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136)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137화
두 번째 소환수(3)
[이야~ 오랜만이시네요, 마왕님!]둠가드가 쾌활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강우의 표정이 구겨졌다.
‘얼굴 치워라, 인마.’
5미터에 달하는 근육질 덩치, 거기에 악마라는 이름에 걸맞은 외모를 가진 둠가드가 그런 미소를 지으니 마치 호러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끔찍했다.
“그래… 요즘은 어떠냐.”
[하하! 지옥은 항상 똑같죠 뭐. 음. 구태여 말씀드리면 마물들이 조금 설치긴 하네요.]“마물?”
[예. 할키온을 비롯한 고대 마물들이 서식지를 넓히고 있어요.]고대 마물.
할키온, 볼카투스, 우로보로스 등 지성을 깨우친 마물들을 총칭하는 말이었다.
구천지옥에 자신들만의 서식지를 만들어 생활하며 영역 밖으로는 결코 나서지 않는 마물들.
“고대 마물이 움직인다고?”
[예. 정확한 이유는 발록 님이 조사 중입니다.]“흐음.”
강우는 큰 흥미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노리는 건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구천지옥의 일이었다.
지금 지구의 일만으로도 생각하기 벅찼다.
[지,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둠가드 님?! 저 하찮고 나약한 인간에게 어서 죽음을….]발자하크가 나서며 소리쳤다. 둠가드의 표정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후웅!
-우드드득!
[커헉?!]순식간에 휘둘러진 주먹. 단 한 방에 발자하크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하찮고 나약한 인간이라고? 입 조심해라 뼈다귀. 이분이 바로 나, 둠가드의 주인이자 지옥의 왕이시다.] [지, 지옥의 왕?]발자하크는 입을 쩍 벌리며 강우를 돌아봤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이빨이 딱딱 부딪혔다.
[음?]그때, 둠가드의 표정이 굳었다. 그의 몸이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소환 시간이 다 된 것 같군요.]둠가드는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마왕님! 발록 님에게도 안부 전해드릴게요~!]쾌활한 웃음과 함께 둠가드가 손을 흔들었다.
부하들 앞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둠가드였지만 그의 주인 앞에서는 온순한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기로 유명했다.
너무도 가볍고 위엄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에 발록에게도 몇 번 지적당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절대 찾아오지 말라고 전해라.”
강우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둠가드는 깊게 허리를 숙이더니 허공에 나타난 균열 속으로 다시 사라졌다.
“…….”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발자하크는 노란 안광이 빛나는 눈을 이리저리 돌리며 상황을 파악했다.
악신의 피로 소환한 마계의 존재와 지금 눈앞의 인간과의 관계를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아니,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마계의 존재가 직접 나서서 저자를 ‘마왕’이라 칭했으니까.
여기서 남은 선택지는 한 가지.
발자하크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강우에게 다가갔다.
상황이 이 정도까지 흘렀다. 그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그는 멍청하지 않았다.
[오오오!! 위대하신 마왕이시여!]‘뭐야, 이 새끼.’
눈부신 태세전환.
발자하크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찧었다.
[당신을 접한 그 순간부터 마계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몰랐잖아.’
[만마의 위에 군림하는 절대자의 기운을 이 미천한 피조물이 어찌 모르겠나이까.]‘몰랐잖아.’
[제가 어찌 감히 마계의 주인을 상대로 무기를 들겠습니까? 보십시오. 살점조차 없는 맨손이지 않습니까.]‘애초에 무기 안 쓰는 놈이 어디서 밑장을 빼고 있어.’
예전 안드라스 길드에서 있었던 일을 떠오르게 만드는 발자하크의 태도.
강우의 존재가 구천지옥의 마왕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손바닥 뒤집듯 바뀐 그의 태도에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런 미천한 저를 권속으로 삼아주신다니!! 이 발자하크, 감동에 눈물이 흐를 것 같습니다!]‘아주 똥을 싼다, 똥을 싸.’
당연히 해골이기에 눈물을 흘릴 수는 없었다.
-띠링.
[소환수의 충성도가 상승하였습니다.] [강제 명령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단, ‘자살하라’ 등의 극단적인 명령의 수행은 불가합니다.]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과정이야 어쨌든 발자하크가 완벽하게 굴복한 건 사실인 모양.
“뭐… 일단 알았어.”
지끈거리는 이마에 손을 짚었다.
“하아. 하아. 강우, 어떻게 된 거야?”
한창 데스나이트와 싸우고 있던 에키드나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고개를 돌렸다.
발자하크가 소환한 12마리의 데스나이트는 전투를 멈추고 강우를 향해 기사처럼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잘 해결됐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발자하크가 완전히 굴복한 것이니 잘 해결된 것은 맞는 말이었다.
‘그보다.’
지금은 발자하크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어떻게 구천지옥의 존재를 소환했지?”
“구천지옥? 아… 혹시 마계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무래도 에르노어 대륙에서는 구천지옥을 마계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그렇다는 얘기는.’
강우는 턱을 쓰다듬었다.
마계건 구천지옥이건 명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구천지옥은 지구만이 아니라 에르노어 대륙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건가.’
어쩌면 더 많은 세계와도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애초에 완전히 서로 고립되어 있는 독자적인 세계였다면 가이아 시스템 같은 외계의 침입을 막기 위한 힘이 존재할 리가 없었을 테니까.
강우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혹시 넌 그 마계라는 곳의 존재를 소환할 수 있는 거야?”
만약 그렇다면 굳이 매번 악마교가 악마를 소환하는 것을 기다리며 있을 필요가 없었다.
발자하크를 통해 직접 악마를 소환해버리면 해결될 문제였으니까.
[아…. 그건 아닙니다.]발자하크가 고개를 저었다.
[제가 이번에 마계의 존재를 소환할 수 있었던 것은 악신의 피라는 아티팩트 덕분입니다. 아티팩트의 도움 없이는 감히 마계의 존재를 소환할 수는 없습니다.]“쯧.”
강우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사냥감을 찾아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밀렵생활에서 편하고 안정적인 농장생활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세상은 그처럼 만만치 않은 모양.
“그 악신이란 놈은 또 뭐야?”
[악신 루시퍼. 에르노어 대륙의 존재하는 모든 마(魔)의 뿌리 같은 존재이십니다.]“…루시퍼라고?”
오만의 루시퍼.
강우의 손에 패배한 일곱 대공 중 하나의 이름이었다.
‘우연인가?’
짧은 생각이 스쳤다. 고개를 저었다. 우연일 리가 없었다.
‘어떻게 부활한 거지?’
생각을 이어갔다. 여러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강우는 가늘게 눈을 떴다.
‘가능성이 있긴 해.’
대공을 완전히 죽인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영혼은 지옥무구 안으로 도망친 상태.
영혼이 멀쩡히 남아 있고, 지옥무구가 존재한다면 그들이 부활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구천지옥에서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사용했던 일곱 개의 지옥무구.
자신이 지구로 온 것처럼 지옥무구 중 하나가 에르노어 대륙으로 흘러들어간 거라면.
‘루시퍼가 부활해 악신이라는 존재로 불리는 것도 가능하다.’
에르노어 대륙은 지구와 같이 기본적인 무력 자체가 구천지옥에 비해 떨어지는 장소였다.
발자하크가 마왕이라고 불리는 것이나 마계에 대해 찬양사를 늘어놓는 것만 보더라도 그건 알 수 있었다.
만약 그런 세계에서 루시퍼가 부활했다면 신적인 존재로 군림했을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그 루시퍼란 놈이 모든 마의 뿌리라고 했지.”
[그렇습니다.]“언제부터 그놈이 에르노어 대륙에 있었지?”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득한 옛날이라는 것 외에는….]“흠.”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시간대가 이상해.’
자신이 지구로 귀환한 것은 고작해야 반년 정도 전의 일이었다.
에르노어 대륙에 지옥무구가 흘러갔다고 하더라도 시간대가 맞지 않았다.
“…….”
고민을 이어갔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이미 그 결과는 나왔고,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위한 과정을 그나마 납득할 수 있도록 추론하는 것뿐이었으니까.
‘시간대가 엉켰다.’
비단 에르노어 대륙만의 일인지, 아니면 지옥무구 자체가 강우 자신이 귀환한 시점보다 아득한 과거로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차원 간의 시간대는 평면적이지 않다는 것.
‘구천지옥도 만 년 이후의 세계와 이어져 있고.’
구천지옥의 악마들은 강우의 존재를 알고 있다.
즉, 강우가 활동한 만 년 후의 구천지옥과 지구가 이어졌다는 것.
그것만 보더라도 차원 간의 시간대가 뒤엉켜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제길.”
머리가 복잡해졌다. 강우는 근처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정보들을 정리했다.
‘시간대가 엉킨 게 중요한 게 아냐.’
중요한 것은 루시퍼가 부활했고, 다른 대공 또한 부활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잠깐.”
복잡한 표정으로 생각을 이어가던 강우의 눈이 빛났다.
‘나 지금이라면 대공의 영혼을 흡수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나?’
새롭게 생긴 ‘영혼을 거두는 자’라는 특성. 그것을 사용한다면 과거 포식의 권능만으로는 먹어치우지 못했던 대공의 영혼을 손에 넣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좀 더 정보를 모아야겠네.’
모든 대공이 부활했는지, 루시퍼만 부활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
게다가 루시퍼는 지구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안일하게 있을 수는 없었지만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다고도 할 수 없었다.
“그럼 루시퍼는 지금 에르노어 대륙 어디에 있는 거냐?”
발자하크에게 물었다. 바닥에 엎드려 있던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그렇단 말이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해도 이쪽에서 에르노어 대륙으로 넘어갈 방법이 없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만약 루시퍼가 과거의 모든 힘을 되찾았다면.’
지금으로서는 이길 방법이 없었다.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겠군.’
대공과의 전투까지 염두에 두어야 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 바뀌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그대로 이어가면 됐다. 잡아먹고 강해진다.
과거 구천지옥을 군림했을 때의 힘을 되찾는다.
‘아니.’
강우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플레이어로 각성하면서 그의 욕망에 새로운 불이 지펴졌다.
과거, 그가 가장 강했던 시기에도 도달할 수 없었던 영역.
그 영역에 대한 갈증에 목이 탔다.
‘천천히.’
끓어오르는 욕망을 다스렸다.
급하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 초조함은 실수를 불러일으킨다.
강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루시퍼가 왜 에르노어 대륙을 지배하지 못한 거지?”
대공은 강하다.
에르노어 대륙의 평균 무력을 생각했을 때 그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었을 것이다.
지배하든지, 멸망하든지.
둘 중 하나가 되어야 맞았다.
“강우, 그건 천계의 대천사들 때문에 그래.”
계속 발자하크에게만 질문을 하고 있자니 에키드나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옷깃을 당겼다.
강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천사들?”
“응. 지금은 아니고 예전 신화의 얘긴데. 악신의 태동을 막기 위해서 대천사들이 천계에서 내려왔다고 들었어.”
“천계라….”
구천지옥이 존재하니 그에 반대되는 세계가 존재한다고 해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천사들은 지금도 에르노어 대륙에 있어?”
에키드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악신과의 전쟁 이후로 다 사라졌어. 그 뒤로 악신도 자취를 감췄고.”
“그렇군.”
일단 천사들까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루시퍼도 모습을 감췄다니 조금 더 여유가 생긴 상황.
‘대충 정리됐군.’
남은 정보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와중에 듣는 게 좋으리라.
“슬슬 돌아가자. 아, 발자하크 너 몸을 숨길 수 있는 마법 같은 거 있냐?”
발자하크의 외모는 새하얀 백골.
몸을 숨길 수 있는 마법이 없다면 꽤나 곤란해졌다.
[물론입니다! 이 발자하크로 말할 것 같으면 그림자에 녹아들어 어둠을 지배하는….]-우드드득.
고통을 느끼는 감각은 남아 있는지 비명을 질렀다.
“발자하크, 내가 아까 그 말투 쓰지 말라고 했지?”
[며, 명심하겠습니다.]강우는 몸을 돌렸다.
그때 무언가 생각난 듯 강우가 손뼉을 쳤다.
발자하크에게 고통이라는 감각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뭔가 떠오른 것이다.
“아 참. 너 혹시 식사는 할 수 있냐?”
[식사… 말씀이십니까?]“그래. 뭐, 힘들어 보이긴 한다만.”
[아. 딱히 필요는 없지만 먹는 것 자체는 가능합니다. 여기 이 안으로 음식이 들어가면 내부에서 분해할 수 있거든요.]발자하크는 목구멍에 있는 검은 공간을 가리켰다.
강우는 눈을 빛냈다.
“오, 그럼 미각도 느낄 수 있어?”
[인간보다는 희미하지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발자하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우는 씨익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가자.”
[어딜….]“김치찌개 먹으러.”
[김치찌개란 건 무엇입니까?]발자하크는 노란 안광을 빛내며 물었다.
강우는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먹어보면 알아, 인마.”
두 유 노 김치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