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109)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110화
다섯 가지의 실수(2)
악마교에 의한 쿠로사키 유리에의 납치 사실이 공표되자, 일본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후지모토 료마가 납치된 그녀를 극적으로 구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분위기는 단숨에 반전됐다.
사람들을 열광했다.
일본 플레이어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후지모토 료마가 하늘의 무녀의 무녀를 구출했다!
모든 뉴스가 후지모토 료마에 대한 찬양과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도배됐고, 해외에서까지 큰 사건으로 다뤄졌다.
상대적으로 강우의 사건은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아니, 거의 언급 자체가 없다시피 했다.
완전히 판결이 나기 전에 사건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후지모토 료마가 언론에 손을 써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3일.
국민적인 영웅으로 거듭난 후지모토 료마는 재판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은 작전에 참여한 한국인 플레이어, 오강우의 재판이 있는 날이었다.
“이번 재판 판사는 와카베 판사가 맡도록 했지?”
“옛!”
“좋아.”
후지모토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와카베 노부히토.
이제까지 몇 번 있었던 법정 시비를 원활하게 풀어준 판사였다.
적당히 탐욕스럽고, 눈치가 빨랐다.
이번에도 재판은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다.
“증인으로는 야마다 총리가 나서기로 했습니다.”
“하하하! 좋군.”
총리의 증언이라니.
만약 와카베가 자신의 인선이 아니라하더라도 무조건 승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후지모토는 자신이 하나하나 쌓아올린 인맥들이 하나의 성을 이루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곧 그 성의 왕은 내가 되겠지.’
오강우라는 놈의 여유로운 태도가 못내 거슬리기는 했지만, 이제는 뒤집을 방법이 없다.
마녀사냥에서 그토록 많은 인간들이 희생된 이유는 애초에 자신이 마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그에게는 악마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방법 자체가 없었다.
‘여기서 마정도 몇 개 구할 수 있으면 최곤데.’
마정.
악마교가 사용하는 마기가 응축된 검은 보석이었다.
만약 그것을 구할 수 있다면 더욱 확실하게 그를 악마교로 몰아갈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마정을 구하지는 못했다.
‘괜히 구하려고 했다가 나까지 악마교로 엮이면 곤란하니까 말이야.’
어차피 야마다 총리가 증인으로 나선 것만 하더라도 그에게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
후지모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재판장에 들어섰다.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차연주와 다른 한국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군.’
그는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하긴, 자신의 동료가 생뚱맞게 악마교로 몰리게 됐으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3일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건 저쪽에서도 포기했다는 거겠지.’
화가 나면 또 어떤가.
세상일은 단순히 분노하는 것만으로 바뀌지 않았다.
“후지모토 료마 씨! 이번 재판에 대해 별다른 정보가 없는 상황인데, 어떤 일인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갑작스럽게 한국인 플레이어에게 재판이 열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재판장에 들어서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지난 3일간은 언론을 통제했었지만 오늘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악마교의 첩자 오강우에 대한 진실들이 낱낱이 밝혀질 테니까.
후지모토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씀드리기 어렵군요.”
“무슨 재판인지만이라도….”
“무녀님을 납치한 세력과 연관 있는 재판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러분이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무녀님을 납치한 세력이라면….”
“악마교? 악마교와 한국인이 관련 있단 말인가?”
기자들이 술렁였다.
그들은 사전에 정보가 거의 없었던 이번 재판에 대해서 온갖 추측을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후지모토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다 자리에 앉았다.
-저벅, 저벅.
재판장에 들어가 느긋이 기다리자 강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신에 찬 마력구속구는 벗었지만 여전히 손목이 묶여 있는 상태였다.
후지모토는 강우가 들어오자마자 분노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벌써부터 나름의 연기를 시작한 것이다.
곧 이어 와카베 판사가 재판석에 앉았다.
그의 상태는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창백한 표정에,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마치 공포에 질린 것처럼도 보였다.
-탕. 탕.
“재,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와카베 판사는 후지모토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선 피고 오강우에 대한 검찰 쪽 증언해 주세요.”
“예.”
검찰 측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피고 오강우는 쿠로사키 유리에 님의 구출작전에 참여한 한국인 플레이어입니다. 그는 북쪽 출구를 돌파하는 작전 중 갑작스럽게 진영을 이탈, 지하에서 이뤄지고 있던 악마교의 소환 의식에 가담했습니다. 후지모토 료마 씨가 소환 의식을 저지하고 악마교를 쓰러뜨리자, 숨어 있던 그는 제단 위에 기절해 있는 쿠로사키 유리에 님을 납치해 달아나려 했습니다.”
“이 개자식들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쾅!
검찰 측의 말을 듣다 못한 차연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현재와 백화연이 그녀를 다급하게 말렸다.
차연주는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 두 사람에게 끌려 자리에 앉았다.
짧은 소란 이후, 와카베 판사의 시선이 강우에게 향했다.
느긋한 표정으로 피고석에 앉아 있는 그에게 와카베 판사가 입을 열었다.
“피, 피고인은….”
-달그락!
그가 손에 쥐고 있는 판사봉이 떨어졌다.
와카베 판사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외쳤다.
“죄, 죄송합니다!”
누구에게 향하는지 모를 사죄.
그는 다급히 판사봉을 쥐고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강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크흠. 그럼 재판을 이어가겠습니다. 피, 피고인의 변호사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따로 변호하실 말은 없습니까?”
“전 악마교가 아닙니다.”
“…….”
침묵이 내려왔다.
“끄, 끝입니까?”
“예.”
강우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푸흡!”
후지모토 료마는 입을 가린 채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고작 저걸 변호라고 하는 건가?’
이쯤 되면 그냥 저 오강우라는 놈의 지능이 딸린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후지모토의 머릿속에 남아 있던 불안감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이 재판은 이겼다. 질 수가 없다.
처음부터 승자가 정해진 게임이었다. 지금 재판을 하는 것은 단순한 의례에 불과했다.
“그럼 증인으로는 야마다 총리님이 증언하겠습니다.”
“증인, 입장해 주세요.”
야마다 총리가 증인석으로 걸어 나왔다.
“응?”
후지모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마다 총리의 상태가 좀 이상했다. 표정은 창백하게 질렸고, 몸은 덜덜 떨고 있었다.
‘어제 와카베 판사랑 뭔 일이 있었나?’
지금 와카베 판사의 모습과 뭔가 비슷해 보였다.
‘뭐, 늙은이들이니 어쩔 수 없나.’
그들은 플레이어조차 아니었으니 건강의 적신호가 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후지모토는 느긋한 표정으로 야마다 총리의 증언을 기다렸다.
기자들 또한 눈을 빛내며 야마다 총리를 바라보았다.
“저는….”
야마다 총리의 말이 이어졌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숨겨뒀던 진실을 하나 밝히려고 합니다.”
“…응?”
후지모토는 눈살을 찌푸렸다.
예상에는 없던 전개였다.
“저는… 후지모토 료마에게 협박을 받고 있습니다.”
“뭣?!”
“뭐, 뭐야?”
“무슨 말이야 저게?”
재판장에 소란이 퍼졌다.
야마다 총리는 강우를 힐끔 쳐다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후지모토 료마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한국인 플레이어를 악마교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법정에 선 오강우 플레이어 또한 그의 악랄한 계획의 희생자입니다.”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쾅!
후지모토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그는 주변 기자들의 눈치를 살피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후우…. 총리님,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정체를 숨기다뇨, 무슨 정체 말입니까?”
“후지모토 료마는….”
야마다 총리는 꿀꺽 침을 삼켰다.
긴장에 찬 그의 목소리가 재판장을 울렸다.
“악마교입니다. 사실 이번 쿠로사키 유리에 님을 납치한 것도 후지모토입니다.”
“뭐, 뭐라고? 너 이 개자식이 무슨 헛소리를….”
“초, 총리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정확하게 말씀해 주십쇼!”
기자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후지모토 료마가 쿠로사키 유리에를 납치한 범인이라니.
이건 폭탄을 넘어 자연재해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사실 전 오래 전부터 이 사실에 대해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후지모토 료마가 함부로 이 사실에 대해 발설하면 제 일가족을 모두 악마의 제물로 바쳐 버리겠다고 협박했습니다.”
“하, 아니 이 늙은이가 미쳤나….”
후지모토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그와 야마다 총리가 상하관계에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의 가족을 인질로 잡은 적도, 쿠로사키 유리에를 납치한 적도 없었다.
하늘의 무녀를 납치한 것은 어디까지나 악마교의 소행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이해할 수 없었다.
야마다 총리가 대체 무슨 이유로 자신을 악마교로 몰아간다는 말인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조금도 생각나지 않았다.
예상 밖의 사태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총리님! 지금 발언이 진실입니까?!”
“그렇다면 이번에 후지모토 씨가 인질을 구출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하실 수 있습니까?”
“그 점에 대해서도 얘기 할게 있습니다. 이번에 무녀님을 구출한 것은 후지모토가 아닌 저기 앉아 있는 한국인 플레이어, 오강우 씨입니다. 후지모토는 오히려 소환 의식이 최상층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려 작전을 방해하려고 한 첩자입니다.”
다시 한번 커다란 혼란이 일었다. 기자들 중 몇몇은 손에 쥔 녹음기를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지랄하지 마! 여러분! 모함입니다! 야마다 총리는 지금 제정신이 아닙니다!”
소란이 더욱 커졌다.
강우는 그런 소란을 즐겁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이게 네 두 번째 실수지.’
그에게는 대상을 지배해 꼭두각시로 만들 수 있는 권능이 있었다.
다른 사람을 지배할 수 있는 권능이 있는 이상 ‘증인의 발언으로 죄를 몰아간다’라는 후지모토의 전략 자체가 박살 날 수밖에 없다.
‘증인으로 야마다 총리를 세웠으면 안 됐지.’
야마다 총리는 플레이어가 아닌 일반인이었다.
그에게는 지배류 권능에 저항할 수 있는 어떠한 힘도 없었다.
증인이 필요했다면 차라리 그때 같이 지하 통로에 들이닥쳤던 플레이어 중 한 명을 증인으로 세우는 것이 나았다.
“이 미친 새끼가…! 증거 있어?! 어? 증거 있냐고!”
후지모토가 발작하듯 외쳤다. 야마다 총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증거는 있습니다. 여러분 이걸 보십쇼. 이번에 후지모토의 자택에서 발견한 물건입니다.”
야마다 총리가 품속에서 검은색 보석을 꺼내들었다.
“이 보석은 마기가 응축된 물건, 마정입니다. 후지모토의 자택에서 이 물건이 발견됐습니다.”
“뭐…?”
후지모토는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강우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마정은 악마교만이 사용하는 물건이며, 만들 수 있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나도 만들 수 있단 말이지.’
그의 세 번째 실수.
강우 또한 마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