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242)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243화
밝혀지는 진실 (1)
-콰아앙!
칠흑의 검과 빛의 창이 격돌했다.
대기가 찢어지듯 거센 굉음이 하늘 전체를 울렸다.
“아, 아아.”
“라파엘 님…!”
천사들과 빛의 감시자들은 사탄과 격돌하는 라파엘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샤르기엘 님….”
“이, 이대로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샤르기엘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둘의 전투에 참여할 수는 없었다.
격이 너무 다르다.
‘티탄.’
아득한 과거.
신화의 시절.
세계를 지배했다는 거인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탄과 라파엘은 신화에 나오는 거인들의 싸움처럼 압도적인 파괴를 뿌리며 전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샤르기엘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초조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라파엘 님.’
빛의 승리를 기원했다.
“예언의 악마는 라파엘 님에게 맡겨라. 우리는 다른 악마들을 처리한다.”
샤르기엘이 몸을 돌렸다.
아직 악마교의 세력은 많이 남아 있었다.
‘악마 놈들.’
그는 증오에 찬 눈빛으로 악마교도들을 노려보았다.
샤르기엘은 천사와 빛의 감시자들에게 명했다.
“모조리 죽여라. 어둠을 품고 있다면 어린 것도, 늙은 것도 상관없다. 어둠에 물든 자에게 빛의 심판을 보여주어라!”
“빛의 심판을!”
“빛의 심판을!”
천사들은 무기를 추켜올리며 악마교도를 향해 날아갔다.
샤르기엘은 지친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최선두에서 수백, 수천의 악마와 싸운 탓에 피로가 누적되었다.
‘만약 이곳에….’
세라핌 님이 있었더라면.
아득한 신화의 시절.
거대한 어둠을 스스로의 몸을 바쳐 봉인한 천신을 떠올렸다.
샤르기엘은 고개를 저었다.
‘헛된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악에 물든 세력은 빛을 좀 먹고 있었다.
그는 은빛으로 빛나는 검을 움켜쥐었다.
“빛의 심판을.”
망설임 없이 발을 박찼다.
* * *
사탄과 라파엘의 혈투가 일어나고 있는 상공.
[으아아아아아!!]사탄의 입에서 분노에 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는 ‘분노’를 움켜쥔 채 이성을 잃은 눈빛으로 검을 휘둘렀다.
라파엘은 쏟아지는 그의 검격을 어렵게 막아냈다.
절멸의 권능.
권능에 닿는 이를 산산이 쪼개버리는 파괴적인 힘이 그를 위협했다.
[크읏.]무시무시한 사탄의 힘.
라파엘은 침음을 삼켰다.
‘이것이.’
예언의 악마의 힘.
라파엘은 빛의 창을 휘두르며 전투를 이어갔다.
그는 침착하게 사탄의 공격을 막아냈다.
한 번 공격을 막아낼 때마다 거대한 충격이 전신을 뒤흔들었다.
‘대체 어디서 이런 힘을 키웠단 말인가.’
천 년 전쟁.
마계의 가장 깊은 곳에서 일어났다는 기나긴 전쟁.
누가 그 전쟁을 일으켰고, 누가 승리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천 년 전쟁에 대해 천사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악마들 사이에 기나긴 내전이 일어나 마계가 멸망 직전까지 몰렸다는 것.
천사들은 그것을 기회라 생각하며 미카엘의 주도하에 착실히 힘을 비축했다.
‘그런데.’
루시퍼도, 사탄도 오히려 과거 기록보다 더욱 강해져 있었다.
라파엘은 복잡한 표정으로 사탄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힘은 아니었다.
아니, 설사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힘을 그가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물러설 수는 없었다.
“루드비히.”
아련한 그 이름을 입에 담는다.
라파엘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창을 겨눴다.
“사탄! 루드비히를 해방하라!”
언데드가 되어 타락한 루드비히.
그 성실한 빛의 신도는 그런 최후를 맞이해서는 안 됐다.
[모른다! 그 새끼가 누군지, 어디있는지도 모른다고!!]“어디서 또 그런 뻔한 거짓을!”
라파엘이 일갈했다.
여기까지 와서 발뺌을 하다니.
자신에게 오라고, 피하지 않겠다고 먼저 말한 것은 사탄이었지 않은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릴 속셈이냐!”
[아니야! 아니라고!! 내가 루드비히를 타락시킨 게 아니란 말이다!!]“개소리!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네놈이 루드비히를 타락시키고 있는 모습을!”
[그게 내가 아니었단 말이다!!]말이 되지 않는 억지.
라파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대체 악마란 족속은 어디까지 뻔뻔해질 수 있는 건가!”
[아니란 말이다아아아아!!!]사탄은 미칠 것 같다는 듯 몸을 비틀었다.
그는 칠흑의 검기를 막무가내로 뿌리며 절규했다.
[나와라, 마왕! 어서 나와 이 빌어먹을 새끼야!! 오늘 이곳에서 모든 진실을 밝히고 말겠다!! 네놈의 그 역겨운 가면을 벗겨 버리겠다고!!]처절한 목소리.
사탄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 마왕을 찾기 위해 미친 듯이 검기를 뿌렸다.
-쿠구구구궁!!
재앙이라도 일어난 듯 대지가 뒤집혔다.
반경 수백 미터의 땅이 갈라지고 어긋났다.
말 그대로 재앙에 가까운 파괴.
그 공격에 휩쓸려 악마교와 가디언즈 할 것 없이 모두 피해를 입었다.
“멈춰라!”
라파엘은 빛의 창을 움켜쥔 채 날개를 펼쳤다.
여덟 장의 날개가 빛을 뿌렸다.
눈부신 속도로 그가 쏘아졌다.
‘대체 왜 저렇게까지.’
라파엘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영상으로 보았던 사탄의 모습과 지금 사탄 사이에 괴리가 너무 컸다.
‘설마.’
진짜로 그때 사탄이 진짜 사탄이 아니었단 말인가.
“크읏.”
침음이 흘러나왔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듣지 마라.’
미카엘이 말하지 않았던가.
악마의 말에 결코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고.
그들의 혓바닥은 극독을 품은 꽃과 같다.
달콤한 향기에 속아 다가가면 전신에 독이 퍼져 죽고 만다.
[어억.]고래고래 소리를 치던 사탄은 다시금 목을 부여잡은 채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라파엘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굳게 입을 다물었다.
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해졌다.
‘뭔가 다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보았던 사탄과 지금의 사탄 사이에 괴리감이 너무도 컸다.
한없이 사악한 악의 기운으로 가득 차있던 그와 지금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사탄.
사탄의 처절한 목소리는 라파엘의 머릿속을 점점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혹시.’
의심의 싹이 트였다.
‘정말 그때 내가 본 것이 사탄이 아니라면.’
그가 외치고 있는 마왕이라는 존재에게 자신이 속고 있는 거라면.
대체 진실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오강우란 자가 마왕이라고?’
라파엘은 고개를 저었다.
오강우라는 인간을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탄이 모습을 보였을 때 그자는 자신과 함께 있었다.
아니, 그리고 정말 그가 마왕이라면 자신이 마기를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가 마왕이라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었다.
[으아아아아!! 오강우 이 개 쓰레기 새끼!! 나와!!!]“…….”
발작하듯 소리 지르는 사탄의 외침.
그 목소리에 담긴 처절한 분노와 억울함이 생생히 전해졌다.
라파엘의 눈동자가 떨렸다.
‘만약 그것이 모두 연기였다면?’
짜고 치는 자작극이었다면?
라파엘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사탄을 향해 쏟아내는 공세에 점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느껴졌다.
‘빛이여.’
라파엘은 복잡한 눈빛으로 발작을 일으키는 사탄을 노려보았다.
‘답을 알려주소서.’
어둠에 내려앉은 진실은 너무도 어두웠다.
보이지 않았다.
* * *
“천사들도 잘해주고 있구만.”
강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천사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최선두에 나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악마를 상대하고 있었다.
천사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이상, 이번 전쟁에서 가디언즈의 전력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은 반길만한 소식이었다.
‘레벨 업도 쭉쭉 되고 있는 것 같고.’
플레이어들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경험치를 통한 레벨 업은 지금 이 처절한 전쟁 속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음?”
그때, 강우의 눈에 라파엘의 모습이 보였다.
사탄을 몰아붙이고 있던 그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지친 건 아닌 것 같은데.’
라파엘의 날개에서 뿜어지는 빛은 아직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쯧.”
강우는 혀를 찼다.
“악마의 말에 현혹되고 있는 건가.”
사탄은 간악한 존재다.
그는 끝없이 거짓을 입에 담으며 진실을 감추려 하고 있었다.
“한심한 놈.”
대천사라는 자가 어찌 악마의 혓바닥에 저리 흔들린단 말인가.
‘어쩔 수 없군.’
영웅신의 사도로서 어찌 빛이 흔들리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모든 진실을.’
지금 이곳에서 낱낱이 밝히리라.
강우는 통신용 수정 구슬을 들어올렸다.
* * *
“사탄.”
라파엘은 창을 움켜쥔 채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강우란 자가 마왕이라는 증거는 있나.”
[하아. 하아. 증거? 증거라고?]사탄의 두 눈이 떨렸다.
오강우가 마왕이라는 증거.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그가 품고 있는 마해(魔海)가 그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마왕은 라파엘과 함께 있으면서 마해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았다.
마기를 완벽히 숨길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단 의미.
그렇다면 마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증거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제기랄.’
사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계획’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마왕을 이 자리에 끌어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는 품속에 있는 ‘근원의 파편’을 움켜쥐었다.
‘아.’
그때,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무너진 잔해 아래서 형광봉을 휘두르며 그를 조롱하는 마왕의 모습.
[놈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를 봐라! 너와 내가 싸우는 것을 지켜보며 조롱을….]사탄은 손을 들어 마왕이 있던 장소를 가리켰다.
가면 너머의 눈동자가 떨렸다.
[어?]이 새끼 어디 있어.
그가 가리킨 곳에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붉은 핏자국만 남았을 뿐.
-쿠웅!
그때, 폭음이 터져 나왔다.
저벅, 저벅.
잔해 속에서 어둠에 물든 존재가 나타났다.
그 존재를 본 라파엘의 두 눈이 떨렸다.
“루드, 비히.”
전신이 녹색 촉수에 뒤덮인 끔찍한 모습의 루드비히.
그의 양 손에는 천사들의 시체가 잡혀 있었다.
“아아!”
루드비히가 무릎을 꿇었다.
두 팔을 벌려 사탄 쪽을 응시했다.
“위대한 사탄이시여!!”
[엉?]“나의 주인, 나의 왕!”
[아니.]“명령대로 천사들의 피로 대지를 적시고 있나이다!”
[야 이, 씨….]루드비히가 손에 쥔 천사의 시체를 잡아 뜯었다.
천사의 날개가 뜯어지며 깃털이 흩날렸다. 새하얀 피가 대지를 적셨다.
“사, 탄.”
라파엘은 덜덜 몸을 떨었다.
끔찍하게 전락한 루드비히의 모습.
그의 몸에서는 더 이상 한 줌의 성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라파엘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자신의 사도가, 그 충실했던 빛의 아이가 저런 모습이 되었는데 자신은 악마의 속삭임에 흔들리고 있었다.
‘미카엘 님의 말이 옳았습니다.’
악마의 말은 들을 가치가 없다.
라파엘은 손에 쥔 창을 굳건히 움켜쥐었다.
이번엔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하, 하하.]사탄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런, 씨발… 진짜… 하하.]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공허한 웃음을 흘리며 검을 쥐었다.
[그래! 내가 루드비히를 타락시켰다!]붉은 가면 너머로 보이는 노란 눈동자가 촉촉해졌다.
[하하하!!! 그래! 씨발 다 내가 한 짓이라고!! 하하하하하!!!]한 줄기 눈물이 가면 아래로 흘러나왔다.
드디어.
모든 진실이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