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145)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146화
균열의 씨앗 모으기 (1)
[마기 스텟이 0.12 상승하였습니다.]“이건 또 뭐야?”
시스템 창을 바라본 강우의 입에서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크리샬라스와 만마전에서 흘러나온 마기를 흡수하자 이런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소수점이라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스텟.
‘크리샬라스가 좀 애매해서 그런가?’
솔직히 크리샬라스 한 번 잡고 1스텟이 상승하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가이아의 축복을 받아 122이 된 그의 스텟은 어지간한 일로는 상승하지 않았다.
“뭐, 아예 안 오르는 것보다야 낫지.”
소수점에 불과하더라도 오른 것은 오른 것이다.
균열의 씨앗이라는 새로운 노다지까지 찾은 지금 상황에서 조급해할 필요도 없었다.
‘영혼을 거두는 자 특성은….’
-띠링.
[대상이 악마가 아닙니다.]“역시 발동하지 않는 건가.”
크리샬라스는 어디까지나 악마가 아닌 마물.
악마의 영혼을 흡수하는 영혼의 거두는 자 특성이 발동하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결국 계속 악마는 잡아야 한다는 거군.”
마령의 달성 조건을 위해서라도 악마의 영혼을 흡수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
“일단.”
강우는 이어지는 생각을 끊어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당장의 성장이 아니었다.
품속에서 투명한 수정 구슬을 꺼내들었다.
“아아. 들리십니까?”
[네, 말씀하세요.]가이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임무는 잘 해결되셨나요?]“일단 대구 쪽은 해결했습니다.”
[임무 중 혹시 부상을 입거나 하시지는 않았나요? 그렇다면 수호의 전당으로 오시면 치료를….]“아뇨.”
가장 먼저 몸부터 걱정해주는 가이아의 말을 잘랐다.
상처를 입지도 않았을뿐더러 느긋이 치료를 하고 있을 여유도 없었다.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어떤…?]강우는 ‘균열의 씨앗’에 대한 정보를 말했다.
악마교가 세계적인 규모로 균열의 씨앗을 심고 있다는 것,
지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동원해서 악마교의 계획을 막아야 한다는 것.
[…….]침묵이 흘렀다. 가이아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디언즈의 모든 멤버들에게 연락해 균열의 씨앗을 제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아뇨. 균열의 씨앗을 제거하시면 안 됩니다.”
균열의 씨앗을 제거하다니, 손해도 그런 손해가 없었다.
강우는 진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균열의 씨앗을 제거하는 것이 아닌, 수거해서 한곳에 모아둬야 합니다.”
[수거한다고요?]“예.”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균열의 씨앗이 계속 남아 있게 되는….]“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균열의 씨앗은 일단 박혀 있는 것을 뽑아내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않으니까요.”
[아, 그렇군요.]가이아는 아직 이해가 가지 않은 듯 의문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굳이 균열의 씨앗을 파괴하지 않고 수거해야 할 이유가 있을 까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미리 제거해두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요?]“단순히 이번 계획을 막는 거라면 그 편이 좋겠죠.”
강우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시키는 것은 그의 특기였다.
[그렇다면 왜….]“길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단순히 악마교가 일을 벌인 후 대처를 하는 방식으로만 간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습니다.”
[아.]“실제 악마교가 가진 지식에 대한 연구를 해보신적은 있으신가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 지식이 연구하기엔 난해한 지식이라 실제 성과는 거의 없었습니다.]“그런 상황일수록 연구의 재료가 되는 표본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죠. 악마교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일을 벌일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쌓은 지식이 그만큼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연구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계속해서 그들의 움직임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아아.]가이아는 짧은 탄성을 흘렸다. 그녀는 자책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런 깊은 뜻이 있는지도 모르고 전… 죄송합니다. 강우 씨가 그토록 악마교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시고 계신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하하. 이건 이기심입니다. 저도 이 세계의 일원인 이상 제 한 몸 보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거죠.”
[아뇨. 그건 이기심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가이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한 몸 보전하기 위해서라면 숨으실 수도 있었을 겁니다. 낮게 몸을 낮춘 채, 숨을 죽이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강우 씨는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섰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의로운 마음이 이기심이라는 것으로 폄하될 수는 없습니다.]이어지는 가이아의 말에 강우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부끄럽군요. 그렇게 띄워주실 필요 없습니다.”
[호호. 겸손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럼 강우 씨의 말대로 균열의 씨앗을 제거하지 않고 최대한 수거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아뇨. 오히려 저야 말로 감사드립니다. 전력을 다해서 균열의 씨앗을 수거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그럼 저도 균열의 씨앗을 회수하기 위해 움직이겠습니다.”
통신이 끊어졌다. 강우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파괴하지 말고 수거해야지.”
균열의 씨앗을 연구해서 계획을 원천봉쇄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통찰의 권능으로조차 악마교가 쌓은 지식을 완전히 해석할 수 없었다.
구천지옥을 지배했던 마왕조차 읽지 못한 지식.
그것을 연구한다고 해서 알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원천봉쇄는 안 될 말이지.”
그들이 활개 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계획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안 됐다.
악마교는 강우에게 배를 채울 요리를 만들어주는 셰프들이었으니까.
‘빨아먹을 수 있는 건 다 빨아먹고 버려야지.’
악마교도가 들었다면 입에 게거품을 물 생각을 태연하게 하며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주변의 마물들을 모조리 정리한 에키드나와 발자하크가 그의 뒤를 따랐다.
“에키드나, 발자하크. 이 주변에 두 개의 게이트가 더 있을 거야. 거기에도 아까 그 말뚝처럼 생긴 물건이 박혀 있는지 확인해봐. 있으면 파괴하지 말고 수거해 오고.”
“응. 알았어, 강우.”
[명을 받들겠습니다.]두 소환수가 그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게이트 밖으로 나온 강우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가이아에게는 연락했으니.’
이제는 그가 연줄이 있는 다른 사람들을 총동원해야 할 때.
강우가 통화를 건 것은 천소연과 차연주, 그리고 장현재였다.
세 사람에게 사정을 설명한 후 똑같이 균열의 씨앗을 회수하도록 부탁했다.
“중국이랑 한국은 이걸로 됐고.”
남은 것은 일본.
강우는 예전에 받았던 연락처를 꺼냈다. 쿠로사키 유리에의 연락처였다.
‘얘가 왜 이렇게 나를 위하는지는 몰라도.’
이런 상황에서 사용하지 않기에는 너무 아까운 카드였다.
-뚜르.
[쿠로사키 유리에입니다. 강우 님.]‘뭐 이렇게 빨리 받아.’
통화음 한 번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쿠로사키 님. 이렇게 통화를 하는 건 처음이군요.”
[네, 그렇군요.]뭔가 쌀쌀 맞은 목소리.
그간 연락을 한 번도 안한 것이 문제였던 모양.
“그 동안 바쁜 일이 너무 많아서 연락드리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강우 님도 사정이 있으셨겠죠.]조금은 목소리가 풀어진 듯 했다.
“이렇게 연락드린 건 다름이 아니라….”
균열의 씨앗에 대해서 얘기 했다.
[그런 일이…. 알겠습니다. 저희 쪽에서도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부탁드립니다.”
[아, 한 가지 여쭈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은가요?]“물론입니다.”
[이 악마교라는 단체. 이들이 섬기는 것이 정확히 어떤 악마인지 알고 계신가요? 따로 조사를 했는데 알 수가 없어서요.]“음.”
갑작스러운 질문. 하지만 대답을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그들이 섬기는 것은 사탄입니다.”
예언의 악마 사탄.
그 존재에 대해서 가디언즈만 알고 있는 것은 좋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아는 것이 좋지.’
이미 천소연, 차연주와 같은 친한 사람들에게는 사탄의 존재에 대해서 설명해 둔 상태.
그의 존재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자신에게 향하는 의심이 적어질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흐응. 사탄이라고요?]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한 목소리.
강우는 그녀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그들이 섬기는 악마는 사탄입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그럼 균열의 씨앗을 수거한 이후에 다시 연락 부탁드립니다.”
[예. 강우 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강우는 그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그때였다.
“얼마든지요.”
[지금 사건과는 상관없는 개인적인 질문입니다만… 혹시 강우 님은 크툴루 신화에 대해서 아시는 바가 있으십니까?]“크툴루 신화요?”
정말로 뜬금없는 질문. 강우조차 순간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그 촉수가 잔뜩 나오는 신화 말인가.’
장르 문학에 워낙 광범위하게 사용된 탓에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예. 알고 있습니다만 갑자기 그건 왜….”
[제게는 신적인 존재의 힘을 불러오는 힘이 있습니다. 때문에 신화에 대해서 여러모로 조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중 상당히 흥미로운 신화라 강우 님의 의견을 여쭙고 싶었습니다.]“아, 그렇군요.”
그녀의 능력을 떠올렸다. 일본 신화에 나오는 신적인 존재의 힘을 빌려오는 능력.
‘정확히는 이계의 존재가 지닌 힘을 소환하는 능력.’
안 그래도 언젠가 자세하게 조사해볼 필요가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신화의 신들이 실제 존재하는 차원이 있을 거야.’
가이아의 본신 또한 그런 신계에 속하는 존재일 가능성이 컸다.
‘크툴루 신화라.’
그 신화가 단순한 개인의 창작물이 아닌 따로 존재하는 세계의 이야기라면.
‘그들이 지닌 힘에 대해서도 알아둘 필요가 있겠군.’
생각을 정리한 강우는 입을 열었다.
“흥미가 있긴 합니다. 혹시 그쪽 신화의 존재가 지닌 힘도 끌어오실 수 있는 겁니까?”
[아뇨.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제가 힘을 빌릴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본 신화의 신들 뿐입니다.]“흠. 그렇군요.”
이걸 아쉽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다행이라고 할지 알 수 없는 상황.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촉수가 가득한 신 따위는 보고 싶지 않았다.
[후훗, 그렇군요. 흥미가 있다는 거군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럼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아, 예.”
기분 나쁜 웃음소리와 함께 중얼거리던 쿠로사키가 이내 통화를 끊었다.
강우는 미묘한 눈빛으로 스마트폰을 내려다보았다.
‘이해하기 힘든 여자야.’
선물로 문어를 보내올 때도 그렇고 뜬금없는 질문을 하는 것도 그렇고 머리에 나사 하나가 빠진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상관없지.”
나사가 빠지건 말건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상관없었다.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쿠로사키 유리에가 아닌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을 균열의 씨앗.
‘그물은 뿌려뒀다.’
짙은 미소가 입가에 지어졌다.
이제는 수확의 때를 기다리며 인내해야 할 때.
‘존버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