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266)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267화
썩 괜찮은 인생이었어 (1)
“뭐, 라고?”
“사, 사탄이 가장 약하다고?”
김시훈과 차연주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라키엘을 바라보았다.
사탄.
그자에게 얼마나 강력한 악마인지는 이제까지 줄곧 당해온 가디언즈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한 시대를 주름잡을 수도 있던 영웅들이 사탄의 손에 허망하게 죽어나갔다.
아니, 앞서 그가 해왔던 악행들을 제외하더라도,
사탄은 다른 누구도 아닌 라파엘과 싸워 이겼다.
심지어 라파엘은 아직 그 상처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굳이 사탄이 얼마나 강력한 악마인지 생각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그는 자신의 힘을 만천하에 증명했다.
그런데.
“자, 잠깐! 뭐, 뭐 잘못된 거 아냐?!”
차연주가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외쳤다.
사탄이 이렇게 허망하게 죽었다니, 예언의 악마를 섬기는 권속 중 가장 약했다니,
순순히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어차피 그놈도 가면 쓰고 다녀서 얼굴을 모르잖아! 다시 한 번 봐봐!”
차연주는 초조한 목소리로 김시훈에게 외쳤다.
“…….”
김시훈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말대로 사탄의 얼굴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딱히 특이한 점은 없었다.
가면을 왜 썼는지 의아할 정도로 전형적인 악마의 얼굴이다.
하지만.
“사탄이, 맞습니다.”
단순한 직감이 아니었다.
이전, 사탄은 자신을 악마로 타락시켜 조종하기 위해 ‘씨앗’을 심었다.
그때 느꼈던 마기의 감각과 완전히 일치한다.
“…….”
침묵이 내려앉았다.
라키엘은 느긋이 팔짱을 낀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
“자, 이제 내 말을 좀 믿을 수 있겠나?”
“형님은… 어디에 있지.”
김시훈은 라키엘이 던진 사탄의 머리를 쓰레기처럼 바닥에 버렸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사천왕이니, 사탄이니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어차피 예언의 악마가 이곳에 있으리라 예상하고 온 것이 아닌가.
강대한 적이 나타났다고 해서 이곳에 온 목적을 잊을 순 없었다.
“형님이라면 이놈 말이냐?”
라키엘은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장막처럼 내려앉은 어둠이 걷히며 십자가에 묶인 강우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 으….”
“혀, 형님!!”
“허업….”
드러난 강우의 모습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그때 이후 계속 고문을 받았는지 몸 전체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가, 강우 씨!!!”
이성을 잃은 한설아가 강우를 향해 달려갔다.
김시훈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거 놔요!”
“진정, 하세요.”
“어서 놓으라고요!! 가, 강우 씨가… 강우 씨가…!”
한설아는 펑펑 눈물을 쏟으며 소리쳤다.
김시훈은 입술을 짓이기며 그녀의 몸을 뒤로 당겼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자신도 한설아처럼 강우를 향해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참아.’
김시훈의 눈에 섬뜩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여기서 참지 못하고 달려들게 되면, 그 결과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영영 강우를 잃게 되리라.
“시훈, 아.”
“형….”
김시훈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너덜너덜해진 강우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김시훈은 호흡을 고르며 천천히 눈을 떴다.
과연 이것을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강우의 몸에 언데드의 징후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사이한 마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
그를 구할 수 있다.
루드비히처럼 손쓰기 늦은 상황이 아니다.
김시훈은 손에 쥔 성검을 굳게 움켜쥐었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이곳을 바라보는 라키엘의 모습이 보였다.
갈등이 서렸다.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답이 궁해졌다.
그 강대했던 사탄조차 나약하다고 조롱하는 악마다.
이길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으응? 놀랍군. 이성을 잃고 달려들 거라 예상했는데 말이지.”
“…….”
“아니면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소중한 형은 아니었나 보지?”
라키엘이 폭소를 터트리며 조롱했다.
무시했다.
김시훈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검을 들어올렸다.
‘설사 제로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검을 들지 않을 이유는 없다.
강우와 함께 해왔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그에게 구원받기만 했던 경험.
이제는 그때의 은혜를 갚을 차례였다.
‘지금 날 보면….’
또 멱살을 잡고 욕하시려나.
김시훈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작전대로 가겠습니다.”
“…….”
“꿀꺽.”
나지막한 김시훈의 말에 플레이어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무기를 쥐었다.
이번 구출 작전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강우를 구하는 것.
라키엘과 싸워 이길 필요는 없었다.
“그럼.”
김시훈은 몸을 낮췄다.
-콰아앙!!
궁신탄영(弓身彈影).
팽팽하게 당겨진 활이 쏘아진 것처럼 그의 몸이 라키엘을 향해 쇄도했다.
* * *
‘좋아.’
강우는 달려드는 김시훈의 공격을 막으며 씨익 웃었다.
주변 플레이어들의 시선을 살폈다.
‘성공 했어.’
천사들이 구조 작전에 참여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상관없다.
이 정도로 많은 플레이어들이 목격자라면 아무리 그들이 강우를 의심한다고 해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예언의 악마의 정체는 미궁에 빠졌고.
활동하기 편한 라키엘이라는 카드를 만들었으며.
빛의 용사 오강우는 모든 혐의를 벗었다.
이런 상황만 아니라면 만세삼창이라도 하고 싶을 만큼 완벽한 성공이었다.
‘이제 남은 건.’
지금 이 개 같은 상황을 깔끔하게 마무리만 해주면 된다.
‘갑자기 이게 뭔 일 이래냐.’
맥주 한 캔 마시며 김시훈이 칼기아와 싸우는 걸 구경이나 할까 하던 것이 잠깐의 실수로 여기까지 와버렸다.
‘그래도 뭐, 결과적으로는 좋았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
위기가 닥치긴 했지만 결과만 놓고 생각했을 때 사탄을 대신할만한 카드를 하나 손에 넣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나저나.’
강우는 성난 황소처럼 달려든 김시훈의 공격을 막으며 헛웃음을 흘렸다.
‘얘는 진짜 괴물이네.’
막고 있는 중간중간 자신의 몸에 늘어나는 상처를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던전의 난이도는 김시훈을 기준으로 측정했다.
가디언즈의 전력 중에 강우 자신을 제외하면 김시훈이 압도적이니 당연한 일.
아무리 예상보다 인원이 많았고 막무가내로 돌격했다고는 하지만 최소 3일 정도가 걸릴 거라 예상했던 던전 공략이 고작 8시간으로 단축된 것은 김시훈이라는 변수가 가장 컸다.
‘뭐지, 대체.’
강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김시훈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 쯤 지나면 단순히 주인공 캐릭터라며 웃어넘기기도 힘든 수준이었다.
지금 김시훈은 대공과도 싸울 수 있었다. 아니, 마몬이나 벨페고르처럼 순위가 낮은 대공이면 이길 것이다.
‘어떻게.’
3년.
김시훈이 플레이어로 각성한 것은 고작 3년이다.
3년 만에 대공을 넘어선 것이다.
강우는 대공을 상대하기 위해서 구천 년이 넘는 시간을 지옥에서 굴렀다.
물론 중간에 강우가 도와주기도, 태생적으로 뛰어난 재능과 무신 천태황의 영혼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건 경이로운 것을 넘어서 엽기적인 성장속도다.
-카앙! 캉! 카아앙!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새하얀 빛을 쏟아내는 성검이 어둑한 공간을 환하게 비췄다.
“후우, 후우!”
김시훈은 거친 숨을 토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강렬한 반탄력이 전신을 흔들었다.
“기껏 개고생하면서 왔는데, 둘만 흔들어대지 말라고!”
차연주가 걸쭉한 말을 하며 참전했다.
차연주에 이어 천무진, 장현재, 박화연, 구현모 등.
기본적으로 다 랭커 이상은 찍은 플레이어들이 라키엘을 포위했다.
사방에서 공격을 쏟아졌다.
강렬한 에너지의 충돌에 던전 전체가 뒤흔들렸다.
-쿠궁!!
폭풍과도 같은 굉음이 몰아쳤다.
랭커급 플레이어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도 고작 생채기가 새겨질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생채기란 것도 온몸에 누적되기 시작하만 큰 상처가 되는 법이다.
“이거라면…!”
생각보다 공세를 취하지 않고 방어만 하는 라키엘의 모습에 플레이어들의 눈에 희망이 타올랐다.
“형을, 내 놔…!”
김시훈이 튕기듯 바닥을 찼다. 공중으로 떠오른 상태에서, 양손을 높게 들었다.
손에 쥐어진 성검에서 빛의 기둥이 뿜어져 나왔다.
세상 모든 것을 갈라 버릴 것 같은, 찬란한 빛.
“하하하하하!! 좋군, 아주 좋아!!”
라키엘이 광기에 찬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의 입가가 비틀어 올라갔다.
라키엘은 낄낄 웃음을 터트리며 양팔을 펼쳤다.
그에 맞춰 타락한 천사의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아직 부족해.”
몸을 웅크렸다. 열 장에 달하는 검은 날개의 깃털 사이사이에서 파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싹할 정도로 짙은 마기가 라키엘의 몸에서 끓어올랐다.
“위험…!”
김시훈은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다급히 소리쳤다.
하지만.
“암전(暗電).”
-파지지지직!!
“커헉!”
“꺄아아악!”
비명이 울려 퍼졌다.
라키엘의 검은 날개가 활짝 펼쳐지며 검은 뇌전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수십, 수백 줄기의 뇌전이 바닥을 타고 플레이어들을 휩쓸었다.
땡그랑. 검은 뇌전에 맞은 플레이어가 무기를 놓치며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눈을 뒤집어 깐 채 입에선 거품이 흘러나왔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플레이어 중 반절 가까이가 전투 능력을 상실하고 쓰러졌다.
“쯧쯧,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 하찮은 벌레들에 불과한가.”
라키엘은 한심스럽다는 듯 혀를 찼다.
“닥, 쳐…!”
김시훈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검은 뇌전을 정면에서 받아낸 탓일까, 전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슬슬 끝내야겠군.’
라키엘은 때가 됐다고 생각했는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그분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인간이야.”
“그분…?”
“크큭, 전에 직접 보지 않았나?”
김시훈의 표정이 굳었다.
검은 점액질로 이루어진,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어둠이 떠올랐다.
라키엘은 비틀거리는 김시훈의 몸을 거칠게 걷어찼다.
“커, 헉!”
“하지만 아직 예언의 때가 아니야.”
“예언의, 때?”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렸다.
그가 말한 ‘예언의 때’라는 단어에 주변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사실은 나도 잘 몰라.’
그냥 되는 대로 씨불였을 뿐이다.
‘뭐, 대충 의미심장한 말 한두 마디 던지면서 돌아가면 되겠지.’
원래 사천왕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는가.
라키엘은 검은 날개를 활짝 펼쳤다.
양 팔을 높게 들어올렸다.
“발버둥 쳐라, 인간들이여! 그리고 절망하라!”
‘마무리 멘트 지리고요.’
“머지않아 종말이 다가올 것이니!”
‘그래, 바로 이거야!’
“예언의 때는 머지않았….”
-파아아아앗!!!
한 창 마무리 멘트를 치고 있을 때.
갑작스러운 빛이 터져 나왔다.
‘엥?’
뭐야 또 이건.
강우는 김시훈이 또 각성한 건가 싶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바닥에 쓰러져 켁켁 대는 김시훈에게서는 아무런 빛이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다.
“강우, 씨를… 감히 강우 씨를…!”
‘임자?’
시선을 옮긴 곳에는 한설아가 충혈 된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눈부신 빛이 던전 내부에 휘몰아쳤다.
새하얀 날개가, 무려 열 두 장에 달하는 날개가 그녀의 등 뒤에서 뻗어 나왔다.
-치이이이익!!
‘무슨 씨….’
강우는 두 눈을 부릅떴다.
아직은 그 형체를 거의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희미한 날개였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무심코 숨이 막힐 정도.
사방팔방 쏟아지는 빛에 몸이 연기를 피어 올리며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이건….”
김시훈이 몸을 일으켰다.
마치 예전 강우의 피를 삼켰을 때처럼 라키엘에게 입었던 상처들이 모조리 치유되고 있었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한설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입술을 짓이기며 성검을 들어올렸다.
“크으으으으!”
강우는 전신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몸을 비틀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런 그의 뒤에서, 공중에 떠오른 무기를 박차고 날아오른 김시훈이 되돌려 차기를 날렸다.
-뻐억!
푸른 강기가 넘실거리는 김시훈의 발이 정확히 머리통을 후려쳤다.
“억, X발!”
라키엘의 몸이 앞으로 굴렀다.
뒤통수를 움켜쥐며 고개를 돌렸다.
‘이런 씨바, 존나 아프잖아!’
무심코 욕이 터져 나왔다.
방금 비명은 연기도 뭐도 아니었다.
반사적으로 철벽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머리통이 터지지는 않아도 두개골이 금갈 정도의 상처는 됐을 것이다.
“지금 입니다!”
김시훈이 외치자 차연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새하얀 수정을 꺼냈다.
그녀만이 아니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플레이어들도 하나 둘 새하얀 수정을 꺼내들었다.
가디언즈에게 지급되는, ‘수호의 전당’으로 향하는 게이트를 활성화시키는 수정.
수십여 개의 수정이 빛을 발했다. 그물처럼 빛이 공중에서 얽혀들었다.
“빨리 형님을!”
“알았어!”
차연주가 붉은 쇠사슬을 뻗었다. 십자가에 묶인 강우의 몸이 쇠사슬에 묶여 차연주의 품에 들어왔다.
“퇴각합니다!”
김시훈이 다급히 외쳤다.
한설아에게서 터져 나온 빛으로 상처가 모조리 회복된 플레이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수호의 전당으로 향하는 게이트에 몸을 던졌다.
“…….”
김시훈은 빛을 뿜어낸 직후 기절한 한설아를 안아들었다.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라키엘을 돌아보았다.
“예언의 때가 뭔지, 그 슬라임 새끼가 나한테 무슨 관심을 보이지는 모르겠지만.”
“…….”
“너만큼은”
강렬한 살기가 김시훈의 눈빛에 서렸다.
“반드시 그 닭 날개 하나하나 뽑아서 아가리에 쳐넣어주마.”
그 말을 끝으로 김시훈은 게이트 안에 몸을 던졌다.
격렬한 전투가 이어졌던 전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새끼, 욕 좀 늘었네.”
강우는 빛에 타들어갔던 상처를 회복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상처가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대체 뭐야 이건.’
방금 전 일이 꿈처럼 느껴졌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끄응. 일단….”
강우는 몸을 일으켰다.
“뭐, 처음 계획대로 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됐으려나.”
원래는 의미심장한 말 몇 마디 던져주며 퇴장하려고 했는데 좀 꼬여 버렸다.
하지만 계획에 지장이 생긴 것은 아니다.
한설아에게서 터져 나온 빛 덕분이지만 어쨌든 가디언즈는 오강우 구출에 성공했다.
“후우.”
강우는 난장판이 된 던전에 누웠다.
눈을 감았다.
자신이 만든 ‘분신’에 그 의식을 집중했다.
‘이제.’
완성된 그림에 화룡정점을 찍을 순간이다.
* * *
“아으, 아…….”
“혀, 형님!! 정신 차리십쇼, 형님!!”
“야! 괘, 괜찮은 거야?! 빨리 힐러! 힐러 데리고 와, X발!!”
시끄러운 소음이 들렸다.
천천히 한 쪽만 남은 눈을 뜬 강우는 몸을 일으켰다.
“크윽!”
끔찍한 통증이 전신을 달렸다.
“괜히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차연주가 손을 뻗어 그의 몸을 감싸 쥐었다.
강우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살아, 는 있나 보네.”
“그래, 살았어 새끼야! 그러니까 제발 입 닥치고 있어!”
“…….”
강우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애처롭게, 바들바들 손을 떨며 김시훈의 손을 잡았다.
“혀, 형….”
김시훈은 만신창이가 된 강우의 모습에 눈물을 뚝뚝 흘렸다.
“고맙, 다. 인마.”
“혀, 형! 더 말 하지마요! 피, 피가…!”
“야! 씨발! 빨리 힐러 데려오라고!!”
“하, 하하.”
강우는 씁쓸한 미소를 입에 머금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썩… 괜찮은 인생이었어.”
“야, 야!! 지랄하지 마! 야!! 오강우! 이 개자식아!! 정신 차려!!!”
귓가에 들리는 차연주의 절규를 들으며,
강우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