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188)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189화
왜 그랬어? (1)
[형, 이라고?]마몬이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마왕에게 동생이 있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아니, 그자에게 과연 친족이라는 개념이 의미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푸히히힛. 오래 살다 보니 별일을 다 겪네.]마왕의 동생을 자처하는 존재가 있을 줄이야.
‘그것도.’
고작 인간에 불과한 버러지가.
[히히힛. 인간, 솔직히 말하면 지금 싸울 기분이 아니거든? 비키는 게 어때?]마몬은 낄낄 웃었다.
즐겁게 웃는 것과 달리 그 목소리에는 짙은 짜증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짜증나.’
강렬한 통증이 잔향처럼 몸에 남아 있었다.
힘이 봉인되었다고는 하나 그 상대는 마왕.
그와의 전투는 쉽지 않았다.
특히 그 마지막 공격은 조금만 늦었으면 그대로 몸 전체가 얼어붙어 죽었을 강력한 공격.
애써 피했다고 하지만 몸의 반이 얼어붙어 뜯겨나간 상처가 가벼울 리가 없었다.
‘짜증나, 짜증나.’
초조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상처가 완전히 낫지 않았다. 아니, 사실 자연히 치료될 수 있는 수준의 상처가 아니었다.
운이 좋아 치료된다고 해도 영구적으로 힘이 감소될 정도로 심각한 상처.
그것이 마왕의 마지막 공격이 남기고 간 상처였다.
[푸힛! 짜증나… 아주, 짜증나.]가늘게 눈을 떴다.
당장 마왕에게서 마해를 훔쳐 몸을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 버러지 같은 인간 하나가 방해를 하니 이처럼 짜증날 수가 없었다.
[히힛. 비켜, 인간.]-화르르르륵!
불길이 뿜어졌다.
마왕의 공격으로 얼어붙은 대지 위를 불길이 달렸다.
용암처럼 끈적한 점성을 가진 불꽃이 김시훈을 노렸다.
“후우.”
검을 들었다.
열기에 피부가 타들어 갔다. 하지만 기를 몸에 둘러 보호할 틈이 없었다.
‘제길.’
눈앞의 악마는 이제까지 싸워온 그 어떤 악마와도 격이 달랐다.
-화르르륵!
“크윽!!”
화염이 그를 강타했다.
몸이 뒤로 튕겨나가며 바닥을 굴렀다.
“커헉! 쿨럭! 쿨럭!”
입안에서 검은 연기가 토해졌다. 끔찍한 화상이 피부를 일그러트렸다.
압도적인 힘.
생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어색할 정도의 적.
단 일격을 받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엘 쿠에로 블레이드가 반쯤 녹아내렸다.
‘이게, 뭐야.’
달랐다.
이제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악마는 이런 존재가 아니었다.
그 아무리 강력한 악마도 저 악마처럼 강하지는 않았다.
비교 자체를 불허하는 힘.
‘제길.’
몸이 떨렸다.
공포가 독처럼 몸 안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표정이 창백하게 질리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너를….
뇌리에 새겨진 그 목소리.
넌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여기까지라고 단정 짓는 듯한 그 목소리.
김시훈이란 인간을 옭아매고 있는 족쇄.
“시, 끄러.”
이를 악문 채 몸을 일으켰다.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를 향해 말했다.
지금은 그 목소리에 휘둘릴 여유 따위는 없었다.
반쯤 녹아내린 검을 들어 올렸다.
[흐응?]마몬은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저 정도의 화상을 입은 인간이 다시 일어나는 것은 오랜만에 봤다.
[우히히힛.]짜증이 섞인 웃음소리.
딱.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몸을 중심으로 샛노란 화염의 불줄기가 뻗어 나갔다.
그물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진 불줄기가 김시훈을 덮쳤다.
“크읏!”
침음을 삼켰다.
양손으로 검을 쥔 채 이마 위로 들어 올렸다.
할파스를 상대했을 때 깨달은 천룡일섬.
그때의 감각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아무것도 없을 허공에 희미한 푸른 빛줄기가 보였다.
그 빛줄기를 따라, 검을 내리그었다.
-촤악!!
할파스의 공격을 두 쪽으로 갈라냈던 공격이 그물을 잘랐다.
갈라진 틈으로 발을 박찼다.
마몬은 흥미롭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호오.]자신의 공격을 고작 인간 따위가 받아낼 줄이야.
“하압!”
김시훈은 기합을 내지르며 마몬을 향해 달려들었다.
거대한 불줄기가 양쪽에서 그를 노렸다.
재빠르게 그 공격을 피했다. 치이이익. 피부가 타들어가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제길!”
거친 욕설이 흘러나왔다.
속도도 속도지만 그 불길 안에 담긴 힘이 문제.
‘미쳤어.’
그 표현 이외에 감히 다른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까.
마치 온 세상이 불로 가득 찬 지옥에 빠져 버린 기분.
불길을 피해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푸히히힛.]마몬이 웃었다.
양손을 들어 올렸다.
쩌적. 바닥이 갈라졌다. 그 틈으로 샛노랗게 빛나는 마그마가 뿜어져 나왔다.
해일처럼 쏟아진 마그마가 김시훈을 덮쳤다.
“허업!”
내공을 펼쳐 검막을 만들었다. 강철처럼 단단한 기의 벽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무 소용없는 일.
마몬의 화염 앞에 강철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크으으으으윽!!”
치이이이익!!
피부가 타들어 갔다.
새하얀 뼈가 드러났다.
엘 쿠에로 블레이드를 붙잡은 손이 녹아내렸다.
“으, 아아.”
땡그랑.
엘 쿠에로 블레이드가 바닥에 떨어졌다. 녹아 사라진 손을 붙잡고 몸을 웅크렸다.
아득한, 이제까지 경험조차 해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격통이 팔을 타고 전해졌다.
마몬은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다. ‘탐욕’에 갇힌 강우를 향해 뒤뚱뒤뚱 걸어갔다.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에게 손을 뻗듯, 천천히 손을 뻗었다.
-턱.
[어…?]무언가 그의 발을 잡아당겼다.
고개를 내렸다.
“손, 치우라고, 했다.”
녹아내리지 않은 반대편 손으로 반 토막 난 엘 쿠에로 블레이드를 붙잡았다.
푸른 검강이 맺혔다.
마몬의 발등을 향해 망설임 없이 검을 내려찍었다.
-푸욱!
검강이 맺힌 검날이 마몬의 발등에 쑤셔 박혔다.
[히, 히히히힛!!]광기 어린 웃음소리.
큰 데미지는 없었지만, 짜증을 불러일으키기는 충분한 공격.
마몬은 칼이 박힌 발을 들어 올렸다.
-퍼억!!
“커헉!”
[너, 생각보다 더 짜증나는 인간이었구나.]김시훈을 걷어찼다.
바닥을 뒹구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필사적인 김시훈의 모습이 마몬을 자극했다.
-턱.
녹아내린 손의 반대편.
아직 그나마 멀쩡히 남아 있는 그 팔위에 발을 올렸다.
무게를 실어 짓눌렀다.
-우드드드득!
“아아아아아아악!!!”
처절한 절규.
팔이 박살 났다. 강렬한 열기에 피부가 짓이겨지며 진물이 흘러나왔다.
근육이 검게 타 잿더미가 되고, 쏟아지는 피가 열기에 증발했다.
끔찍한 고통이 김시훈을 덮쳤다.
[히히힛. 이제 더 이상 검을 쥐지도 못하겠네.]모든 신경 조직이 불에 타 사라졌다.
한쪽 손은 아예 녹아내려 사라져 버렸다.
재생의 권능이 아닌 이상 이 상처를 완전히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니, 설사 재생의 권능으로 치료한다고 해도 다시 검을 쥐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게 비키라고 했을 때 조용히 찌그러졌어야지. 푸히힛.]그를 조롱하며 몸을 돌렸다.
이제는 정말 끝.
아무런 방해 없이 마해를 음미할 시간이었다.
그때였다.
-콰득.
[…….]김시훈이 망가진 두 팔로 기어와 마몬의 다리를 깨물었다.
마몬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마몬의 다리를 깨문 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겁을 상실한 것은 아니었다.
눈빛은 겁에 질려 있었고, 처량할 정도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하지만.
“넌, 못, 지나가.”
도망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았다.
오른손이 녹아버리면 왼손으로, 양팔이 사라지면 이빨로 물어뜯더라도.
비참하고, 꼴사납더라도.
한심하고, 멍청하더라도.
“형한테, 손, 못 댄다고, 이 씨발, 새끼야.”
[히, 히히….]마몬의 입가가 길게 찢어졌다.
김시훈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이 광기에 물들기 시작했다.
[푸히히히히히히힛!!!]샛노란 화염이 폭발했다.
마몬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히히히히!! 너, 그냥 뒤지고 싶은 거였구나! 처음부터 그렇게 말을 하지 그랬어?]거머리처럼 끈질기게 달라붙는 인간. 이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종류의 인간이었다.
더 이상 무시할 수는 없었다.
거대한 화염이 맺힌 팔.
그 팔을 아래로 내리그었다.
-쩌적.
-촤아아악!
그때, 무언가 쪼개지는 소리가 들렸다.
샛노란 구체의 표면이 박살 나며 팔 하나가 빠져나왔다.
뻗어 나온 팔이 마몬의 머리를 붙잡았다.
[…어?]당황스런 목소리.
마몬의 머리를 붙잡은 팔이 그의 몸을 뒤로 당겼다.
[뭐, 뭐야?!]경악에 찬 눈빛으로 몸을 돌렸다.
무시무시한 힘에 그의 거체가 질질 끌려갔다.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탐욕’의 안에서 빠져나온 팔이 보였다. 마몬의 입이 쩍 벌어졌다.
[지, 지옥무구를 박살 냈다고?!]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구천지옥의 마기가 수십, 수백만 년을 모여 결정화된 무구.
대공의 힘을 상징하며, 차원과 시간조차 찢어발길 수 있는 힘을 지닌 초월적인 무기.
‘파괴될 리 없는’ 그 무구가 박살 났다.
-쩌저저적.
빠져나온 팔을 기점으로, ‘탐욕’에 생겨난 균열이 그 크기를 더했다.
팔에서 어깨, 어깨에서 목을 지나, 강우의 상반신이 ‘탐욕’에서 빠져나왔다.
“마몬.”
강우는 마몬의 머리를 끌어당겼다.
“왜 그랬어?”
낮은 목소리.
둘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응? 왜 그랬냐고.”
[이, 이런 미친 괴물이…!]“다른 놈들은 그럴 수 있어. 백강현? 김재현? 율리아? 걔들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괜찮아.”
[놔, 놔라!!]화염을 뿜었다. 머리를 붙잡은 팔을 강렬한 화염이 뒤덮었다.
하지만, 그의 머리를 단단히 붙잡은 손을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넌 아니잖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멍청한 선택을 질책하듯 말을 이었다.
“너는 내가 누군지 알고 있잖아.”
흰자위가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너는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알고 있잖아.”
눈동자가 노란색으로 변했다.
“그런데.”
노란색 눈동자를 가로로 찢으며, 검은 동공이 나타났다.
“왜 그랬어?”
마몬의 머리를 붙잡은 채, 한 손을 가슴으로 가져다 대었다.
그의 심장이 위치한 곳.
만마전이 자리 잡은 곳.
그곳에 손을 올렸다.
-쿠구구구구궁!!
산 전체가 진동했다.
지반이 뒤틀리며 천둥 같은 폭음이 사방을 울렸다.
“왜 그랬어?”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마몬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겁에 질린 어린아이처럼, 포식자를 눈앞에 둔 초식동물처럼, 처량하게 떨고 있었다.
“응? 찌그러져 있지 말고 대답해 봐.”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지었다. 가슴에 올린 손을 비틀었다.
만마전(萬魔殿).
제2문 개방.
“왜 나하고 싸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