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261)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262화
미쳐 돌아가는 상황 (2)
-퍼억!
“커헉!”
김시훈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바닥을 굴러, 벽에 부딪혔다.
“기, 김시훈 수호자님!!”
눈이 보이지 않지만 들려오는 소리만으로 대충 상황을 짐작한 가이아가 다급히 외쳤다.
“무, 무슨….”
강우의 공격을 받고 튕겨져 날아가는 김시훈의 모습.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태에 경악한 표정으로 몸을 떨었다.
“형님…?”
보는 사람들이 그 정도인데 직접 맞고 날아간 사람은 얼마나 경악에 빠졌겠는가.
김시훈은 창백하게 질린 채 덜덜 떨리는 눈빛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뺨이 얼얼했다. 아니, 얼얼한 정도를 넘어섰다.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지 않았다면 광대뼈가 함몰했을 정도로 ‘살의’가 담긴 공격.
“왜, 왜 그러십니까, 형님!!”
“…….”
김시훈이 절규했다.
강우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깊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아무런 감정의 편린조차 느껴지지 않는 무기질적인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역시 본색을 드러냈군!”
샤르기엘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외쳤다.
자신의 예상이 적중했다는 듯한 표정.
그는 손에 쥔 검에 힘을 더했다. 여섯 장의 날개를 펄럭이며, 강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멈춰, 이 자식아!!”
차연주가 다급히 쇠사슬을 뿌렸다.
하지만 라파엘군의 2인자인 샤르기엘의 힘을 막는 것은 역부족.
그녀의 몸이 쇠사슬에 딸려 질질 끌려갔다.
“크읏!!”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네놈까지…!”
샤르기엘의 앞을 김시훈이 막아섰다.
차연주의 힘만으로 샤르기엘을 막기는 역부족이었지만 김시훈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샤르기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저 악마에게 공격을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린 거냐!”
“…….”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김시훈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부정할 말도, 변명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김시훈의 두 눈이 커졌다.
그는 자신의 손에 쥔 새하얀 검의 이름을 떠올렸다. 정확히는, 그 검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지니고 있었던 자신의 친구를 떠올렸다.
“혀, 형님은 조종당하고 있는 겁니다!”
“뭐라고?”
샤르기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루드비히가 그랬던 것처럼! 형님도 악마의 손에 조종당하고 있는 거라고요!!”
“…….”
침묵이 흘렀다.
샤르기엘은 코웃음 쳤다.
“네놈은 예언의 악마를 조종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나?”
“그러니까 형님은 예언의 악마가 아니….”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샤르기엘이 일갈했다.
그는 주먹을 움켜쥔 채, 몸을 떨었다.
씹어뱉듯이 외쳤다.
“그래서 루드비히를 결국에 어떻게 했지?! 사탄의 손에 타락한, 그 성자를 너는 어떻게 했지?!”
“…….”
“네 손으로! 직접! 루드비히를 죽이지 않았나!!!”
김시훈의 표정이 창백히 질렸다.
그랬다.
지금 강우가 조종당했다는 것으론, 그를 구할 수 없다.
상황을 뒤집을 수 없다.
그가 조종당했다면.
루드비히처럼 타락했다면.
결국.
그를 죽여야 한다.
“…형님.”
“…….”
이번에도 강우는 답하지 않았다.
김시훈은 절박한 목소리로 외쳤다.
조종당하고 있다는 것은 상황을 바꾸지 못한다.
다른 이유를, 다른 해답을 찾아야 한다.
“무슨 말이라도 해주십쇼, 형님!! 전 무슨 일이 있더라도 형님의 편입니다!”
“…….”
강우가 천천히 팔을 들어올렸다.
철컥. 그의 손등에서 검은 칼날이 빠져나왔다.
강우가 즐겨 쓰는 무기.
김시훈의 얼굴에 절망이 맴돌았다.
“형….”
까아아앙!!
강우가 돌진한다. 손등에서 뻗은 칼날로, 망설임 없이 김시훈의 목을 노린다.
김시훈은 성검을 들어올렸다.
일초를 수십 개로 쪼갠 사이, 무수한 검격이 서로를 오간다.
목을 내려치는 검은 칼날을 튕겨내고, 그대로 팔을 당겨 왼쪽 어깨로 이어지는 공격을 막아낸다.
몸을 낮춘 채 한쪽 발을 뒤로 뺐다. 대검을 넓게 베어 거리를 벌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강우의 몸이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아니, 정확히는 ‘허공을 밟으며’ 질주한다.
김시훈은 가볍게 발을 굴렀다. 이기어검의 묘리에 따라 주변에 널브러진 무기들이 떠오른다.
무기를 밟고, 날아오른다.
평면적으로 이뤄지던 전투가 3차원의 선상으로 확장된다.
-꺄가가가가가강!!!
요란한 쇳소리.
폭죽이 터지듯 불꽃이 튄다.
한쪽에서는 일방적인 공격이, 다른 쪽에서는 일방적인 방어가 이뤄진다.
“크윽!”
그 불합리한 전투의 결과는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일방적으로 방어만 해서는, 결코 이기지 못한다.
김시훈의 몸이 뒤로 밀린다.
날카로운 살초가 그의 급소를 노린다.
아슬아슬하게, 종이 한 장 차이로 공격을 피해낸다. 검압에 찢겨나간 피부에서 피가 튀었다.
“야 이 미친놈아! 그만해!”
차연주가 참전한다. 붉은 쇠사슬이 그물처럼 그를 압박한다.
강우는 몸을 반 바퀴 돌리며 풍차처럼 팔을 돌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쇠사슬이 잘려나갔다.
“자네 대체 왜 그러는가!”
천무진 또한 폭주하는 강우를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
-쿠웅!
월드 랭커급 플레이어가 둘이나 달려들었지만 역부족.
강우의 발을 아주 잠시 멈추게 만든 것에 불과했다.
“형, 제발 그만… 그만해!!”
김시훈이 절규했다.
샤르기엘이 자신의 부하들에게 손짓을 보냈다.
“저 악마를 죽여라!”
“아…!”
김시훈이 다급히 몸을 돌렸다.
강우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던 중이라 샤르기엘을 막지 못했다.
“아, 안 돼!”
다급히 손을 뻗었다.
샤르기엘의 부하들이 강우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가 공포에 질린 이유는.
오히려 그 반대.
“죽어랏!!”
“예언의 악마를 죽여!”
“악의 물든 자에게, 빛의 심판을!”
천사들이 강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강우는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는 시선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을 들었다.
그리고.
-촤아아악!!
“커헉!!!”
“아, 안 돼에에에에에에!!!”
김시훈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강우에게 달려들던 천사들의 몸이 순식간에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새하얀 피가 사방에 튀였다.
조각난 내장이 바닥을 적셨다.
“아, 아아….”
김시훈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제는 늦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강우는 그의 손으로 직접, 천사를 죽여 버리고 말았다.
신뢰관계가 모조리 무너졌다.
이젠,
이 순간 이후로는,
모든 천사는 적이 됐다.
“야, 이 미친새끼야아아아아!!!”
차연주가 발을 박찼다.
붉은 단발이 휘날렸다. 그녀는 왼손을 뒤로 뻗었다.
-차르르르르!!
붉은 쇠사슬이 뭉쳤다. 부딪히고, 얽혔다.
“크읏….”
한계 이상까지 끌어 올린 마력에 그녀의 입에서 한 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거대한 압박이 전신을 짓눌렀다.
순간, 그녀의 눈빛에 슬픔이 맴돌았다.
‘설마 여기서.’
이런 곳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강우에게.
계속 숨겨두고 있던 카드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홍련(紅蓮) 1식.”
차르르르르!
붉은 쇠사슬이 왼팔에 휘감겼다.
그녀가 월드 랭커 반열에 올랐을 때, 10차 각성으로 개방 된 ‘붉은 꽃’ 특성.
그 힘을 왼팔에 집중시킨다.
“아, 으아.”
왼팔을 타고 올라오는 끔찍한 고통에 신음이 흘러나왔다.
차연주는 입술을 깨물었다.
붉은 꽃 특성을 각성한지 1년 가까이가 지났지만 아직 이 힘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대로 다루지도 못할뿐더러, 부담이 너무 컸다.
‘언젠가.’
차연주가 강우를 바라보았다.
너무도 아득한,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그.
‘이걸 완성해서.’
놀랍다는, 대단하다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이제 처음 만났을 때처럼 누나만 믿으라고 으스대고 싶었는데.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건데.
남몰래 연습해오고 있던 건데.
차연주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정신 차리라고 이 개자식아아아아아!!!!”
붉은 쇠사슬에 휘감긴 왼팔을 내질렀다.
뭉쳐있던 쇠사슬이, 꽃이 피어나듯 산개했다.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쇠사슬의 포탄이 강우를 덮쳤다.
그리고.
-파앙.
콰드드드드득!
“어…?”
가벼운 손짓 한 번.
그녀가 1년 동안 고이 숨겨오던, 남 몰래 연습해오던 비장의 카드가 허망하게 찢어발겨졌다.
차연주의 눈이 커졌다.
강우가 손을 뻗었다.
“커헉!!”
차연주의 목이 그의 손에 붙잡혔다.
괴로운 듯 몸을 비틀며, 다리를 바동거렸다.
“오, 강우….”
차연주는 슬픔에 잠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소란스런 PC방, 처음 그를 만났을 때부터의 기억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처음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뭐 이런 놈이 있나 싶었다.
그 다음엔 전율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토록 빠르게 강해지다니.
그 가능성을 이용하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리고.
-너는 잘해나가고 있어.
끔찍한 자괴감에 짓눌리고 있을 때,
그가 말했다.
잘 해나가고 있다고.
-걱정하지 마, 내가 도와줄 테니까.
도와주겠다고.
‘그리고….’
실제로 그는 약속을 지켰다.
악마교에게 복수하겠다는 그녀의 바람을 이뤄줬다.
강우가 아니었다면 그 누가 전 세계적으로 뻗어있는 악마교를 와해시킬 수 있단 말인가.
“정신, 차려… 쿨럭!”
강우의 손에 목이 붙잡힌 채, 차연주는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1년을 고생했던 기술이 허망하게 박살 났다는 것보다, 지금 다른 누구도 아닌 강우가 자신의 목을 틀어쥐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
강우는 답하지 않았다.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빛으로,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의 끝에는 김시훈이 있었다.
“형….”
미쳐 돌아가는 상황.
김시훈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형 말해 봐, 제발….”
고개를 떨궜다.
“무슨 말이라도 해줘….”
투명한 눈물이 턱에 고였다.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제발… 형.”
애잔하게 흘러나오는 김시훈의 목소리.
가늘게 떨리는 손을 그를 향해 뻗었다.
그리고.
“쿨럭! 쿨럭! 쿨럭!”
강우가 손에 쥔 차연주를 바닥에 집어던졌다.
그는 차연주의 목을 쥐었던 손으로 입을 가렸다.
“크흡.”
손가락 사이로, 숨길 수 없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푸흡, 푸하하하하하하하하!!!!”
광기에 찬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김시훈은 덜덜 떨리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았던 강우의 눈에, ‘희열’이 차올랐다.
“하하하하하하!! 아, 참으려고 애썼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잖아!!”
“강우, 형…?”
김시훈은 갑작스러운 그의 광소에 혼란스런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강우가 그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주 멋져. 환상적이야. 어떻게 필멸을 살아가는 하찮은 벌레들이 이토록 아름답게 타오를 수가 있을까? 아, 필멸을 살아가기 때문인가?”
“혀, 형… 그게 무슨 소리야…?”
강우는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끅끅끅.
억눌린 웃음이 흘러나왔다.
“강우라….”
그는 참지 못하고 다시 한 번 광소를 터트렸다.
“넌.”
강우는 고개를 기울였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내가 아직도 오강우로 보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