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319)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320화
여신의 분노 (1)
“나의 아이가 되어주어 고맙다.”
가이아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엄숙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앞으로 나, 가이아는 수호자 오강우를 위해 모든 지원과 사랑을 아끼지 않음을 신성(神聖)을 걸고 맹세하겠노라.”
강우의 몸 속으로 흘러 들어간 눈부신 빛이 폭발하듯 휘몰아쳤다.
찬란한 황금색으로 빛나는 기운이 장막처럼 강우의 몸을 덮었다.
“제 목숨을 가이아 님에게 바치겠습니다.”
가이아는 자애(慈愛)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강우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너무 그렇게 딱딱하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너는 내게 있어 이제… 자식과도 같은 존재니까.”
“가이아 님….”
전무후무(前無後無)
태초에 혼돈이 탄생한 이래 최초로,
그 어떤 초월적인 존재도 상상하지 못했고 예상하지 못했던,
예언의 악마(빛의 수호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푸헤헤헤헿!!’
강우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감췄다.
최고위(最高位)격 신, 가이아가 직접 보증한 영웅!
이런 미친 안전 자산을 얻을 수 있게 될 거라고는 상상치 못했었다.
“형님, 축하드립니다.”
김시훈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강우의 손을 잡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우리엘이 흥, 콧바람을 뿜으며 반대편 손을 잡아당겼다.
“그보다 이제까지 수호자가 아니었다는 게 더 놀라울 정도라고. 강우 정도면 수호자가 돼도 한참 전에 됐어야 하지 않았어?”
우리엘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김시훈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가이아 님의 몸이 좋지 않으셨으니 어쩔 수 없었던 일 아닙니까.”
그렇게 말하며 강우의 팔을 다시 잡아당긴다.
말 그대로 양손의 꽃(ㅜ)과도 같은 상황.
강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만해 이것들아.’
기분이 꽃(ㅜ) 같잖아.
강우는 거칠게 두 사람을 뿌리쳤다.
“후후훗.”
가이아가 입을 가린 채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그럼 수호자의 선정도 끝났으니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마.”
“예.”
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가이아가 전할 말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꽤나 관심이 갔다.
관심만큼 걱정도 앞섰고.
“수호자 김시훈, 수호자 오강우.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 둘에게 아주 특별한… 임무를 맡기려고 한다.”
“특별한….”
“임무요?”
갑작스러운 가이아의 말에 강우와 김시훈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가이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나는 어느 정도 힘을 회복한 상태긴 하지만… 너희도 알다시피 이건 일시적인 힘에 불과하다. 결국…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전과 같이 쓰러져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몸이 되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런 몸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늦추는 방법이 있다. 이것 역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지만… 지금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벌 수 있는 일이다.”
“이번에도 전과 같이 균열을 제거하는 것입니까?”
강우의 물음에 가이아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것과는 다르다. 아니… 완전히 다르다고 하긴 힘들겠군.”
가이아는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번에 너희에게 내릴 임무는 에르노어 대륙으로 가 봉인된 마신의 사체를 찾아 제거하는 일이다.”
“…….”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강우와 김시훈은 동시에 입을 쩍 벌렸다.
당연했다.
‘뭐라고?’
이게 무슨 미친 소리란 말인가.
‘아니 뭐 시발 에르노어가 동네 마트 이름이야? 어?’
에르노어 대륙.
이제는 그냥 이세계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진 이름.
에키드나를 통해 들은 바로는 용과 요정, 기사와 마법사가 있는 전형적인 판타지 세계라고 들었다.
‘그나마 다른 점이라고는.’
에르노어 대륙의 문명 수준이 꽤나 높다는 것 정도.
정치적인 것은 아직 왕정(王廷)에 머물러 있지만 적어도 마도구의 발전으로 인해 생활 전반적인 문명은 많이 발전했다고 들었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강우는 다급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중요한 것은 에르노어 대륙이 지구가 아닌 이세계라는 점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많이 당황하리라 생각했다. 하긴 갑자기 이계(異界)로 가라 했으니 당연하겠지.”
가이아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돌아올 수 없는 타지(他地)로 너희를 보내려는 것이 아니다. 지금 저 세라핌의 날개가 지구에 온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지.”
그녀는 우리엘을 가리켰다.
강우와 김시훈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쉽게 왕래할 수 없는 외국에 파견 보내는 느낌인가.’
하긴, 이계라는 거창한 표현을 사용하긴 하나 에르노어 대륙의 존재가 지구에 왕래하는 일은 자주 있어왔던 일이었다.
레이날드가 그랬고, 루시스와 루시퍼, 우리엘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 모두 주요 거처를 에르노어 대륙에 두고 있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세계라니.’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반드시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겁니까?”
“그러지 않았으면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을 다른 세계에 보내려하지는 않았겠지.”
가이아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는 잘 알지 못하겠지만… 지구의 수호라는 것은 단순히 지구라는 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에르노어, 환(晥)… 두 세계의 ‘별의 수호’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
“…….”
강우는 가늘게 눈을 떴다.
세라핌의 봉인이 약해져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예상했던 가설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지금 지구의 수호가 망가지면서 에르노어 대륙과 환 대륙의 별의 수호도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그것이 마신의 시체를 제거하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겁니까?”
가이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에르노어 대륙의 ‘별의 수호’는 지구의 수호처럼 외계의 간섭을 막는데 특화되어 있지 않다. 마신의 부활을 막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 여기서 마신의 시체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별의 수호의 힘을 외계의 간섭을 막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
강우는 가늘게 눈을 떴다.
대충 무슨 말인지는 이해가 갔다.
‘하지만.’
의문점이 두 개 정도 있다.
“우선, 별의 수호는 각 세계의 주신의 담당하는 것 아닙니까? 가이아 님에게도 에르노어 대륙의 ‘별의 수호’를 조정하실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겁니까?”
“…날카로운 질문이구나.”
가이아는 살짝 놀랍다는 표정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결론만 말하면 권한은 있다. 세라핌이 신성을 대가로 어둠을 봉인했을 때 그 권한을 넘겨받았지.”
“그렇다면 두 번째 질문입니다.”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이 두 번째 의문이었다.
“마신의 시체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예전에는 왜 하지 못하신 겁니까?”
아무리 수호자라고 해도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
강우가 수호가가 된 시점에서 조금 달라졌지만, 적어도 가이아는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이다.
강우와 김시훈에게 신들 조차 ‘봉인’을 선택한 마신의 시체를 제거하라고 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가이아도 이 질문은 예상했는지 막힘없이 답했다.
“지구에 남아있던 마신의 시체가 사라지면서 바울리의 신성(神聖)이 불안정하게 변했다. 지금이라면… 시체를 소멸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
강우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래서 바로 내 육체를 차지하려고 했던 건가.’
지구에 있던 마신의 시체를 흡수하자마자, 바울리는 바로 자신의 육체를 손에 넣으려고 했다.
그 이유가 다른 시체가 사라지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손에 넣기 위함이라면, 그렇게 급하게 움직인 것도 납득이 간다.
‘그렇다면….’
강우의 입가가 올라갔다.
‘이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
마신의 시체를 제거할 수 있는 기회.
이건 미래의 불안요소를 제거해 둔다는 점에서 생각해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제거하는 게 아니라 내가 먹는다는 선택지도 있지만.’
강우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위험해.’
마신의 시체가 지닌 막대한 마기가 탐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위험하다.
‘내 안에 바울리가 남아 있는 이상, 시체를 먹을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바울리의 영향력이 더욱 커져 육체의 주도권을 그가 빼앗아갈 위험성이 있다.
마신의 시체라는 강력한 힘을 손에 넣는 것과, 육체의 주도권이 빼앗길 수도 있는 위험성.
둘 중 무엇을 더 신경 써야 할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아무리 힘이 강해진다고 해도.’
육체의 주도권이 다른 존재에게 넘어간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시훈이와 함께 에르노어 대륙으로 가겠습니다.”
“혀, 형님.”
김시훈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강우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만, 저희 둘만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조력자가 더 필요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너희 둘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로 하마. 일단 나의 화신(化神)도 함께 갈 것이다. 지금처럼 강신(降神)을 하는 것은 힘들지만… 그래도 계시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은 언제쯤….”
“너희들이 에르노어의 수호의 영향에서 아무 제약도 받지 않고 넘어가기 위해서는 반 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너희는 힘을 기르며 준비를 해줬으면 좋겠구나.”
“알겠습니다.”
반 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생각보다 좀 늦긴 하네.’
바울리라는 불안요소를 빠르게 제거해두고 싶었지만, 이 부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형님….”
그때, 김시훈이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 불렀다.
“네 의견도 듣지 않고 혼자 결정해서 미안하다, 시훈아.”
“아닙니다. 형님이 선택하신 일이라면 무슨 일이라고 해도 따를 생각이었으니까요. 다만….”
김시훈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저희가 없는 동안 지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 점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
가이아가 굳은 의지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지구의 수호가 복구된 이상 지구에 외계(外界)의 무리가 설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우우우웅.
막대한 힘이 가이아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비록 내 화신은 너희와 함께 가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전처럼 아무것도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고위격 신의 확답.
그 이상 안심되는 말이 있을 리가 없었다.
“오강우… 아니, 사랑하는 나의 아이여. 내 무리한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구나.”
가이아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강우에게 다가갔다.
“네 앞길에 빛의 축복이 가득 하….”
강우의 뺨을 쓰다듬으며, 축언(祝言)을 전달하던 가이아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뭐지…? 어째서?”
혼란에 빠진 목소리.
강우는 이건 또 뭔 일인가 싶어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어지는 가이아의 중얼거림에 흠칫 몸을 떨었다.
“어째서… 마기의 흔적이….”
“……!”
강우의 두 눈이 커진다.
‘씨발.’
좆됐다.
강우는 망설임 없이 가슴을 부여잡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크윽! 쿨럭, 쿨럭!”
“혀, 형님?!”
김시훈이 다급히 그에게 달려왔다.
“강우 너 설마….”
우리엘의 눈이 떨린다.
강우에게 다가온 그는 바닥에 쓰러진 강우를 내려다보며 표정을 굳혔다.
익숙한 모습.
“제길, 제길!! 아직도… 아직도 사라진 게 아니었던 거야?!”
우리엘은 버럭 소리치며 눈물을 흘렸다.
강우의 가슴에 손을 올린 채 성력을 뿜었다.
발작을 일으켰던 강우의 몸이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이, 이게 무슨 일이냐, 세라핌의 날개여.”
가이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엘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울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라키엘의… 짓입니다.”
“뭐라?”
가이아의 두 눈이 커진다.
강우가 다급히 손을 뻗었다.
마치 우리엘의 입을 막으려는 듯한 모습.
“우, 우리엘 님… 말하지….”
“…미안해, 강우야. 이제는 더 숨길 수 없어.”
우리엘은 그와 강우만 알고 있던 비밀을 입에 담았다.
강우가 라키엘에게 납치되었던 2주 사이.
그의 몸에 무슨 짓을 해놨는지를.
“아, 아아.”
가이아의 목소리가 떨린다.
우드득.
그녀가 발을 디딘 바닥이 처참하게 갈라졌다.
“감히, 감히…!”
-쿠구구구궁!!
수호의 전당 전체가 흔들렸다.
쿠르릉!
분노한 여신의 힘에 공간이 뒤틀렸다.
“타락의 성좌 따위가 나의 아이를 건드렸단 말이냐!”
가이아.
삼원(三元)의 세계 중 하나를 담당하는 여신의 분노가,
타락의 성좌를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