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237)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238화
아무나 이겨라 (1)
[아니 이 개….]사탄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어둠이 출렁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라파엘과 천사들, 빛의 감시자들의 표정을 살폈다.
‘제기랄.’
자신의 말을 조금도 믿고 있지 않다는 표정.
강우를 향하는 그들의 시선에는 확고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하….]사탄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천사의 신뢰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질 것처럼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것이 바로 천사라는 족속들이다.
‘대체 무슨 수로 천사들의 신뢰를 얻은 거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라파엘 측은 가디언즈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마왕의 자작극으로 인해 그 의심이 풀렸다고는 하나 결국 루드비히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지금 강우를 바라보는 천사들과 빛의 감시자들의 시선은 마치 끈끈한 정으로 이어진 동료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충성심까지 엿보였다.
어쨌든 비정상적인 것은 매한가지.
“사타아아아아안!!”
라파엘이 여덟 장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사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쩔 수 없나.’
여기서 무슨 수를 쓴다고 해도 라파엘의 의심을 마왕에게 돌릴 순 없다.
사탄은 손을 들었다.
어둠이 물결치듯 출렁이며 형태를 이뤘다.
칠흑의 검신을 가진 대검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
분노.
그를 상징하는 지옥무구.
“빛의 심판을!”
라파엘이 새하얀 빛을 쏟아내는 창을 내질렀다.
사탄은 움켜쥔 칠흑의 검을 들어 그 공격을 막았다.
-콰과과과과광!!!
빛과 어둠의 충돌.
거대한 충격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쩌적.
라파엘과 사탄의 격돌에 땅이 갈라졌다.
시야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눈보라 속에서 격돌이 이어졌다.
[이 머저리 새끼가…!]사탄은 노기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마왕의 손에 놀아나고 있는 멍청한 천사.
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속에서 열불이 치솟아 올랐다.
팔을 당겼다.
칠흑의 검에 어둠이 맺혔다.
아래서 위로 검을 올려친다.
-쿠드드드득!!!
대지가 뒤틀리며 분수가 솟아오르듯 어둠이 솟구쳤다.
라파엘이 풍차처럼 창을 돌리며 솟구치는 어둠을 막았다.
다시 한 번 격돌.
고막이 터질 듯한 굉음이 전장의 뒤흔들었다.
[하아.]사탄의 눈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이렇게 된 이상 피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당하고만 있을 순 없다.
각오를.
살의를 다져야만 할 때.
황금에 휘감긴 채 역겨운 가면을 쓰고 있는 마왕을 노려보았다.
-그게 분노라는 거다.
마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를 조롱하는 눈빛, 비웃는 웃음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감히.’
다른 누구도 아닌 분노의 대공에게 그런 말을 지껄이다니.
분노가 그의 몸을 잠식한다.
머리가 뜨거워진다. 타오르는 듯한 열기가 전신을 휘감는다.
붉은 악마 가면.
그 너머로 사탄의 눈자위가 검게 물든다.
노란 눈동자와, 그를 가로지르는 길쭉한 동공이 나타난다.
[좋다.]열기와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분노’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대지를 향해.
내려찍는다.
[서로 죽여보자, 마왕.]거대한 폭음. 라파엘과의 격돌로 갈라지고 있었던 대지가 완전히 찢어발겨지기 시작했다.
흙더미가 비산했다.
대지가 뒤틀리며 가시가 솟듯 거대한 암석들이 솟구쳤다.
그리고.
-크그그그긍.
대자연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
두 번째 산사태가 가파른 경사를 타고 순식간에 그 몸을 불렸다.
사탄은 무너져 내리는 산을 내려다보며 검을 들어올렸다.
박쥐의 날개와 같은 악마의 날개가 펼쳐지며 그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마왕.’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마왕을 노려보았다.
그는 손에 쥔 거대한 크기의 검은 보석을 내려다보았다.
마의 근원.
그 근원에서 가져온 파편이었다.
아무 대책도 없이 라파엘과 마왕을 동시에 상대할 생각은 없었다.
‘이거라면.’
마의 근원에 담긴 ‘신성’이라면.
승산은 충분했다.
사탄은 눈을 빛냈다.
[와라!]칠흑의 검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 * *
“안 가, 이 새끼야.”
강우는 피식 웃었다.
‘새끼, 여전히 중2병이네.’
느긋이 팔짱을 끼었다.
라파엘이 사탄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격돌하는 사탄과 라파엘.
강우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직이야.’
지금 그가 움직일 이유가 없다.
물론, 라파엘과 협력해서 사탄을 공격하는 것도 방법이다.
1:1을 하는 것보다 2:1이 더욱 승률이 좋은 것은 생각할 일도 없으니까.
하지만.
“내가 다치지 않으려면 이게 더 좋지.”
강우는 웃었다.
2:1로 싸웠을 때 사탄이 가장 먼저 노릴 것이 누구인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
사탄의 분노는 자신을 향할 것이다.
그의 모든 공격은 라파엘이 아닌 자신을 우선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싸움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자신과, 사탄이 될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모든 상황은 자신의 손바닥 안에서 돌아가야 한다.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최악을 가정한다.
사탄이 과거 구천지옥에서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갖췄을 경우.
그와의 전투에서 자신이 크게 부상을 입을 경우.
그리고.
‘라파엘이 뒤통수를 칠 경우.’
가능성은 낮다.
라파엘은 마기의 지배자 특성으로 감춰진 그의 마기를 찾아내지 못했다.
완전히 신뢰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의 정체가 악마라고는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를 일이지.’
만약 전투 중에 라파엘이 자신의 정체를 알아낸다면?
부상을 입은 자신을 향해 창을 들이민다면?
그가 악마인 이상, 마해를 품속에 지니고 있는 이상 천사를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
‘그리고.’
가늘게 눈을 떴다.
라파엘과 자신을 향해 자신만만하게 오라고 소리치는 사탄의 모습이 떠올랐다.
‘뭔가 있겠지.’
숨겨둔 수가 없다면 저렇게 당당히 나서지 못한다.
그 숨겨둔 수, 라는 것에 자신이 당할 수는 없는 노릇.
만약 당한다고 해도 그 대상은 라파엘이 되어야 했다.
“자, 서로 박 터지게 싸우라고.”
강우는 활짝 웃었다.
그가 지닌 무수한 권능 중에서도 미래를 알 수 있는 권능은 없다.
미래를,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을 알 순 없다.
그렇다면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모든 변수를 생각하는 것. 최악을 가정하는 것. 실패를 상상하는 것.
그리고.
‘절대로 지지 않는 수를 두는 것.’
둘 중 누가 이겨도 상관없다.
사탄이 라파엘을 죽인다면 대천사라는 신뢰할 수 없는 존재를 배제할 수 있다.
라파엘이 사탄을 죽인다면 그 뒤에 그의 반응 살피며 대처할 수 있다.
루시퍼와 악마교가 싸웠을 때와 마찬가지.
직접 움직일 이유가 없다.
‘무조건 내 힘으로 해결하는 건.’
멍청한 일이다. 모자란 일이다.
다른 방법이 없다면 모르지만 쉽고 편한 길이 있다.
손 빨며 구경만 해도 반 이상 가는데 왜 미련하게 고생을 사서한단 말인가?
‘적당히 변명이라도 만들어 둘까.’
너는 대체 사탄과 싸우는 동안 뭘 했냐는 말이 나올 수 있었다.
그것만 대비해 두면 된다.
그리고 대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여기에 벨페고르랑 혈마객이라는 놈도 있다고 했지.’
아직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놈들을 이용하면 됐다.
“자, 그럼.”
지금 할 일은 하나.
‘위색의 권능.’
강우는 위색의 권능으로 형광봉을 만들어냈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낀 채, 열심히 양 팔을 휘둘렀다.
‘플레이! 플레이!’
라파엘 오빠아아아아아!
사탄 오빠아아아아아!
‘아무나 이겨라!’
* * *
빛의 창이 그를 쫓는다.
칠흑의 검을 들어 휘두른다.
검은 마기의 파도가 검의 궤적을 따라 뿜어져 나왔다.
‘아니.’
거친 숨이 토해졌다.
사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라파엘의 공격을 튕겨냈다.
라파엘과 전투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정신은 딴 곳에 팔려 있었다.
‘왜 안와.’
마왕이 참전하지 않는다.
애초에 2대 1일 될 것이라고 상정한 전투.
라파엘과 마왕이 자신을 협공하리라 예상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에 맞춰서 계획을 짜두었다.
‘근데 왜 안 오냐고.’
-콰아앙!
칠흑의 검과 창이 격돌했다.
사탄은 손을 당겼다. 검자루를 움켜쥐며, 위에서 아래로 그었다.
‘분노’의 칼날이 지나간 궤적을 따라 마기의 칼날이 뭉쳤다. 응축됐다.
폭발하듯이 칼날이 쏟아진다.
‘절멸의 권능.’
닿는 물체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사탄의 권능.
폭발하듯 쏟아진 칼날에 절멸의 권능이 담겼다.
“소용없다!”
라파엘이 창을 뒤로 당겼다.
허공을 밟듯, 진각을 밟으며 빛의 창을 내질렀다.
창을 내지를 곳을 중심으로 수백, 수천 개의 환영이 생겨났다.
아니, 환영이 아니다.
수천 개로 불어난 빛의 창이 둥그렇게 모였다.
-투두두두두두!!
칼날과 창이 부딪힌다.
수천 번의 천둥이 몰아치듯 하늘이 굉음으로 가득 찼다.
끔찍한 충격이 주변을 휩쓸며 눈보라를 쏟아내고 있던 먹구름이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태양빛이 환하게 대지를 비췄다.
[제길, 제기랄!]사탄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흘러나왔다.
계획이 틀어졌다.
그는 품속에 고이 모셔둔 ‘마의 근원’을 느꼈다.
마왕과 라파엘. 두 놈들을 모조리 범위 안에 둬야 했다.
아직 그는 마의 근원의 힘을 완전히 다루지 못한다.
기회는 많지 않다.
비장의 수가 괜히 비장의 수겠는가.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처음부터 사용했다.
‘그런데.’
안 온다.
라파엘과의 전투를 이어가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와라, 마왕!!]절규했다.
[나와 싸우란 말이다!!]대체 왜 여기까지 와서, 이 정도로 그를 궁지에 몰아넣고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미칠 것만 같았다.
-콰앙!!
“완전히 미쳐버렸군.”
라파엘은 혀를 찼다
마왕이라니.
대체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마왕은 네놈이 아닌가.”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마해를 품은 예언의 악마. 666가지에 달하는 권능의 주인.
그 악마를 마왕이 아닌 뭐라고 불러야 한단 말인가.
[제길! 오강우! 그 개자식은 어디 있냐는 말이다!!]“내가 인간의 힘을 빌려 너를 상대하리라 생각한 건가.”
라파엘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오강우라는 인간이 영웅신 티리온의 힘을 이어받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천사가 인간의 도움을 바라며 마왕을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
“루드비히의 복수는 내 손으로 이루겠다!”
라파엘은 단호히 외쳤다.
[아니, 이런 X발.]사탄은 답답해 미칠 것 같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루드비히의 얼굴조차 알지 못했다.
‘어디 있는 거냐, 마왕.’
사탄은 다급히 눈을 굴려 마왕을 찾았다.
그때, 눈을 자극하는 빛이 보였다.
무너진 암석의 잔해 속, 남들 눈에 띄지 않는 은밀한 장소에서 이곳을 올려다보는 마왕의 모습이 보였다.
[저, 저저저저 개자식이…!]형광으로 빛나는 응원봉을 든 채, 흥미진진하다는 눈빛으로 전투를 직관하고 있는 마왕의 모습.
그는 자신과 라파엘의 싸움을 부추기고는 안전한 장소에 숨어 낄낄 웃고 있었다,
[이, 이 쓰레기 같은… 천하의 개자식이 감히!!]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섰다.
사탄은 뒷목을 붙잡았다.
[어억.]순간적으로, 시야가 흐려졌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갔다.
사탄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