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114)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115화
휴식?(2)
“우오오오오!!”
흥분에 찬 탄성이 흘러나왔다.
마치 동화 속 세상을 직접 구현해 놓은 듯한 놀이공원. 높게 솟은 성과 아기자기한 캐릭터들.
게이트를 지나 이세계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신비한 광경이었다.
그런 동화 속 세상에서 어린아이들보다 더욱 열광하고 있는 한 청년이 있었다.
주변 아이들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볼 정도로 흥분해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는 청년의 이름은 오강우.
한때 구천지옥이라는 세계의 정점에 올라선 마왕이었다.
“…….”
천소연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분명 보기보다 귀여운 취향이라며 그녀에게 농을 건넸던 강우가 도시에 갓 상경한 시골사람처럼 연신 탄성을 흘리며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야, 이거 예전에 봤던 거네!”
강우는 고아원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쥐의 형상을 한 인형을 쓰다듬었다.
인형 탈 안에 들어가 있는 아르바이트생은 프로의 정신을 발휘하듯 짧은 팔을 흔들며 강우를 반겼다.
“음….”
천소연은 인형탈과 함께 사진을 찍는 강우의 모습에 침음을 흘렸다.
솔직히 말하면, 좀 깨긴 했다.
‘강우 씨에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은….’
마치 태어나서 처음 놀이공원에 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니, 애초에 이런 ‘유흥’만을 위한 장소에 온 것 자체가 처음인 것처럼 보였다.
평소 그의 모습과의 괴리감에 절로 어색한 미소가 지어졌다.
“후훗. 어제 절 그렇게 놀리시더니, 오히려 강우 씨가 더 신나셨네요.”
“이렇게 즐거운 곳인지는 몰랐지.”
강우는 만족스럽다는 듯 활짝 미소를 지었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와도 같은 그의 웃음에 천소연은 몸을 움찔 떨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런 강우 씨의 모습도 괜찮네.’
만일 다른 남자가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봤다면 눈살을 찌푸렸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철부지 취급하며 한 것 분위기를 잡던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니 왠지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콩깍지라는 이름의 환각에 쓰인 것이다.
“자, 저기서 놀이기구도 타봐요.”
자연스럽게 다가온 천소연의 그의 팔을 끌어안았다.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졌다.
“그래.”
강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정확히는 팔을 타고 전해지는 감촉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신기해.’
이런 곳이 지구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물론 디X니 랜드에 대해서 사진으로는 몇 번 본적이 있었지만 직접 본 것과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황량한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는 지옥과는 너무도 다른 세계였다.
‘내일 에키드나랑 설아를 데리고 한 번 더 와야겠네.’
오늘 아침, 바쁜 일이 생겨 함께 가지 못하게 될 것 같다는 그의 말에 에키드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죄책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고작 하루 일정이 밀리는 것뿐이었다.
내일이 되면 오늘 못해준 것만큼 잔뜩 놀아주면 되니 괜찮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사전답사를 해두는 거야.’
강우는 발걸음을 옮겼다. 땅을 내딛는 그의 발걸음이 꽤나 경쾌했다.
사전답사를 한다는 생각과 달리 태어나 처음 오는 놀이공원을 즐길 만만의 준비가 된 모습이었다.
“아, 이게 그 롤러코스터인가 그건가?”
기차처럼 생긴 놀이기구를 가리켰다.
사람들이 저런 놀이기구에 타서 비명을 지르는 사진을 몇 번 본 것 같았다.
“한번 타보자.”
“음…. 그런데 아마 별로 재미는 없으실 거예요.”
“왜?”
강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소연은 대답하지 않은 채 미소를 지었다.
이유는 롤러코스터를 타고난 이후 바로 알 수 있었다.
‘느리네.’
아동을 주 대상으로 만든 디X니 랜드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강우와 같은 초인은 지금 롤러코스터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력의 5배 이상의 속력을 어렵지 않게 낼 수 있다.
심지어 그는 천공의 권능을 사용해 하늘까지 날 수 있었다.
일반인에게는 충분히 자극적인 놀이기구이지만 강우와 같은 초인에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진작 좀 말해주지.”
“말로는 설득되지 않으실 것 같아서요. 그리고 이런 것도 다 경험이잖아요?”
“뭐, 그렇긴 하지만.”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놀이공원의 곳곳을 돌아다녔다.
중간에 간단하게 밥도 먹고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
강우는 천소연과 보낸 하루를 되짚었다.
그녀의 성격이 성격이다 보니 살짝 걱정을 하긴 했지만 별문제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꽤나 즐겁기도 했다.
“후훗. 어느새 저녁이네요.”
“그래.”
“오늘은 강우 씨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천소연은 입을 가린 채 웃음을 터뜨렸다.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놀이공원을 둘러보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강우는 이제야 좀 부끄러운지 침음을 삼켰다.
“슬슬 돌아가자.”
“그러죠.”
천소연이 그의 팔을 끌어안았다.
놀이공원을 나온 강우는 천소연이 준비해 둔 차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꽤나 즐겁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달칵.
호텔 앞에 도착한 강우는 차에서 내렸다.
“그럼. 나중에 한국에서 보자고.”
“후훗. 오늘 재미있었어요.”
천소연은 방긋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이대로 헤어지는 게 아쉽다는 듯 그의 팔을 살짝 붙잡았다.
그때, 그녀의 시선에 무언가가 포착됐다.
‘어머나?’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재미있는 장난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기습적으로 발돋움을 하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순식간에 강우의 입술과 그녀의 입술이 가까워졌다.
하지만 이런 기습적인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할 강우가 아니었다.
천소연의 턱을 가볍게 붙잡았다.
강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 하는 짓이야.”
“흥. 무드도 없는 사람이네요. 연인끼리 작별의 키스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너랑 연인이 된 기억은 없는데.”
“후훗. 뭐, 그럼 오늘은 이 정도까지만 하죠.”
키스가 실패했음에도 천소연은 만족스런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그럼, 나중에 한국에서 봐요, 강우 씨~”
천소연은 다소 다급한 몸짓으로 차문을 열고 냉큼 안에 탔다. 그녀를 태운 차가 호텔을 빠져나갔다.
“…뭐야 갑자기?”
키스가 실패하자마자 도망치듯 차를 타고 가는 그녀의 모습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부끄러워서 그런가?’
강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몸을 돌렸다.
몸을 돌리자마자 강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의문의 해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강우는 왜 그녀가 도망치듯 황급히 차에 탔는지 알 수 있었다.
“강우?”
“강… 우 씨…?”
‘이런 시바.’
호텔의 입구, 한설아와 에키드나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침묵이 내려앉았다.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침묵을 깬 것은 에키드나였다.
그녀는 종종 걸음으로 걸어오더니 강우의 옷소매를 붙잡았다.
“강우, 이게 바쁜 일이었어?”
“…….”
죄책감이 밀려왔다.
마치 외도의 현장이 들킨 남자처럼, 그는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숙였다.
‘제기랄.’
천연덕스레 웃고 있는 천소연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강우 씨.”
한설아가 다가왔다.
그녀는 방긋 미소를 지은 채 그의 손을 붙잡았다.
“설명, 해주실 수 있죠?”
“…물론입니다.”
오늘만큼 한설아의 미소가 두렵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강우는 한설아의 손에 붙잡혀 호텔 안으로 끌려갔다.
* * *
5일이 지났다.
그동안 정신없이 이곳저곳 불려나가던 차연주도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 됐는지 호텔로 돌아왔다.
“…이제 돌아가자.”
수척해진 얼굴의 차연주가 말했다. 강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 많았어.”
“…이 빚은 나중에 꼭 받아낼 거야.”
꽤나 고생을 했는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귀국길은 화랑부대 전용 비행기로 돌아갔다.
에키드나를 타고 돌아가도 괜찮았지만 굳이 급한 일도 아닌 일에 그녀의 수고를 들게 할 필요가 없었다.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탄 강우 일행은 머지않아 서울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뭔가 되게 오랜만에 돌아온 기분이네요.”
“그러게.”
고작 일주일 정도 일본에 있었을 뿐이었지만 서울역의 풍경이 그립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아…. 난 집 들어가서 쉴 테니까 나머지는 알아서 해.”
차연주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아파트로 걸어갔다.
“저희도 들어가요, 강우 씨.”
한설아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먼저 들어가.”
“강우 씨는요?”
“잠시 할 일이 있어서 있다가 갈 게.”
강우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햇빛이 내리쬈다. 아직 시간은 오후 2시. 집에 들어가 뒹굴며 하루를 마감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차연주처럼 지친 것도 아니고.’
그녀 덕분에 편히 쉴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왔으니 이제 마음속에 정해둔 휴식의 시간도 끝났다.
이제는 다시 움직일 시간이었다.
“그 할 일이라는 게 설마….”
한설아가 가늘게 눈을 떴다.
전과자(?)를 추궁하는 형사의 눈빛이었다.
강우는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음. 저녁까지는 돌아오시는 거죠?”
“아마도.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예. 그럼 식사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녀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심코 가슴이 떨릴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강우, 또 바람피우러 가는 거야?”
“아니라니까.”
“…나도 같이 가도 돼?”
에키드나가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지난 번 일이 꽤나 충격적이었던 듯 했다.
강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가도 괜찮아.”
그녀가 같이 온다고 해서 딱히 방해가 되는 일도 아니었다.
에키드나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녀는 한설아에게 쪼르르 달려가더니 작은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
“흐응! 강우는 내가 잘 감시할게.”
“호호호. 잘 부탁해.”
“나만 믿어.”
“…….”
강우는 끄응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우, 어디로 갈 거야?”
“조용한 곳.”
가볍게 발을 박차고 천공의 권능으로 날아올랐다. 에키드나는 등 뒤의 날개를 펼치며 물었다.
“내가 태워줄까?”
“아니, 어차피 먼 곳은 안 갈 거야.”
적당히 인적이 드문 곳이면 괜찮았다. 에키드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용한 곳은 뭐 하러 가는 거야?”
강우는 짧게 답했다.
“장비 만들러.”
그는 주머니 속에 고이 모셔둔 ‘스사노오의 눈’을 손에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