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2)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3화
구천지옥의 주인, 지구로 돌아오다(3)
‘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분명 지구로 향하는 게이트를 열었다.
만 년 전, 자신이 갑작스럽게 생긴 균열에 빨려 들어갔을 때와 똑같은 감각도 느꼈다.
절망스러운 지금의 상황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키에에에엑!!”
움직이지 않는 사냥감에 기세등등해진 녹색 괴물들은 한층 더 큰 괴성을 질렀다. 그러고는 강우를 향해 손에 쥔 조잡한 칼을 휘둘렀다.
-촤악!
“키이이이익!”
순식간에 휘둘러진 검은색 칼날에 녹색 괴물의 팔이 땅에 떨어졌다.
강우는 튕기듯이 몸을 돌리며 칼날의 권능으로 만들어 낸 검을 휘둘렀다.
만마전의 마기가 대부분 봉인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는 구천지옥을 모두 지배했던 마왕.
고작 이런 하찮은 괴물 따위를 상대 못 할 일은 없었다.
‘일단 이놈들부터 처리하자.’
괴성을 지르며 죽자고 달려드는 괴물들이 코앞에 있는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강우는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사방에서 달려드는 녹색 괴물들을 노려보았다.
짐승과도 같은 살기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끼익?!”
그의 살기를 정면에서 받은 녹색 괴물들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8마리 정도인가.’
만마전의 힘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다면 굳이 몸을 움직일 필요도 없이 가볍게 기운을 방출하는 것만으로 죽여 버릴 수 있는 미물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것도 오랜만이네.”
그의 발이 가볍게 땅을 박찼다.
발작하듯 내지른 녹색 괴물들의 공격을 모조리 피하며 마기로 이루어진 칼날이 녹색 괴물들의 목을 베어냈다.
-촤악!
“끼에에에.”
지난 만 년간 쌓아왔던, 헤아릴 수 없는 전투 경험들이 녹아난 그의 움직임에 녹색 괴물들은 반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사늘한 시체가 되었다.
-띠링.
[E급 일반 몬스터 고블린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레벨이 3으로 상승하였습니다.]‘레벨 업?’
자신을 습격한 녹색 괴물, 고블린을 모두 죽이자 다시금 눈앞에 푸른색 창이 떠올랐다.
다시 한번 상태창을 열어 확인해 보니 1이었던 레벨이 3으로 상승해 있었다.
‘스탯도 올랐어.’
레벨 업에 따라 힘과 체력, 민첩 스탯도 1씩 상승해 있었다.
단순히 숫자만 오른 것도 아니었다. 스탯이 상승함에 따라 조금이지만 몸이 강해진 감각이 느껴졌다.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레벨이 오르고, 스탯이 오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 이곳이 지구가 맞는지 아닌지, 하다못해 사람이 살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쯧, 이럴 때 알로세스의 권능을 쓸 수 있었으면 편했을 텐데.”
천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권능을 떠올리며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천공의 권능은 관성의 법칙조차 무시하고 공중을 움직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마기가 소모됐다.
지금의 그가 가진 마기의 양으로는 고작해야 높이 뛰는 정도만 가능했다.
강우는 목이 잘린 채 너부러져 있는 고블린들의 시체에 다가갔다.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이 정체불명의 세계에 대한 정보였다.
강우는 고블린들의 시체를 향해 손을 뻗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포식.”
포식의 권능.
그를 구천지옥의 지배자로 만들어 줬던 그 절대적인 권능이 발현됐다.
손에서 흘러나온 검은색 마기가 고블린들의 시체를 뒤덮었다.
-콰드드득! 으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고블린들의 시체를 뒤덮은 검은색 기운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그의 머릿속에 고블린들에 대한 정보가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포식의 권능만으로는 대상의 기억까지 읽을 수는 없었다.
포식의 권능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생체 정보뿐.
고블린이 가진 신체적 특징, 습성, 어떻게 생활을 하며 어디가 약점인지 각종 정보들이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이 세계의 정체를 추측할 수 있을 만한 정보는 없었다.
“제길.”
아쉬운 마음에 짧은 욕설을 입 밖으로 내뱉었을 때였다.
“응?”
포식으로 흡수되고 있는 기운 중에 그에게 있어 아주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건….’
거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 극미량의 기운이었지만 그의 감각을 속일 수는 없었다.
강우의 눈이 반짝였다.
‘마기다.’
고블린의 몸 안에는 아주 극미량의 마기가 들어 있었다.
-띠링.
[마기 스탯이 1상승하였습니다.]그런 그의 추측에 쐐기를 박듯 마기 스탯이 상승했다는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 몸 안의 마기가 한층 더 늘어나고, 짙어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제기랄.”
마기가 늘어났음에도 강우의 입에서 나온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마기는 지옥의 존재가 가지고 있는 기운, 그런 기운이 이 세계에 존재한다는 것은 이곳이 지구가 아닐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안 돼.’
그의 표정에 초조함이 서렸다.
그가 악착같이 지옥에서 버틴 이유는 언젠가는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끝없는 전투. 상대방을 죽이는 것 이외에 아무 관심도 없는 악마들 틈에서 필사적으로 버텨온 지난 세월이 그의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럴 수는 없어.”
악마 대공과의 전투에서 죽기 직전까지 몰렸던 것보다 더 큰 좌절감이 그를 짓눌렀다.
그때였다.
“꺄아아아아아악!”
멀리 떨어진 곳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좌절감에 빠져 있던 강우의 눈이 반짝였다.
“이건….”
악마나 괴물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는 직감할 수 있었다. 이 비명소리는 분명 ‘인간’의 비명이었다.
그것도….
“여자.”
강우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짜릿한 전율이 그의 전신을 타고 전해졌다.
귓가에 울리는 비명이 그의 영혼에 울려 퍼지는 것만 같았다.
“여자다!”
누가 듣는다면 발정 난 변태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는 외침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는 인간으로서의 체면을 지킬 만한 여유가 없었다.
무려 만 년이었다.
만 년의 시간 동안 그는 여자는커녕 여자가 등장하는 영상물조차 보지 못했다.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다.
-쿵!
강우는 거칠게 발을 박차며 비명이 들린 방향으로 달려갔다.
신속(神速)의 권능.
발레포르라는 이름을 가진 악마가 사용했던 권능이 그의 몸을 통해 발현됐다.
몸에서 흘러나온 검은색 마기가 그의 다리에 맺혔다.
마기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며 그의 몸이 화살처럼 앞으로 쏘아졌다.
인간을 기준으로 하면 무시무시한 속도였지만 지금 그에게는 그 속도마저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
‘마기만 충분했어도!’
만마전의 마기만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면 거의 순간이동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때만큼 만마전의 마기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원통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키에에에엑!”
“꺄아아아악!”
비명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방금 그를 공격했던 고블린들이 내뿜는 괴성도 그 비명에 섞여 들려왔다.
‘제발 리리스와 같은 괴물만 아니길!’
못생겨도 좋았다. 뚱뚱해도 좋았다.
눈 두 개에 코 하나, 입 하나만 있다면 그는 그걸로 만족했다.
‘촉수도 없기를!’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리리스의 촉수들을 생각하며 그는 전신의 마기를 발에 집중했다.
정말 오랜만에 숨이 차서 헐떡거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전투도 아닌 고작 전력 질주를 했다고 숨이 차는 지금의 몸이 더없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찾았다.’
우거진 수풀을 지나치자 작은 공터가 보였다.
그곳에 10마리가 넘는 고블린 무리에 둘러싸인 여인이 공포에 질린 채 주저앉아 있었다.
다리에 상처를 입은 듯 그녀는 붉은 피가 흐르는 다리를 두 손으로 붙잡고 있었다.
“아….”
강우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고블린 무리에 둘러싸인 여인을 본 그의 몸에 아득한 전율이 흘렀다.
허리까지 기른 흑발에 시원한 눈매. 도톰한 입술과 오뚝한 코, 왼쪽 입가에 있는 작은 점까지.
길가에 지나간다면 절로 고개를 돌릴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였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있어 그녀가 아름답고 아니고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외모의 아름다움은 아주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
‘인간이야.’
인간이었다.
눈 두 개에 코 하나, 입 하나를 가진 인간.
고름이 흘러나오는 촉수도, 박쥐의 날개도, 몸을 뒤덮은 붉은 털도 없는 순수한 인간.
‘신이시여….’
참을 수 없는 감격이 차올랐다.
지옥으로 떨어진 이후 만 년 동안 씹어댔던 신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올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크르르르르!!”
“읏…!”
조잡한 칼을 손에 쥔 채 달려드는 고블린들을 바라보며 흑발의 여인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는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칼을 바라보며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
그때였다.
-촤악!
“키에에엑?!”
고블린들의 입에서 다급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순식간에 그들 사이에 난입한 강우가 맹수처럼 빠른 움직임으로 고블린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어…?”
쓰러져 있던 흑발 여인의 두 눈이 커졌다.
그녀는 10마리가 넘는 고블린들을 몇 초도 되지 않은 시간에 학살하고 있는 강우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푸욱!
“키헥!”
마지막 남은 고블린의 목을 검은색 칼날이 난폭하게 꿰뚫었다.
칼날을 비틀어 완전하게 고블린의 숨통을 끊은 강우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인에게 다가왔다.
“가, 감사합니다.”
흑발의 여인은 다리에 상처를 입은 와중에도 엉거주춤 일어서며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강우는 비틀거리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아 몸을 부축해 줬다.
“아아….”
그녀의 손을 잡은 강우의 입에서 다시금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 부드러운 촉감은 지옥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다.
인간.
그토록 보고 싶던, 그토록 갈망했던 인간이 확실했다.
벅차오르는 감격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점멸했다.
만 년 동안 참아왔던, 강제로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한 번에 폭발했다. 폭발한 감정들이 그의 이성을 가볍게 무너뜨렸다.
“제 이름은 한설아라고 해요.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잡은 채 감격에 떨고 있는 강우를 바라보며 당황했지만 잡은 손을 풀지 않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강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더 없이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결혼합시다.”
“네?”
“아이는 셋 정도가 좋을 것 같아요.”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