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300)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301화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1)
“뭐야 이건?”
강우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오른손 중지에 끼운 마해의 열쇠를 내려다보았다.
성공했다는 메시지창이 거짓이 아닌 듯, 마해의 열쇠에 새겨진 다섯 개의 기하학적인 문양 중 두 번째 문양이 은은한 빛을 뿜기 시작했다.
-띠링.
[두 번째 열쇠, ‘타천(陀天)’을 습득하였습니다.] [‘마해의 열쇠’의 상태창 정보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크읏.”
강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마해의 열쇠.
중지에 낀 검은 반지를 타고 막대한 힘이 몸을 관통했다.
‘뭐야.’
불에 타는 듯 뜨겁다.
-철컥.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열쇠 구멍에 열쇠를 끼워 넣듯.
찰칵거리는 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마해의 열쇠가 어디와 이어진지는 생각할 것도 없다.
만마전.
마해를 가두고 있는 거대한 세 개의 문에, 마해의 열쇠가 연결됐다.
강우는 두 눈을 부릅떴다.
마해의 열쇠와 만마전이 이어지는 감각과 함께-
-우우우우웅!
몸 전체의 마기가 끓어올랐다.
마기의 총량이 늘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예전 극마지체를 달성했을 때처럼 마기의 농도가 더욱 짙어진 듯한 감각이 들었다.
“카윽, 컥.”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물줄기를 맞으며, 몸을 웅크렸다.
마해의 열쇠와 만마전이 이어지며 느껴지는 강렬한 변화에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띠링.
[‘마신이 되는 길’의 3번째 조건이 일부 달성되었습니다.]또 한 번 떠오른 메시지.
강우의 눈이 반짝였다.
‘마해의 열쇠가… 세 번째 조건의 단서였구나.’
그 동안 저 세 번째 조건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단서조차 찾을 수 없던 이유가 있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몸 안의 마기의 농도가 짙어졌다.
아직 만마전의 가장 깊은 곳, ‘심연’에 자리 잡은 마기만큼 농도가 짙어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깊은’ 쪽에 있는 마기보다는 훨씬 그 농도가 짙어진 것이 느껴졌다.
‘심연의 마기와 깊은 쪽의 마기의 중간쯤인가.’
마기의 농도가 짙어지면 같은 양의 마기로 더욱 큰 힘을 행사할 수 있다.
“이거… 대박인데.”
동일한 양의 마기로 더욱 큰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대체할 수 없는 강점이다.
똑같이 만들어도 ‘얕은’ 쪽의 마기로 만든 인페르노와 ‘깊은’ 쪽의 마기로 만든 인페르노는 몇 배 이상의 성능 차이를 보인다.
마기 제어력이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마기의 양을 결정짓는 다면, 마기의 농도는 마기의 질에 영향을 준다.
“역시 초월 무기라 이건가.”
절로 입가가 올라갔다.
아니, 이걸 단순히 초월 등급이라고 봐야 하는지도 의문이 들었다.
같은 초월 등급인 지옥무구를 무려 세 개나 집어삼킨 무구였으니까.
강우는 중지에 낀 마해의 열쇠를 내려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상태창.”
[장비 정보]장비명 : 마해(魔海)의 열쇠
등급 : 초월 (각인 완료)
타입 : 성장형 *특정 조건이 완수될 때마다 강화됩니다.
첫 번째 열쇠 : 포식(捕食)
두 번째 열쇠 : 타천(陀天)
기본효과 : 고유 스텟 +3, 불굴, 변환, 심연, ??? *아직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특수효과 : 포식, ??? *아직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효과 설명]불굴 : 어떠한 물리적, 마법적, 영적인 충격으로도 파괴되지 않습니다. 단, ‘시스템’의 제약을 벗어난 힘에는 파괴됩니다.
변환 : 스킬로 등록된 ‘무기’로 변환합니다. 권능으로 만든 무기 성능의 57%를 발휘합니다.
포식 : 초월 등급 이상의 무구를 흡수, 소화합니다. 소화에 성공할 때마다 ‘변환’의 성능이 상승합니다.
심연 : 마기의 농도를 짙게 만듭니다. 추가로 ‘열쇠’가 개방될 때마다 효과가 증가합니다.
“와우.”
자연스럽게 탄선이 흘러나왔다.
처음 마해의 열쇠를 얻었을 때와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성능이 좋아져 있었다.
‘변환 퍼센트 오른 것도 쏠쏠하네.’
처음 마해의 열쇠를 얻었을 때의 효율이 34%니 거의 1.5배 성능이 좋아졌다.
이제 인페르노를 한 번 만들고 다른 권능을 사용한다고 해도 60%에 가까운 힘을 가진 인페르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이 방법이라면 꼼수지만 대공의 권능을 2개 이상 동시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했다.
-띠링.
눈앞에 떠오른 푸른 상태창을 몇 번을 정독하고 있을 때, 귓가에 맑은 방울소리가 들렸다.
마해의 열쇠의 상태창을 치우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라 있는 것이 보였다.
[‘마해의 열쇠’의 세 번째 열쇠, ‘나락(奈落)’을 획득하기 위해선 선행 퀘스트를 완료해야 합니다.]‘또 퀘스트야?’
눈살이 찌푸려졌다.
“또 뜬금없는 게 나왔네.”
소재 고갈로 허덕이는 작가가 억지로 쥐어짜내는 듯한 퀘스트.
개연성은 어디 똥통에 가져다 버린 것처럼 퀘스트 내용이 엉뚱하기 그지없었다.
“…….”
강우는 잠시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
방금 전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완료되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지만, 추가적인 메시지창은 떠오르지 않았다.
‘타락의 씨앗까지는 심었는데, 완전히 타락한 상태는 아니라는 건가.’
시스템 창의 내용만 본다면 그게 맞았다.
강우는 팔짱을 낀 채 고민에 잠겼다.
‘…….’
퀘스트를 하기에 앞서,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애초에 왜 두 번째 퀘스트가 성공한 거지?’
대천사급 이상의 존재에게 타락의 씨앗을 심으라니.
애초에 타락의 씨앗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타락의 씨앗이야 뭐 단어의 뜻으로 미뤄봤을 때 대충 예상은 가는데.’
문제는 자신이 언제, 누구에게 타락의 씨앗을 심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라파엘…?”
문뜩 떠오른 이름에 고개를 저었다.
광기에 찬 괴성을 지르며 오랜 친우를 공격했던 한 천사를 떠올렸다.
‘일단 걔는 아니고.’
강우는 수건으로 대충 몸을 닦으며 밖으로 나왔다.
라파엘이 타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이미 죽었다.
그리고 그가 타락한 이유는 자신이 아닌 악에 대한 광적인 라파엘의 집착 때문.
자신과 아무 연관이 없으니 퀘스트가 완료될 일도 없다.
“아.”
잠옷차림의 한설아와 눈이 마주쳤다.
강우는 지금 자신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라는 것을 떠올리고는, 다급히 문을 닫으려고 했다.
“아직 물이 다 안 닦이셨어요.”
“어? 어, 어어.”
멍청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한설아는 강우의 알몸이 익숙하다는 듯 그의 손에서 수건을 뺏어 아직 남아있는 물기를 닦았다.
가볍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
“옷 입고 거실로 오세요. 제가 머리 말려드릴게요.”
“…….”
강우는 뭐라 말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듯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옷을 입고 거실로 걸어갔다.
한설아가 한 손에 드라이기를 든 채 팡팡 소파를 팡팡 두드렸다.
-휘이이잉.
“머리 많이 자라셨네요. 제가 내일 좀 잘라 드릴게요. 어머니 자주 잘라 드려서 예쁘게 자를 자신 있어요.”
한설아는 강우의 머리칼을 만지며 말했다.
“음….”
강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며칠 전에 설치해 뒀던 영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자신의 몸에서 나온 마기와 한설아의 몸에서 나온 새하얀 기운이 격렬하게 얽히는 영상.
‘설마… 설아가?’
섬뜩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쳤다.
강우는 입술을 짓씹었다.
‘나랑 같이 잔 영향에 때문에 그럴 수도 있어.’
영상만 보면 자신의 기운이 한설아의 기운에 희롱 당하는 수준이었지만 어쨌든 서로 격렬하게 얽힌 것은 사실.
마기의 영향을 그녀가 받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그래도 설아가?’
강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한설아의 상냥한 미소와 포근한 기운이 떠올랐다.
그녀처럼 ‘천사’라는 수식어가 잘 들어맞는 여인이 타락하리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설아야.”
“예?”
“잠깐 등 좀 보여줘.”
“아… 자, 잠시 만요.”
한설아는 그가 무엇을 보려고 하는지 눈치 채곤 입고 있는 잠옷을 벗었다.
‘할렐루야.’
등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고하고 양옆으로 보이는 케로베로스의 머리들을 바라보며 강우는 꿀꺽 침을 삼켰다.
‘시바, 진정하자.’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다.
강우는 한설아의 등을 살폈다.
‘…겉보기에는 별 이상 없는 것 같은데.’
등 뒤에 나타난 문양이 전보다 훨씬 선명해지기는 했다.
하지만 그뿐.
은은히 뿜어지는 새하얀 빛에는 타락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좀 만질게.”
강우는 손을 뻗어 그녀의 등에 새겨진 날개 문양을 만졌다.
“하읏.”
한설아의 몸이 움찔 떨리며 야릇한 소음이 흘러나왔다.
애써 무시했다.
‘통찰의 권능.’
천천히 눈을 감고, 그녀의 등에서 흘러나오는 성력을 읽는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녀의 안에 얼마나 아득한 기운이 자리 잡고 있는지 느껴졌다.
‘이게 세라핌의 힘.’
라키엘 코스프레를 했을 때 전신을 불태웠던 빛이 떠올랐다.
그때 왜 그녀의 날개가 투명하게 보일 정도로 희미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실제 이 안에 담긴 힘에 비하면 그때 보여준 빛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이거 제대로 맞았으면.’
그 자리에서 증발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오싹한 감각이 등골을 타고 흐른다.
강우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성력으로 가득 찬 기운을 샅샅이 살폈다.
‘…없어.’
마신 바울리조차 찍어 누른 그의 제어력을 사용해도, 마기의 흔적을 조금도 찾을 수가 없었다.
‘타락의 씨앗이 마기가 아닌 건가?’
알 수 없었다.
애초에 타락의 씨앗이라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니까.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적어도 자는 도중 내 마기가 설아에게 영향을 준 건 아니야.’
만약 그랬다면 아주 조금의 마기라도 발견되어야 했다.
자신의 마기이니 찾지 못할 일도 없다.
강우는 가늘게 눈을 떴다.
‘내 마기가 영향을 준 게 아니라면….’
그녀에게 타락의 씨앗이 심어졌을 가능성이 극단적으로 낮아진다.
“…하긴.”
한설아의 성격을 생각해보라.
김시훈 뺨 싸대기를 수 없이 후려칠 정도로 착한 성품을 지닌 그녀에게 타락이란 단어처럼 이질적인 단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대체 누가 타락하고 있다는 것인가.
“…….”
강우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사실 라파엘도, 한설아도 아니라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밖에 없었다.
‘…우리엘인가.’
한설아도, 라파엘도 아니라면 우리엘밖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충분히 가능성은 있어.’
라파엘이 죽고 난 후, 우리엘의 심리 상태가 극도로 불안정 해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엘이 지닌 집착은 ‘정(精)’에 대한 집착.
최근 들어 그가 자신에게 보여주는 모습을 생각하면 그 집착이 위험 단계에 있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엘 밖에 없네.’
지금 자신의 주변에서 우리엘만큼 불안정한 심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할키온밖에 없다.
그 할키온조차 최근에는 많이 진정된 상태.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다.
‘타락의 씨앗이 심어진 건.’
우리엘이다.
“가, 강우 씨. 이제 옷 입어도 괜찮나요?”
“아, 응. 괜찮아.”
한설아는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그때였다.
-우우웅.
강우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한설아가는 그의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강우 씨 연락 왔….”
강우에게 스마트폰을 넘겨주려던 한설아의 손이 멈췄다.
‘유리엘♥’이라는 대화명을 쓰는 사람에게 백 개가 넘는 카톡이 와있는 것이 보였다.
자기도 모르게, 대화방을 클릭했다.
유리엘♥ [오늘 같이해 줘서 고마웠어.]
유리엘♥ [3일 후에나 시간 된다고 했지?]
유리엘♥ [혼자 있기 심심하다.]
유리엘♥ [지금 뭐하고 있어?]
유리엘♥ [그 김치찌개라는 거 또 먹고 싶다.]
유리엘♥ [아참,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서울에 살까? 여기 인터넷도 너무 느리고 불편해.]
유리엘♥ [야 답장 좀 보내 봐.]
유리엘♥ [또 보고 싶네.]
유리엘♥ […여기 너무 조용하다.]
유리엘♥ [역시 네 근처에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그게 너도 편하지 않아?]
“…….”
한설아는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그대로 굳었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눈에 빛이 사라졌다.
강우는 그런 그녀를 보지 못하고 생각에 잠겨있었다.
-띠링.
“응?”
머릿속에 방울소리가 울려 퍼졌다.
[‘타락의 씨앗’이 개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선행 퀘스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엥?”
또 뭐야?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