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205)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206화
루시퍼의 혈육 (2)
“하아.”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런 얘기 아니니까 일단 좀 진정해.”
“아….”
리리스는 안타까운 듯 탄성을 흘렸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강우는 끄응, 침음을 삼키며 그녀의 몸을 가볍게 끌어안았다.
“지금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라는 건 너도 알잖아.”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딱히 그녀를 위로해주기 위함은 아니었다.
‘리리스가 없으면 곤란하니까.’
그녀는 과거 마왕군에서도, 지금 가디언즈에서도 아주 중요한 인재였다.
특히 정보의 수집, 조작 관련해서는 뭔가 신적인 존재의 축복을 받았는지 의심될 정도로 수완이 좋았다.
폐쇄적인 것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악마교에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지옥의 서라는 책을 내부에 유통하는 데 성공한 것만 보더라도 그녀의 능력은 증명된 지 오래.
‘리리스가 없었다면.’
루시퍼의 세력과 악마교의 교전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루시퍼가 왔는지 그 아들놈이 왔는지 알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없다면 눈과 귀를 잃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시무룩하게 둘 수는 없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리리스는 자신을 위해 움직일 것이다.
배신할 걱정도 없다.
하지만 그것과 능률의 문제는 다르다.
명확한 보상이 눈앞에 있을 때와 없을 때 능률의 차이는 절대적이다.
늘어져 있던 예비군들이 조기퇴소라는 보상에 갑자기 특전사로 바뀌는 것만 생각해도 보상의 힘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마왕님….”
“모든 일이 끝나면, 그때 가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고.”
“아아, 왕이시여….”
리리스는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몸을 떨었다.
투명한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감동에 부르르 몸을 떠는 그녀를 보며 강우는 전신을 짓누르는 죄책감을 느꼈다.
‘아니, 울 줄은 몰랐는데.’
미끼를 던진 입장에서 죄책감이 들 정도로 그녀의 반응은 격했다.
리리스는 눈물을 닦고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주먹을 움켜쥐었다.
“후훗. 좋아요. 강우 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지금은 참을게요.”
들뜬 목소리가 전해졌다.
한층 더 죄책감이 커졌다.
강우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악마들도 자식에 대한 정이 있냐는 거요?”
“응.”
악마에게도 모성애, 부성애가 있는가.
꽤나 어려운 주제였다.
‘악마에게 번식은 필수가 아니니까.’
이 주제가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악마라는 종족에게 사실상 ‘번식’은 필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번식을 할 수는 있지만, 할 필요는 없다.
악마가 성교를 통해 혈육을 낳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악마는 일반적인 생물의 카테고리에 있지 않다.
그들은 구천지옥의 어둠 속, 아직 그 누구도 정체를 모르는 구천지옥의 ‘균열’ 속에서 탄생한다.
그냥 어느 날 허공에 검은 일렁임과 함께 악마가 태어나는 것이다.
그 어둠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기인지, 신적인 존재의 현신인지, 아니면 구천지옥이라는 세계 자체가 만들어낸 것인지 대공조차 아는 바가 없었다.
그나마 그 균열에 대해서 알려진 정보는 3개 정도였다.
하나. 균열에서 태어난 악마는 성체로 태어난다.
둘. 균열에서 태어난 악마 중 극소수가 ‘권능’이라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권능을 지닌 악마가 무조건 강한 것은 아니었다.
‘사브나크만 생각해도 그건 아니지.’
칼날의 권능을 지녔던 사브나크만 하더라도 일천지옥에서 빌빌거리는 악마였다.
‘마지막 세 번째는.’
균열에서 탄생한 악마들의 힘은 태어난 그 순간에 정해진다는 것.
예외는 존재했지만 균열에서 태어난 악마는 대부분 태어났을 때부터 그 힘의 한계가 정해진다.
일천지옥의 악마가 구천지옥까지 강해져서 진출하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
금수저, 은수저의 개념과 같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거의 모든 인생이 정해진다.
대공만 하더라도 처음부터 ‘대공’이 되기 위해서 태어났다.
일곱 대공 중에서 처음부터 대공이 아니었던 존재는 하나밖에 없었다.
‘바알.’
바알의 경우 자신과 좀 비슷한 면모가 있었다.
그는 아득한 세월을 걸쳐 일천지옥에서부터 구천지옥까지 내려와 원래 대공으로 존재했던 벨제부브를 직접 죽이고 그 자리를 빼앗았다.
그를 제외하고서는 대공은 모두 대공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
‘레비아탄이 좀 애매한데.’
레이바탄의 경우 균열에서 태어난 게 아니었다.
다만, 그의 아버지가 마물의 왕 베히모스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사실상 운명을 타고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아, 개 같이 재미없는 설정 뿌리기는 여기까지.’
4페이지 내내 떠들었으면 이미 차고 넘친다.
이제는 슬슬 본 주제를 생각해야 할 때.
“음.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다만, 만약 제가 왕의 아이를 낳는다면 목숨을 바쳐 사랑할 것 같아요.”
리리스는 슬며시 배를 만지며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강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래도 혈육에 대한 정이라는 개념 자체는 있는 것 같네.’
문제는 과연 루시퍼도 그럴 것인가.
인간도 마찬가지지만 모성애라는 것은 절대적이지 않다.
자식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부모도 있냐 하면 자식을 스스로의 손으로 죽이는 부모도 있다.
혈육의 정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시험해 볼 만한 가치가 있어.’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리리스. 자신을 루시퍼의 자식이라고 말하는 놈, 어디 있는 조사해.”
“마왕님 설마….”
“만약 내 아이를 낳는다면 목숨을 바쳐 사랑할 거라고 말했지?”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소풍을 기다리며 잠 못 드는 아이처럼, 목소리가 들떴다.
“과연 루시퍼도 그럴지 한 번 확인해 보자고.”
“…….”
* * *
-쿠우우웅!
-콰드득!
“아아아아악!”
“마, 막아!”
비명이 울려 퍼졌다.
끔찍한 폭음과 혈향이 통로를 가득 채웠다.
그 통로 안을, 한 악마가 걸어갔다.
“…시시하군.”
주변을 둘러보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가늘게 눈을 떴다.
입을 가리며 하품했다.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든 악마의 이름은 루시스.
여섯 장의 검은 날개와 거뭇한 피부, 허리까지 오는 은발을 지닌 그는 얼굴만 보면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몸집도 다른 악마들에 비해 크지 않았고 흉측한 피부나 근육으로 전신이 뒤덮여 있지도 않았으며 촉수도 없었다.
언 듯 보면 퀄리티 높은 코스프레를 한 것 같은 모습.
“아악!”
“도, 도망쳐!”
하지만 도망치는 악마교도들의 표정은 마치 괴물을 보기라도 한 듯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다른 끔찍한 외모의 악마보다 루시스에 대한 공포로 가득 찬 모습.
그 공포의 근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흥, 잡것들이.”
루시스가 손을 들었다.
검은 어둠이 그의 손에 맺혔다.
그의 아버지 루시퍼, ‘오만’의 대공이 지닌 힘.
그 힘의 일부분을 그는 물려받았다.
-콰드드드득!!
손을 뻗었다. 손에 맺힌 검은 구체가 앞으로 쏘아졌다.
마치 블랙홀을 연상시키듯 강력한 흡입력이 주변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도망치던 악마교도의 몸이 어둠에 빨려들어 갔다.
쯧. 싱겁게 죽어나간 악마교도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라키스가드, 사탄의 위치는 찾았나?”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은 거대한 악마가 다급히 답했다.
[죄송합니다. 이곳의 지부장이라는 자를 잡아 고문했지만… 사탄의 위치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이번에도 못 찾았다고?”
루시스는 거칠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바닥에 조아린 라키스가드의 머리를 짓밟았다.
-쿵!
“무능한 놈. 대체 몇 번의 기회를 더 줘야 하는 거지?”
거친 구타가 이어졌다.
라키스가드는 피를 흘리면서도 루시스의 공격을 조금도 피하지 않았다.
“제길.”
라키스가드를 구타하던 루시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짧은 욕설을 뱉었다.
라키스가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고 있습니다, 루시스 님.]“…….”
[만약 이곳에 오신 것을 루시퍼님이 알게 되신다면….]“닥쳐라.”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사탄의 목을 치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겠다.”
루시스는 주먹을 쥐었다.
그의 아버지, 루시퍼에 대한 것이 떠올랐다.
‘사탄의 목을 가져간다면….’
그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에르노어의 상황은 어떻지?”
[…좋지 않습니다. 라파엘의 세력이 루시퍼님을 계속 압박하고 있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루시스는 몸을 돌렸다.
“다음 장소로 간다.”
[루시스 님….]“라키스가드.”
고개를 돌렸다. 허리까지 기른 은발이 요사스러운 빛으로 빛났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예.]라키스가드는 몸을 일으켰다.
5미터에 달하는 거구가 일어서자 통로의 천장이 우그러졌다.
“사탄.”
그 존재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루시스의 눈에 살기가 서렸다.
‘건방진 새끼.’
듣기로는, 과거 마계에서는 사탄이 루시퍼보다 상위의 대공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정신 나간 행동의 원인은 바로 그러한 과거의 기억일 것이다.
‘감히 우리에게 전쟁을 선포하다니.’
가만히 둘 수 없다.
실제 루시퍼도 그 소식을 접했을 때 거친 분노를 표출했다.
그럼에도 그가 움직이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히 라파엘의 세력 때문.
‘아버지가 움직일 수 없다면.’
루시퍼의 명예는 자신이 대신 지켜주면 된다.
사탄이라는 존재가 마해니 뭐니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걱정되지 않았다.
‘나는 악신 루시퍼의 아들이다.’
과거 마계와는 상황이 달랐다.
루시스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걸어갔다.
-콰드득!
“끄아아악!”
“아아악! 사, 살려…!”
통로를 빠져나오니 지부 밖으로 도망친 악마교도들이 그의 부하들에게 학살 당하는 모습이 보였다.
“흥.”
콧방귀를 뀌었다.
그들의 하찮은 무위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부하가 이 모양이어서야 그 수장이라는 놈의 실력은 볼 것도 없지.’
그는 마계의 일에 대해서는 몰랐다.
그가 태어난 것은 루시퍼가 에르노어 대륙에 오고 난 이후. 그리고 루시퍼라는 구천지옥의 대공이 한 인간 여인에게 사랑을 품고 난 이후였다.
때문에 사탄이 누구인지, 얼마나 강력한 존재였던지는 알지 못했다.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아버지를 이길 수는 없을 테니까.
루시스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악마라기보단 인간에 가까운 손.
‘증명해야 해.’
자신의 힘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악마’로서 인정받을 수 없다.
루시스는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루시퍼의 아들이라고 해서 기대했더니, 그냥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애송이였군.]“크읏!”
다급히 몸을 돌렸다.
분명 아무것도 없었던 공간에서 검은 어둠이 나타났다.
붉은 악마 가면.
장막처럼 둘러진 어둠.
“네놈은….”
[날 찾았다고 들었다.]낄낄.
섬뜩한 웃음이 가면 사이로 흘러나왔다.
“서, 설마.”
[그렇다.]장막처럼 둘러진 어둠이 넓게 펼쳐졌다.
[내가 바로 사탄이다.]다른 말로는 치트키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