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99)
성좌가 된 플레이어-99화(99/250)
제99화
“……!”
딱딱하게 ‘얼어버린’ 모래주머니를 깨지 못한 기병들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무슨…!?”
앞에 선두로 둔 기병들이 차례로 무너지자 후방으로 달려오던 기병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게 뭐야…?”
“서, 선회…!”
예상외로 단단한 방어벽에 기병들이 방향을 바꾼다.
주춤거리는 사이 발리스타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
달려오던 민병대의 걸음걸이가 점점 늦어졌다.
적진을 향해 돌격했던 기병들이 겁을 먹고 도망치는 것이 보였다.
기병이 당하고 나면 그 다음은 그들이 될 터였다.
‘죽음’의 공포가 이성을 지배했다.
“으아아아!”
“도망쳐!”
“도망치지 마! 뭐, 뭣들 하는 거냐! 놈들의 공격이 기병에 집중되어있다! 지금이 기회야! 달려!!”
기사가 외치지만 누구 하나 듣는 이가 없다.
공포가 확산되자, 전투 경험이 없는 민병대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후퇴!”
“도망쳐!”
“누구 마음대로! 도망치지 마! 이탈하는 자는 군법으로 다스린다!”
하지만, 발리스타가 보병들에게 겨눠지기 시작하자, 기사 역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적들이 도망칩니다만?”
페르는 점차 물러서는 로니아군을 바라보며 입술을 핥았다.
“아, 그럼 좋지.”
페르의 눈빛이 번뜩였다.
“…모두 갈아버려.”
전차부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쇠가 박힌 말발굽이 빙판길을 벅차며 달려갔다.
전차에 달린 발리스타가 도망치는 민병대를 겨냥한다.
볼트가 발사되며 민병대를 몇 명을 꿰뚫어버린다.
심지어 전차는 달리는 그대로 가차 없이 깔아뭉개버렸다.
인간이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모두 무시하고 지나간다.
말발굽에 깔려 다져지고, 칼날이 달린 바퀴에 찢겨 넝마가 된다.
“도망쳐! 흩어져!”
“놈들이 쫓아온다!”
로니아군에는 절망과 좌절의 비명이….
“모두 쓸어버려!”
“하하하! 뭐냐? 이런 재밌는 사냥은 처음이다!”
노드군에게는 환희가 울려 퍼졌다.
겁낼 필요가 없다. 망설일 필요도 없다.
그들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로니아군의 기병은 모두 전멸, 궁병은 진작 보이지 않았다.
민병대로 이루어진 보병들은 맞서 싸우기보단 등을 보이며 도망치기 바쁘다.
진지에 남은 로니아 병사들은 그런 학살극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은 겁에 질리면서도 고개를 돌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놈들.”
파멈 후작은 지휘를 내리는 것조차 잊은 채 넋이 나갔다.
이건 전쟁이 아니었다.
일방적인 학살일 뿐.
그들 대부분이 평민들로 이루어진 로니아의 일반 백성이다.
징집으로 인해 억지로 끌려온 로니아의 근간이 철저히 짓밟히고 있다.
“그만….”
“죽여라!”
“아스가르드에 대항한 자는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주마!”
“발할라를 위하여-!!”
“하하하!”
광기가 섞인 웃음에 파멈 후작은 이를 악물었다.
“그만해…!!!”
파멈 후작이 직접 검을 뽑아 들고 말에 올라탔다.
기사들이 흠칫 놀라며 파멈 후작을 쳐다봤다.
“모든 병력을 움직여라. 후퇴하는 병력을 보호하라!!”
파멈 후작은 다급히 외쳤다.
“당장…전력을 다해 백성들을 보호하라!”
파멈 후작의 처절한 외침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
노드군은 더 이상 나서지 않았다.
아무리 그들이라도 일만이 넘는 병력이 움직이니 싸울 생각을 못 한 것이다.
이번 정면 대결에서 로니아군은 민병대 800명 전사, 1,020명 부상자, 기병 350기 전멸이라는 결과지를 받아 들어야 했다.
기사는 그것을 보고하기 위해 지휘용 막사에 찾아갔다.
파멈 후작이 지휘용 탁자에 머리를 파묻고 있다.
주변에는 알코올 냄새가 진동하고, 술병과 술잔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그것을 본 기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령관으로서 내린 명령, 그 한 번의 실수에 수천의 병사들이 죽어 나갔다.
‘지휘관으로서의 그 죄책감이 이루 말할 수 없겠지.’
그렇다고 해서 계속 이렇게 있을 수 없다.
이번 피해 상황을 보고하고 다음 지시를 받아야 한다.
전진인가? 아니면 대기인가? 그것도 아니면 후퇴인가?
이 셋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파멈 후작님.”
기사는 파멈 후작을 흔들어 깨우려 했다.
파멈 후작의 몸이 기우뚱거렸다.
그의 손에 있던 술병이 떨어졌다.
‘쨍그랑’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붉은 와인이 피처럼 바닥을 적셨다.
“후작-.”
기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파멈 후작의 가슴에는 단검이 꽂혀있고, 손에는 유서가 보였다.
내용은 간단했다.
“…님?”
기사는 마른 침을 삼키며 뒷걸음쳤다.
파멈 후작은 결국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로키는 안광을 가늘게 떴다.
페르와 그의 뒤에는 상처를 입은 노드 병사 400여 명 정도가 서 있었다.
꽤 치열하게 싸운 건지 모두 머리나 팔다리에 피가 묻은 붕대 하나쯤 두르고 있고, 더러는 눈조차 잃은 건지 안대까지 끼고 있는 자도 있었다.
“전복당해 굴렀다고?”
“…네, 뭐…그렇죠. 하하!!”
페르는 통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설마 중앙군 전체가 움직이면서까지 민병대를 구하고자 달려들 줄은 몰랐다.
덕분에 급히 선회하다 전차가 전복되고 빙판에서 나뒹군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목이 꺾이지 않았습니다! 허! 이래서 사람은 낙법을 배워야 하는 거 같습니다.”
“보고는…?”
로키의 말에 페르는 입맛을 다셨다.
“진지에서 노드병사 20명이 전사하였고, 전차 6대 전복, 그에 탑승한 병사 18명이 전사하였습니다. 동원된 병사 중 145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또한 투석기 12대는 모두 적에게 뺏기고 말았습니다.”
“…그렇군.”
로키는 미묘한 음성을 내뱉었다.
‘설마 지휘관이 직접 달려들 줄이야.’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데도 선두로 전장에 나선 것이다.
그만큼 아군을 살리고자 했던 마음이 절실했을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제 곧 로니아군의 본대가 도착할 예정이다.
그들을 막을 방법을 강구해야한다.
페르의 말에 로키는 간단히 말했다.
“‘그’를 보내도록.”
***
중앙군의 사령관, 파멈 후작이 자살했다.
유서에는 퇴각 명령이 남아있었지만, 기사들은 그 명령에 불복했다.
그 명령을 이행하다간 자신들이 책임을 물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애쉬 왕의 성격상, 기사 작위에 있는 이들은 모두 목이 잘릴 터.’
자신들만이 아닌 가족과 친척에게도 그 죄를 물게 할 것이다.
퇴각을 할 수도,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
기사들이 고심할 무렵, 로니아 진영에 찾아온 이가 있었다.
안개와 눈보라 속을 뚫고 한 사내가 말과 수레, 그 뒤로는 수많은 로니아 부상병을 이끌고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끈 사내가-.
“하, 할룸 자작님!”
실종되었던 할룸 자작이었다.
그는 놀랍게도 항복해 포로로 끌려갔던 아군을 데리고 탈출시켜, 적군의 보급 수레를 탈취해 온 것이다.
“맙소사!”
“그 악랄한 야만인들에게서 탈출했다고!?”
“휴식…, 휴식을 취하고 싶다.”
“아, 알겠습니다! 우선 치료를-!”
기사들은 할룸을 데리고 본진으로 들어갔다.
그것이 독을 품은 뱀 한 마리를 끌어들인 것인지도 모른 채….
***
며칠 뒤, 로니아의 본대가 도착했다.
금발과 파란 눈. 얼굴에 상처가 가득한 40대 중후반의 남자가 지휘를 맡았다.
그의 이름은 카발 파라노 후작.
동서 전쟁 때 중립을 지킨 자이며, 전장의 경험이 많기에 뽑힌 인물이다.
카발 후작은 파멈 후작의 자살과 동시에 할룸 자작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카발 후작은 파멈 후작의 장례식을 간소하게 치러주었다.
그는 로니아군을 살피며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듣자 하니, 선봉군과 중앙군 모두 기습으로 인해 제대로 손도 써보지 못했다고 한다.
‘상황을 지켜보고 본국으로 철수 준비를 해야겠군.’
이 이상의 병력 손실은 있어선 안 된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면 카발 후작 또한 책임을 피하지 못할 터.
‘적어도 야만인들의 본토에 발을 딛기만이라도 하자!’
그렇게만 한다면 애쉬 왕에게 조금의 변명거리가 되어 줄 것이다.
선봉군과 중앙군이 합류한 로니아군, 6만 5천의 병력이 얼어붙은 대지로 진격했다.
그리고…
“……?”
카발 후작은 병력 손실 없이 얼어붙은 장벽을 ‘점령’했다.
***
‘뭐냐?’
카발 후작은 어리둥절했다.
혹,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선봉군과 중앙군이 그렇게 고전을 면치 못했건만, 그들의 본대는 아무런 피해 없이 놈들의 전초기지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아, 아무도 없습니다!”
장벽이 너무 높아, 사다리를 몇 개나 엮어 장벽 위를 아슬아슬하게 올라간 병사가 외쳤다.
“텅, 텅 비었습니다! 놈들이 도망친 흔적들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
도망가? 그럴 리가…!
카발 후작은 노드족이 어떤 이들인지 안다.
도망가는 걸 수치로 아는 자들이니만큼, 지금의 상황은 상정 외였다.
‘놈들이 이토록 쉽게 후퇴했다는 건….’
어쩌면 녀석들의 전력은 이미 한계에 이른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 안으로 진격한다면 뱀의 아가리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대로 군을 후퇴할 수도 없는 상황.
전초기지를 점령하자마자 바로 본국으로 귀환할 수도 없는 일.
“후작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요?”
기사의 질문에 카발 후작은 고민했다.
“으음….”
“듣자 하니, 노드족이 워낙 급하게 빠져나가 저희에게 약탈해간 보급품들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확인은 해봤나? 설마 그곳에 독이 들었다거나?”
“아니요. 다소 훼손되긴 했지만…. 확인 결과 멀쩡했습니다.”
“…지금에서는 되돌아갈 수도 없다.”
카발 후작은 결정을 내렸다.
‘시간을 끌자.’
점령지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는 것.
이 점령지만 지키다, 상황이 여의찮아 후퇴한다는 명목이라면 애쉬도 뭐라 하지 못할 것이다.
“휴식을 취한다. 애쉬 전하에게 보고를 올리도록. ‘전초기지를 점령했다.’라고. 그리고 보급 등을 보내 달라고 하라.”
“알겠습니다.”
카발 후작의 말에, 기사는 고개를 숙였다.
부디 이 의미 없는 전쟁이 이대로 마무리되기를 기도했다.
섬찟한 느낌이 그들의 뒤를 간질인 것을 외면한 채.
***
아스가르드의 얼어붙은 장벽을 장악했던 병사들은 얼마 안 가 기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모두 철군 준비를 하라! 다음 날 아침, 바로 철수할 것이다!”
“지, 진짭니까!?”
“그래.”
“사, 살았다!!”
병사들은 기뻐했다.
기사들은 그들을 보며 밝은 표정을 짓고는 보급품을 풀었다.
돌아갈 길이 멀다.
지금 배불리 먹여두지 않으면 낙오자가 나올 터.
‘본국에서도 보급이 오고 있다.’
철군 도중 마주치면 보급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다.
할룸 자작이 휴식을 취하는 병사들을 불러 모았다.
“모두 모여라! 방한 도구를 수령하고 음식을 배식받도록! 이 할룸이 너희를 위해 직접 요리했으니 영광으로 알아라-!!!”
병사들이 모여들었다.
따뜻한 모피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죽을 받았다.
“가, 감사합니다!”
로니아군 병사들은 할룸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현재 영웅과도 같았다.
선봉군과 중앙군이 쩔쩔매던 노드족으로부터 탈출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보급품마저 빼앗고, 포로들을 데리고 탈출했으니 말이다.
그의 얼굴엔 온갖 흉터로 가득했는데, 지독한 고문을 견뎌냈다는 상징과도 같았다.
분명, 본국으로 귀환한다면, 그에 따른 공도 인정받게 되겠지.
“더 먹고 싶은 이들이 있나? 내, 직접 야만인들에게 빼돌린 보급품으로 너희를 배불리 먹여주마!”
“지, 진짭니까?”
“내 카발 후작과는 옛 아카데미 동기였다. 뭐, 친한 편은 아니었지만… 내 재량으로 보급품을 나눠주도록 하지.”
할룸은 직접 보급품 상자를 열어, 온갖 음식들을 솥에 넣어 끓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품에서 조미료를 꺼내 들고 톡톡톡, 넣는다.
“그건 뭡니까?”
취사병들이 의아한 투로 묻자, 할룸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이게 왕실에서만 사용한다는 반드레안의 꽃가루로 만든 조미료다!”
“세, 세상에…! 가루만 해도 금덩이 값이라는…!”
“그, 그런 귀한걸…!”
“그러니 모두 힘내도록!”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병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모습에 군을 순찰하던 카발 후작이 할룸을 쳐다봤다.
“저놈, 내 이름을 팔아먹는군.”
“말릴까요?”
“아니, 됐다. 어차피 내일 아침에 철군하니, 본국으로 귀환 후 그를 군법으로 다스리면 되겠지.”
카발 후작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저놈 덕분에 군의 사기가 오르고 있으니, 지금은 그대로 두는 게 좋으리라.
카발 후작은 할룸이 나눠주는 음식을 쳐다봤다.
“…저 음식 좀 가져오게.”
“네?”
“반드레안의 조미료는 왕실조차 구하기 힘든 귀한 식자재지.”
그 말에 기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맛만 좀 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할룸은 맛있게 음식을 먹는 병사들을 보며 방긋 웃었다.
“모두 배불리 먹고 푹 쉬도록!”
그의 눈이 살며시 살의가 깃들며 차갑게 미소 짓는다.
“영원히.”
잠들 거라…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