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116)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117화
악마의 창조술(2)
-쿠구구구궁!!!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산이 뒤흔들렸다.
거대한 힘의 파동이 주변을 휩쓸었다.
“가, 강우 씨?!”
“강우!”
두 여인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우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마기로 이루어진 검은 폭풍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아.’
머릿속이 희미해졌다. 망망대해 위에 누워 떠다니는 듯한 아득함이 그의 전신을 감쌌다.
6개의 권능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지옥에 있던 시절 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6개가 되면 더 이상 마기의 문제가 아니었다.
권능을 제어할 수 있는 연산 능력 자체가 한계에 부딪힌다.
‘무리했나.’
자문할 필요도 없었다. 사실 5개의 권능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각오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6개라니.
그것도 그가 가진 수백 개의 권능을 중 가장 강력한 포식의 권능을 섞다니.
제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거 꽤 위험하네.’
한계까지 부풀어 오른 풍선에 있는 힘껏 바람을 불어넣은 격이었다.
모든 힘을 갖추고 있던 시절에도 이런 정신 나간 짓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지금 당장 전신이 터져 즉사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후회가 되지는 않았다.
아니, 걱정조차 되지 않았다.
머릿속에서는 위험하다고,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거를 알 수 없는 확신이 ‘괜찮아, 이대로 계속해도’라고 그를 부추겼다.
-쩌억.
연성로에 댄 손바닥이 갑작스럽게 찢어졌다.
검은색 피가 쏟아졌다. 쏟아져 나온 피가 연성로에 섞여 들어갔다.
그의 혈액을 타고 연성로 내의 기운과 몸 안의 기운이 섞여 들었다.
아득한 감각이 더욱 강해졌다.
의식이 흐려졌다.
더 이상 6개의 권능을 제어할 수 없었다.
강우는 연산을 포기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거였구나.’
그의 몸 전체가 권능의 제어를 대신하고 있었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강우는 어째서 ‘악마의 창조물’이라는 권능이 극마지체를 이룬 후에 완전히 개화했는지 이해했다.
권능의 제어.
머리로 연산을 하는 것이 아닌, 본능에 가까운 감각으로 권능을 제어하는 것.
이것이 극마지체의 진정한 효력이었다.
아니, 이것만을 위해서 극마지체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성로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혈액을 타고 강우의 심장으로 뻗어나갔다.
무언가가 ‘연결됐다’라는 감각이 느껴졌을 때, 청아한 방울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띠링.
[‘마해(魔海)의 열쇠(초월 등급)’의 제조의 성공하였습니다.]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동시에 연성로 자체가 응축되듯 한 점에 모여들었다.
[‘악마의 창조술’의 극의를 이루어냈습니다!] [마기 스탯이 2증가합니다.] [더 이상 ‘악마의 창조술’ 특성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호오.”
강우의 눈이 반짝였다.
마기 스탯이 증가하며 버프를 제외한 기본 마기 스탯이 110에 도달했다.
‘애초에 악마의 창조술 자체가 이걸 만들기 위해 개화한 거였군.’
연성로가 응축되어 만들어진 검은 구슬을 손에 쥐었다.
생긴 것 자체는 후지모토 료마가 사용하던 ‘스사노오의 눈’과 비슷했다.
탁구공 정도의 크기를 지닌 검은 구슬.
강우는 ‘마해의 열쇠’의 정보를 확인했다.
[장비 정보]장비명: 마해(魔海)의 열쇠
등급: 초월(각인 완료)
타입: 성장형 *특정 조건이 완수될 때마다 강화됩니다.
기본효과: 고유 스탯 +3, 불굴, 변환, ??? *아직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특수효과: ???, ??? *아직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효과 설명]불굴: 어떠한 물리적, 마법적, 영적인 충격으로도 파괴되지 않습니다.
변환: 스킬로 등록된 ‘무기’로 변환합니다. 권능으로 만든 무기 성능의 34%를 발휘합니다.
“음….”
장비 정보를 확인한 강우의 입에서 침음이 흘렀다.
이번에도 물음표로 가득 차 있었다.
‘성장형이라.’
장단점이 있었다.
일단 등급이 초월 등급이니 무궁무진한 미래를 기대해 볼 순 있다.
하지만 당장의 효과 자체는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한다.
“아니, 잠깐만.”
강우는 다시 한번 정보창을 꼼꼼히 살폈다.
그가 집중한 것은 기본효과.
그중에서도 ‘변환’의 설명이었다.
‘스킬로 등록된 무기라면….’
그가 한 번이라도 권능으로 만든 무기들은 모두 스킬로 등록됐다.
바이던트도, 게이볼그도, 최근 만들어낸 궁니르도 모두 스킬로 등록되어 있는 상태였다.
‘권능으로 만든 무기 성능의 34%.’
악마의 창조술을 통해 만든 게이볼그가 원래 성능에 비해 20% 남짓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고려한다면 1.5배 가까이 차이 나는 성능은 사기적이라고 해도 좋은 효과였다.
‘엄청 좋은데?’
변환 효과만 하더라도 초월 등급 값을 한다고 평가해도 괜찮을 정도였다.
아니, 지나칠 정도로 사기적이었다.
막말로 말해 미리 권능들을 조합해 스킬들을 등록해 두면 ‘악마의 창조술’을 그때그때 즉석에서 사용하는 듯한 효과가 아닌가.
‘게이볼그.’
시험 삼아 스킬을 사용했다.
탁구공 크기의 검은 구체가 검붉은 창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게이볼그를 움켜쥐자 이전 ‘악마의 창조술’의 연습으로 만들었을 때보다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이거 진짜 사기잖아.’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된 경우, 무조건적으로 기본 스펙 자체가 뛰어난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이 좋았다.
게이볼그의 34%의 성능보다 궁니르의 34%의 성능을 가진 무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당연히 효과가 클 수밖에 없으니까.
‘궁니르.’
4가지 권능을 동시에 사용한 스킬을 사용했다.
-띠링.
[현 상태에서는 4가지 이상 권능을 사용한 무기로 변환이 불가합니다.]“아, 그럼 그렇지.”
너무 말도 안 되는 성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4가지 이상 권능을 사용한 무기로는 변환이 불가능했다.
아쉬워할 것은 없었다.
‘아직 무기의 모든 힘이 개방된 건 아니야.’
마해의 열쇠는 성장형이었다.
성장을 위한 조건이 명확하진 않지만 어쨌든 지금보다 더욱 강해질 수 있단 의미.
당장의 성능이 이 정도로 사기급인데 성장을 한다면 얼마나 사기적인 무기가 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초월 등급이라는 이름값을 하네.’
만족스러웠다.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강우는 마해의 열쇠를 이리저리 살피며 성능을 체크했다.
알게 된 것이 몇 가지 있었다.
‘굳이 스킬에 등록된 무기 말고도 형태를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군.’
물론 그렇게 형태만 바꿀 시 특별한 권능의 힘은 담기지 않았다.
‘그리고 변환 가능한 건 역시 무기류 스킬뿐인가.’
그가 권능을 사용하여 사용하는 스킬은 두 종류였다.
게이볼그, 그람, 바이던트 등의 무기를 만들어내어 직접 움켜쥐고 싸우는 ‘무기형 스킬’.
‘하늘부수기’, ‘칼날의 대지’ 등 단발적인 효과를 지닌 ‘마법형 스킬’.
그중에서 마해의 열쇠가 변환 가능한 것은 무기형 스킬이었다.
‘그것만 해도 충분하지.’
강우는 마해의 열쇠를 반지의 형태로 만들어 오른손 중지에 착용했다.
‘마기 스탯 113.’
여기에 크라켄의 분노와 한설아의 버프가 겹쳐진다면 120에도 도달할 수 있었다.
“좋군.”
강해진다는 것은,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은 역시 기분 좋은 감각이었다.
지금이라면 구천지옥의 악마와도 충분히 싸워볼 수 있었다.
“가, 강우 씨, 괜찮으신 건가요?”
한설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응. 괜찮아.”
“휴우.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닌가 걱정했어요.”
“아무 일 없었어. 그보다 슬슬 돌아가자.”
“그 무기를 만드신다는 건 잘 끝나셨나요?”
강우는 손을 들어보였다.
오른손 중지에 있는 반지가 형태를 바꿔 단검으로 변했다.
“보다시피.”
“아….”
그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에 일순 그녀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녀는 크흠,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다행이네요.”
“무기도 잘 만들어졌으니 슬슬 돌아가자고.”
“예. 아 맞다. 아까 강우 씨가 무기를 만들고 있을 때 연주 씨에게 전화 왔어요.”
“차연주한테?”
“예. 줄게 있다고 잠깐 길드에 들리라고 했어요.”
“흠…. 알았어.”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설아의 몸을 가볍게 안았다.
천공의 권능을 사용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럼 레드로즈 길드 먼저 들렸다가자.”
* * *
-달칵.
“아, 왔어?”
사무실의 문을 열자 차연주가 고개를 들었다.
강우는 의자에 앉았다.
“줄 게 뭔데?”
“이번에 쿠로사키 유리에가 물건을 몇 개 보내왔어.”
“쿠로사키 유리에가?”
“응. 자신을 구해준 영웅을 범죄자로 몰아가려고 했던 것에 대한 사죄의 의미라네.”
“걔가 그런 것도 아닌데 뭔 사죄.”
강우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그를 악마교로 몰아가려고 했던 것은 후지모토 료마지 그녀가 아니었다.
“나도 몰라. 일단 한번 받아볼래?”
“음…. 뭐, 그러지.”
차연주가 내민 박스를 열었다.
가장 먼저 카드 하나와 편지가 보였다.
[이번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는 바입니다. 카드에는 한국에서 사용하실 수 있도록 원화 300억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에는 제 연락처입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어떤 일이든 제 모든 힘을 다해 강우 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허….”
300억.
아무리 그녀가 일왕의 손녀라고 할지라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거액이었다.
거기에 어떤 일이라도 도와주겠다니?
병든 일왕을 대신하여 사실상 일왕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여인이 할 소리가 아니었다.
‘얘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분명 그녀의 목숨을 자신이 구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명의 은인이라고 할지라도 일반적으로 이 정도까지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지는 않는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줬더니 갑자기 보따리에 집문서를 넣어서 주는 꼴이 아닌가.
그 반대 상황보다야 훨씬 낫지만 이해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네가 꽤 마음에 든 모양인데. 흥, 좋겠네. 공주님에게까지 사랑 받아서.”
차연주는 영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핀잔을 주었다.
강우는 끄응 하고 침음을 삼키며 박스 안을 마저 살폈다.
“뭐야 이건 또?”
박스 안에는 냉동 포장된 물건이 하나 들어 있었다.
열어서 안을 확인했다.
“…문어?”
냉동 포장 된 박스에는 머리만한 크기를 가진 큰 문어가 있었다.
무슨 마법적인 장치가 되어 있는 건지 냉동 포장되어 있음에도 촉수와 닮은 8개의 다리를 꾸물거리며 살아 있었다.
“대체 왜 문어를 보낸 거야?”
강우는 복잡한 표정으로 박스 안을 내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