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156)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157화
영웅신의 가호 (2)
-네노오오오오오옴!!
티리온의 일갈이 머릿속을 울렸다.
하지만 분노에 가득 찬 기세와는 달리 그 목소리는 꽤나 작았다.
소멸이 가까워지면서 힘이 약해지고 있는 탓이었다.
‘그만 들어가 쉬십쇼.’
강우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크윽! 어, 어서 이 사실을 미카엘 님에게…!
‘미카엘은 또 누구야.’
눈살이 찌푸려졌다.
미카엘. 유명하다 못해 신물이 나는 그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가브리엘, 라파엘, 우리엘과 같은 4대 천사장의 이름.
‘티리온이 천계랑 연관이 있는 건가?’
거기다가 미카엘‘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니 천사장을 상관처럼 대하는 것 같았다.
‘천사장이 신보다 권위가 높다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신의 하수인으로 천사들이 있는 것이 타당했다.
예상치 못한 일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연락하도록 둘 수는 없지.’
영웅신의 가호를 받아들인다면 티리온이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눈치챌 거라고는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힘을 받아들인 이유는 티리온이 소멸을 각오하고 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정체에 대해서 떠들도록 할 수는 없는 노릇.
우우우웅!
몸 안에 든 받아들인 티리온의 힘에 포식의 권능을 사용했다.
황금빛 기운이 어둠에 좀 먹히기 시작했다.
-아, 아아.
포식의 권능을 사용하자 티리온의 소멸이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귀찮게 하지 말고 이제 그냥 사라져라.’
생각보다 끈질긴 티리온의 모습에 짜증이 났다.
힘을 받아들이자마자 소멸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 버렸다.
-크윽! 아, 안 돼! 사악한 악마에게 내 힘을 줄 수는 없다!
티리온은 마지막 발악을 하듯 거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강우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간 황금빛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크윽!”
거대한 기운이 몸 안에서 요동치는 고통에 강우의 표정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강렬한 고통이 전신을 달렸다.
‘이 자식이…!’
입술을 깨물었다. 고통에 이성이 날아가지 않도록 정신을 집중했다.
-여, 여기까진가.
이제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희미해진 목소리와 함께 티리온과의 연결이 끊어졌다.
완전히 소멸한 모양.
하지만.
“크으으!”
우우우우웅!
강우의 피부를 뚫고 황금빛 기운이 빠져나왔다.
티리온의 마지막 발악. 강우가 자신의 힘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기운을 폭주시킨 것이 생각보다 까다롭게 작용하고 있었다.
‘젠장.’
정신이 아득해지는 고통.
티리온의 기운이 몸 안에서 날뛰었다. 몸이 내부에서부터 찢어지는 듯한 감각.
조각난 커터칼을 물과 함께 들이켠 듯 끔찍한 고통이었다.
‘슈바. 괜히 사기 쳤나.’
이럴 거면 티리온의 힘을 자신이 가지지 말고 김시훈에게 줄 걸 그랬다는 후회까지 들 정도였다.
이것을 업보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영웅신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대가를 톡톡히 받는 기분.
‘바로 소멸한다며.’
시스템 메시지창을 원망하는 마음까지 솟아났다.
“오오!”
“형님….”
그런 그의 모습에 가디언즈 맴버들과 김시훈은 경외심 어린 탄성을 흘렸다.
온몸을 뚫고 황금빛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으니 겉모습만 본다면 신의 힘을 받아들여 각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역시 강우 형님이시군요. 영웅신의 힘을 이토록 손쉽게 받아들이시다니….”
‘아니야, 시훈아.’
“존경합니다, 형님.”
‘형 아파 뒤질 것 같아.’
“형님에 비해 전… 너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살려줘.’
마음속으로 김시훈에게 구원 요청을 보냈지만 들리지 않은 모양.
강우는 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X나 아프잖아.’
고통을 참는 것은 익숙했다.
사지가 잘려나가는 고통 정도는 웃으면서 참을 수 있을 정도.
하지만 그런 그라고 하더라도 지금 느껴지는 고통은 쉽게 참을 수 없었다.
몸 전체가 조각조각 찢겨나가는 고통이니 일반인이라면 쇼크로 죽어도 오래 전에 죽었을 것이다.
‘제기랄.’
계속해서 후회만 곱씹을 수는 없는 노릇.
강우는 눈을 감은 채 몸 안에 날뛰는 티리온의 힘을 제어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제어할 수 없어.’
애초에 그가 다뤄왔던 기운과 너무 차이가 심했다.
휘발유로 달리는 차에 전기를 쏟아부은 듯한 기분.
마기와는 본질적인 성질 자체가 달랐기 때문에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입술을 깨물었다. 거칠게 쥔 주먹에 힘을 더했다.
제어할 수 없다면, 그 기운을 남김없이 먹어치워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혈액 속에 녹아 있는 마기가 들끓었다.
강우는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티리온이 소멸한 지금도 황금빛을 뿜어내고 있는 델 라인의 모습이 보였다.
‘포식의 권능.’
검은빛 기운이 일어나 델 라인을 휘감았다.
거센 반발. 황금빛 기운이 포식의 권능에 저항했다.
무시했다. 발버둥 치는 사냥감을 억지로 씹어 삼키듯, 포식의 권능으로 기운을 덮었다.
-띠링.
[‘마력을 탐하는 악마’특성이 적용됩니다.] [경고. 해당 마력에는 마력과는 다른 기운이 섞여 있습니다. 마기로의 온전한 변환이 불가합니다.] [계속해서 변환하시겠습니까?]‘지금 그딴 게 중요하겠냐.’
힘을 온전히 흡수하고 나발이고 당장에 몸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티리온의 힘을 받아들인 것 자체가 후회될 지경인데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정신을 집중해 포식의 권능을 한계까지 운용했다.
-우우우우웅!
“커헉.”
발작을 일으키듯 티리온의 기운이 요동쳤다.
피부가 찢겨나가며 검은색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찢겨나간 피부 사이에서 검은색 피가 흘러나오자 가디언즈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이, 이건 환골탈태!!”
‘아니야 이 새끼야.’
“오오!”
‘아니라고 이 개자식들아. 아파 뒤질 것 같으니까 구경만 하지 말고 치유마법이라도 걸어줘.’
“검은 피를 내뿜는 것을 보니 몸 안에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하는 것 같습니다.”
‘내 피 원래 검은색이야.’
김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환골탈태가 확실해 보입니다. 모두 주변 경계를 해주세요. 지금 형님의 몸에 조금의 충격이라도 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시훈아, 형 좀 살려줘.’
“뭐,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치유마법….’
“아뇨. 저건 몸의 조직이 재구성되면서 생기는 상처입니다. 치유마법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치유마법 좀 걸어줘 이 새끼야.’
늘어가는 상처에 치유마법이라도 걸어주기를 바랐지만 단호한 김시훈의 주장에 그것도 기대하기 어려운 모양.
이 순간만큼은 김시훈이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으아아아아.’
치유마법을 기대할 수 없는 이상 최대한 빠르게 티리온의 기운을 흡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
-띠링.
[영웅신 티리온의 기운을 일부 흡수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변환에 성공하지 못한 기운을 방출합니다.]-쿠구구구궁!!
지축이 뒤흔들렸다.
눈이 부시다 못해 멀 것 같은 빛이 주변에 휘몰아쳤다.
“오오.”
가디언즈의 멤버들은 성스럽게 느껴지는 그 모습에 탄성을 내질렀다.
[마기 스텟이 4상승합니다.] [스텟의 격이 상승하며 만마전의 ‘깊은’ 쪽의 통로가 일부 활성화되었습니다.] [완전한 활성화를 위해서는 ‘마령’의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현재 도달할 수 있는 한계 스텟에 도달했습니다. 마령의 제 1조건을 달성하거나 레벨 제한이 풀려야 스텟이 상승합니다.]일부만 흡수했다고 하더라도 신의 기운.
스텟이 무려 129에 도달하는 것과 동시에 강대한 힘이 몸 전체에서 끓어올랐다.
찬란한 황금빛을 뿜어내던 티리온의 검, 델 라인이 가루가 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황금빛 가루가 주변을 가득 메운 모습은 절경 그 자체.
어둠을 거둬내듯 찬란한 빛이 솟아올랐다.
“허억, 허억!”
“형님!”
“강우 씨!”
거친 숨을 토해내며 몸을 굽혔다.
가이아와 김시훈, 다른 가디언즈의 멤버들이 다급히 다가왔다.
‘슈바.’
고통은 멈췄다. 신의 힘을 흡수한 보람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보상도 얻었다.
‘뒤지는 줄 알았네.’
하지만 고통에 익숙해진 그조차 정신이 날아가 버렸을 정도로 끔찍한 고통의 충격이 어딜 가는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 더해서.
‘서운하다, 시훈아.’
김시훈이 무슨 의도로 치유마법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는지는 알고 있었다.
솔직히 자기가 지금 자신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다면 환골탈태 같은 각성의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하지만 알면서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
인간의 감정이란 복잡하고도 미묘한 것이다.
“다행입니다, 형님.”
“…….”
“형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딱딱하게 굳은 그의 표정에 김시훈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강우는 고개를 홱 돌렸다.
“몰라, 인마.”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혀, 형님.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냐.”
‘내가 널 위해서 해준 게 얼만데…. 내 맘을 그렇게 몰라?’
“아무것도 아닌 표정이 아니시지 않습니까.”
강우는 냉랭한 표정으로 김시훈을 지나쳐 걸어갔다.
“혀, 형님!”
김시훈이 다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강우는 콧방귀를 끼었다.
‘형 삐졌다.’
* * *
가디언즈 멤버가 모두 돌아간 그랜드캐넌.
을씨년스러운 분위가 풍기는 협곡 안에서 작은 균열이 만들어졌다.
-쩌적.
푸른색과 검은색이 섞인 균열.
균열 속에서 검은색 팔이 빠져 나왔다.
-쩌저저적!!
균열이 갈라지며 검은 존재가 나타났다.
두 개의 뿔과 박쥐의 날개, 기다란 꼬리와 탄탄한 근육으로 뒤덮인 몸.
검은자위에 노란 눈동자. 가로로 길게 찢어진 동공.
숨 막힐 듯이 짙은 마기가 뿜어져 나와 주변을 짓눌렀다.
“이곳이 루시퍼 님께서 말씀하신 지구라는 곳인가.”
“말파스. 주변에 보이는 건 있나?”
“아니. 이 주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흠. 아버지께서 이 세계에는 많은 인간이 살고 있다고 하셨는데.”
균열 속에서 나타난 것은 세 악마.
겉보기로는 분간할 수 없는 똑같은 외모를 가진 세 악마는 황량한 협곡의 주변을 살폈다.
“뭐, 조금 둘러보면 나오겠지.”
“루시퍼 님께서 거짓을 말씀하실 리가 없으니 말이야.”
세 악마의 이름은 페넥스, 말파스, 할파스.
그들은 균열을 향해 몸을 돌리며 깊게 허리를 숙였다.
“루시퍼 님에게 영광을.”
세 악마는 그들의 주인, 악신 루시퍼를 향해 인사를 올렸다.
할파스가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바닥의 모래를 손으로 훑었다.
“티리온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역시. 티리온이 소멸한 건 사실인 것 같군.”
“쯧. 그딴 하급 신이 소멸한 건 관심 없어.”
“그래. 중요한 건 그를 소멸시킨 존재지.”
할파스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의 주인, 루시퍼의 명령이 떠올랐다.
-찾아라.
“슬슬 움직이지.”
“어디부터 찾을 생각이지?”
“이 세계에 가이아의 권속이 있다고 들었다. 그들이라면 어느 정도 정보를 알고 있을 거야.”
“죽여도 좋나?”
“어차피 ‘그쪽’ 진영의 신이다. 죽여도 상관없겠지.”
“가이아는 상급 신이지 않나?”
“흥. 반쯤 죽어 있는 신의 권속 따위가 두려운 거냐?”
“그럴 리가.”
세 악마는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그럼 출발하지.”
동시에 날개를 펼쳤다. 어둠 속으로 세 악마가 떠올랐다.
그들이 루시퍼의 명령을 듣고 머나먼 이계까지 찾으러 온 존재는 단 하나.
“그나저나 아무리 하급 신이라고 해도 티리온을 소멸시키다니… 대단하군.”
“대단하지 않으면 그를 찾을 이유도 없었겠지.”
“하긴.”
“그는 루시퍼 님의 계획에 큰 도움이 되어 줄 거야.”
세 악마는 음산한 웃음을 흘렸다.
“사탄.”
“어서 그자를 찾으러 가자.”
예언의 악마 사탄을 찾는 것.
그들이 지구에 온 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