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180)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181화
정상회의 (2)
정상회의.
사악한 악의 군주, 사탄이 이끄는 악마교를 척살하기 위한 세계 정상급들이 모인 거대 규모의 회의.
격변의 날 이후 이 정도 규모의 회의는 처음.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와 유럽의 국가들, 러시아와 미국까지.
현재 ‘국가’라는 이름을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기능하고 있는 거의 모든 국가가 참여한 정상회의가 미국에서 준비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미국의 주도하에 이뤄지는 회의라고 생각했지만 그 실상은 달랐다.
가디언즈.
가이아의 선택을 받은 수호자들이 모인 범국가적 비밀조직.
사실 월드 랭커라고 불리는 최강의 플레이어들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존재들이 모인 집단인 탓에 단순 무력만 따지면 국가 몇 개에 필적할 정도로 강한 집단이었다.
인류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
그들을 중심으로 세계가 뭉치고 있었다.
* * *
“아, 강우 씨. 넥타이 흐트러지셨어요.”
한설아가 그의 넥타이에 손을 뻗었다.
평소에 넥타이를 맬 일 따위는 한 번도 없었던 강우는 얌전히 그녀의 손에 몸을 맡겼다.
“고마워.”
“후훗. 이렇게 차려 입으시니까 훨씬 멋지네요.”
“쯧. 시훈이 놈이랑 비교하면 오징어인데 뭘.”
“무슨 소리세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녀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정장을 차려입은 강우를 바라보았다.
김시훈처럼 마냥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지만 강우의 외모 또한 어디 가서 꿀리는 외모는 아니었다.
일단 몸 자체가 잔 근육이 가득한 수영선수와도 같은 몸을 하고 있기 때문에 슈트 핏이 예술에 가까웠다.
완벽한 슈트 핏과 날카로운 눈매가 더부러져 마치 드라마에 등장하는 성깔 있는 재벌 2세처럼 보였다.
“강우, 이 옷 불편해.”
에키드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의 옷깃을 당겼다.
현재 에키드나와 한설아 모두 파티용 드레스로 갈아입은 상태.
둘 다 외모가 워낙 출중한 탓에 다소 지나쳐 보일 수 있는 드레스의 화려함이 전혀 과하지 않게 느껴지고 있었다.
-쾅.
“야! 준비 다 끝났어?”
“응.”
차연주가 문을 박차며 들어왔다.
그녀 또한 머리칼 색과 같은 새빨간 드레스를 입고 있는 상태.
“에이씨, 귀찮게 뭐 연회를 한다는 거야.”
차연주는 파티용 드레스가 불편하다는 듯 오만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정상회의 전날. 미국 워싱턴에 모인 세계의 수뇌부들이 친목을 다질 겸 연회가 열렸다.
차연주 또한 한국의 수뇌부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으니 연회에 반 강제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은 당연.
“뭐, 솔직히 말해서 이게 본 회의보다 중요할 수도 있으니까.”
세계 각국의 수뇌부는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더 흔쾌하게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에 찬성했다.
정상회의를 추진한 가이아와 강우조차 예측할 수 없었을 정도로 손쉽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악마교를 막는 일에 무조건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최대한 친분을 만들어둬야지.’
각국의 수뇌부들과 어느 정도 인맥을 만들어 둘 필요성이 있었다.
단순한 친분 때문에 무조건적인 협력을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적대적인 관계만큼은 형성해야 하는 것이 사실.
“아참. 강우 너, 연회장 들어가면 좀 정신없을 걸?”
“응? 내가 왜?”
“다들 널 엄청 기다리고 있는 눈치거든.”
차연주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강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왜지?’
그 자신이 과거 마왕이었다는 사실, 어둠에서 태어나 빛의 받아들여 티리온의 사도가 되었다는 것, 가디언즈 내에서 따를 자가 없는 강자라는 것.
이 모든 사실은 가디언즈 외에 퍼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입막음을 해뒀다.
그를 대신해서 내세운 것은 바로 김시훈.
자신이 이제까지 이뤄왔던 공로의 대부분을 마치 김시훈이 했던 것처럼 위장해서 정보를 퍼트렸을 정도로 세심하게 공을 들였다.
그 덕분에 ‘빛의 용사 오강우’에 대한 소문은 가디언즈의 멤버, 혹은 그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깊은 사람들만 알고 있는 사실.
어중간하게 가디언즈에 대해 알고 있는 각국의 수뇌부들은 검룡 김시훈에 대해 오히려 큰 주목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밖에 할 수 없도록 만들었을 텐데.’
한국을 구한 영웅. 새롭게 떠오르는 검의 별. 검황 천무진의 제자.
온갖 타이틀을 붙여서 적극적으로 김시훈을 팔았다.
그럼에도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정확히는, 김시훈의 형인 너를 기다리는 거지만.”
“아.”
“두 사람 관계에 대한 것까지 숨기지는 못한 것 같네.”
차연주가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강우는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때문이었군.”
“뭐, 나쁜 얘기는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각국의 수뇌부와 친분을 쌓기 위해서는 강우 자신도 어느 정도 그에 합당한 명성과 권위가 있어야 했다.
가디언즈의 멤버 B보다는 현재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영웅, 김시훈의 둘도 없는 형이라는 포지션이 더 효과적일 것은 분명한 상황.
‘오히려 잘 됐네.’
김시훈은 이런 정치적인 인맥 만들기에는 전혀 재능이 없어 보였으니 오히려 더 괜찮은 상황이었다.
-저벅, 저벅.
중간에 옷을 차려입은 가이아와 김시훈, 그레이스와 함께 연회장을 향해 걸어갔다.
“오오!”
“저들이 소문의….”
가디언즈가 모습을 드러내자 연회장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역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가이아와 김시훈.
각 국가의 유명 정치가들, 플레이어들이 그들에게 다가가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
우르르 다가오는 그들의 모습에 당황한 가이아와 김시훈.
이토 신지나 제갈현, 그레이스와 같은 가디언즈의 다른 멤버들에게도 사람들이 향했다.
‘가디언즈의 이름이 크긴 하네.’
강우는 멀리 떨어져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현존 인류의 최강 무력 단체, 가디언즈.
플레이어가 등장하기 전 지구였다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하나 고작 10명 남짓한 인원으로 구성된 무력 단체에 이 정도 관심을 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 가디언즈에게는 시간은 걸리더라도 말 그대로 한 국가를 흔적도 없이 지워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 있었다.
월드 랭커가 각 국가에서 최상급의 대우를 받고, 천무진의 경우 중국 정치권조차 한 손에 휘어잡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 이 모습이 그리 이질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
강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조금 이상한데.’
솔직히 세계의 각 국가가 악마교를 처단하는 일에 선 듯 지원을 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으면 최후의 방법을 준비해 두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신경을 안 쓰는데.’
각 국가의 정치가들, 플레이어들은 마치 정상회의가 열린 근본적인 이유 자체에 대해서 듣지 못했다는 것처럼 행동했다.
아무리 무사태평 안일주의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악마교가 버젓이 존재하고, 활동하고 있는 이상 지금 그들의 모습은 이상했다.
“아, 반갑습니다. 저는 프랑스 대사로 온 에마뉘엘 아몽이라고 합니다.”
“검룡 김시훈 씨의 의형이라고 하셨죠? 소문은 많이 들었습니다.”
의문이 해결되기도 전에, 주변을 살피던 정치가들이 강우에게도 달라붙기 시작했다.
강우는 사람 좋은 미소를 입가에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세계 평화를 위해 이렇게 먼 곳에서까지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완벽한 영업용 미소.
“하하하! 아닙니다. 이게 다 가디언즈의 원활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함이 아닙니까?”
“당연히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지원을 하는 것이 국가로서 당연하지요.”
‘뭐야 이것들.’
미세하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미국, 중국, 심지어 한국의 정치가들까지 강우에게 삼삼오오 모여들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뭐 이렇게 적극적이야.’
다른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가이아의 추측과 달리 그들은 간이고 쓸개고 다 떼어줄 것처럼 적극적이었다.
아무리 본격적인 회의 전이라고 하지만 이건 과했다.
서로 어느 정도 각을 재면서 최소한의 지원으로 최대한의 이득을 챙기려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무슨 경매장에 나온 상품을 사는 것처럼 파격적인 조건을 하나씩 늘어놓고 있었다.
“안 그래도 이번에 프랑스 특수부대를 가디언즈 휘하로 지원해 드릴까 합니다.”
“아, 저희는 매년 1억 달러 상당의 지원을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하하. 여러분들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강우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여러 사람들과 동시에 대화를 이끌어갔다.
‘아, 이런 시바.’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대충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번에 악마교 놈들이 남미에서 크게 당했다고 하더군요.”
“하하! 놈들은 잘 숨는 것 이외에는 별반 대단할 게 없는 놈들인가 봅니다.”
‘이 개자식들이.’
악마교에 대한 긴장과 위협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대화.
이들이 왜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지 추측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남이 뼈 빠지게 뛰어 댕겼더니 뭐? 숨는 것 이외에 별반 대단할 게 없는 놈들?’
한국, 중국에 이어 남미의 사건.
악마교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일으킨 모든 일들이 ‘생각보다 별로 어렵지 않게’ 해결됐다.
한국 때가 그나마 민간인 피해가 있었고, 중국 때는 약한 마물들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남미는 애초에 가디언즈를 비롯한 소수 랭커들이 악마교가 뭘 해보기도 전에 해결해 버렸다.
그들 입장에서 악마교는 그냥 정신 나간 광신도들이 세계적으로 날뛰는 것 정도로 인식된 모양.
세계의 위협은커녕 국가의 위협조차 제대로 느끼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빌어먹을.’
표정이 일그러졌다.
악마교의 피해를 너무 완벽하게 막아버렸기 때문에 오히려 그 부작용이 생겨버렸다.
‘좋지 않은데.’
하하호호 웃는 그들의 얼굴에 절박함과 긴장감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상태라면 가디언즈에게 지원을 해주더라도 거북이마냥 느릿하게 움직일 것이 분명한 상황.
‘이거….’
갈등이 생겼다. 가늘게 눈을 떴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 율리아 님!”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분이 전에 저희들이 말씀했던 오강우 씨입니다!”
강우의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이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그들이 시선을 옮긴 곳을 향해 강우는 고개를 돌렸다.
“반갑습니다. 러시아 대사로 온 율리아 빌코바라고 합니다.”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
길게 땋은 갈색머리칼에 붉은 입술, 장인이 조각한 것 같은 완벽한 몸매.
가슴골이 깊게 패인 드레스와 코를 자극하는 묘한 향기, 그리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미녀.
‘천소연이랑 리리스의 중간 정도 되려나.’
천소연이 이제 막 색기를 터득한 애송이, 리리스가 색기에서만큼은 정점을 찍은 완전체라 하면 딱 그 중간에 있는 것 같은 여인이었다.
“예, 반갑습니다.”
그녀에게 인사했다.
동시에 주변을 살폈다.
‘이놈들….’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지금 강우에게 접근한 모든 정치가, 플레이어들이 그녀를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힐끔힐끔 눈치를 살피는 것을 보니 애초에 강우에게 접근한 것조차 그녀의 말을 따른 모양.
‘조직적으로 접근한 거였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녀는 색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참, 아까 보니 연회장에 VIP룸이 따로 있더라고요. 강우 씨에게 따로 드릴 말이 있는데…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 까요?”
율리아가 고개를 기울였다. 몸을 가까이 붙이며 강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향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
일순, 강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코를 자극하는 알 수 없는 향에 가늘게 눈을 떴다.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생각을 이어가던 강우는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살짝 주먹을 쥐었다.
찌릿. 따끔한 자극이 손가락을 타고 올라왔다.
“물론이죠.”
내밀어진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럼 다들 방으로 이동하죠.”
정치가들을 데리고 VIP룸으로 향했다.
-달칵.
“허.”
VIP룸의 안을 보자 절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야, 아무래도 이건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니냐?’
VIP룸 안에는 온갖 산해진미와 함께 율리아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발군의 외모와 몸매를 가진 미녀 30명 정도가 대기해 있었다.
강우가 자리에 앉자 도열해 있던 미녀 30명이 그에게 다가왔다.
“최고급 샥스핀 요리에요. 한 번 드셔보세요.”
“푸아그라에 캐비어를 곁들인 요리인데 이것도 한 번 드셔보세요.”
30명의 미녀들은 율리아와 함께 들어온 다른 정치가들은 관심도 없다는 듯 오로지 강우만을 둘러 싼 채 온갖 애교를 부리며 테이블 위에 산해진미를 건네고 있었다.
‘이야, 시바. 아주 작정을 했네.’
강우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적나라하게 보이는 광경.
“제가 특별히 선별한 아이들이에요. 가디언즈의 막중한 업무로 지친 강우 씨에게 좋은 휴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요.”
율리아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 앉았다.
강우는 그를 둘러 싼 미녀들과 온갖 산해진미, 그리고 정치가들을 둘러보았다.
‘이 새끼들이 날 잘 모르네.’
쯧, 혀를 찼다.
1억 달러라는 상상하기 힘든 거금과 듣도 보도 못한 산해진미, 눈이 번쩍 뜨일 미녀들까지.
“하하하.”
절로 헛웃음이 나오는 조합.
강우는 최고급 가죽으로 만들어진 소파에 등을 기대며 피식 웃었다.
‘날 유혹하려면 이딴 조잡한 걸로는 안 돼지.’
의도는 알겠지만, 가소롭기 그지없었다.
고작 이딴 것으로 눈이 돌아갈 한심한 남자가 아니었다.
‘적어도 김치찌개 정도는 내놨어야지.’
그들의 멍청함을 비웃으며,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나 비싼 남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