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179)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180화
정상회의 (1)
중동.
황량한 사막 위에 지어진 작은 도시.
그 도시 안에 은밀하게 지어진 악마교의 지부.
그곳에서 강렬한 폭음이 연달아 터져 나오고 있었다.
-콰앙!
-쿠구구궁!
“아아악!!”
“무, 무슨 일이야?!”
지부에 있던 악마교도들은 갑작스러운 폭음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허둥지둥 거리며 각자의 무기를 챙기고 마법을 캐스팅했다.
“서, 설마….”
“아까 그 악마들이 벌인 짓인가?”
예상가는 바는 있었다.
몇 시간 전에 지부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악마들.
악마교가 소환한 악마가 아닌, 다른 모종의 방법으로 이 세계에 나타난 존재.
갑작스러운 폭음의 원인은 그들 외에는 생각하기가 힘들었다.
-쿵!
“도, 도망쳐라!!”
“지부장님?!”
문이 열리며 온몸이 피에 젖은 지부장이 나타났다.
그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다급히 외쳤다.
“스, 습격이다!! 루시퍼의 권속들이 악마교를 습격했다!!”
“루시퍼의 권속?”
“대체 왜 그들이 저희를….”
뜬금없이 튀어나온 대공의 이름에 악마교도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지부장은 남은 생명을 쥐어짜내듯, 처절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도망쳐라! 어서 도망쳐서 교단에 이 사실을 알려! 에르노어 대륙의 악마들이 지구에 나타날 것이다!!”
쿨럭. 한 움큼의 피가 쏟아졌다.
날카로운 단검에 쑤셔진 듯 온몸에서 피를 쏟아내고 있는 지부장.
그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전쟁이다! 루시퍼의 권속들이 악마교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그 외침을 끝으로, 그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
짧은 침묵.
악마교도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 이내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연달은 폭음과 함께 악마교 지부가 무너져 내렸다.
사막의 모래가 쏟아져 내리며 지부 전체가 뒤흔들렸다.
“저, 전쟁!”
“전쟁이다!!!”
도망치는 악마교도들은 지부장이 마지막으로 외친 그 말을 머릿속에 새기며 다급히 지하기지를 빠져나갔다.
“허억, 허억.”
홀로 남은 지부장.
거친 숨을 몰아 내쉬는 그의 뒤에 새하얀 가면을 쓴 청년이 걸어 나왔다.
“잘해줬어.”
“야, 약속은….”
“당연히 지키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피에 젖은 지부장의 표정이 일순 밝아졌다.
“그, 그렇다면 어서 여기서 날 꺼내주시오.”
무너져가는 기지. 쏟아지는 잔해를 올려다보며 간절히 말했다.
강우는 그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내가 왜?”
“뭐, 뭐라? 부, 분명 살려주겠다고 약속을….”
“살려주는 거랑 여기서 꺼내주는 건 다른 얘기지.”
“이, 이익!!”
악마교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강우는 그에게 손을 저으며 지부 밖으로 걸어갔다.
홀로 남은 악마교도.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솔직히 이렇게 되리란 걸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던 일.
‘죽을 수 없다.’
그는 엄지 손가락만한 크기를 가진 검은 보석을 품속에서 꺼냈다.
마정.
마기를 응축하여 만든 보석으로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마기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함부로 사용한다면 폭주하는 마기에 바로 마물로 전락하지만 지금은 그걸 가릴 때가 아니었다.
“오, 그거 오랜만에 보네.”
“허업!”
갑작스럽게 나타난 강우의 모습에 지부장은 기겁했다.
“어, 어째서….”
“그냥 죽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서. 뭐라도 하겠거니 하고 구경하고 있었는데 역시 좋은 거 하나 가지고 있었네.”
그의 손에서 마정을 강제로 뺏어 들었다.
“아, 안 돼!”
“뭐, 솔직히 지금은 별 도움 안 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잘 쓸게, 고맙다 인마.”
어깨를 두드렸다.
피에 젖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악마교도가 포효했다.
“으아아아아아! 이 개자시이이이익아!!”
쿠구궁. 지하기지가 무너져 내렸다.
* * *
-으득.
“역시 별 효과는 없네.”
심심하다는 표정으로 입 안에 넣은 마정을 씹었다.
예전이었다면 그에게 큰 힘이 되어줬을 마정도 이제는 그다지 큰 효과가 없었다.
‘역시 대공을 사냥해야 해.’
다른 방법 중에서는 폭발적인 힘을 쌓을 방법이 마땅히 없었다.
물론, 대공을 사냥하지 않고 다른 악마들을 잡아서 천천히 힘을 쌓는 방법 또한 있을 것이다.
‘방금 전에 루시퍼의 권속들도 나쁘지 않았고.’
살려준 한 놈을 제외하고 남은 네 악마의 시체는 당연히 포식의 권능으로 먹어치웠다.
스탯이 상승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영혼으로 인해 ‘깊은’ 쪽으로 향하는 통로가 넓어진 것은 당연지사.
나중에 ‘대공’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깊은 쪽으로 향하는 통로는 미리 완성해 둘 필요가 있었다.
‘잘 못하면 터질 수도 있으니까.’
만약 지금 당장 대공의 영혼을 흡수한다고 해도 바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거대한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찢어지는 호스처럼 마기의 통로가 폭주할 것이다.
한 번이라도 폭주하면 끝.
리리스 소환 당시 균열이 폭주했던 것처럼 마기가 미쳐 날뛰며 몸이 터져나갈 것이 분명했다.
“일단 중국을 뒤져볼 수밖에 없나.”
루시퍼가 지구에 오기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 사이 악마들을 꾸준히 잡으며 통로를 완성해야 했다.
단서로 주어진 것은 중국 내부에 악마교의 접선지가 있다는 것.
그리고 접선지가 있으니 지부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크다는 것 정도였다.
‘너무 넓은데.’
중국은 넓었다.
한국이랑은 애초에 비교 자체가 불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면적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드넓은 국가에서 24시간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 악마교의 접선지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무슨 현상수배범 잡는 것처럼 일반 시민의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었다.
움직인다면 플레이어로 이루어진 군대가 움직여야 했다.
‘천무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만약 한다면 세계 전체가 움직여서 수색을 해야 할 판이었다.
‘가디언즈에 그런 권력이 있던가.’
분명 가디언즈는 각 국가의 수뇌부와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휘하 세력처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을 움직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레이스 맥커빈이라는 일개 플레이어의 영향력 덕분이었다.
세계 전체는커녕 나라 하나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이 현재 가디언즈의 상황.
‘손을 좀 써야겠어.’
악마교라는 거대한 위협을 고작 30명도 채 되지 않은 비밀조직이 막을 수 없는 노릇.
세계 각 국가의 힘을 빌리지 않은 이상 움직임의 제약이 너무 많았다.
‘가디언즈가 백날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녀 봐야 군대하나가 움직이는 것보다는 못할 테니까.’
능력의 문제가 아닌 단순한 숫자의 문제.
흔히 무협지에서 개방, 하오방 등 하층민으로 이루어진 집단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숫자가 지닌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좋아.”
계획이 정해졌으면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강우는 수호의 전당으로 향하는 게이트를 만들었다.
게이트를 통해 수호의 전당으로 들어가니 방금 막 수련을 마친 듯 땀을 닦으며 훈련실에서 나오는 김시훈의 모습이 보였다.
“아, 형님! 이번에 이토 씨에게 소식은 들었습니다. 쿠로사키 유리에 님을 찾으셨다고요?”
“아, 뭐 그랬지.”
“연락해 주셨으면 바로 달려갔을 텐데….”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어.”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김시훈을 비롯한 가디언즈의 도움이 간절했지만 그들과 리리스가 만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보다 이제 넌 여기서 아예 생활하는 거냐?”
“예. 사부님께서 더 이상 가르쳐 줄 게 없다고 당분간은 개인 수련에 집중하라고 말씀하셔서요.”
‘뭐 가르치기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더 이상 가르쳐 줄 게 없어.’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어머니는?”
“병은 다 나으셨습니다. 지금은 한적한 곳에서 생활하고 싶으시다고 하셔서 춘천 쪽에 집을 하나 구해드렸어요.”
“자주 찾아뵙고.”
김시훈의 어머니는 그의 트라우마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람이었다.
그녀와 계속 교류하는 것은 김시훈이 가진 트라우마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예, 형님. 그보다 여기는 무슨 일이십니까?”
“가이아 씨 좀 만나러 왔어.”
강우는 가볍게 대답하며 가이아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열고, 머릿속에 있는 계획을 그녀에게 설명했다.
“정상회의, 말씀입니까?”
가이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세계 각국의 수뇌부가 모여 악마교에 대해 논의해 보자는 거죠.”
“음….”
가이아는 난처하다는 듯 침음을 흘렸다.
“아마 쉽게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절박한 상황이라고 해도 각 국가에는 다들 자신들만의 사정이 있으니까요. 정상회의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국가 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국의 안전조차 지키기 힘든 세상에 다른 나라가 어떻게 되건 세계가 위기에 빠지건 신경 쓸 수 있는 여유를 지닌 국가는 손에 꼽았으니까.
아니, 설사 여유가 있다고 해도 세계의 평화를 위해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나라는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번 세계 정상회의를 기획해주셨으면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겠군요.”
가디언즈의 능력을 벗어난 일.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빛의 용사의 제안을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가이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한 번 추진해 보겠습니다.”
“예.”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어두운 동공.
얼음으로 이루어진 깊은 동굴 속에 거대한 검은 구체가 꾸물거리고 있었다.
30여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구체.
검은 로브에 붉은 악마 가면을 한 여인이 그 구체 앞으로 걸어갔다.
“악의 사도 율리아가 위상을 뵙습니다.”
[무슨… 일이냐?]검은 구체에서 낮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듣는 것만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는, 끔찍한 악의(惡意)가 서려있는 목소리.
“지금 교단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이 벌어져 보고를 위해 왔습니다.”
[말하라.]근엄한 목소리.
율리아는 그 경이로운 존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우선, 불의 위상님이 곧 깨어나실 예정입니다.”
[그렇군.]“바로 계획에 따라 움직이라 전하면 되겠습니까?”
검은 구체가 꿈틀거렸다.
무언의 동의.
율리아의 말이 이어졌다.
“다음 보고는… 발록 소환에 실패하였습니다. 정확히는, 소환된 발록을 제어하는 데 실패하였습니다.”
[상관없다. 어차피 마왕이 없는 지금 누구도 그자를 제어할 수 없다. 적당히 날뛰어 주기만 해도 충분해.]“그게… 아무래도 가이아의 권속들에게 당한 모양이라 기대했던 효과는 얻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가이아의 권속에게 발록이 당했다고?]검은 구체가 처음으로 동요했다.
발록. 그 악마에 대해서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신의 선택을 받았다고는 하나 감히 인간이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흠. 이건 손을 써둬야 할 것 같군.]“안 그래도 괜찮은 기회가 곧 생길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나서겠습니다.”
[믿고 맡기지. 보고는 그것으로 끝인가?]율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중동에 위치한 지부가 습격당했습니다.”
[보고할 가치가 있는 안건인가?]“그들을 습격한 존재가 루시퍼의 권속들이라 합니다.”
[뭐라?]검은 구체가 꿈틀거렸다.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
[뭔가 오해가 생긴 것 같군. 루시퍼 또한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가 사절단을 보내면 설득시켜 돌려보내라.]“예.”
율리아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몬을 깨워 계획을 진행하는 것이다.]“알겠습니다. 중국 지부에 신속히 불의 위상을 깨우라 전하겠습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번 더 허리를 숙이며, 그녀는 검은 구체를 향해 입을 열었다.
“모든 것은 사탄님의 뜻대로.”
검은 구체에서 숨 막히는 마기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