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199)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200화
영웅은 절망에서 피어난다 (5)
“시훈아? 저, 정말 시훈이냐?”
강우의 눈빛이 떨렸다.
믿을 수 없는, 끔찍한 악몽을 마주한 표정.
“아, 아니야. 저게 시훈이일 리가….”
몸을 떨었다. 머리를 움켜쥔 채, 고개를 저었다.
현실을 부정했다.
지금 눈앞의 악마가, 김시훈일 리가 없었다.
“혀, 형님.”
“닥쳐! 감히 내 앞에서 시훈이를 사칭하는 거냐?!”
거칠게 소리쳤다. 오른손을 뻗었다.
황금빛을 뿜어내는 검, 델 라인이 손에 쥐어졌다.
강렬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증오 가득한 표정으로 김시훈과 요그사론을 노려보았다.
“어디 있냐.”
쿵! 거칠게 발을 굴렀다.
찬란한 황금빛 기운이 줄기줄기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김시훈 어디에 숨겼어 이 개자식들아!!!”
흥분에 찬 목소리.
최악의 상상을 머릿속으로 지워내듯, 눈앞의 악몽을 부정하듯, 처절한 외침을 토해냈다.
[크하하하하하하하!!!]요그사론이 배를 잡고 폭소를 터트렸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즐겁다는 듯 입가를 비틀어올렸다.
강우를 향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눈앞에 두고도 동생을 알아보지 못하는 건가?]“뭐, 라고?”
[바로 저기에 네 동생이 있지 않은가, 인간.]손을 들어 김시훈을 가리켰다.
“저 악마가 시훈이라고? 헛소리하지 마라!”
씹어뱉듯 외쳤다. 하지만 그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풍겨오는 분위기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이미 깨닫고 있었다.
“형, 님.”
“…아냐.”
부정했다.
창백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 악몽을 믿고 싶지 않았다.
“네가, 네가 왜… 어째서….”
“죄송, 합니다.”
김시훈이 고개를 떨궜다.
악마로 전락한 모습.
사탄의 사악한 술수에 넘어가, 밑바닥으로 추락한 모습.
지금 이 모습을 강우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타들어갈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김시훈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돌이킬 수 있다. 아직까지는, 엎어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있다.
어차피 강우만 하더라도 티리온의 힘을 받아들여 영웅신의 사도가 되기 전까지는 악마의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도 그처럼, 지금 몸을 잠식하는 마기를 포기하면 됐다.
“으, 아아.”
갈증이, 타는 듯한 갈증이 퍼졌다.
목구멍 안쪽을 날카로운 쇠갈고리로 긁어내는 듯한 고통.
몸 전체가 말라붙는 감각에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포기해야, 해.’
놓아야 한다.
지금 그의 몸을 채운 이 어둠의 기운을 몰아내야 했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냥, 포기하면 됐다. 밧줄에서 손을 놓듯 놓아버리면 된다.
간단하고, 쉬운 일이다.
하지만.
“으, 아아아아아아!”
고통에 몸부림쳤다.
악마의 육체가 불러일으키는 끔찍한 욕망의 충동.
이제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갈망이 전신을 지배했다.
비유하자면, 마약중독자가 혀끝까지 댄 마약을 뱉어내는 것.
비유하자면, 메마른 사막에서 말라 비틀어 죽어가는 사람이 눈앞의 물주머니를 바닥에 쏟아버리는 것.
아니, 사실 그것보다 심했다.
괜히 마기를 받아들인 인간이 욕망의 충동에 정신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리고 마물로 타락하는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이번에 그가 받아들인 마기는 마왕의 것.
악마의 육체가 불러일으키는 욕망은 저주에 가깝게 그의 몸을 잠식하고 있었다.
“시, 시훈아!”
강우가 다급히 손을 뻗었다.
김시훈의 발작이 이어졌다.
“아, 으아아아!”
손톱으로 뺨을 그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뺨에서 검은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몸을 꺾었다. 머리를 움켜쥐었다. 우득. 손가락이 머리를 파고들었다.
두피가 찢어졌다. 괴성을 토해내며 몸을 비틀었다.
-콰드득!
검을 들어 자신의 팔을 내려찍었다.
이 욕망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피가 튀었다. 살점이 찢겨나가며 새하얀 뼈가 드러났다.
그것도 잠시, 시간이 거꾸로 되돌아간 듯 찢겨나간 살점들이 빠른 속도로 재생됐다.
고통만이 잔상처럼 남았다.
“내, 안에서, 꺼져!!!”
멈추지 않았다.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이대로 가다간 사탄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린다.
자신의 손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죽이고, 존경하는 형의 목을 비틀게 된다.
아니, 강우는 자신을 압도할 정도로 강하니 그 반대가 되리라.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그가 강우를 죽이던 강우가 그를 죽이던 그 끝은 파국이었다.
희망의 불씨조차 사라진 절망이다.
‘벗어나야 해.’
이 끔찍한 욕망의 충동에서, 악몽 같은 사탄의 술수에서 벗어나야 했다.
몸을 내려찍는 검에 힘을 더했다.
전신에 퍼지는 고통이, 이 미칠 듯한 갈증을 씻어내기를 바랐다.
“시훈아!!”
강우가 다가왔다.
검을 내려찍은 그의 손을 잡으며, 다급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만해 이 미친 새끼야!!!”
“형, 님. 전….”
“일단 사정은 나중에 들을 게. 지금은 일단 진정….”
“안, 됩니다.”
고개를 저었다.
마기가 점점 더 그의 몸을 바꿔 가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서 포기한다면, 지금 이 힘을 몰아내 버리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끝.
그는 악마가 되어 사탄의 꼭두각시로 전락한다.
“지금, 해야, 합니다.”
“뭘, 뭘 지금 해야 한다는 건데!!”
“다시, 돌이킬 수 있습니다. 아직, 늦, 지 않았습니다.”
처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늦지 않았다. 아직은. 아직까지는.
검을 쥐었다. 무심하게 팔을 내려찍었다. 살점이 찢어졌다.
날카로운 쇠붙이가 근육을 가르고, 뼈를 잘랐다.
끔찍한 통증이 차올랐다. 그 고통이 미칠 듯한 갈증을 쏟아냈다.
마기를 미뤄내기 시작했다.
-쿠드득. 콰득.
이마에 돋아난 산양의 뿔이 몸 안으로 다시 빨려 들어갔다.
피부를 뚫고 나온 박쥐의 날개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크윽, 아, 으.”
마기를 미뤄낼수록 강렬해지는 갈증.
의식이 흐릿해졌다.
그의 육체를 집어삼킨 마기가 그를 향해 말을 건네는 듯했다.
-정말 날 포기할 거야?
악마의 달콤한 속삭임.
붉은 가면을 쓴 악마가 그를 바라보며 낄낄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닥, 쳐.”
환청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환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는, 눈앞에 보이는 사탄의 모습은 모두 거짓이다.
미칠 듯한 갈증이 만들어낸 악몽에 불과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그 달콤한 유혹을 거절하는 것은 힘들었다.
우드득. 이마의 뿔이 다시금 천천히 돋아났다.
시야가 일그러지며 칠흑의 어둠이 눈앞에 펼쳐졌다.
“…….”
강우는 김시훈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는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좋지 않아.’
악마의 충동이 얼마나 강렬한지는 강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구천지옥에 떨어졌을 때 그 욕망의 충동을 견디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던가.
‘내가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나.’
자신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김시훈이 그 유혹을 떨쳐내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무래도 자극이 부족했던 모양.
‘김시훈이 이대로 악마의 육체를 가진 채로 산다면….’
사탄표 치트키를 사용하면서 종속의 권능에 대한 의심의 씨앗은 사전에 차단했다.
이대로 악마로 있는 것이 전력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잠시 망설임이 있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김시훈이 지닌 힘의 본질은 마기가 아니었다.
지금 그의 상태는 경유로 돌아가는 차량에 휘발유를 넣은 것과 마찬가지.
계속 이대로 뒀다가는 무슨 부작용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었다.
‘최악의 경우.’
김시훈은 죽는다.
강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마지막 남은 카드를 꺼내 들 차례였다.
입가가 올라갔다.
그가 준비한 마지막 카드.
‘이건 통한다.’
확신이 있었다.
애처롭게 몸을 떠는 김시훈을 바라보았다.
“크흠.”
‘목소리 좀 가다듬고.’
잠시 두 눈을 감으며 감정을 잡았다.
악마로 변한 동생. 악마의 술수에 넘어가 타락한 동료.
절망적인 상황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
그 구도가 중요했다.
강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손을 뻗어 김시훈의 어깨를 잡았다.
“시훈아! 시훈아 정신 차려!!”
‘감정선 좋고.’
자신이 내뱉고도 깜짝 놀랄 만큼 절박한 목소리.
-띠링.
[종속이 권능이 발동합니다.]그와 동시에 귓가에 알림 메시지가 들렸다.
강우의 손에서 뿜어져 나간 검은 기운이 김시훈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형, 님.”
“정신 차리라고 이 새끼야!!”
“죄송, 합니다, 형님. 전….”
김시훈이 몸을 떨었다.
“아.”
순간, 김시훈의 두 눈이 커졌다.
그는 알 수 없는 충동이 몸 안에서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흐흐흐. 느껴지느냐? 그것이 사탄 님이 네게 뿌린 ‘씨앗’의 힘이다.]느긋하게 팔짱을 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요그사론이 말했다.
김시훈의 얼굴이 절망에 물들었다.
“아, 안 돼.”
미친 듯이 끓어오르는 파괴 충동. 증오심과, 광기.
김시훈의 손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였다.
“아, 안 돼!!”
모든 힘을 쥐어짜 내어 팔을 억눌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
사탄이 심어둔 마의 씨앗이 그의 몸 안에서 개화했다.
끔찍한 살육의 충동이 강우를 향했다.
“무슨 일이야?!”
“혀, 형님! 피, 피하십….”
-푸욱.
“아.”
손에 쥔 검이 강우의 배를 뚫었다.
김시훈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입이 벌어졌다.
손을 타고 느껴지는 생생한 피륙의 감촉.
살아있는 생명체를 베었을 때 느끼는 섬뜩한 감각.
“쿨, 럭.”
강우의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그는 자신의 배를 찌른 김시훈의 검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내려다보았다.
“혀, 형님. 죄송합니다… 죄송, 합니다.”
눈물이 흘렀다.
이 모든 것이 악몽이기를, 현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하지만 손에 느껴지는 감각이, 그의 손을 적시는 뜨끈한 피가 그 사실을 부정했다.
“내가, 내가 무슨….”
미칠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미쳤을 지도 모른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그 순간, 강우가 그를 거칠게 끌어안았다.
“형, 님…?”
“하아. 쿨럭! 정신 차려, 이 멍청한 놈아.”
끊어질 듯 희미한 목소리.
그를 끌어안은 채, 강우는 어렵게 말을 이었다.
“네가 무슨, 상황인지. 뭐 때문에,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 겠다.”
“혀, 형님. 더, 더 이상 말하면 안 됩니다. 피, 피가!”
김시훈은 펑펑 눈물을 쏟아내며 강우에게 외쳤다.
“하, 지만.”
강우는 그의 말을 무시했다.
끌어안은 팔에 힘을 풀지 않았다.
“너라면, 해낼 수 있을 거야.”
“…….”
“이겨, 낼 수 있어.”
강우는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시훈아….”
그의 뺨에 손을 올렸다.
“내 동생으로 있어 줘서, 고맙다.”
“아.”
김시훈의 몸이 떨렸다.
트라우마. 뇌리에 새겨진, 영혼에 낙인찍혔던 그 트라우마.
-너를 낳아서, 미안해.
그의 인생을 짓누르고 있던 그 말.
악몽이었고, 저주였던 그 말을 부정하고 싶었다. 부정하기 위해서만 살아왔다.
눈물이 흘렀다.
자신을 긍정해 주는 말. 네가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
그 말을 얼마나 간절하게 바랐는가.
“으, 아아.”
밀어낸다.
사탄의 씨앗을, 몸에 들어찬 마의 기운을 버린다.
갈증이 그를 덮쳤다. 무시했다.
힘에 대한 갈망이 그의 머리를 잠식했다. 무시했다.
‘나는.’
칠흑으로 물든 시야.
그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어둠을 찢어발겼다.
어둠이 사라지며, 그 자리를 푸른빛이 채웠다.
김시훈의 몸이 강렬한 푸른빛에 휩싸였다.
-띠링.
[무신 천태황과의 동화율이 51.2%에 도달했습니다.] [환골탈태의 모든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육체가 재구성됩니다.] [고유 스킬 ‘이기어검’을 습득하였습니다.]-쿠구구구구궁!!
대지가 뒤틀렸다.
김시훈의 몸이 푸른빛에 휩싸임과 동시에 강우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힐끔 눈을 떠서 김시훈의 모습을 살핀 강우는 희미하게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캬! 시바! 그래! 이거지!!’
자신의 마지막 대사를 떠올렸다.
-내 동생으로 있어 줘서, 고맙다.
‘오우 야.’
강우는 가늘게 몸을 떨며 자신이 내뱉은 대사에 취했다.
그 대사를 생각만 해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X나 멋있어, 씨바.’
이러니까 애들이 뻑이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