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271)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272화
왕이 걸어온 길 (2)
-쿠웅!
발록이 몸을 일으켰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강우를 내려다보았다.
[안 됩니다.]이제 것 없었던 단호한 목소리.
발록은 입술을 짓씹으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탈태는… 안 됩니다.]“발록.”
[다시는!]쿵!
발록이 거칠게 발을 굴렀다.
쩌적. 충격을 이기지 못한 바닥이 갈라졌다.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시지 않았습니까!!]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에키드나와 할키온이 움찔 몸을 떨었다.
강우는 가늘게 눈을 떴다.
“명령에 불응하겠다는 거냐.”
[…….]침묵이 흘렀다.
발록은 주먹을 움켜쥔 채, 가늘게 몸을 떨었다.
[다른 방법이 있을 겁니다.]“없으니까 하려는 거야.”
[그 정도로 상황이 급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급하진 않지. 하지만 여유롭지도 않아.”
[이미 지옥에 계셨을 때보다 강대한 힘을 가지셨습니다.]“적들도 그만큼 강해졌고.”
[…….]발록은 질끈 눈을 감았다.
[…위험합니다.]“그걸 모를까.”
강우는 피식 웃었다.
발록은 다시 한 번 거칠게 발을 굴렀다.
[그렇다면 대체 왜! 왜 굳이 탈태까지 하시려는 겁니까!]“발록.”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어딘가 서글프게 들리는 목소리.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두고 있던 감정이 언어가 되어 흘러나왔다.
“너무 많은 걸 잃어왔잖아.”
[…….]“이젠, 잃지 않을 거다.”
담담히 말했다.
발록은 얼굴을 한껏 일그러트린 채,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런 그에게 리리스가 다가갔다.
“발록, 포기해. 마왕님이 얼마나 고집불통이신지는 너도 잘 알잖아.”
[…너는 아무렇지 않는 거냐.]“호호호.”
리리스는 짙게 웃었다.
그녀의 눈빛에서 섬뜩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아무렇지도 않을 리가, 없잖니.”
[…….]씹어뱉듯 내뱉은 말. 리리스의 손이 가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눈물이라도 흘릴 듯 눈가가 젖어있다.
발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언제 하실 생각이십니까?]“지금 바로.”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던 가.
하기로 결심한 이상 뒤로 미룰 이유는 없었다.
[위치는….]“전에 대련했던 장소 있지? 거기서 하자.”
[그곳은 위험합니다. 전에… 그 가디언즈의 창고가 있었던 장소가 어디였죠?]“그랜드 캐넌?”
[예. 그곳에서 하죠.]“끄응. 수호의 전당을 통해 가야 해서 좀 귀찮은데.”
[그래도 최대한 안전한 곳이 좋습니다.]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준비하겠습니다.]발록은 몸을 돌렸다.
리리스를 데리고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챙겼다.
“강우.”
에키드나가 쪼르르 다가왔다. 옷자락을 잡아당긴다.
“탈태가 뭐야?”
“저, 저도 구, 궁금해요.”
할키온이 옆에서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우는 난처한 표정으로 답했다.
“수련… 의 일종이야.”
“수련?”
“응. 마기 제어력을 가장 빠르게 올릴 수 있는 수련.”
수련이라는 말에 불안에 떨리던 에키드나의 눈빛이 진정됐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나도 강우 수련하는 거 보러가도 괜찮아?”
“안 돼.”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에키드나의 몸이 움찔 떨렸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설아가 집에 혼자 있어서 외로워하고 있잖아. 에키드나랑 할키온은 오늘 집으로 돌아가서 설아랑 같이 있어줘.”
“…응, 알았어.”
에키드나는 묘한 분위기에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같이 가는 게 어떻습니까?]“…발록.”
강우가 날카롭게 눈을 떴다.
발록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꼬맹이 드래곤과 할키온도 이젠 마왕님의 권속 아닙니까. 알아야 할 자격이 있습니다.]“자격이 있긴 개뿔. 누가 네 속셈을 모를 것 같냐?”
[물론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시길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권속에게까지 숨기시는 것도 좋지 않다는 건 아시지 않습니까.]“뭐가 안 좋은데. 어차피 같이 가봤자 아무 의미 없….”
[의미 없지 않습니다.]발록은 고개를 저었다.
[꼬맹이 드래곤은 용언 마법도 사용 가능한 강자고, 할키온은 오히려 저보다 강합니다.]“하, 꼴에 논리로 나오시겠다?”
[혹시 모를 변수에 대처하시려는 건 마왕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강우의 말문이 막혔다.
“…X발.”
인정하기는 싫지만, 발록의 말이 옳다.
탈태가 끝난 이후 자신은 극도로 약해진다. 혹시 모를 변수를 대처하기 위해선 에키드나와 할키온도 데려가는 것이 옳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저만 데려가시는 것은 권속 간의 불화를 조정하는 일입니다.]이 말 또한 옳다.
부하를 관리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어느 한 쪽에 감정을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에키드나와 할키온을 두고 간다면, 당연히 그 둘은 발록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불화를 조정하는 것까진 과해도 적어도 그 씨앗은 피우게 되는 셈.
[왕께서 수련하시는 걸 보고 싶은가?]“응. 보고 싶어!”
“저, 저도 보, 보고 싶어요.”
[그렇다고 합니다.]에키드나와 할키온이 고개를 붕붕 끄덕였다.
강우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멋대로 해라.”
질린다는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발록은 픽 웃으며 에키드나와 할키온에게 말했다.
[그럼 너희도 준비를 도와라.]“뭐 준비하면 돼?”
[갈아입을 옷들과 대량의 물, 그리고 몸을 닦을 수건이 필요하다.]“……?”
에키드나는 왜 수련을 할 때 그런 게 필요한지 알 수 없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할키온과 에키드나, 발록이 함께 움직이자 금방 준비가 끝났다.
“그럼 바로 출발하자.”
강우는 수호의 전당으로 향하는 게이트를 활성화했다.
그랜드 캐넌으로 향하는 게이트는 수호의 전당을 통해 갈 수 있었다.
“여기도 뭔가 되게 자주 오게 되네.”
게이트를 지난 강우는 넓게 펼쳐진 협곡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사람들이 워낙 없는 장소에다 마음 것 날뛰어도 되니 대련이나 수련을 할 때 자주 애용하게 되었다.
천천히 걸어가자 뒤에 에키드나가 따라붙었다.
“강우, 나도 수련 많이 했어. 이제 용언마법도 5개나 쓸 수 있어. 성룡(成龍)보다 오히려 많이 쓸 수 있는 거야.”
칭찬 받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으스대며 말했다.
강우는 피식 웃으며 에키드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했어. 오, 그러고 보니까 그새 또 키가 큰 것 같네.”
“흐응! 곧 설아만큼 살도 찔 수 있을 거야.”
“어… 음.”
“그런데 설아한테 어떻게 하면 살찔 수 있는 지 물어봤다가 혼났어….”
“앞으로는 그런 말 하지 마.”
또 내 김치찌개 사라질라.
강우는 에키드나에게 신신당부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에키드나가 잡은 반대편 팔에 할키온이 달라붙었다.
‘넌 또 왜.’
“가, 강우 님. 저, 저도 하고 있어요! 수, 수련!”
‘거짓말 하지 마.’
마물은 수련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수련을 한다 해도 큰 의미가 없다.
그들의 육체는 이미 한계점에 가까울 정도로 스펙이 뛰어나기 때문에 단순 육체 수련은 의미가 없었다.
강우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할키온이 날개를 파닥였다.
“시, 신부 수업! 신부 수업 배우고 있어요!”
‘신부가 아니잖아.’
“겨, 결혼! 이젠 결혼만 남았어요!”
‘네 다리 사이에 물건도 남아있고.’
강우의 눈이 불안하게 떨렸다.
[잡담은 거기까지.]발록이 둘의 뒷덜미를 잡아끌었다.
“…무, 무슨 짓이에요?”
할키온이 날카롭게 눈을 떴다.
맹렬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기, 기껏 가, 강우 님과 얘, 얘기하고 있었는데….”
으득. 으득.
이를 갈았다.
신경질적으로 날개를 파닥였다.
“바, 방해하지 마, 마세요. 대, 대가리 터트려, 버, 버릴 거예요.”
빈말이 아닌지 길게 손톱까지 뽑아냈다.
발록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왕에게 방해된다.]“…….”
강우의 얘기가 나오자 할키온이 굳게 입을 다물었다.
“치, 치사하게….”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걸음을 옮기던 강우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여기면 되겠다.”
[…조금 더 깊은 곳으로 가시는 게.]“뭐, 암벽이라도 파고 들어가리? 이 정도면 충분해.”
좁은 협곡 안에는 인기척은커녕 작은 생물조차 보이지 않았다.
암석 중간에 파인 작은 동굴 안으로 들어간 강우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럼, 부탁한다.”
[예.]발록이 동굴의 입구 앞에 섰다.
물이 가득 담긴 통과 깨끗한 의복, 수건을 차곡차곡 쌓았다.
“뭐, 뭐하시려는 거예요?”
[…보면 안다.]발록은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우리의 역할은 ‘탈태’가 끝날 때까지 그 누구도 왕에게 손끝하나 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그럼 우리가 강우를 호위 하는 거야?”
에키드나가 눈을 반짝였다.
항상 그에게 지켜지기만 했던 그녀는 강우를 호위한다는 말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발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시면 됩니다.]“…그래.”
강우는 에키드나와 할키온을 보고 무언가 말하려하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죠? 저, 저도 강우 씨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동정할 테니까.
-예?
-들으면, 동정할 거야.
한설아와 나눴던 대화가 불현듯 머리를 스쳤다.
쯧, 혀를 찼다.
“지랄.”
가볍게 욕을 뱉으며, 입고 있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흐응! 흐응!”
“허, 허업! 사, 사진! 사진을 찍어야 해요!”
관객이 시끄럽다.
강우는 팬티 한 장만 남긴 채 모두 벗은 후, 대충 구석에 집어 던졌다.
‘이게 무슨 수치 플레이야.’
맹렬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두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피식 웃었다.
‘그러면.’
눈을 감았다.
마기를 일으켰다.
마기를 일으켰다.
마기를 일으켰다.
그리고.
“쿨럭!”
활처럼 몸이 휘었다.
머리가 어지럽다. 시야가 점멸한다.
한계까지 끌어올린 마기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한다.
‘바다.’
거대한,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넓은 검은 바다가 보였다.
그 거대한 바다를 세 개의 문이 틀어막고 있었다.
만마전.
문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문을,
살짝 비틀어 연다.
-쿠구구구구궁!!
“강우…?”
협곡 전체가 진동했다.
강우는 입술을 짓씹었다. 입술의 살점이 이빨에 뜯겨 나갔다.
도도한 강물처럼 흐르던 마기가, 이제는 급류가 되어 몸을 헤집었다.
그리고.
“우웨에에에에에엑!!”
검은 피를 토해냈다.
미칠 듯한 고통이, 아득한 고통이 전신을 지배했다.
-우드드득! 우득!
뼈가 뒤틀렸다. 어긋나고 박살난 뼈가 피부를 뚫고 튀어나왔다.
혈관이 엉키며 근육이 찢어져 흩어졌다.
무시무시한 양의 피가 전신에서 분수처럼 쏟아졌다.
“아, 아으.”
덜덜덜. 몸이 떨린다.
허공을 움켜쥐듯, 손을 뻗었다. 앞으로 뻗은 손가락이 그 끝부터 뒤틀렸다.
피부가 쩍쩍 갈라지며 떨어졌다. 혈관과 힘줄이 튀어나왔다.
허물을 벗듯, 전신의 피부가 뒤집혔다.
“으, 아아아아아아아!!”
광기와도 같은 고통이 휘몰아친다.
비명을 내지르며, 추하게 몸을 꿈틀거렸다.
‘제어, 해야 해.’
몸 전체를 날뛰고 있는 마기.
만마전의 문을 의도적으로 살짝 열어,
지금 자신의 한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야만 하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든다.
이 한계를 넘지 못하면, 이 미친 듯 날뛰는 마기를 제어하지 않으면,
죽는다.
“크학, 악, 캬학!”
발작을 일으키듯 몸이 튀어 올랐다.
혀를 길게 내뺀 채, 사지를 바르르 떤다.
배설물이 흘러나와 바닥을 적셨다.
모조리 뽑혀나간 치아가 토사물과 함께 튀어나왔다.
사람을 거대한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면 이렇게 될까.
몸 곳곳이 찢어발겨지며 피가 튀어 올랐다.
“씨이, 발.”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는 생각 외에 모든 사고(思考)가 정지한다.
온 세상이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고통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잡하게 바닥을 기어갔다.
“으, 아.”
눈물이 흘렀다.
의식이 검게 점멸했다.
눈앞에서 사물이 일그러졌다.
발록의 얼굴이, 에키드나의 얼굴이, 할키온의 얼굴이 물감을 섞은 듯 뭉개진다.
그리고.
세상에는,
고통만이 남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악!!”
괴성을 내지르며 온몸을 비틀었다.
의식이 점멸한 순간, 한 줄기 번뜩임이 머릿속을 스쳤다.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마기를 제어했다.
무아(無我)의 시간.
급류처럼 날뛰는 마기를 제어하기 시작했다.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를 풀 듯, 조금씩 마기를 억눌렀다.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앞으로.
앞으로.
* * *
“가, 강우!!!”
“강우 님!!”
에키드나와 할키온, 두 여인이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강우에게 다가갔다.
[멈춰라.]발록이 가로막았다.
“너, 너어…! 지, 지금 저 모습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할키온이 손톱을 뽑으며 이를 드러냈다.
에키드나는 덜덜 몸을 떨다 털썩 주저앉았다.
[지금 만지면 왕은 그대로 죽는다.]발록의 말에, 할키온의 움직임이 멈췄다.
“뭐, 뭐야. 이, 이게 뭐냐고.”
수련, 이라고 부르기엔 지나치게 이질적이다.
자해조차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이, 이게… 탈태, 라는 거야?”
발록이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기를 폭주시켜 강제적으로 무아(無我)를 각성시키는 것. 그것이 탈태다.]“그거 위험한 것….”
[몸을 뒤집어 까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연히 위험하지. 최악의 경우 죽을 수도 있다. 죽지 않는다고 해도 생물이 느낄 수 있는 극한(極限)의 고통을 겪어야만 한다.]“왜, 왜 그렇게까지….”
[왕께서 직접 말씀하시지 않았나.]발록은 씁쓸히 웃었다.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몸을 돌렸다.
엉금엉금 바닥을 기고 있는 강우의 모습이 보였다.
얼마 가지 못하고, 비명을 내지르며 기절했다.
[그러고 보니 너희는 지옥에서 마왕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모르겠군.]“…….”
[패도(覇道)도 왕도(王道)도 아니었다.]발록은 바닥에 쓰러져 기절한 강우에게 다가갔다.
기절한 강우의 몸을 안아들었다.
그가 기어온 자리를 따라 검은 피와, 배설물이 섞여 길게 늘어져 있었다.
[저 길이.]발록은 물바가지를 들어 강우의 몸에 뿌렸다.
몸에서 씻겨나간 피와 배설물이 기어온 자국을 따라 흘렀다.
[저 추하고, 더럽고, 비참한 오물의 길이.]물에 쓸려나간 그 자리는 마치 ‘길’처럼 보였다.
[왕이 걸어온 길이다.]숨 막히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발, 록….”
그때, 발록의 품 안에서 기절했던 강우가 힘겹게 눈을 떴다.
[쉬십시오, 마왕님.]“아으, 아.”
무언가를 움켜쥐듯 불안하게 흔들리던 강우의 손이 발록의 어깨를 잡았다.
필사적으로, 마지막 남은 모든 힘을 쥐어짜내듯, 그는 입을 열었다.
이 말만은 반드시 해야겠다는 듯이.
“존나, 오그라들… 쿨럭!”
[마, 마왕님! 몸이 오그라들 듯이 아프다는 겁니까?!]“아니, 니 새끼 말이, 오그라….”
[무슨 말을 하시고 싶은지 알고 있습니다. 마왕님이 아픈 만큼… 제 마음도 아픕니다.]“개새, 끼… 그게, 아니… 말… 씨발… 오그라든… 오물의 길은… 뭔 개 X….”
강우는 파르르 몸을 떨었다.
“우웨에에에에엑!!”
[어어어어억.]발록의 얼굴을 향해, 토사물을 쏟아냈다.
의식이 검게 점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