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16)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17화
3차 각성(1)
-화르르르륵!
“키에에에엑….”
지옥불에 휩싸인 리자드맨 무리가 바닥에 쓰러졌다.
정호준 파티와 전투로 인해 지쳐 있던 그들은 변변찮은 반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강우의 공격에 휩쓸려 죽어버렸다.
“대충 정리가 끝났나.”
강우는 순식간에 죽음의 대지로 변한 늪지대를 바라보며 덤덤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어지간히 강단이 있는 사람이라도 절로 구역질을 할 정도로 끔찍한 광경이었지만 그는 태연한 표정으로 늪지대를 걸어 다녔다.
피와 살이 뒤섞여 있는 그로테스크한 광경은 지옥에 있던 시절 질리도록 봐왔다.
그때는 오히려 지금 시체로 뒤덮인 늪지대보다 몇 배는 더 끔찍한 광경을 매일같이 봤다.
고작 이 정도의 광경에 동요를 하기에는 이미 그가 지옥에서 겪어온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럼 시작해 볼까.”
늪지대 바닥에 쓰러진 백 마리가 넘는 리자드맨의 시체는 강우에게 있어 잔치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경험치는 거의 얻지 못했지만.’
실제 여기에 있는 대부분의 리자드맨들을 처치한 것은 강우가 아닌 정호준 파티였기 때문에 경험치 자체는 얼마 얻지 못했다.
그가 일반 플레이어였다면 크게 아쉬웠을 상황이었지만 강우에게는 레벨 업 이외의 방법으로 자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존재했다.
강우는 리자드맨들의 시체가 뒤엉킨 장소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색 연기가 리자드맨들의 시체를 덮어가기 시작했다.
-우드드득. 우득!
혈육이 씹히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리자드맨들의 육체에 서려 있는, 혼에 담긴 마기가 강우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띠링.
[마기 스탯이 1상승하였습니다.]‘좋군.’
이번 전투로 죽은 리자드맨들의 숫자가 숫자다 보니 꽤나 많은 양의 마기가 그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강우는 마기 스탯이 올랐다는 메시지창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포식을 이어갔다.
백여 구가 넘는 리자드맨들의 시체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띠링.
[가이아 시스템의 보호를 받고 있는 대상에게 포식의 권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응?”
지금까지와는 다른 메시지창 하나가 눈앞에 떠올랐다.
강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메시지창을 바라보았다.
‘가이아 시스템?’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단어였다. 처음 지구로 귀환했을 때 들었던 알 수 없는 단어.
이제까지 백 마리가 가볍게 넘는 몬스터를 잡으면서 한 번도 뜨지 않았던 메시지창에 강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
그때, 강우의 머릿속에 정호준 파티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놈들도 여기에 죽어 있었지.”
산처럼 쌓여 있는 리자드맨의 시체 아래, 가슴에 창이 꿰뚫린 채 죽어 있는 정호준의 시체가 나타났다.
리자드맨들에게 포식의 권능을 사용하는 사이 실수로 그들의 시체에게까지 권능이 뻗어나간 모양이었다.
‘가이아 시스템에 보호받고 있는 대상이란 건 이 플레이어를 말하는 건가.’
가이아 시스템의 정체가 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이제까지 몬스터를 대상으로는 한 번도 이런 메시지창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플레이어들의 시체에는 포식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되는군.’
처음 플레이어들이 가진 특성에 대해서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은 ‘과연 플레이어의 특성을 포식으로 흡수할 수 있을까?’였다.
악마들의 권능까지 흡수할 수 있는 포식의 능력상 플레이어의 특성까지 흡수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뭐, 큰 상관은 없나.’
강우는 전혀 아쉽지 않다는 표정으로 정호준의 시체에서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그에게 플레이어가 가진 특성은 큰 의미가 없었다.
특성의 힘으로 다른 무언가를 하기에 이미 그가 가진 666개의 권능은 전능에 가까운 힘을 가지고 있었다.
‘중요한 건 특성이 아니라 마기의 양이지.’
666개의 권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마기.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우드드득!
강우는 정호준 파티의 시체를 제외한 리자드맨들의 시체를 모두 포식으로 흡수했다.
-띠링.
[마기 스탯이 2상승하였습니다.] [마기 스탯이 30에 도달하였습니다.]“하아.”
강우는 전신에 퍼지는 마기를 느끼며 짧은 숨을 토해냈다.
백 마리가 넘는 리자드맨들의 시체를 모두 흡수하니 확실히 꽤나 많은 양의 마기가 쌓인 것이 느껴졌다.
‘이번 한 번으로 스탯이 5나 올랐군.’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아니, 손 하나 까딱 움직이지 않고 이만한 마기를 어부지리로 얻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성과였다.
‘확실히 스탯이 오르니 질도 같이 올라가는군.’
30스탯에 도달한 마기는 전보다 훨씬 더 짙은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강우는 시험 삼아 안드라스의 권능을 사용해 봤다.
-화르르륵!!
사람 머리통만 한 검은색 불꽃이 그의 손 안에서 타올랐다.
아까 전 손바닥만 한 크기였을 때보다 훨씬 더 강맹한 기운이 지옥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좋군.’
마기 스탯이 10에서 20으로 상승했을 때보다 25에서 30으로 상승한 것이 더욱 체감이 크게 느껴졌다.
“이제는 레벨만 마저 올리면 되겠어.”
강우는 바닥에 떨어진 마석들을 수거하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3차 각성에 도달해서 만마전의 봉인이 정말로 각성에 따라 약해지는지 확인할 때였다.
‘조금만 더 사냥하고 갈까.’
강우는 싸늘한 시체가 된 정호준 파티를 뒤로 하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 * *
정호준 파티와의 일이 있은 후로 3일.
강우는 리자드맨 서식지에서 몰이사냥을 반복하며 폭발적인 속도로 레벨 업을 이어갔다.
그 결과 다른 플레이어들은 평균적으로 2달 정도 걸린다고 하는 3차 각성까지 딱 한 걸음이 남은 19레벨에 도달할 수 있었다.
만약 그의 레벨 업 속도에 대해서 누군가 알아차렸다면 그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속도에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오늘이면 3차 각성을 찍을 수 있겠군.”
아침에 일어나 한설아와 함께 식사를 마친 강우는 살짝 기대감이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3차 각성에 도달하면 더 상위 등급 게이트로 가야겠어.’
C급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 C급 플레이어로 승격하기 위해서는 단순 마석 거래량 이외에 3차 각성을 마쳤다는 레벨 증명서가 필요했다.
C급 게이트부터는 D급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몬스터들이 강력하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였다.
실제로 3차 각성에 도달한 플레이어들조차 대다수는 3차 각성을 한 이후에도 C급 게이트의 몬스터들이 너무 강력해 D급 게이트에서 버스파티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강우에게 괜한 시비를 걸다가 크게 당한 정호준 파티도 그런 부류였다.
‘C급부터는 입구 검사 절차도 복잡해진다고 했으니….’
무슨 술집에서 주민등록증 검사하듯 대충 검사하는 D, E급 게이트와는 달리 C급 게이트부터는 출입하는 플레이어의 신상을 하나하나 철저하게 검사했다.
맹시의 권능 하나만 믿고 게이트에 진입하기는 강우도 부담스러웠다.
‘마석 거래량은 충분하니 오늘 레벨 업만 하면 되겠지.’
강우가 지난 3일간 벌어들인 돈만해도 9,200만 원이었다.
리자드맨에게서 나오는 D급 마석이 하나가 23만 원에 거래된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400마리 이상의 리자드맨들을 죽여 마석을 거래한 셈.
이미 플레이어 등급 승급에 필요한 마석 거래량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
“강우 씨, 오늘도 게이트로 사냥을 가시나요?”
“예. 아마 저녁때쯤이면 돌아올 겁니다.”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닌가요? 최근 며칠간 한 번도 안 쉬셨는데….”
“괜찮습니다.”
강우는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실제로 그는 체력적인 면에서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마기 스탯이 30을 돌파한 이후 안 그래도 쉬웠던 리자드맨 사냥이 한층 더 쉬워졌기 때문이었다.
어지간한 버스파티 2~3개가 합친 것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 힘들 리가 없었다.
“끄응. 알겠어요.”
“설아 씨 교육은 언제 쯤 끝나시나요?”
“저도 앞으로 며칠만 더 있으면 끝날 것 같아요.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레벨 업을 위해서 고블린 사냥을 간다고 하네요.”
“호오.”
“좋은 특성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저도 2차 각성에 도달해보고 싶어요.”
“금방 가능하실 겁니다.”
강우는 한설아와 짧은 대화를 마치고 게이트로 향했다.
게이트 앞에는 여느 때와 같이 여러 사람들이 모여 서로 파티원들을 구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 풍경도 좀 익숙해지는군.’
지구로 돌아온 지 6일.
이제는 악마가 아닌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3차 각성에 도달하면 조금 쉬어야겠어.’
지구 생활을 편하게 즐기기 위해 힘을 쌓고, 돈을 버는 것은 좋았지만 그 때문에 정작 그가 바라던 일들은 거의 하지 못했다.
강우는 이번에 3차 각성에 도달하게 되면 조금 쉬면서 마석을 팔아 번 돈으로 유흥을 즐길 생각을 하며 게이트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아, 형씨. 그렇게 파티가 안 구해지쇼?”
“도적 계열은 진짜 아무도 파티에 껴주지가 않아서….”
“하하! 그럼 우리 파티랑 같이 가는 건 어떻소?”
“오오! 지, 진짜입니까?!”
게이트 입구로 걸어가고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강우의 귓가에 들려왔다.
“응?”
강우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2차 각성을 한 건가.’
이전 고블린 사냥을 갔을 때 만났던 강태수라는 청년이었다.
그는 이미 몇 명의 파티원들을 데리고 있는 상태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도적 계열 플레이어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여전하구만.’
강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인사라도 한번 해야겠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던가, 태수 같은 인간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가볍게 인사라도 하고 싶었다.
‘그래도 우선은 레벨 업부터.’
강우는 19레벨에서 한 동안 멈춘 자신의 레벨을 바라보며 빠르게 리자드맨 무리를 찾았다.
지금 그에게는 태수와 안면을 트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찾았다.’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리자드맨 세 마리를 발견한 강우는 바로 머리통만 한 지옥불을 만들어 그들에게 집어던졌다.
-화르르륵!
“키에에에에엑!!”
처절한 비명과 함께 리자드맨 세 마리가 순식간에 불에 타 죽어버렸다.
“좋아. 그럼 다음….”
바로 다음 사냥감을 찾아 몸을 돌리려던 강우의 귓가에 익숙한 방울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D급 몬스터 리자드맨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1상승합니다.]“엥?”
강우는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메시지창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