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243)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244화
그렇게 겪고도 날 몰라? (1)
[하하하! 그래! 다 내가 한 일이라고!!]사탄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그를 올려다보던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인정했군.’
계속 반복된 거짓도 한계에 다다른 모양.
언제까지 철면피처럼 발뺌하나 했더니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지.’
진실은 꺼지지 않는다.
아무리 사탄이 거짓된 어둠으로 진실을 가리려 해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짓.
그의 조악한 거짓말은 만천하에 탄로 났다.
“사타아아아안!!”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오른 라파엘이 사탄을 향해 돌진했다.
강우는 은신의 권능을 사용한 채 잔해 위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팝콘 하나만 있으면 딱인데 말이야.’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고 했던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경험은 없었지만 어떤 영화를 보더라도 지금 이 장면보다 재밌지는 못하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응?’
고개를 돌렸다.
“루드, 비히….”
가디언즈의 후방부대를 향해 쏟아지던 산사태를 막아낸 후 다시 전장으로 복귀한 김시훈이 보였다.
김시훈은 새하얗게 빛나는 성검을 움켜쥔 채 루드비히의 앞에 섰다.
루드비히의 공허한 시선이 김시훈을 향했다.
“음….”
강우는 고민에 잠겼다.
‘루드비히를 회수할까?’
사실 이번 계획에 있어 루드비히의 사용가치는 끝났다.
그를 전력으로 써먹기 위해서는 도망치라 명령해서 회수하는 게 옳다.
“제길, 제길, 제기라아아알!!”
김시훈의 절규가 들렸다.
그는 처음으로 사귄 자신의 친우가 언데드로 타락한 모습에 절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우는 쯧, 하고 혀를 찼다.
‘여기선 루드비히를 회수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겠군.’
어비스 나이트는 전략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간단하게 테스트 해본 결과 이기어검을 각성한 김시훈과 비슷한 정도의 전력.
‘하지만.’
결국 루드비히는 거기까지다.
아직 앞날이 창창한 김시훈에 비해 언데드가 되어버린 루드비히는 그 이상의 경지로 나아갈 수 없다.
‘시훈이를 계속 몰아붙이는 것도 좋지 않지.’
지금 김시훈은 사탄의 손에 계속해서 ‘당하기만’ 했다.
그의 사악한 계략을 극복하지 못했다.
‘계속 이렇게 된다면.’
아무리 김시훈이라고 해도 부러진다.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헤어나올 수 없는 자괴감에 빠져들어 버리고 만다.
‘그건 곤란하지.’
당근과 채찍의 적절한 밸런스가 중요했다.
사탄의 손에 의해 언데드로 타락한 친구에게 자신의 손으로 안식을 주는 것.
그것은 김시훈에게 있어 일종의 마음에 응어리진 앙금을 풀 수 있는 속죄의 기회가 될 것이다.
‘루드비히는 여기까지군.’
-마스터.
때마침, 발자하크에게 연락이 왔다.
-루드비히에게 도주하라 명령하면 되겠습니까?
“아니. 그냥 싸우게 내버려둬.”
-흐음.
발자하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침음을 흘렸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되도록 상처를 입히지 않는 선에서 교전하라고 명령해 두겠습니다.
“그것도 필요 없어. 전력으로 싸우게 해.”
-…괜찮으시겠습니까?
걱정스럽다는 목소리.
강우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현 상황만 놓고 보면 김시훈이 불리하다.
둘의 전력은 비등비등했지만 김시훈은 방금 전까지 쏟아지는 산사태를 검 한 자루로 막아내고 온 직후.
탈진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이 용한 몸 상태였다.
‘하지만.’
강우는 피식 웃었다.
‘김시훈은 이긴다.’
논리는 없다.
직감에 기댄 얄팍한 예측.
신뢰라고 해도 좋으리라.
‘그런 놈이니까.’
단순히 재능이 뛰어나기 때문은 아니다.
그에게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굳건한 의지가 있다.
‘내 힘을 끌어다가 쓸 정도로 막무가내인 놈이니까.’
이겨낼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훈이한테는 신경 꺼도 괜찮아.”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전….
“전면에 나서지 말고 언데드를 부려서 천사의 시체만 회수해.”
지금 전쟁은 천사가 참여해 있다.
발자하크는 되도록 나서지 않는 게 좋다.
-왕의 뜻대로.
통신이 끊어졌다.
강우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하늘에는 사탄과 라파엘이 격돌하며 울려 퍼지는 굉음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언제까지 싸우는 거야.”
슬슬 기다리는 것도 지겨워지고 있었다.
‘껴들어?’
직접 나서서 사탄을 협공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콰과과과과과과과!!!
“응?”
거센 격류가 몰아치는 듯한 소리.
강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건….’
주먹 크기의 검은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는 사탄.
그 검은 물체를 중심으로 거대한 마기의 격류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뭐야 저건.’
강우의 표정이 굳었다.
마정은 아니다.
단순한 마기의 결정이라고 보기엔 지나칠 정도로 ‘이질적’이다.
‘뭐지.’
가늘게 눈을 떴다.
두근, 두근.
심장이 뛰었다. 입술이 바짝 마르고 목에 강렬한 갈증이 일었다.
‘왜, 익숙한 느낌이 들지?’
휘몰아치는 어둠.
분명 본적 없는 것이다. 구천지옥에서도, 지구에 돌아온 이후에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왠지.
‘난, 저걸 알고 있어.’
머리가 아파왔다.
만마전의 마기가 요동쳤다.
강우는 눈을 감았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날뛰는 마기를 제어했다.
‘침착해.’
이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 끈을 놓아버리는 순간, 날뛰는 마기에 잡아먹혀 죽는다.
강우는 가슴을 움켜쥔 채 깊게 심호흡했다.
휘몰아치는 어둠을 응시했다.
“크윽! 이건 대체?!”
당황한 것은 라파엘 또한 마찬가지.
그는 사탄이 꺼내든 검은 어둠에서 오싹한 공포를 느꼈다.
‘저건.’
두 눈을 부릅떴다.
‘왜 저것이 이곳에….’
몸이 떨렸다.
아득한 신화의 시절.
신과 거인의 세계.
천신 세라핌과 가이아, 천룡 태무극이 세 개로 쪼개어 봉인했다는 ‘태초의 어둠’.
모든 마(魔)의 근원.
그 어둠의 파편이 사탄의 손아귀에 꿈틀거리고 있었다.
“사, 탄 네놈….”
라파엘의 표정이 창백히 질렸다.
사탄은 어둠을 움켜쥔 채, 검은 피를 토했다.
[크윽, 크아, 윽.]휘몰아치는 마기.
그 미칠 듯한 힘을 사탄은 견디지 못했다.
[제길! 제기랄!]거친 욕설이 흘러나왔다.
원래 이런 방식으로 쓸 계획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왕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상, 눈앞의 라파엘이라도 당장 처치해야 했다.
‘시간이 없다.’
마의 근원에 담긴 힘을 다룰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수십 초.
그 안에 결판을 내야 했다.
‘우선 라파엘을 처리한다.’
그 뒤에는….
사탄의 입에서 검은 피가 쏟아졌다.
붉은 악마 가면이 검게 물들었다.
사실 처음 계획대로라면 여기서 마왕과 라파엘, 둘을 동시에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계획이 틀어졌다.
마왕은 직접 모습을 보이지 않고 뒤에 떨어져 그를 조롱하고 있었다.
이미 실패한 계획.
‘아직 끝이 아니다.’
사탄의 눈이 빛났다.
그도 마왕이 어떤 미친놈인지 잘 알고 있다.
최악의 최악을 상정했다.
마의 근원을 사용해도 마왕을 죽이지 못했을 때 정도는 생각해 뒀다.
‘그곳에 마왕을 불러들일 수만 있다면.’
자신의 승리.
사탄은 날뛰는 마기를 몸에 받아들이며 ‘분노’를 들어올렸다.
칠흑의 검신을 타고 무시무시한 마기의 소용돌이가 만들어졌다.
[죽어라, 라파엘.]“대체 어디서 그 끔찍한 악을 일깨운 것이냐!!”
라파엘이 일갈했다.
찬란히 빛나는 여덟 장의 날개. 빛이 모여 만들어진 성스러운 창이 사탄을 노렸다.
-쿠우우우웅!
악몽 같은 굉음이 하늘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 굉음이 강우의 생각에 잠긴 정신을 일깨웠다.
“저게 사탄이 숨겨둔 수, 인가.”
강우는 알 수 없는 어둠에 휘감긴 사탄을 바라보며 가늘게 눈을 떴다.
사탄이 머저리가 아닌 이상 숨겨둔 수는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라파엘을 먼저 보낸 거고.’
강우는 날카로운 눈으로 사탄을 살폈다.
예상했던 대로, 사탄은 꽁꽁 숨기고 있었던 카드를 꺼내들었다.
‘저게… 마기가 없는 지구에서 대공들이 힘을 되찾을 수 있었던 이유인가.’
솔직히 말해서, 꽤나 놀랐다.
그들이 숨기고 있는 것이 있을 것은 예상했다.
메마른 땅에서 싹이 트지 않듯, 마기가 없는 지구에서 악마교가 이 정도로 활성화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휘몰아치는 어둠을 몸에 두른 채 라파엘을 압도하는 사탄의 모습.
만약 정면에서 그와 싸웠다면 만마전을 개방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뭐, 저놈도 멀쩡해 보이지는 않지만.”
라파엘과 싸우면서 연신 피를 쏟아내는 사탄.
아마 대공조차 다루지 못할 힘이 저 어둠에 담겨 있는 것이 분명했다.
‘과연.’
갈증이 솟는다.
침이 고인다.
쿵쿵.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몸이 뜨겁다.
‘어떨까.’
저것을 먹는다면.
“후우.”
강우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끓어오르는 욕망을 가라앉혔다.
-콰득!
“커흑, 억!”
무언가 박살나는 소리.
바짝 타들어가는 입술에 침을 묻히며 고개를 들었다.
‘결판이 났나.’
칠흑의 검에 꿰뚫린 라파엘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강우는 가늘게 눈을 떴다.
‘죽었나?’
새하얀 피를 쏟아내고 있는 라파엘의 모습.
그를 지그시 지켜보던 강우는 쯧, 하고 혀를 찼다.
‘살았군.’
조금씩이지만 라파엘의 날개가 펄럭이는 것이 보였다,
치명상에 가까운 상처였지만 죽지는 않았다.
강우는 사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허억! 허억! 쿨럭!]계속해서 검을 피를 토해내는 사탄.
라파엘의 급소를 노리던 그의 검이 순간적으로 엇나가 다른 곳을 꿰뚫었다.
사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더 이상은 불가능하다.’
라파엘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더 이상 근원의 힘을 이용하는 것은 위험했다.
[크윽.]사탄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잔해 위에 앉아 있는 마왕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권능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지만, 지금이라면 어렵지 않게 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왕.’
사탄의 눈이 이글거렸다.
마지막 도박 수.
최악의 최악을 가정했을 때의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크그그그그그!
휘몰아치는 어둠이 검은 균열을 만들었다.
“아악!”
“도, 도망쳐!!”
어둠에 빨려 들어가는 악마와 플레이어들의 비명소리.
마치 소형 블랙홀이 나타난 듯한 모습이었다.
사탄은 그 검은 균열 안으로 몸을 던졌다.
“…하.”
강우는 사탄이 사라진 검은 균열을 올려다보았다. 헛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나오시겠다.”
자신을 끝내버리고 싶다면, 균열 안으로 몸을 던지라는 메시지.
강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검은 균열을 응시했다.
“너무 대놓고 함정인데.”
이쪽을 힐끔거리던 사탄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귀여운 새끼.’
연기 한 번 더럽게 못한다.
“자, 그럼.”
강우는 생각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적이 대놓고 파놓은 함정.
‘굳이 어울려 줄 이유가 없지.’
뭐가 좋다고 함정일 것이 뻔한 저 안으로 들어가겠는가.
‘일단 사탄은 나중에 더 이용해 먹….’
생각이 끊어졌다.
강우는 가슴을 움켜쥔 채, 활처럼 몸을 굽혔다.
“아, 으아.”
두 눈이 부릅떠졌다.
미칠 듯한,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강렬한 욕망이 전신에 퍼졌다.
“씨, 발. 뭐야, 이거.”
덜덜 몸이 떨렸다.
끔찍한 갈증이 목을 자극했다.
-먹어라.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씹어 삼켜라.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
이성의 끈이 순식간에 흐려졌다.
“이런, 씨, 바.”
강우는 몸을 웅크렸다. 땅에 손을 박아 넣고 대지를 움켜쥐었다.
“개, 같은. 흑염, 룡도, 아니고 시바. 뭔데, 이게.”
악몽과도 같은 충동.
봉인된 흑염룡이 날뛰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강우는 날뛰는 마기를 필사적으로 제어했다.
‘제기랄.’
마치 꼭두각시가 된 것처럼 두 다리가 움직였다.
균열을 향해 천천히 몸이 나아갔다.
강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못 벗어나.’
직감적으로, 지금 충동이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씨발.”
거친 욕설을 흘렸다.
강우는 더 이상 충동을 거스르지 않았다.
‘어차피 거부할 수 없다면.’
적어도 자신의 두 발로 들어가리라.
등을 떠미는 충동을 무시하며 튕겨지듯 균열 안으로 뛰어들었다.
-띠링.
[‘태초의 어둠’의 악몽으로 진입합니다.]푸른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신성’이 시스템에 강제로 개입합니다.] [레벨이 1로 조정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1로 조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