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125)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126화
좀 오래 걸렸네(1)
“크흠.”
짧게 헛기침했다.
강우는 방금 전 자기도 모르게 떠오른 생각에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찰나에 불과했지만 자기가 생각해도 좀 혐오감이 드는 생각이었다.
‘내가 그런 쓰레기일 리가 없어.’
무려 세계의 평화를 위해 악마교와 싸우는 중이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 한 점 없는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자연스럽게 고민이 이어졌다.
레벨 제한을 푸는 조건. 단순히 이 조건을 알아냈다고 만족스러운 상황이 아니었다.
‘수호자를 죽인다.’
방법은 알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디언즈를 찾아 모조리 죽여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거야말로 진짜 멍청한 선택이지.’
일단 기본적으로 수호자들은 악마를 비롯한 외계(外界)의 존재에서 지구를 지키는 아군이었다.
알렉의 경우 그가 가진 일그러진 신념이 김시훈에게 악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제거했다.
하지만 다른 수호자들도 그와 같으리란 법은 없었다.
‘사실 알렉도 시훈이만 아니었다면 그냥 내버려 뒀을 거고.’
외계의 존재들의 범람은 세계의 위기를 초래한다.
그 위기에서 세계를 지키는 수호자들을 제거하면서까지 힘을 키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다.
‘김치찌개를 지키는 동료들을 팀킬할 수는 없지.’
물론 그들을 죽여서 강우 자신이 어떤 외계의 존재도 당해낼 수 없는 강자로 거듭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결국 난 혼자다.’
한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강해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혼란을 혼자서는 막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한국만 지키겠다는 생각도 안일한 생각이다.
현대사회는 이어져 있다.
괜히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한국 주식이 박살 나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이 무슨 내수만으로 완벽하게 돌아가는 나라도 아니고 다른 나라가 망하면 온갖 가난과 불황에 시달리다가 그대로 망해 버릴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아무리 그가 애국심이라 부를 만한 것이 없다고 해도 태어나고 자란 나라가 망하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일단 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도 한국에는 김치찌개가 있다.
망해서는 안 된다.
‘무조건 지킨다.’
의지가 타올랐다.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스템 따위가 억누른다고 해서 그의 성장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강해지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었다.
“일단.”
가볍게 땅을 박찼다.
창공의 권능과 함께 몸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호텔 옥상에서 멀어진 강우는 근처 야산에 도착했다.
“확인해 볼까.”
기대감이 눈빛에 서렸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레벨 제한이 풀렸고, 레벨이 올랐다.
지긋지긋하던 6차 각성에서 벗어난 7차 각성에 도달한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하나.
‘7차 각성 특성으로는 뭐가 나왔으려나.’
선물 포장지를 뜯는 것처럼 기대감에 부푼 채 상태창을 확인했다.
[7차 각성 특성: 영혼을 거두는 자(Rank: SS)]효과: ‘포식의 권능’과 연동된 특성입니다. 악마들의 영혼을 온전히 흡수하여 자신이 지닌 영혼의 ‘격’을 상승시킵니다. 흡수하는 악마의 영혼이 강대할수록 더욱 효과가 커집니다.
“이건….”
강우의 눈이 빛났다. 일단 특성의 등급은 SS급.
지금 그가 사용하는 사기적인 무구 ‘마해의 열쇠’를 만들어냈던 특성과 동급이었다.
‘영혼의 격을 상승시킨다는 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영혼의 격을 상승시키는 것이 정확히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부정적인 효과일리는 없겠지만 구체적으로 뭐가 좋아지는지 모르는 상황.
잠시 고민을 이어가던 강우는 이내 생각을 접었다.
이런 건 어차피 실제 겪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다.
‘포식의 권능과 연동됐다, 라.’
이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포식의 권능은 기본적으로 대상의 모든 것을 잡아먹는다.
생명력과 마기, 권능까지.
영혼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먹는 방법이 좀 거칠지.’
포식의 권능은 영혼을 짓이겨 버린다.
애초에 흡수가 아니라 ‘찢어 삼키는’ 개념이기에 권능에 잡아먹힌 영혼이 아예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온전히 영혼을 흡수한다는 것은 포식의 권능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영혼을 거두는 자’ 특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강우는 상태창으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마령(魔靈).’
마신이 되기 위한 두 번째 단계. 달성에 필요한 두 가지 조건은 지금 당장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영혼을 거두는 자’라는 특성이 마령의 달성 조건과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6차 각성 특성도 극마지체와 연관이 있었어.’
처음 악마의 창조술을 봤을 때만 해도 극마지체와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마해의 열쇠를 만들며 두 사이의 연관성을 깨달았다.
‘각성 특성과 마신이 되기 위한 단계는 연관이 있다.’
확실한 추측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생각해 볼 일이었다.
“어쨌든 악마를 직접 사냥해 봐야 알 수 있겠군.”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악마교가 있는 이상 악마의 등장은 필연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악마는 지옥에서 건너올 것이다.
‘그리고 건너온 악마를.’
남김없이 잡아먹으면 됐다.
이제까지 만 년간 그래왔듯이.
“차연주를 좀 더 닦달해야겠네.”
지금 그의 주 정보처는 레드로즈 길드였다.
이렇게 된 이상 가만히 있기보다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악마들의 소식을 빠르게 접수하고 먼저 움직이는 것이 좋았다.
“일단 특성은 됐고.”
강우는 자리에 앉았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만마전.’
7차 각성을 통해 만마전의 봉인이 한층 더 약해진 것이 느껴졌다. 거대한 마기의 바다가 보였다.
‘만마전의 마기를 스탯으로 승화시킨다.’
스탯과는 별개로 만마전의 마기는 따로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사용할 수 없었다.
‘너무 질이 떨어져.’
만마전의 마기는 말 그대로 바다였다. 끝없이 넓고, 깊었다.
하지만 봉인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이상 ‘깊은’ 쪽의 마기는 사용할 수 없었다.
봉인이 약해지면서 풀려나온 마기는 어디까지나 ‘얕은’ 쪽의 마기였다.
‘예전이라면 그냥 사용했겠지만.’
마기를 고도로 압축하는 기술, 마정에 대해서 터득한 이후로는 그럴 필요 없어졌다.
“흐읍.”
숨을 깁게 들이쉬었다.
김시훈에게 배운 천룡심법을 운용했다.
만마전에서 흘러나온 마기가 혈액에 녹아들었다. 굳이 기운을 단전에 집중하지는 않았다.
극마지체를 달성한 이후 그의 몸 전체가 하나의 단전처럼 변했기 때문이었다.
‘근데 계속 이렇게 하다 보면….’
그의 심장 쪽에 자리 잡고 있는 만마전이 전신으로 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퍼진다고 하기 보단.’
그의 몸 자체가 만마전으로 변하리라.
“…….”
심장이 뛰었다. 몸 전체가 만마전으로 변한다면 이제껏 그가 다룰 수 없었던 마기의 바다 가장 깊은 곳, ‘심연’이 자리 잡은 곳까지 손을 뻗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욕망이 끓었다. 조금 더, 조금 더, 만마전의 끝을 알아보고 싶었다.
무리해서 만마전을 폭주시키면 더욱 많은 만마전의 마기를 몸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욕망을 끊어낸다. 무시무시한 갈증에 끔찍한 격통이 전신을 달렸다.
날카로운 쇠갈고리로 목을 긁어내는 듯한 갈증이었다.
‘참아.’
다시 한번 욕망을 잘랐다.
마해의 열쇠를 만들 때와는 달랐다.
그의 본능이 ‘위험하다’고 울부짖고 있었다.
“후우.”
깊게 숨을 내쉬었다.
악마의 육체는 욕망의 고양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을 참는 것은 메마른 사막에서 눈앞에 물을 두고 마시지 않는 것과 같았다.
그럼에도 강우는 참았다.
끔찍한 격통도, 영혼이 말라붙는 갈증도 무시했다.
‘익숙한 일이야.’
욕망을 참는 것은 익숙했다.
이제까지 만 년이라는 아득한 시간을 참아왔다. 고작 한 번 더 참는 것뿐이다.
-띠링.
[만마전의 마기를 스탯으로 치환합니다.] [고유 스탯(마기)가 8상승하였습니다.]기다리고 있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강우의 눈이 커졌다.
‘8이나 올랐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엄청난 스탯 상승치. 혈액 속의 마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느껴졌다.
7차 각성을 통해 풀려나온 만마전의 마기가 그만큼 어마어마하다는 의미였다.
“어, 그러면 이제….”
강우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120이라고 적힌 마기 스탯이 보였다.
“뭐지?”
이전 그의 마기 스탯은 113. 거기에 8이 상승하였으니 121이 돼야 맞았다.
‘근데 왜 120이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의문에 답하듯 푸른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스탯이 120에 도달하였습니다. 스탯의 ‘격’과 ‘효과’가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전설 등급 이하 장비가 지닌 스탯 상승효과의 격이 떨어져 스탯을 상승시키지 못했습니다.]“이건 또 뭐야.”
대충 내용은 이해했다.
스탯이 높아지면서 힘이 너무 강력해진 탓에 절대치로 스탯을 올려주는 장비의 효과가 막혔다는 것.
즉, 블랙펄 코트의 효과가 120스탯 넘게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크라켄의 분노.”
재빠르게 버프를 사용했다.
[장비가 지닌 스탯 상승효과의 격이 떨어져 스탯을 상승시키지 못했습니다.]역시 효과가 적용되지 않았다.
“…….”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로써 블랙펄 코트는 그냥 스탯 증가치가 없는 깡통 전설 장비가 되어버렸다.
“쯧. 그래도 마기 자체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니 만족해야 하나.”
왜 절대치 상승효과가 적용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갈 정도로 몸 안에 마기가 들끓었다.
아직 발록, 리리스에게는 닿을 수 없었지만 어지간한 구천지옥의 악마는 손쉽게 썰어버릴 수 있을 정도.
‘그런데 왜 이런 중요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거지.’
스탯이 120에 도달하게 되면 전설 등급 이하 장비의 스탯 상승치가 적용되지 않는다니.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이었다.
“…….”
생각하는 시간은 짧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답이 나왔다.
“그렇게 된 거였군.”
강우는 실소를 흘렸다.
이 사실이 전해지지 않았던 이유. 생각해 보면 간단했다.
‘없었던 거야.’
플레이어 중에 120스탯 이상에 도달한 자가 없었기에 소문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슬슬 돌아가 볼까.”
강우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7차 각성의 효과는 상상 이상.
전신에 터질 듯이 쌓인 마기가 짜릿한 전율을 주었다.
‘반년쯤 지났나.’
지구에 귀환한 지 반년.
강우가 지난 5년간 그 어떤 플레이어도 도달할 수 없었던 경지에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좀 오래 걸렸네.”
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