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327)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328화
9차 각성 (1)
우드득. 우득.
뼈가 씹힌다. 살점이 찢어지며, 검은 피가 쏟아진다.
포식의 권능은 라키엘의 육체를 남김없이 씹어 삼켰다.
-띠링.
[타락의 성좌(星座)를 포식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타락의 성좌의 신격(神格)을 포식합니다.] [타락의 성좌 내부에 초월(超越)급 신격의 조각을 확인하였습니다. 포식을 이어가시겠습니까?]“초월급 신격?”
강우는 가늘게 눈을 떴다.
가이아와 전투를 하던 라키엘이 갑작스럽게 강해졌던 것이 떠올랐다.
‘그게 이것 덕분이었군.’
초월급 신격의 조각, 이라는 것이 누구의 것인지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마신 바울리.’
아마 그가 라키엘의 몸 안에 심어놓은 힘일 것이다.
“음….”
강우는 가늘게 눈을 떴다.
대충 상황은 파악할 수 있었다.
‘마신의 도움을 받지 않은 라키엘의 순수한 신격이 중하급 정도고, 거기에 마신의 신격을 일부 가지고 있던 건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선택해야 할 것은 하나.
‘라키엘의 신격만 먹을 것인가, 아니면 마신의 신격까지 함께 먹을 것인가.’
고민은 길지 않았다.
가이아에게 에르노어 대륙으로 향하는 임무를 받았을 때부터 고민해 오던 문제였으니까.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마신의 신격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귀중하다.
설령 그것이 신격의 조각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하지만.
‘육체가 빼앗길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먹을 필요는 없지.’
탈태를 통해 마기 제어력을 올렸을 때와는 경우가 다르다.
물론 탈태 또한 생명을 담보로 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수련법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탈태는 이미 지옥에서 수십 번 이상 시도한 적이 있었고, 설사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고 해도 자신이 ‘죽는 것’으로 끝난다.
‘이건 나 혼자 죽는 것으로 끝나지 않겠지.’
바울리가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나, 그에게 육체가 빼앗기는 순간 자신의 주변까지 휘말리게 될 것은 의심할 것 없는 사실이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은 필요 없어.’
통제할 수 없는 힘은 결국 독이나 다름없다.
강우는 마신의 신격을 제외한, 순수한 라키엘의 힘만을 포식의 권능으로 흡수했다.
[타락의 성좌의 신격을 모두 포식하였습니다.] [포식으로 흡수한 신격(神格) 시스템의 제약에 개입합니다.] [레벨 제한이 79에서 86으로 상승합니다!]“뭐?”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보며 강우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아… 그러고 보니 나 플레이어였지.”
레벨이 제한된 지 하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가 플레이어였다는 사실조차 반쯤 잊어버리고 있었다.
‘아니, 이게 대체 얼마만이야?’
소설로 치면 대략 165화 정도 되는 분량 만에 레벨 제한이 풀리게 되었다.
‘가이아의 수호자가 돼도 제한이 안 풀려서 그냥 포기하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자신의 레벨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 가이아 시스템이라고만 생각했다.
실제로 알렉을 죽였을 때 레벨 제한치가 오르기도 했고.
하지만 가이아의 수호자로 선택되어도 레벨 제한이 풀리지 않는 것을 보며 단순히 가이아 시스템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아 시스템도 거대한 시스템에 일부에 불과하다고 했지.’
신들이 일컫는 ‘섭리’.
아마 자신의 레벨을 제약하고 있던 것은 그 섭리라고 부르는 힘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고 보니 가이아를 비롯한 다른 신들도 시스템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했어.’
자신처럼 레벨 제한이라는 형태로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또한 시스템의 제약으로 인해 현세에서 함부로 힘을 사용하지 못했다.
‘형태는 각자 달라도 제약을 받는 건 마찬가지라 이건가.’
시스템의 제약을 받지 않는 것은 이계의 여신, 베니고어가 말했던 ‘바깥의 신’ 정도밖에는 없다.
‘그렇다면 어째서.’
라키엘의 신격을 흡수한 것으로 레벨의 제한이 풀리게 된 것인가.
강우는 가늘게 눈을 뜨며 생각을 이어갔다.
“아, 그렇게 된 거군.”
손가락을 튕겼다.
신격을 흡수하자 레벨 제한이 풀린 이유.
그 이유를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신성에는 시스템에 개입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신격을 흡수하면서 시스템의 제약이 완화된 것도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신격이라는 것은 신성을 다룰 수 있는 존재만이 얻을 수 있는 일종의 등급이니까.
마법으로 치면 신성이 마나이고 신격이 써클과 비슷한 개념이었다.
‘중하(中下)급 신격이면 3써클 정도 되는 건가.’
신격을 이런 식으로 비유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대충 비슷할 것이다.
‘중하급 신격에 이 정도면….’
무심코, 욕심이 끓어올랐다.
초월급 신격을 흡수하면 대체 레벨 제한이 어디까지 풀리게 되는 걸까.
아니, 단순히 레벨 제한이 풀리는 것만이 아닐 수도 있다.
“쯧.”
강우는 혀를 찼다.
칼날의 권능으로 단검을 만들었다.
그리고,
-푸욱.
망설임 없이 왼쪽 쇄골에 찔러 넣었다.
우득, 우드득.
뼈에 걸린 단검을 억지로 잡아 비틀었다.
살점이 찢겨나가고, 혈관이 튀어나와 검은 피를 쏟아냈다.
“하아,”
한숨을 토해냈다.
쇄골을 통해 전해지는 아찔한 통증이 불처럼 끓어오르는 욕망을 짓누른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만 년이라는 아득한 시간이 흘러도 욕망의 제어는 힘들다.
강우는 다른 생각으로 사고(思考)를 돌리려고 애썼다.
다행히, 타이밍 맞춰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누적된 경험치로 인해 레벨이 86으로 상승합니다.] [레벨이 80에 도달하여 9차 각성에 성공했습니다.] [새로운 특성을 획득하였습니다.]“오.”
끓어오르던 욕망이 단숨에 식을 정도로, 흥미로운 소식이었다.
‘이 특성이라는 게 진짜 쏠쏠하단 말이지.’
그가 구천지옥에 마왕으로 군림했던 시절보다 훨씬 더 높은 경지에 올라설 수 있게 된 것에는 특성의 도움이 컸다.
당장 마해의 열쇠만 해도 특성의 힘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자, 이번에도 SSS급 한 번 나오자!”
현재 그가 보유하고 있는 SSS급 특성은 ‘마기의 지배자’ 특성 하나.
마기의 지배자 특성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를 생각하면 SSS급 특성을 바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강우는 기대감에 부푼 목소리로 상태창을 열어 9차 각성 특성을 확인했다.
[9차 각성 특성 – ‘혼돈 제어(Rank : ???’] [혼돈 계열 스킬의 제어력과 파괴력이 상승합니다.]“이건….”
강우의 눈이 크게 떠졌다.
심플한 설명에, 효과였지만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대박이잖아.’
SSS등급을 바랐는데, 오히려 그보다 좋은 것이 등장해 버렸다.
‘지금 나한테 가장 필요한 거야.’
강우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안 그래도 마해의 다섯 번째 열쇠를 획득하기 위해서 혼돈 계열 스킬의 숙련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니, 굳이 퀘스트가 아니라 하더라도 혼돈 계열 스킬이 지닌 정신 나간 힘을 생각하면 무조건 터득해야 하는 게 맞다.
‘최하급 스킬로 베히모스의 뿔을 박살냈을 정도니까.’
리스크가 없지는 않지만, 개문(開門)처럼 터무니없는 리스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전투 중에 충분히 조커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혼돈 계열 기술이었다.
‘이게 비둘기 고기의 맛인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수확을 거두자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을 납치하고, 끔찍한 고문을 가했던 라키엘의 만행을 용서해 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을 정도.
“그럼 어디 한 번.”
얻은 것이 있으면 응당 사용해봐야 하는 법.
강우는 정신을 집중에 마기와 성력을 동시에 일으켰다.
왼손에는 새하얀 빛이, 오른손에는 검은 빛이 맺힌다.
‘혼돈-폭.’
천천히 두 손을 겹쳤다.
무시무시한 반발력과 함께 마기와 성력의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혼돈 제어’ 특성의 효과가 발동합니다.]짧은 메시지창이 떠오름과 동시에 요동치던 두 기운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강우는 두 손을 겹치며 앞으로 뻗었다.
━━━━━━━!
소리조차 집어삼키는 거대한 폭발이 차원의 틈을 뒤흔들었다.
소형 핵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바닥 자체가 기화되어 밀려난다.
실로 무시무시한 파괴력.
“크윽!”
강우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혼돈-폭을 사용한 양팔이 팔꿈치 아래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혼돈 제어 특성을 사용하고도 이 정도인가.’
특성의 효과가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상으로 혼돈 계열 스킬의 부작용이 더 컸다.
‘그래도.’
조금은 이 혼돈 스킬의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 알아낸 듯한 기분이었다.
강우는 재생의 권능으로 양팔을 재생시켰다.
혼돈 계열 스킬의 부작용 탓일까, 두 팔을 재생하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위력을 낮춰서 사용하면.’
어느 정도 원리는 파악했다.
강우는 이번엔 오른손 엄지와 중지에 각각 성력과 마기를 담았다.
오른팔을 뻗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혼돈 계열 최하(最下)급 스킬, ‘혼돈-탄’을 습득하였습니다.]혼돈-폭에 비하면 훨씬 작은 폭발.
하지만 활용도만 놓고 보면 혼돈-폭보다 오히려 좋았다.
“좋아.”
강우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새로운 경지가 눈앞에 보이자 가슴이 뛰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곳에서 폐관수련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
“음….”
한설아의 얼굴이 떠올랐다.
“일단 돌아갈까.”
혼돈 계열 기술을 연습하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됐다.
계속 이곳에 죽치고 있다가는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한 김시훈과 우리엘이 허겁지겁 이곳으로 돌아오리라.
‘임자도 걱정할 테고.’
어차피 에르노어 대륙으로 가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다.
수련할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강우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쳤다.
에르노어 대륙으로 가기 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하나 떠올랐다.
‘제길, 이걸 잊을 뻔했군.’
너무 들떠 있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
강우는 차원의 틈을 뒤로하고 균열로 발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걸어가는 그의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 * *
“히, 히익!”
“오, 오지 마!”
거대한 공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강우는 그들 사이를 느긋이 지나쳤다.
“뭐, 뭐냐! 여, 여기는 왜 온 게야!”
가디언즈 소속 마법사들의 수장, 카드가가 절규하듯 외쳤다.
그의 얼굴은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운 듯 초췌해져 있었고, 눈빛에서는 생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젠… 이젠 한계다! 더, 더 이상 일하면 죽을 거야!”
절규하듯 외쳤다.
가디언즈 전체에 양질의 마법물품을 보급하기 위해 그들은 이집트 노예마냥 쉼 없이 일하고 있었다.
강우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 부탁이 있다.”
“마지막… 부탁이라고?”
“그래. 이번 일만 잘하면 너흴 해방시켜 줄 거야.”
“……!”
카드가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대, 대체 그 부탁이 뭐, 뭐냐.”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강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