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312)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313화
위성세계 (2)
“커헉! 컥!”
목을 붙잡힌 한설아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발버둥쳤다.
아니, 정확히는 한설아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통증에 몸을 비틀고 있었다.
피부가 녹아내리며 일렁거리는 어둠이 나타났다.
마치 그림자로 이루어져 있는 듯한, 독특하고 기괴한 생명체.
강우는 픽 웃었다.
‘코난 범인이냐?’
생긴 것만 보면 딱 그와 비슷했다.
“ஔஓቃቅሥሓራል!!”
알 수 없는 언어가 흘러나왔다.
통언의 권능을 사용하자 외계어에 가까웠던 언어가 해석되어 귓가에 들어왔다..
“놔, 놔랏! 크읏…!”
“뭐, 일단 어느 정도 지성은 있는 것 같네.”
그렇다면 이쪽이 편했다.
강우는 검은 그림자를 끌어당기며, 가늘게 눈을 떴다.
“너흰 뭐냐? 여긴 또 어디고.”
“크읏…!”
검은 그림자가 시선을 피했다. 강우는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광포한 살기가, 감히 필멸(必滅)의 존재 따위가 견딜 수 없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히, 히익!”
검은 그림자의 입에서 공포에 질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파르르 몸이 떨린다. 거품이 흘러나오듯, 그의 입에서 검은 그림자가 꿀렁꿀렁 흘러나왔다.
‘조금 조절해야 하나.’
거의 완벽하게 한설아의 모습으로 변한 것과는 별개로, 검은 그림자의 순수한 무력은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다.
기껏해야 오천 지옥의 악마. 아니, 그 이하.
대공조차 싱겁게 느껴지는, 신격(神格)을 지닌 존재가 아니면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아득한 경지에 도달한 강우의 기운을 이 검은 그림자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강우는 뿜어내는 기운을 거둬들였다.
“허업! 하악! 하악!”
“자, 이제 말해봐. 너흰 누구지?”
“…….”
검은 그림자가 일렁거렸다.
짙은 분노가 서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네놈도 ‘그것’들과 같은 존재냐?”
“그게 뭔지는 모르겠고, 질문을 하는 건 나였을 텐데?”
우득.
목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커헉, 그림자의 입에서 고통스런 신음이 토해졌다.
“으으….”
“괜히 시간 끌기 귀찮으니까 빨리 말해.”
강우의 몸에서 흘러나온 검은 마기가 그림자의 몸을 휘감았다.
공포의 권능까지 사용하며 강제적으로 그림자를 굴복시켰다.
곧 이어, 그림자의 입이 열렸다.
“우, 우린… 이 세계의… 주민이다.”
“주민이라고?”
강우는 가늘게 눈을 떴다.
위성세계 셰이드.
이 세계에 살고 있던 원주민이라는 의미.
‘여기 살고 있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잿빛 하늘과 메마른 대지. 구천지옥을 연상시키는 끔찍한 환경.
설마 이곳에 살고 있는 존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런 세계에 살고 있다니, 생명력 하나는 끝내주나 보네.”
“…….”
흠칫. 검은 그림자의 몸이 굳었다.
이내, 짙은 살기가 그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네놈들이… 네놈들이 이 세계를 이렇게 만들지 않았는가! 아름다웠던 우리의 터전을 짓밟아 놓고 생명력이 질기다고? 이, 이… 쓰레기 새끼들이…!”
“그건 또 뭔 헛소리야.”
애초에 이런 세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엉뚱한 소리란 말인가?
“제길… 제길! 네놈들의 뜻대로 되도록 둘 것 같으냐!”
검은 그림자는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외쳤다.
“모든 외계(外界)에 멸망을!”
발작처럼 외친 그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목을 움켜쥔 그림자의 몸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런 씨…!”
강우가 뭔가 손을 써보기도 전에, 발작을 일으킨 그림자의 몸이 축 늘어졌다.
다급히 엄지를 물어뜯어 피를 흘린 후, 재생의 권능을 사용했지만 축 늘어진 그림자의 몸은 회복되지 않았다.
‘무슨 방법으로 자살을 한 거야.’
처음 보는 존재다보니 어떻게 대비를 할 수가 없었다.
강우는 인상을 팍 찡그린 후 축 늘어진 그림자의 몸을 바닥에 눕혔다.
“제길.”
정보가 부족했다.
이 세계가 셰이드라는 세계고, 저 검은 그림자들이 살고 있는 세계라는 사실까지는 알았지만.
그것뿐.
‘말을 들어보면 이 세계가 외계의 존재에게 습격받은 것 같긴 한데.’
그게 누군지, 무슨 목적으로 습격한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강우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잿빛으로 물든 황량한 세계.
셰이드의 원래 모습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누구지.’
한 세계를, 이 정도까지 처참하게 멸망시키다니.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쯧.”
가볍게 혀를 찼다.
어차피 여기서 생각을 이어나가도 시간만 낭비될 뿐이다.
‘일단.’
바닥에 쓰러진 그림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포식의 권능’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가 그림자의 몸을 집어삼켰다.
우득, 우드득. 포식의 권능이 그림자를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띠링.
[셰이드 종족의 고유 능력 ‘의태(擬態)’를 획득하였습니다.] [제한적인 시간 동안 다른 존재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이건.’
강우의 눈이 커졌다.
생각지도 않았던 수확이 생겼다.
‘활용할 방법이 많겠는데?’
이 능력만 있다면 귀찮게 분장을 할 필요가 없었다.
마기나 성력, 마력이 오른 것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가치 있는 능력.
강우는 ‘의태’의 능력을 사용해 김시훈의 모습으로 변해보았다.
“와우.”
절로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완벽한 변신.
김시훈 본인이 봐도 헷갈릴 정도로 똑같은 모습이었다.
강우는 의태를 해제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지금은 뿔뿔이 흩어진 동료들을 찾는 것이 먼저였다.
“큰일은 없을 것 같은데….”
아마 셰이드(이렇게 부르기로 했다)의 위장을 간파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절체절명의 상황이라고 해도 셰이드들의 기본 무력 자체가 너무 보잘것없다.
솜으로 만들어진 칼로 암살을 하려는 것과 마찬가지.
지금 균열 속에 들어온 멤버의 무력을 생각하면 기습을 한다고 해도 오히려 그 셰이드가 제압당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빨리 찾아봐야지.’
강우는 천공의 권능을 사용해 날아올랐다.
다행히 멀리 떨어진 것은 아닌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 익숙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한설아였다.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셰이드의 고유 능력을 생각하면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
강우는 한설아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그곳에는.
“…강우 씨?”
한 손에 잘려나간 자신의 머리를 대롱대롱 들고 있는, 한설아의 모습이 보였다.
잘린 머리의 단면을 따라 검은 그림자가 피처럼 흘러내렸다.
‘엄마, 시바.’
그녀의 손에 들린 자신과 똑같이 생긴 존재의 머리를 바라보며 강우는 흠칫 몸을 떨었다.
왠지 모르게 그녀의 등 뒤로 황혼이 내려앉은 바다의 모습이 보였다.
본능적으로 자신의 머리가 잘 붙어있는지 목에 손을 대었다.
“정말 강우 씨가 맞나요?”
한설아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마도 그녀도 자신의 모습에 의태한 셰이드에게 습격당한 모양.
조심스럽게 강우에게 다가온 그녀는 그의 셔츠를 풀어헤쳤다.
“아….”
강우의 가슴에 난 붉은 자국을 확인한 한설아의 입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강우 씨!”
그녀는 강우를 와락 끌어안았다.
‘아, 진짜 임자 맞네.’
각자 다른 방법으로 서로를 확인한 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끌어안다가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은?”
“못 봤어요. 정신을 차리자마자 감히 강우 씨의 모습을 한 이상한 괴물이 나타나서….”
수줍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괘씸해서 머리를 잘라 버렸어요.”
“…어, 응.”
강우는 복잡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타천은 어찌 막긴 했지만, 그 영향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은 모양.
‘천사의 육체에 익숙해지는 걸 바라야지.’
이미 세라핌의 영향으로 육체가 천사에 가까워진 이상, 그녀 스스로가 집착을 제어하는 방법을 터득하길 바라는 방법 외에는 없다.
종족적인 특성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그도 알지 못하니까.
“일단 다른 사람부터 찾자.”
“네.”
강우는 한설아를 데리고 다른 동료들을 찾아 나섰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것은 한설아만이 아닌지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하자 어렵지 않게 동료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이씨, 뭐야 이것들은? 진짜 소름 돋네.”
“못 알아봤어?”
“이렇게 똑같이 생겼는데 무슨 수로 알아봐? 갑자기 살기가 느껴졌을 땐 진짜 식겁했잖아.”
차연주가 불쾌하다는 듯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그녀 또한 강우의 모습을 한 셰이드에게 습격 받았다.
물론, 어렵지 않게 공격을 막고 역으로 강우의 모습으로 의태한 셰이드를 갈기갈기 찢어버렸지만.
“히히, 그래도 뭔가 쌓였던 게 확 풀리는 기분이네.”
차연주는 강우의 모습을 한 셰이드를 찢어 죽인 것이 개운하다는 듯 기지개를 폈다.
강우는 바닥에 널브러진 자신의 모습을 한 시체들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근데 왜 다 내 모습으로 나타난 거야.’
발록과 에키드나, 할키온, 김시훈까지.
모두 다 자신의 모습을 한 셰이드가 나타났다.
“흐윽. 강우, 강우….”
에키드나가 강우의 옷자락을 잡은 채, 펑펑 눈물을 흘렸다.
강우의 모습을 의태한 셰이드의 공격에 많이 놀란 모양.
강우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많이 놀랐어?”
“응. 강우가 날 버리는 줄 알았어. 또… 혼자가 되는 줄 알았어.”
“쯧.”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에키드나의 이마를 향해 가볍게 중지를 튕겼다.
-딱.
“아흑.”
“그럴 리가 없잖아.”
“…응.”
에키드나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형님, 그런데 이… 셰이드들의 행동이 좀 이상하지 않았습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마치 포식자에게 쫓기는 사냥감마냥 절박해 보이더군.”
발록의 말에 김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셰이드의 행동은 의문점이 많았다.
“그 정도로 완벽한 위장술을 가졌는데… 접근하자마자 바로 공격하려 들었어요. 그것도 꽤나 다급하게.”
“기회를 만들려면 더 확실한 기회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
발록과 김시훈의 대화에 강우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 세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음….”
“어쨌든,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한시라도 빠르게 균열의 핵을 파괴해야 했다.
동료들과 합류한 강우는 바로 균열의 핵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핵 자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가이아 씨가 준 거야?”
“예. 이걸 사용하면 핵이 있는 장소로 안내해 준다고 합니다.”
김시훈은 가이아에게 받은 새하얀 수정 구슬을 사용했다.
수정 구슬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며 어느 한쪽을 가리켰다.
빛을 따라가자 보라색 기운이 둥그렇게 뭉쳐 있는 것이 보였다.
‘저게 균열의 핵.’
크기는 대략 30여 미터.
거대한 구체 주변에는 보랏빛이 공간 전체를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저걸 파괴하면 된다는 말이지.”
어려울 것은 없었다.
강우는 마해의 열쇠를 사용해 인페르노를 만들어냈다.
화염으로 휘감긴 검을 쥔 채, 천천히 위로 들어올렸다.
“황혼.”
세상 전체를 불태워버릴 듯한 무시무시한 열기가 검에서 뿜어져 나왔다.
망설임 없이 내리긋는다.
그때였다.
-쩌적.
보랏빛 구체가 갈라지며,
거대한 마수(魔獸)의 팔이 화염을 튕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