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98)
성좌가 된 플레이어-98화(98/250)
제98화
핏물이 차가운 얼어붙은 호수 위로 떨어졌다.
조금전까지 생명의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는 걸 증명하듯,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쩝, 기병 하나 죽이는데 볼트 하나라니. 너무 아깝잖아?”
“그럼 한 번에 기병 서넛을 맞추시던가요.”
“그렇군! 그럼, 사격 놀이나 즐겨볼까?”
발리스타를 움켜잡은 페르의 말에 옆에서 보조하는 병사가 장궁을 들었다.
“그럼 내기로 술과 안줏거리를 쏘는 건 어떻습니까?”
“하! 좋지!”
“그 대신 활과 발리스타의 차이는 감안해주셔야 합니다?”
“당연하지!”
노드군은 유쾌하게 싸움을 즐기고 있었다.
전투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로니아군은 전력을 다해 최대한 적을 격퇴하고 군대의 피해를 줄이고자 발버둥 쳤다.
그리고 얼마 후, 전투가 끝이 났다.
“적병…후퇴했습니다.”
해가 지고 추위가 몰려온다.
따뜻한 햇볕의 축복이 사라지자, 로니아 병사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낮에도 추위에 의해 체온이 뚝뚝 떨어지는 걸 느끼는 그들인데, 밤이면 얼마나 더 심해지겠는가?
살면서 햇빛이 이렇게 그리운 건 처음이었다.
파멈 후작은 병사들에게 막사를 짓고 휴식을 취하도록 명령하였다.
적당한 술과 식량으로 그들을 위로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암울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빙판 위에 장작불을 붙인 그들 중 일부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흐느꼈고, 다른 일부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중앙군의 사기는 말이 아니었다.
북방의 추위와 노드인들의 투지, 그리고 상상도 못했던 ‘전차’의 습격.
그것을 체험한 병사들로서는 또다시 그 끔찍한 것들에게 기습받을까 조마조마했다.
전차 때문에 일어난 사상자는….
“…민병대 400여 명, 기병 100여 기가 전사했습니다. 더불어, 적군의 피해는… 없습니다.”
“…….”
파멈 후작은 지휘 막사에서 병사가 내린 보고에 참담함을 느꼈다.
민병대야 그렇다 쳐도 기병 100기의 소실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만인들의 전차들이 후퇴한 이유 또한 간단했다.
싸움에 불리하기보단… 볼트가 다 떨어져 후퇴한 것으로 보였으니까.
파멈 후작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설마… 티몬 백작이 당한 이유도 아까와 같은 기습 때문이라면…?!
‘…최악이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도 티몬 백작과 같은 운명이 될까 덜컥 겁이 났다.
티몬 백작의 병력이 왜 그렇게 줄었는지 이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될 줄이야!’
차라리 티몬 백작을 살려두고, 야만인들이 어떤 식으로 공격해왔는지, 어떻게 버텼는지에 대해 조언을 얻었어야 했다.
설마 자신이 이렇게 될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
어두운 밤,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져 로니아군의 진영은 오직 횃불만이 주변을 밝혔다.
“…움직인다.”
페르의 말에 하얀 복면을 쓴 노드군이 움직였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로니아 진형의 앞에 노드군은 짐수레에 실린 모래주머니를 꺼내 방어벽을 쌓기 시작했다.
“최대한 조용히 움직여라.”
페르의 목소리에 노드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래주머니가 노드군의 가슴팍까지 올라올 정도로 쌓고 사이사이에 창대를 꽂아놓는다.
그리고 빈틈없이 물을 뿌렸다.
골고루 방어벽을 적시고 그다음 전차를 뒤에서 고정해 발리스타를 로니아군 진형에 향하도록 만든다.
저 멀리엔 힘들게 끌고 온 투석기까지 배치해두었다.
“어이! 최대한 얼지 않게 잘 저어둬. 로니아 놈들에게 줄 선물이야!”
한쪽에서는 커다란 항아리에 담긴 것들을 얼지 않도록 끓이고 있었다.
“내일 아침 밝으면… 전투를 시작하자.”
***
다음 날 아침, 파멈 후작은 따뜻한 모피를 두르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후작님! 큰일 났습니다!”
파멈 후작이 눈을 번쩍 뜨며 덮고 있던 모피를 던져버렸다.
어제 있었던 대참사가 다시 일어날까 두려워 급히 병사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냐? 또 기습인가!?”
“그, 그것이….”
병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면서도 뭔가를 말하기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저희 진형 앞에 적군이…진을 쳤습니다.”
“……!”
파멈 후작은 급히 막사를 나왔다.
로니아군의 병사들은 잔뜩 동요하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생겨난 진형, 게다가 이미 발리스타며, 투석기가 자신들을 향해 배치되어있는 것이 마치 소형 요새와 같았다.
파멈 후작은 넋이 나가버렸다.
‘군의 진지 근처에 또 다른 진지를 건설하다니…!?’
그의 굳어진 입술이 떨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미개한 야만인들 같으니 저따위 진지를 건설한다고 뭐가 달라질 거 같은가?”
…라고 생각했다.
2만 5천이 넘는 적군의 진지 앞에 요새를 만들어?
게다가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진 요새이니 그 내구성은 말할 것도 없이 허약할 터.
지금 당장 돌격한다면, 저 요새는 단 몇 시간조차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다.
분명 저것은 전장 경험이 없는 지휘관이 생각도 없이 저지른 일 것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빙판 위에서 운영하는 전차부대에, 선봉군의 반 이상을 죽인 자들이다.
평범한 사람의 상식과 생각을 비웃듯 움직이는 군대이니, 방심하고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하루아침에 지은 방어벽 따윈 기병의 돌격만으로도 충분히….’
지금이 가장 부실할 때이다.
이때를 노려 공격하는 게 옳았지만, 묘한 두려움이 사로잡혀 파멈은 섣불리 공격 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좀 더…상황을…지켜본다.”
부하의 말에, 파멈은 대기를 명령했다.
***
노드군의 진지에서는 막사에서 나온 페르가 길게 하품했다.
“하아아~! 잘 잤다. 보아하니 만들어지는 동안 저기는 눈치채지 못했나 보네.”
“놈들도 많이 지쳤을 테니까요.”
눈을 비비며 몽롱한 표정을 짓던 페르는 노드 병사를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노드 병사가 가죽 주머니를 두들기며 웃었다.
“그래? 그럼….”
페르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몸이나 풀자.”
그의 말에 노드군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가죽 주머니를 투석기 위에 올려두기 시작했다.
“발사!”
그리고 투석기를 던지자, 가죽 주머니가 로니아군의 상공에서 사방으로 퍼지며 떨어졌다.
“설마 저 거리에서 날아온다고…?!”
투석기를 바라본 로니아군의 병사들은 움찔했지만, 잠시 후 가죽 주머니를 맞은 병사들이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으악! 뜨거!”
“물…?!”
“…돌덩이가 아니야?”
주머니가 터지며 뜨거운 물을 정면으로 맞은 병사들은 화상을 입으며 비명을 질렀다.
다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한 공격이었다.
로니아 병사들은 어리둥절하며 물에 흠뻑 젖은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저것들 뭐한 거야?”
파멈 후작은 기가 막혔다.
뜨거운 물을 던져?
물론 피해는 입겠지만, 기껏해야 경상자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근처에 던질만한 재료를 구할 수 없어, 뜨거운 물이라도 던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가죽 주머니를 던져봤자, 투구를 쓴 병사들에겐 그렇게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넋 놓고 병사들을 바라보던 파멈의 얼굴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의 부하가 조롱조로 말했다.
“저놈들 멍청하지 않습니까? 전차를 사용했을 땐 무언가 있는 듯싶더니, 이젠 물을 투척하다니. 우리를 놀리는 건지….”
“안 돼.”
“네?”
병사들은 파멈 후작을 쳐다봤다.
단순한 물주머니였다.
비록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투석기 하나에 수십 개의 물주머니를 넣고 던지는 터라 공격 범위는 상당히 넓었다.
물주머니의 입구 부분도 허술하게 묶어놨는지 로니아 군에게 닿는 족족 터지기 일쑤였다.
그것이 지속해서 반복되자 로니아 병사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때, 병사 중 하나가 반응을 보였다.
“어…라…?”
물을 맞았던 팔이 점차 서리가 끼더니 얼기 시작했다.
두꺼운 의복이 젖어 딱딱하게 얼어붙는다.
덤으로 그 안에 있던 몸 역시 차갑게 식어갔다.
“……!”
이곳은 극한의 냉대기후가 자리 잡은 대지.
몸에 물을 끼얹는 행위는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뭐야…! 이게!”
“주머니를 피해!”
병사들이 움직이지만, 사방으로 퍼져나오는 물주머니는 수많은 병사를 명중시켰다.
파멈 후작은 이를 바득 갈며 외쳤다.
“지금 당장 기병을 준비한다! 당하고만 있을 순 없어! 전속으로 돌진해서 놈들을 쓸어버려!”
“하, 하지만 후작님, 방어벽이 있습니다. 저것을 기병으로 뚫기란….”
파멈은 반박하던 병사를 걷어차 버렸다.
“이런 멍청한…! 그럼 계속 당하고 있으란 말이냐? 게다가 저들이 만든 진지는 겨우 반나절 사이에 만든 것이다! 그게 그렇게 단단할 거 같으냐? 기병의 돌격 한 번이면 간단히 뚫을 수 있어!”
“…….”
“민병대도 준비해라. 적당히 하다간 오히려 당한다! 저 전차부대와 저 공성 병기만 손에 넣으면 저 야만인들은 그저 무식하게 힘만 센 놈들일 뿐이야!”
파멈 후작의 명에, 400기의 기병과 3,000명의 병력이 늘어섰다.
로니아군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
병사들은 긴장한 채 거친 입김을 내뱉었다.
적군이 바로 눈앞에 있다.
“대열을 유지하라!”
“움직이지 마!”
‘움직이지 말라니? 죽으라는 거야?’
병사들은 신음했다.
물주머니가 날아오는 게 뻔히 보이는데 움직이지 말라는 게 말이 되는가?
그들로서는 이 물 폭탄 세례를 피할 방법은 오직 하나, 적군을 괴멸시키는 것뿐이다.
기병 400기, 민병대 3,000명.
그에 비해 상대방 진형은 방어벽으로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정면에서 붙는다면 압도적인 우위로 이길 자신이 있는 로니아군이었다.
하지만…공격 명령은 어떻게 된 건지 지속적으로 늦어지고 있었다.
싸늘한 추위 속에서 파멈 후작은 긴장했다.
상대가 정말로 무식한 야만인인가?…라는 의문에 사로잡혔다.
기후와 지형을 이용한 전술, 그것을 운영할 수 있는 장비와 그것을 완벽히 수행해 낼 수 있는 훈련체계.
그것들은 단순한 야만인들이 익혔다기엔 무리가 있었다.
혹시 이 공격조차 그들이 생각한 대로라면?
‘…함정을 파놨을 것이다.’
파멈 후작은 전략을 구성하며 지시를 내렸다.
“기병은 좌측과 우측을 향해 선회하여 공격한다. 보병은 그대로 전진, 전력을 다해 뛰어라!”
시간 싸움이다.
얼마나 빠르게 적진에 도달하느냐에 따라 아군의 희생도 달라진다.
“모두…돌격!”
공격 신호가 내려졌다.
기수가 깃발을 흔들고 고동 나팔을 불었다.
부부우우우웅-!!
기사들이 일제히 명령을 전달했다.
“돌격 앞으로!”
“전속-! 전진하라-!!”
“으, 으아아아-!”
기사들의 명령에 민병대들은 이를 악물었다.
창을 엉성하게 잡아 내달린다.
기병들은 좌우로 갈리며 빙판길을 달렸다.
로니아군이 움직이자, 빙판이 지진이 나듯 떨리고 함성이 사방으로 메아리쳤다.
페르는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역시 너무 많잖아!?”
“…그러게 말입니다.”
옆의 노드 병사도 기가 죽었는지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로 갈까요?”
“아니, 기름이다. 저렇게 뭉쳐서 와주는데 따뜻하게 데워줘야지.”
투석기의 내용물이 바꿨다.
기름이 담긴 가죽 주머니가 가득 실리고, 그것이 이를 악물며 달려오는 민병대에게 겨누었다.
전력으로 돌진만 하다 보니 대열이 흐트러졌지만, 뭉쳐있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기름 장전!”
“쏴!”
투석기의 도르래가 빠르게 풀리며 탄성이 있는 머리가 휘어져 수직으로 향한다.
수많은 기름 주머니가 하늘에 떠올랐다.
그대로 돌진해오는 민병대와 그 대지에 뿌려졌다.
“또 물주머니…?!”
“물? 아니, 이건….”
민병대는 달리면서도 기름 냄새에 당황한 듯 적진형을 쳐다봤다.
“기름이야!!”
“불꽃탄 발사!”
발리스타에 반동이 일어나며 불이 붙은 볼트를 발사했다.
거침없이 날아간 볼트가 민병대의 중앙을 꿰뚫었다.
쾅-!
얼어붙은 빙판 위, 폭발로 인한 불꽃은 마치 불바다를 연상케 했다.
“으아아아악-!”
몸에 붙은 불은 그들의 사지를 검게 태웠다.
민병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 뭣들 하는 것이냐! 돌격해! 도망가다간 오히려 표적이 된다!”
“으, 으아아아!!”
도망치면 등 뒤에서 당한다.
“조금만 있으면 기병이 도착해 적진을 쓸어버릴 것이다! 아군을 믿어라! 돌격 앞으로-!!”
지휘관의 말대로 적진을 향해 양쪽으로 돌격해가는 기병들이 보인다.
“기병 차지!”
장창을 들어 올린 기병이 그 날카로운 창끝을 적군에게 향했다.
허리를 낮추며 전력을 다해 달려든다.
쐐기 대형으로 이루어진 돌격!
제아무리 괴물 같은 노드인이라고 해도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좌측 기병부대 돌진해옵니다!”
“우측 기병부대 돌진해옵니다!”
노드 병사들의 보고에 페르는 다급히 외쳤다.
“모두 장창 준비! 기병 대응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들은 장창을 꺼내 들고 달려오는 기병들을 부릅뜨고 노려봤다.
발리스타 역시 궤도를 바꿔 기병을 향해 쐈다.
발리스타의 공격을 못 이긴 몇몇 기병들이 낙마하였지만, 대부분 적을 격퇴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며 망설임 없이 달려온다.
‘…꽤 훌륭한 기병부대다.’
아마 아군을 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 망설임 없이 달려오는 것이겠지.
적과의 교전이 빠를수록 자신들이 빠르게 진입할수록 병력이 보존될 테니까.
“하지만… 너무 물러.”
좌우로 쐐기 대형을 갖춘 기병들이 말과 함께 거친 입김을 뿜어내며 창을 치켜들었다.
그들의 말발굽이 허술해 보이는 모래 방어벽에 도달했다.
하룻밤 만에 만들어진 방벽이다.
이따위 허술한 방벽 따위, 말발굽으로 짓밟으면 무너질-!
콰직-!
우드득-!
순간, 말의 다리뼈가 꺾여 부러져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