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186)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187화
불의 위상 (2)
“내부에 적이 침입했다고?”
“그, 그렇습니다!”
다급한 사제의 목소리.
율리아는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손을 들어올렸다.
마법이 펼쳐지며 지부 내부의 모습이 CCTV처럼 비쳤다.
“허업.”
영상을 학인한 율리아는 입을 쩍 벌렸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대체 왜 발록이 여길….’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인간들의 습격까지는 그렇다 할 수 있지만 발록이라니.
‘그때 가디언즈에게 죽은 게 아니었단 말인가?’
가디언즈에게 죽었다고 전해 들은 발록이 기지 내부에서 날뛰는 모습에 아연해졌다.
기지를 습격하고 있는 것은 발록만이 아니었다.
‘저 꼬맹이랑 해골바가지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 둘도 어지간한 악마로는 비빌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
게다가 지금 지부 입구에서 그들을 습격하고 있는 가디언즈조차 아닌 것 같았다.
‘마기를 사용하고 있어.’
궁극적인 적을 악마로 두고 있는 가디언즈에서 마기를 사용하는 존재를 아군으로 용납할 리가 없었다.
아니, 마기를 사용하고 자시고 일단 발록과 언데드가 있었다. 가디언즈일 리가 없었다.
즉, 지금 외부에서 공격하는 가디언즈의 세력과 내부로 침입한 셋은 다른 세력이라는 의미.
“제길! 이게 무슨….”
율리아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테이블을 후려쳤다.
거대한 테이블이 두 쪽으로 박살 났다.
“외부에 투입된 병력을 불러들여!”
“하, 하지만 그러면 가디언즈가….”
“지금 그딴 인간 새끼들이 중요해?! 당장 내부가 습격받고 있잖아!”
“아, 알겠습니다.”
노성을 들은 사제가 다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가디언즈와 교전하고 있던 악마부대의 일부분이 방향을 틀어 기지 내부로 향했다.
‘역부족이야.’
흑발의 꼬맹이와 해골바가지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발록.
지옥 내에서도 유명한 저 괴물을 막기 위해서는 이 정도 숫자의 악마로 답이 없었다.
지부의 모든 힘을 집중시켜야 간신히 막을 수 있는 괴물을 가디언즈와 동시에 상대하겠다는 것 생각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는 것은 그녀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지원을 요청해야 해.’
수정 구슬을 들어 올렸다.
티베트 주변에 있는 지부 중 가장 큰 세력을 지닌 지부에 연락했다.
-콰아아앙!
-콰득!
-아아아악! 마, 막아!!
“이건 또 뭐야…?”
수정 구슬을 통해서 들리는 폭음과 비명 소리.
율리아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악의 사도 율리아 빌코바로부터 전한다. 티베트 지부가 습격당했다. 지원을 요청한다.”
-지, 지원?! 헛소리 하지 마! 지금 이쪽도 습격당하고 있다고!
절박한 목소리.
직급으로 따지면 자신 아래에 있는 추기경이 존대조차 하지 않은 채 그녀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폭음을 듣고 예상했던 일이지만 저쪽에도 문제가 생긴 모양.
“누가 습격했지? 가디언즈인가?”
-루, 루시퍼! 루시퍼의 권속들이 습격했다!
“뭐라고?”
가디언즈, 발록에 이어 루시퍼까지.
율리아는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이게 무슨….’
사탄은 분명 루시퍼가 사절단을 먼저 보내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 말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습격이라니?
“루시퍼의 사절단에게 손이라도 댄 거냐?!”
-제길! 우린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그냥 다짜고짜 공격해왔다!
절박한 목소리를 들으니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율리아는 머리가 아픈 듯 이마에 손을 짚었다.
‘미치기라도 했단 말인가?’
루시퍼는 지금 천계의 습격을 받아 함부로 움직이기 힘든 처지라고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짜고짜 공격을 해오다니.
서로 같이 죽자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서, 설마.”
지금 내부에 습격한 발록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디언즈가 아니, 제 3의 세력이 분명한 발록.
그리고 루시퍼의 권속들에게 습격 당하고 있는 다른 지부.
이 두가지 사실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발록이 루시퍼 측에 붙은 거로구나!!”
머릿속에 벼락이 친 듯한 감각.
지금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것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럼 루시퍼가 악마교를 공격한 것도….’
발록의 협력을 얻어 악마교를 간단히 쓸어버릴 수 있다는 계산이 섰을 것이다.
“하, 하하하하하!”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율리아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거칠게 발을 굴렀다.
쿵. 방 전체가 지동하며 짙은 마기가 피어 올랐다.
“이것들이 감히….”
천계의 습격을 당하면서도 루시퍼가 악마교를 습격할 이유는 단 하나.
악마교가 지니고 있는 ‘마의 근원(根源)’을 노리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우릴 건드려?”
분노가 머리끝까지 뻗쳤다.
이렇게 된 이상 루시퍼와의 타협은 물 건너갔다.
이제는….
‘전쟁이다.’
악마교에 반항하는 모든 존재에게 진정한 공포를 심어줄 시간이였다.
“후우.”
자리에서 일어섰다.
-쿠웅!
내부를 울리는 폭음이 가까워졌다. 산 전체가 무너져 내릴 듯 흔들렸다.
“크읏.”
감히, 라는 표현까지 사용했지만 사실 지금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교단 본부라면 몰라도 적어도 티베트 지부 내에서는 저들을 상대할 방법도, 힘도 없었다.
‘아니.’
하나 방법이 있긴 했다.
‘하지만….’
망설임이 퍼졌다.
아직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지금 섣부르게 움직였다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위험도 존재했다.
‘다른 방법이 없어.’
판단은 빨랐다. 율리아는 다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치이이익!
“아, 윽.”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피부가 타오르듯 연기가 피어올랐다.
전력으로 마기를 펼쳐 피부를 덮었다.
마기가 빠른 속도로 소진되기는 했지만, 덕분에 한결 버틸 만했다.
“불의, 위상이시여….”
붉은 용암으로 가득 찬 통로를 걸었다.
그 통로의 끝에, 샛노랗게 빛나고 있는 구체가 보였다.
탐욕의 대공, 마몬.
그 안에는 그가 잠들어 있었다.
“후우.”
긴장에 찬 표정으로 숨을 들이쉬었다.
바닥에 손을 짚었다.
그녀의 손에서 뿜어져 나간 마기가 바닥에 넓게 퍼졌다.
복잡하고, 기하학적인 문양의 마법진이 검은빛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자자스, 자자스….”
주문을 외운다.
이마에 흐른 땀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증발하여 사라졌다.
악몽 같은 열기가 점점 더 그 몸집을 키웠다.
-쿠구구구궁!
“크읏!”
아직 준비가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허공에 붉은 균열이 나타나며 마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산 전체, 아니 악마교의 지부가 위치한 티베트의 지반 전체가 뒤흔들렸다.
‘제발.’
이 주변 대지가 갈라지건, 거대 화산이 폭발하여 중국을 덮치건 상관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몬이 눈을 뜨는 것.
그것만 이뤄진다면 도박은 성공이었다.
-쩌저저적.
샛노랗게 타오르는 구체가 갈라졌다.
구체의 균열에서 3미터에 달하는 무언가가 걸어 나왔다.
“아아.”
숨쉬는 것조차 힘들어 보일 정도로 뒤룩뒤룩 살찐 악마.
악마라고 하기보단 거대한 살덩어리라고 부르는 것이 합당한 존재가 뒤뚱뒤뚱 걸어 나오고 있었다.
외모 자체는 흉측하고, 볼품없었지만 그 존재가 누구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불의, 위상이시여.”
[푸히히힛. 뭐야? 억지로 날 깨운 거야?]살덩어리의 입가가 벌어지며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웃는 얼굴과는 달리 그 속에는 짙은 사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아직 준비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외부의 습격 때문에….”
[어쨌든, 날 억지로 깨운 거네?]“죄송합… 커헉!”
살덩어리에서 샛노랗게 타오르는 팔이 뿜어져 나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뻗어 나온 손이 율리아의 목을 움켜쥐었다.
-치이이이익!
“꺄아아아아악!”
[푸히히히! 이 빌어먹을 년아, 너 때문에 ‘근원’의 힘도 제대로 가져오지 못했잖아. 응? 이거 어떻게 할 거야? 네년 때문에 내 오랜 기다림이 물거품이 됐다고!!!]불꽃이 그녀의 전신을 휘감았다.
전신의 피부가 일그러지며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흉측하게 변했다.
끔찍한 고통.
격통의 소용돌이에 의식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털썩.
“하악! 하악! 하악!”
[푸힛. 죽이지는 않을 게. 사탄이 널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으니까.]마몬은 입가를 일그러트리며 그녀의 몸을 집어던졌다.
온몸에 흉측한 화상을 입은 율리아가 튕겨져 나가 바닥을 굴렀다.
[푸히힛. 그래서, 누가 습격했다고?]“아, 으아.”
[말을 할 상황이 못 되는 것 같네.]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마몬은 뒤뚱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뭐, 좋아. 직접 가보면 되겠지. 아이 씨, 내 아까운 시간. 이번 일 끝나면 100년은 처박혀 있어야 간신히 복구할 수 있잖아.]준비가 완전히 끝난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그를 깨운 탓에 그동안 흡수하고 있던 ‘근원’의 힘이 모조리 날아가 버렸다.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역시 죽여 버릴까?]전신이 끔찍한 화상으로 뒤덮인 율리아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이내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고작 이런 하찮은 인간 하나 때문에 사탄과 척을 질 빌미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뭐, 100년 정도야.]영원을 사는 그들에게 100년이라는 시간은 가소로웠다.
[간만에 나왔으니 몸이라도 좀 풀어볼까?]푸히히히힛.
마몬은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폭음이 들리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 * *
-콰드드득!
-쿠웅!
“아아아악!!”
[이런 미, 미친!! 발록이 왜 이곳에…!]악마들이 발을 박찼다.
검붉은 화염으로 타오르는 채찍이 굉음과 함께 휘둘러졌다.
-파앙!
공기가 폭발하는 소리.
채찍에 닿은 악마의 몸이 그대로 터져나갔다.
전율스러운 광경에 악마 하나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도망쳤다.
[도망칠 수 없다.]발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망치는 악마의 몸을 채찍으로 휘감았다. 당겼다.
[놔, 놔랏!! 미, 미친! 발록이라니, 이런 괴물이 있다고는 얘기 못…!] [시끄러운 놈이군.]표정이 일그러졌다.
[죽어라.]콰득. 악마의 머리통이 터져나갔다.
발록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도망치는 놈들은 없나.] [흐흐흐. 제 수하들이 발을 붙잡고 있을 겁니다.]“하아. 하아. 적어도 난 한 마리도 안 놓쳤어.”
[…….]거친 숨을 몰아쉬는 에키드나에게 발록이 다가갔다.
[어린 용이여, 무리할 필요는 없다.]“…무리 안 했어.”
[아니, 초조함이 느껴진다. 왕의 도움이 되기 위해 그러는 거라면, 필요 없다.]발록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왕에게는 어떤 도움도 필요 없다. 그분은 그 자체로 완전하신 분이다.]“…하지만, 강우는 시스템에 봉인돼서 약해졌는걸. 예전에 지옥에 있을 때랑은 달라.”
[음?]발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크하하하하하하!! 그래, 분명 가이아 시스템인가 뭔가에 힘이 봉인당하셨다고 하셨지.]“발록은 아무렇지 않은 거야? 난 예전의 강우는 잘 모르지만, 지금 그때보다는 훨씬 약….”
[걱정하지 마라, 어린 용이여.]발록은 웃었다.
[너는 그분이 누구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직 모른다.]저벅, 저벅 통로를 걸었다.
[시간이 지나면 너도 알게 될 것이다, 어린 용이여.]“…….”
[그러고 보니 카르가스, 라는 마룡의 딸이라고 했던가?]에키드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혹시….]-쿠우우우웅!!
-화르르르륵!!
발록이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 거대한 화염이 폭발했다.
발록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건….]익숙한 기운.
발록은 거대한 주먹을 움켜쥐었다.
[푸힛! 푸히힛! 이거, 누군가 했더니… 발록이었군?]통로 아래서, 흉측한 살덩어리가 기어 올라왔다.
[마몬.]발록은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불길의 제왕.
탐욕의 악마.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많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였다.
[푸히히히힛! 이거, 생각보다 재밌을 것 같잖아? 주인을 잃은 개와 이 세계에서 마주칠 줄이야.]대공.
그는 구천의 지옥에서도, 수천, 수만의 악마 중에서도 ‘대공’이라는 자리에 오른 일곱 악마 중 하나였다.
사탄과 루시퍼에 비해 그 격이 떨어진다고는 하나 어쨌든 결국 그도 ‘대공’이었다.
[해골, 어린 용. 도망쳐라.]발록은 채찍을 들어 올렸다.
마왕군에 새로 들어온 신입치고 나쁘지 않은 힘을 지녔지만, 대공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왕을 불러와라.]“부르러 갈 필요 없어.”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록은 고개를 돌렸다.
무너진 통로의 틈으로 강우가 느긋이 걸어오고 있었다.
“마몬이라.”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뭐, 나쁘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