오기도 전에 전멸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을 때, 뭔가 빛이 나며 빠르게 날아와 로니아군을 꿰뚫었다.
펑-!
병사들의 몸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
거대한 무언가는 그 뒤로 병사 두어 명을 꿰뚫고 지나가며, 피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병사 중 일부가 고개를 돌렸을 땐, 이미 동료들의 몸에는 머리통만 한 구멍과 함께 싸늘한 시체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병사에게 꽂혀 있는 그것은….
“…창?”
“아니, 이건…. 볼트다!”
쇠뇌에 사용되는 볼트. 하지만 그 크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마치 창과 같이 굵고 길쭉한 공성용 발리스타와도 같은….
“설마…?”
파멈 후작의 눈이 커졌다.
“진짜…발리스타?”
일반적인 전차는 바퀴에 칼날을 달고 돌격하고 그 위에서 활을 쏘거나 창을 겨누는 형식이다.
하지만 지금 달려오는 전차는 그 크기와 무게감이 차원이 달랐다.
말들은 보통 말보다 배는 커 보이고 힘 있어 보인다.
게다가 말들이 끄는 수레 또한 대륙의 그것보다 크며, 그 위에는 방향 전환이 자유자재로 개조된 발리스타와 볼트가 든 통들이 있었다.
전차에 발리스타를 접목한다?
아예 생소한 생각은 아니었다.
그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발리스타의 무게와 발사 충격에 대한 문제로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전해져왔다.
그런 걸…. 야만인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안정적이고 기동성이 뛰어난 전차로 말이다.
“저놈들은 도대체…!!”
파멈 후작의 이마에 핏줄이 돋으며 외쳤다.
“뭐 하는 놈들이야-!!!?”
파멈의 외침을 들은 것일까?
전차를 선봉으로 움직이던 페르 리니아는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외쳤다.
“어떠냐? 위대한 나의 형님! 아움 리니아와 로키 님의 권능이 만들어낸 걸작이다!”
아움 리니아는 예전부터 대륙으로부터의 침략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렇게 고민한 결과가 공성 병기가 장착된 전차.
상대적으로 가볍고 경량화된 병기도 그렇지만, 드워프의 기술력과 로키의 발할 궁전에 있는 자재는 완전 무장도 가능케 만들었다.
또한 전차 부대의 말들은 아스토리아 섬의 우수한 명마들.
아스가르드의 베르세르크 전사대 다음으로의 최강 병기.
아니 어쩌면 기동성이 따라오지 못하는 베르세르크 전사들도 감당하지 못하는 최악의 병기인 셈이다.
전차는 로니아군 보병들 쪽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멀리서 그들을 향해 발리스타를 쏴댈 뿐이다.
활보다 3배 이상이 되는 사거리, 공격 따윈 불가능했다.
“…기병! 기병들을 내보내!”
파멈 후작은 재빨리 상황판단을 하며 기병 부대를 불러들였다.
그는 전쟁에 대한 경험은 티몬 백작보다 없었지만,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저런 전차 부대는 기병으로 상대하는 것이 가장 효율성이 높다.
‘문제는 숙련된 기병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거야.’
중앙군의 기병 수는 대략 600.
애초에 얼어붙은 대지는 숲이 우거진 지리였기에 기병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소수로 편제된 병력이었다.
무엇보다 빙판 위의 기병 운영은 자살행위다.
“하지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파멈 후작의 지휘 아래, 200기의 기병이 달려갔다.
말이 거친 숨을 내쉬며 빙판길을 달린다.
말발굽이 빙판에 흔적을 남기며 달렸지만, 그중 몇몇은 빙판길에 미끄러져 낙마하고 말았다.
하지만 속도를 늦출 순 없었다.
늦추는 순간, 저 전차에게 공격을 허용할 것이다.
창을 든 기병들이 전차로 바짝 추격한다.
거리가 점차 좁혀졌을 때, 기병들은 희미하게 미소 짓고 창을 들어 올렸지만….
푸욱!
…전차에 타고 있던 노드군의 긴 장창에 찔려 낙마하기 시작했다.
“……!”
“우리가 멍청하게 있을 거 같아?”
노드군은 미소를 짓고 장궁을 꺼내 들었다.
그에 기병들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정면으로 쫓아오는 기병들이다.
이 속도라면 선회하는 즉시,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낙마하게 된다.
“이런 젠장-! 전차에 저런 무식한 무장을 했다고?!”
“겁먹지 마! 어떻게든 달라붙어!”
악을 쓰는 로니아 기병들을 보며 발리스타 조정을 맡은 페르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저 말, 안줏거리로 괜찮을 거 같은데?”
“뭐, 나중에 가져오면 되지요. 여기선 고기가 썩을 이유도 없잖습니까?”
페르는 여유롭게 웃었다.
“그나저나 너무 쫓아오는데? 선회는 가능하냐?”
“저쪽도 그렇지만…. 우리 쪽도 선회는 못 합니다. 선회하는 순간 전복될 겁니다. 페르 님이야 한번 경험해보지 않았습니까?”
“그러고 보니 얼어붙은 호수에서 목이 꺾였다지요?”
노드군이 농담하자 페르는 고개를 저었다.
“끙! 그 경험을 다시 하긴 싫다. 솔직히 그때 목뼈가 부러져 계속 고통받았다고. 뭐, 이렇게 된다면… 정면으로 붙어줘야지!”
발리스타가 기병의 몸에 겨누어졌다.
“…흐흡!”
로니아 기병은 자신의 말이 조준되었다는 것에 깜짝 놀라 뒤늦게 방향을 전환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말의 몸통이 날아온 볼트에 의해 터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