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175)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176화
강림, 리리스 (2)
“으아아아아아!!”
욕지기가 섞인 포효가 터져 나왔다.
폭주하고 있는 균열. 점점 더 지옥의 모습과 같아지고 있는 리리스. 제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소리를 씨부리며 멈추지 않는 아키야마.
이 모든 것들이 그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제길! 제길! 제기랄!!’
리리스가 쿠로사키 유리에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안도했던가.
언제나 한결 같은 사랑을 바치는 그녀를 단순히 끔찍한 외모 때문에 매몰차게 대한 것도 사실. 묘한 죄책감을 느낀 적도 많았다.
꾹 참고 동침을 제안할까 고민했던 적까지 있을 정도.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그가 먼저 그녀에게 다가갈 수는 없었다.
악마가 됐다 해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감각이 변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랬는데!’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그가 갈망하던 파라다이스가, 낙원이 끈적거리는 촉수로 뒤덮이는 기분.
‘안 된다!’
입술을 깨물었다.
미쳐 날뛰는 균열을 내려다보았다.
균열의 크기는 30여 미터. 리리스는커녕 드래곤이 넘어와도 이상하지 않을 크기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균열을 닫는다.
폭죽하고 있는 균열과 리리스의 의식을 동시에 막기 위해서는 그 방법 이외에는 없었다.
“후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양손에 힘을 집중했다. 혈액에 녹아있는 거대한 마기가 일어났다.
-콰드드드드득!!
단단한 바위가 갈리는 소리.
균열에 닿은 강우의 손이 강렬한 반탄력에 튕겨져 나가려 하고 있었다.
‘천력의 권능.’
억지로 균열을 짓눌렀다.
만마전의 깊은 곳으로 향하는 통로를 활성화시켰다.
옅은 쪽에 존재하는 마기와는 그 격이 다른, 농밀한 마기가 양손에 퍼졌다.
‘막는다.’
-쿠구구구궁!!
지축이 뒤흔들렸다.
무시무시한 반탄력이 몸을 뒤흔들었다.
폭주하는 균열이 강우의 마기에 짓눌려 점점 짓뭉개지기 시작했다.
박살난 댐의 구멍을 일개 개인이 손바닥으로 막아내는 것과 같은 경이로운 광경.
“크윽.”
코피가 터졌다. 입을 타고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키야마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대체 뭐지?’
균열의 폭주를 마법적인 도움도 없이, 순수한 힘으로 찍어 누르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이해하고 자시고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구천지옥에 있다는 악마 대공이 온다고 하더라도 폭주하는 균열을 힘으로 짓누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인간이 맞는 건가?’
생물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인간이 아무리 강해져봤자 자연재해를 막아낼 수 없었다. 하물며 그것이 차원 단위의 재해라면 더더욱.
이미 생물의 범주를 넘어선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키야마는 꿀꺽 침을 삼켰다.
‘포기할 수 없다.’
균열이 닫히기 전에 의식을 끝마치는 것.
아키야마는 필사적으로 주문을 외웠다.
검은 마기에 뒤덮여 있는 리리스의 모습이 힐끗 보였다.
검은 마기 안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이긴 하지만 아마 악마의 몸으로 변하는 과정의 일환일 것이다.
“으랴아아아아압!!!”
일갈을 내지르며 마기를 제어했다.
이제, 의식의 끝이 머지않았다.
* * *
“으아아아아아!!”
포효를 내질렀다.
전신의 혈관이 흉측하게 돋아났다.
한계까지 끌어올린 마기에 몸이 안쪽에서부터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만마전이 일종의 탱크라고 한다면 그 탱크의 물을 끌어다 쓰는 호스가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찢어지기 직전에 놓인 상황.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강우는 짓누르고 있는 균열을 내려다보았다.
균열의 크기는 이제 고작해야 3미터 남짓.
30미터였던 원래 크기에 비하면 10분의 1로 줄어들어 있었다.
-띠링.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신경을 쓸 틈도 없었다.
강우는 이를 악문 채 폭주한 균열을 억눌렀다.
그리고.
-슈우우우우.
“하아! 하아!”
맥 빠진 소리와 함께 균열이 닫혔다.
강우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씨익 웃고 있는 아키야마의 모습이 보였다.
“흐흐흐. 이미 늦었다.”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키야마.
그는 제단을 향해 몸을 돌리며 무릎을 꿇었다.
“아아! 리리스 님! 어서 진정한 모습을 제게 보여주소서!”
열망으로 타오르는 아키야마의 눈빛.
-찔꺼억.
점액질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제단 위에 누워 있던 리리스가 몸을 일으켰다.
“어?”
아키야마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수십 개의 촉수가 꿈틀거렸다. 18개의 붉은 눈동자가 그를 향하며 뱀처럼 긴 혓바닥이 그녀의 입술을 핥았다.
꿈에 나올까봐 두려울 정도로 끔찍한 괴물의 모습.
서큐버스 퀸의 본래 모습을 영접할 생각에 갖은 망상으로 부풀어 있었던 아키야마는 멍하니 입을 열었다.
“뭐, 뭐야?”
“후후훗. 고맙다, 하찮은 인간아. 덕분에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그게… 서, 서큐버스 퀸의 본 모습이라고?”
충격을 받은 듯 몸을 떨었다.
리리스는 짙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호호호. 너무 아름다운 모습에 넋이 나간 것 같구나.”
“아, 아니….”
“뭐, 추잡하게 생긴 인간 여자들만 보다가 나를 봤으니 당연한 반응이겠지.”
“이게 무슨….”
아키야마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강우 쪽을 바라보았다.
“허억, 허억.”
강우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절망에 찬 표정으로 리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멈, 추라고 했잖아, 이 개자식, 아.”
“아, 아아….”
아키야마는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리리스를 올려다보았다.
벌어진 입에서 절망에 찬 신음이 흘러나왔다.
리리스의 촉수로 이루어진 손이 아키야마의 이마에 닿았다.
“잘 해줬다, 인간. 보상을 주고 싶었지만….”
리리스의 눈이 강우를 향했다.
그녀의 입이 귀까지 찢어졌다.
“허억.”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입이 귀까지 찢어졌다.
“내 왕이 보고 있으니 그럴 수가 없구나.”
숨 막히는 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저렇게 끔찍한 외모인데도 남자의 혼을 빼놓는 색기가 느껴진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귀신에라도 홀린 듯 아키야마의 눈이 흐리멍덩해졌다.
-콰드드득!
날카롭게 세워진 촉수가 아키야마의 머리를 꿰뚫었다.
그는 부릅뜬 눈을 감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아키야마를 간단하게 처리한 리리스는 강우를 향해 빠른 속도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 오지 마.”
“어머. 무슨 소리신가요, 나의 왕이시여.”
순식간에 접근한 리리스가 강우의 품에 안겼다.
균열을 막아 내느라 너무 많은 힘을 쓴 강우는 그녀에게서 도망칠 수 없었다.
전신에 돋아난 수십 개의 촉수가 강우의 몸을 뒤덮었다. 찔꺽. 투명하고 끈적한 점액질이 강우의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아, 하아. 나의, 나의 사랑스러운 왕이시여.”
“씨, X발.”
흥분에 찬 숨결이 느껴졌다.
18개의 눈이 그를 향했다.
‘살려줘.’
지구에 온 이후 이 정도 공포감을 느낀 것은 처음.
강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랜, 만이다.”
“죄송합니다, 왕이시여. 마왕님께서 이 리리스를 간절히 원하신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리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간절히 원한 적 없어.’
“이제는 안심하세요, 왕이시여. 추악한 외모에서 벗어나 원래 저의 모습으로 돌아왔답니다.”
‘제발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줘.’
입술이 바짝 타들어가는 듯한 감각.
“인간의 모습으로는… 다시 되돌아가지 못하는 거냐?”
“아뇨, 그런 것은 아닙니다.”
리리스가 가볍게 손을 튕겼다.
그녀의 몸에 돋아났던 수십 개의 촉수가 다시 피부 안으로 들어가며 쿠로사키 유리에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오!’
강우의 눈이 번쩍인 것은 당연.
리리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뺨에 손을 올렸다.
“왕에게 보여드리기는 너무 추한 외모라 부끄럽습니다만… 인간들의 세계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원래의 외모가 방해될 것 같아 인간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그렇지. 악마의 외모로 여기서 생활하기는 제약이 많지.”
강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쿠로사키 유리에의 모습을 한 리리스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호호. 맞습니다. 제 원래 외모는 인간이 감당하기는 너무 아름다우니까요.”
‘그건 또 뭔 개소리야.’
“하아. 너무 아름답다는 것도 피곤한 일이네요.”
‘아니.’
머리가 아파왔다.
‘잠깐만.’
강우의 눈에 빛이 서렸다.
이유야 어찌됐든 그녀는 인간 세계에 원활이 녹아들기 위해서 인간의 모습을 취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즉, 그 말은.’
대부분의 상태를 쿠로사키 유리에의 모습으로 있겠다는 의미.
‘그렇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리리스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옥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수확.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인간들은 네 아름다운 외모를 결코 감당하지 못할 거야.”
“어머, 마왕님도 차암.”
리리스는 부끄럽다는 듯 뺨을 붉혔다.
“그리고 난 네게 쓸데없는 날파리들이 꼬이는 건 원하지 않는다.”
“호호. 질투하시는 건가요? 마왕님도 참 귀여우신 분이라니까.”
-꽈악.
그녀의 허리를 거칠게 끌어안았다.
“꺄앗!”
“리리스. 네 본모습을 다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아아, 나의 왕이시여….”
“그러니까 항상, 언제나, 계속 인간의 모습으로 있어줘.”
“하, 하지만 이 외모는 너무나 추합니다.”
리리스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냐, 리리스.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니야.”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네가 리리스라는 사실이다. 외모는 중요하지 않아.”
“아아….”
리리스는 눈물을 훔치며 몸을 떨었다.
‘성공했다.’
강우의 입가가 비틀어 올라갔다.
“알겠습니다. 추한 외모이지만… 왕의 뜻이 그러시다면 인간의 모습으로 생활하겠습니다.”
‘슈바, 성공했어!!’
두 손을 번쩍 들어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
‘드디어, 드디어 해냈다!!’
끔찍한 촉수에서 벗어나는 것.
그의 기나긴 염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감격에 차 있는 강우의 모습을 보고 리리스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후훗. 걱정하지 마세요, 나의 왕이시여.”
“응? 뭔 걱정….”
“왕의 침실로 향할 때에는 원래 제 모습으로 가겠습니다.”
“뭐?”
“아이 참, 다 아시면서 그렇게 능청을 떠신단 말씀이십니까?”
“아니, 잠깐만.”
“후후훗. 앞으로도 왕을 단둘이 만날 때는 언제나 제 원래 모습으로 알현할게요. 너무 걱정 마세요.”
리리스는 밝게 웃으며 몸을 베베 꼬았다.
“사실 제가 인간 모습일 때의 외모를 아름답다고 말하는 인간들 때문에 인간과 악마 사이에 미적 감각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 마왕님은 제 본 모습을 더 좋아해 주셨군요. 후후훗. 그럴 줄 알았습니다, 나의 왕이시여.”
뒤통수를 거칠게 후려 맞은 감각.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뭔가를 생각할 시간조차 없이, 순수한 본심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지, 지금 모습이 더 예뻐.”
“예?”
리리스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네 말이 맞아. 적어도 내 눈에는 인간인 훨씬 더 아름다워 보여.”
“어머, 마왕님도 참.”
“믿어줘.”
“마왕님이 이렇게 질투가 많은 분인지 미처 몰랐네요.”
“제발….”
리리스는 짙은 미소를 지으며 강우의 코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찔렀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제 본모습은 마왕님과 둘이 있을 때만 보이겠습니다.”
“아니.”
“후후훗. 생각해 보니 지금도 단둘이니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야겠군요.”
“아냐. 그러지 마. 시바.”
다급한 목소리.
하지만 그런 그의 발악에도 불구하고 쿠로사키 유리에의 피부가 갈라지며 끔찍한 촉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리리스, 내 말을 들어. 너는 인간일 때가 더 아름….”
“아아, 역시 이 모습이야 말로 진정한 제 모습이죠.”
“인간 모습이 더 예쁘다고!!”
절박하게 손을 뻗었다. 그녀의 얼굴이 갈라지며 18개의 눈동자가 나타났다.
“우리 마왕님도 참 부끄러움이 많으시군요.”
“리리스! 솔직하게 말하마! 사실 지금 네 모습은 그냥 끔찍한 괴물처럼 보일 뿐이야!!”
“어머, 귀여우셔라~”
“아니 제발 말을 좀 들어어어어!!”
포효했다.
눈가가 축축해졌다.
괜한 연기를 하지 말고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후회라는 것은 언제나 뒤늦은 법.
“사랑해요, 나의 왕이시여.”
리리스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앞으로 우리는 영원히 함께예요.”
그녀는 수줍은 소녀처럼, 강우의 뺨에 입을 맞췄다.
“쪽♥”
점액질이 뚝뚝 떨어지는 촉수가 강우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때였다.
-콰과과과과과!!
마기의 격류가 주변을 집어삼켰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듯, 강우의 몸 주변으로 마기의 격류가 퍼져 나왔다.
“꺄앗!”
리리스가 다급하게 뒤로 튕겨져 나갔다.
-띠링.
[균열의 마기 정제가 완료되었습니다.] [마기 스탯 130에 도달하였습니다.] [8차 각성 특성이 개화합니다.]위기를 통해 영웅은 각성하는 법.
강우의 몸이 검은 어둠에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