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130)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131화
악의 사도(2)
“이야아아아아!”
차연주가 땅을 박찼다.
수십 줄의 쇠사슬의 바닥을 후려쳐 그녀의 몸을 높게 띄웠다.
그대로 손을 내리그었다. 붉은 쇠사슬 줄기가 선두에서 달려오는 마물의 머리를 후려쳤다.
“키에에에에엑!”
살덩어리가 흉측하게 녹아 붙은 것 같은 외형을 지닌 마물이 쇠사슬 한 방에 몸이 터져 버렸다.
그와 함께 마법사 클래스 플레이어들의 포격이 쏟아졌다.
-콰아아아앙!!
귀를 멀게 하는 폭음.
마물들이 내지르는 괴성과 비릿한 살 내음.
후끈한 열기가 플레이어들의 피부를 때렸다.
마물들은 전열에 쌓인 시체를 밟고 돌진했다. 탱커 클래스 플레이어들이 앞으로 나섰다.
전투를 시작한 것은 중국 쪽도 마찬가지.
마법사 클래스는 드물지만 중국 측에는 내공을 가진 무인 클래스 플레이어가 많았다.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병장기를 휘두른다.
마물의 사체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으랏챠!! 덤벼라 이놈들아!”
거대한 방패를 든 태수가 방패 모서리로 마물을 내려찍었다.
흉악한 외모와 몸집 탓에 마물이 마물을 때려잡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단장님, 저희도 나서겠습니다.”
“아따~ 거 끝이 안 보이네! 화연 씨, 우리 이 전쟁이 끝나면 같이 식사나 한번….”
“구현모 단장님은 오른쪽을 부탁드립니다!”
“아….”
바람에 휩싸인 채 달려 나가는 백화연.
한껏 분위기를 잡던 구현모는 허망한 눈빛으로 그녀의 뒤를 쫓았다.
“크아아아아!”
마물들과의 전투가 이어졌다.
당장의 전세는 플레이어들 쪽이 우위였다.
대부분의 마물들은 구천지옥 내에서 일천지옥에 속하는 최하급 마물들이었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상대하기 어렵지 않은 전력이었다.
물론, 그중 케로베로스처럼 강력한 포식자도 존재했지만 그건 플레이어 측도 마찬가지였다.
“덤벼, 이놈들아!”
선두에 선 차연주가 양팔을 뻗었다.
붉은 쇠사슬이 마물들을 휩쓸었다.
백화연이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연주! 도와주러 왔다!”
“이쪽은 괜찮아! 그보다 중국 애들 쪽은 어때?”
“천검문을 중심으로 마물들을 돌파하고 있다.”
“아, 저놈들 너무 앞으로 가는데.”
차연주가 불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근접 클래스가 많은 만큼 돌파력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화연아! 그 여우 계집애한테 좀 더 천천히 전진하라고 연락해!”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 플레이어들과 중국 플레이어들이 따로 고립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함께 싸우는 의미 자체가 없었다.
백화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정 구슬을 꺼내들었다.
천소연에게 직접 연락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연락 방법도 없을 뿐더러 설사 연락할 수 있다고 해도 자신의 말을 듣지는 않을 것이다.
“강우, 부탁이 있다.”
[응. 말해봐.]“천소연에게 연락해서 진군을 조금 늦추도록 해다오. 속도가 너무 빨라서 따라갈 수 없다.”
[알았어.]연락이 끊어졌다.
백화연은 굳은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 마물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당장의 전세는 플레이들 쪽이 우위.
이대로만 무난히 지나간다면 어렵지 않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악마.’
균열에서 나타난 것은 마물만이 아니었다.
영상에는 분명 악마의 모습도 찍혀 있었다. 그것도 백에 가까운 악마들의 모습이.
악마교에 대한 정보가 조금씩 풀리면서 마물과 악마의 차이에 대해서는 그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단순 육체 스펙으로만 따지면 마물이 강하다.
하지만 악마에게는 인간과 같은 지성이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예측하기 힘들었다.
‘그라면 할 수 있다.’
백화연은 강우가 있을 방향을 슬쩍 돌아보았다.
아직 그는 본격적으로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
이번 전쟁에서 그의 역할은 변수가 될 악마들을 처단하는 것이다.
‘믿겠다.’
그녀는 진각을 밟으며 검을 휘둘렀다.
검끝에서 만들어진 바람의 칼날이 마물을 갈랐다.
* * *
“응. 그래. 진군 속도를 좀 늦춰줘.”
[네, 강우 씨.]백화연과의 연락을 마친 후, 바로 천소연에게 연락한 강우는 그녀가 부탁한 대로 진군 속도를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천소연은 망설이지 않고 요청을 받아들였다.
고개를 돌려 중국 플레이어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천소연의 명령에 따라 진군 속도를 늦추는 모습이 보였다.
‘천무현이 충격으로 인해 참전하지 못했다고 했던가.’
지금 천소연이 천검문의 지휘관이 된 이유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이름 모를 한국인 플레이어에게 순식간에 제압당한 천무현은 충격을 받고 드러누웠다.
육체적으로 이상이 생긴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충격이었다.
‘끝까지 엑스트라 같은 놈이네.’
왠지 앞으로 더 이상 그의 얘기를 들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강우는 몸을 일으켰다.
그는 부상당한 플레이어를 치료해 주고 있는 한설아를 슬쩍 바라보며 에키드나를 불렀다.
“에키드나.”
“응.”
“여기서 설아를 지켜주고 있어.”
“강우는?”
그는 고개를 돌렸다. 마물 무리와 싸우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보였다.
가볍게 몸을 풀었다.
“일단 나도 참전하려고.”
“악마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하지 않았어?”
“나올 생각을 안 하니까.”
강우는 가늘게 눈을 떴다.
끔찍하게 쌓인 마물들의 무리.
그곳에 악마로 보이는 존재는 없었다.
창공의 권능으로 날아올라서 확인도 해봤지만 대체 어디에 간 건지 그 모습이 보이고 있지 않았다.
‘계획이 틀어졌다.’
아예 악마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강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찼다.
‘생각을 잘못했어.’
악마가 보이지 않는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꽤나 많은 것을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놈들의 목적은 전쟁이 아니다.’
만약 그들의 목적이 이 전쟁을 승리함으로써 얻어지는 거라면, 악마가 전쟁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런 목적이었다면 이토록 무식한 방법으로 쳐들어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마물들도 쓸모없는 존재였을 거야.’
거의 버리다시피 마물을 소비하고 있었다.
만약 마물들을 중요한 전력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소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환의 목적이 달랐어.’
마물과 악마를 소환해서 무언가 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
소환 ‘그 자체’에 의미가 있었던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쓸모없어진 마물들을 버린다.’
미네랄을 다 캐고 일꾼을 적진을 향해 돌진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악마교에게 있어 이 마물들은 그냥 다루기 귀찮은 계륵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
“쯧.”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은 음식찌꺼기를 처리하는 듯한 상황.
그들이 바라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은 몹시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악마들은 아예 다른 곳으로 빼낸 건가.’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금 당장 마물들의 무리 안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기대감에 부풀어있던 식욕이 허망하게 입가를 맴돌았다.
“알았어. 아무도 설아를 건드리지 못하게 만들게.”
흐응! 콧바람을 뿜으며 에키드나가 말했다.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콧바람 소리가 한층 거세졌다.
“그럼 잘 부탁해.”
“응.”
에키드나를 뒤로 하고 한창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장으로 향했다.
마물과 플레이어들이 뒤엉켜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강우는 그 끔찍한 전장 속을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갔다.
“키에에에엑!”
‘어디에 있을까.’
마물이 달려들었다.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달려들던 마물의 몸이 폭죽처럼 터졌다.
계속해서 걷는다. 느긋한 걸음이었지만 속도는 빨랐다.
순식간에 교전지역을 너머 적진에 들어섰다. 교전을 기다리던 마물들이 떼거리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크크르르!”
“쿠아아아아아!”
‘그렇게 멀리 있지는 않을 거야.’
손가락을 까딱였다.
반지의 형태가 변했다. 마해의 열쇠가 거대한 방패로 변했다. 마물들의 공격이 방패를 때렸다.
-쿠득!
“키이이이익!”
방패를 씹는 이빨이 박살 났다.
휘둘러지는 손톱이 방패에 튕겨 뒤집어지며 피가 쏟아졌다.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무작정 달려들었다고는 해도 마물들은 뭉쳐 있었어.’
“크아아아아!”
‘서로 잡아먹지 않은 것만 생각해도 누군가 조종하는 존재가 있었을 거야.’
“키에에엑!”
‘대체 어디로 숨은 거지.’
“쿠에에엑!”
적진 깊숙이 들어온 먹잇감을 향해 마물들이 단체로 몰려들었다.
방패에서 기다란 가시가 돋아났다. 마해의 열쇠가 강렬히 회전했다.
-카드드드득!
마물들의 몸이 믹서에 갈리듯 처참하게 갈려나갔다.
살점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마물의 무리에 섞여 있던 케로베로스가 강우를 향해 불을 뿜었다.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쏟아지는 불길을 후려쳤다. 불꽃이 마물들을 향해 쏟아졌다.
“크르르르르!”
케로베로스가 거대한 입을 벌렸다.
사람 하나는 간단하게 씹어 삼킬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입이 강우를 노렸다.
-턱.
“끼이잉?!”
사람 머리 크기만 한 이빨을 붙잡았다. 그대로 뒤로 당겼다.
이빨이 뿌리째 뽑혀 나갔다.
케로베로스가 처량한 비명을 흘렸다.
마물 무리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아무리 깊숙이 들어가도 악마는 보이지 않았다.
강우의 표정이 점점 짜증에 물들었다. 고작 이딴 놈들을 기대한 것이 아니었다.
‘일단 이놈들이라도 먹어볼까.’
포식의 권능을 사용했다.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가 케로베로스를 덮었다.
-우드드득!
뼈가 씹혔다. 살점이 찢어지며 검은 연기 속으로 빨려들었다.
“역시 이놈들로는 안 되네.”
영혼을 거두는 자의 특성이 발휘되지도, 마기 스탯도 오르지 않았다.
질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
고레벨 플레이어가 저레벨 사냥터에 가서 학살을 한다고 해서 경험치가 오르지 않는 것과 같았다.
‘악마가 필요해.’
갈증이 났다. 입술이 말라붙었다.
이런 대가리만 많은 똥개따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느껴질 리 없는 허기가 그를 자극했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니 짜증이 몰려왔다.
“크르르르.”
마물들이 뒤로 물러났다. 그들의 눈에 공포가 서렸다.
강우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앞으로 나아가자 그만큼 마물들이 뒤로 물러났다.
그때였다.
-슈욱!
갑작스럽게 나타난 검은 손 하나가 그를 노렸다.
강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검은 손을 붙잡았다.
주변에 있던 마물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공격.
“음?”
강우는 그를 노리고 쏘아진 검은 손에 새하얀 쪽지 하나가 잡혀 있는 것이 보였다.
쪽지를 집어 들었다.
새하얀 쪽지에는 삐뚤빼뚤한 한국어가 적혀 있었다.
[얘기를 나누고 싶다.]강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야, 이건?”
식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