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364)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365화
이해가 안 가네 (1)
콰앙!
폭발하듯 허공을 박찬다.
천공의 권능을 사용한 몸이 음속을 넘는 속도로 쏘아진다.
무시무시한 바람이 몸을 스치며 마찰열로 인해 주변이 뜨겁게 타올랐다.
눈부신 속도로 날아가고 있음에도 대륙의 최북단에는 쉽게 도착할 수 없었다.
‘생각보다 머네.’
강우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우리엘은 이 먼 거리를, 망가진 몸으로 날아왔던 건가.
그것도 도망가라는 그 말을 하기 위해. 고작 그 한마디를 하기 위해.
무심코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병신 같은 꼬맹이.’
우리엘은 그에게 속아 이용당하는 꼭두각시다.
아무것도 모르는 꼭두각시가 자신에게 위험을 알려주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발버둥 치는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로 비참했다.
멍청하고, 모자랐다.
그렇게 느꼈다.
왠지 모르게 화가 치민다.
우리엘의 그 행동이, 멍청하기 짝이 없는 미련함이 한심하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알 수 없었다.
알 필요도 없다.
-쿠웅!!
다시 한 번 발을 박찼다.
전력으로 마기를 끌어 올리자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지듯 검은빛이 길게 허공을 갈랐다.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험준한 산맥이 끝없이 펼쳐진 지형이 나왔다.
그 끝에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 바다의 위에는 하늘에 떠 있는 섬이 하나 보였다.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는 섬은 거센 화마(火魔)에 휩싸여 있었다.
그리고.
“…….”
화마에 휩싸인 부유섬을 등지고, 붉은 악마 가면을 쓴 존재가 그가 날아오는 방향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와 그의 앞에 섰다.
코가 뒤틀리는 듯한 악취가 진동했다.
“네가 빛의 수호자라는 놈이로군.”
붉은 가면의 존재가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강우는 가늘게 눈을 떴다.
자신이 가이아의 권속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빛의 수호자가 되면서 나타났던 메시지창을 떠올렸다.
신격을 지닌 존재들이 자신을 가이아의 권속이라고 인식한다는 내용.
그 말 대로라면, 눈앞의 붉은 가면을 쓴 존재는 신격을 지닌 존재라는 의미.
그렇다면 저 붉은 가면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역시, 악의 성좌였네.”
처음 우리엘이 부상당한 것을 봤을 때부터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대천사를 그 정도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 존재는 많지 않았으니까.
산탄젤로를 정면에서 습격할만한 놈들이 누군지를 생각하면 더욱 예상할 수 있는 폭은 좁아진다.
‘마신의 친위대라.’
신화시절의 잔재.
대공보다도 더 전에 존재해왔으며, 아득한 힘을 가진 존재들.
‘저놈들도 일종의 신이라고 봐야겠지.’
신격을 지녔으니, 그렇게 판단하는 게 옳다.
‘어떻게 멀쩡하게 힘을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이아를 비롯한 다른 신들은 시스템의 제약에 묶여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하지만 저들은 달랐다.
신격을 지니고 있음에도, 어떤 제약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지.
“호오. 가이아에게 들은 거냐?”
한 번에 정체를 파악한 강우를 놀랍다는 듯 응시했다.
낄낄 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나는 고통의 성좌라고 한다.”
“뭐라고?”
고통의 성좌?
“똥지린 토사물 냄새가 나서 오물의 성좌 뭐 이런 건 줄 알았는데.”
여기서 예상이 빗나가다니.
잠깐만.
“그러면 그냥 안 씻어서 이런 냄새가 났던 거야?”
이 개새끼 이거 양심이 없네.
“좀 씻어 새끼야. 뭘 하면 몸에서 이딴 냄새가 나냐?”
“…….”
고통의 성좌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강우를 노려보았다.
“…빛의 수호자라기에 어떤 놈인가 했더니, 머리가 좀 모자란 놈이었군.”
“모자란 건 네 양심이고. 아니, 근데 진짜 뭔데 이 냄새.”
솔직히 말해봐 새끼야.
“똥싸고 닦았어, 안 닦았어? 아니 잠깐만 너 이 새끼 설마….”
무시무시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친다.
전율에 몸이 떨린다.
“그대로, 싼 거냐?”
“…….”
“씨발! 이럴 줄 알았어! 야 이 양심도 없는 새….”
말이 끝까지 이어지기 전에, 고통의 성좌가 손을 뻗었다.
거대한 못의 형태를 한 검은 쐐기가 바닥에서 솟구쳤다.
-촤자자자작!!
눈 깜짝할 사이에 주변 대지를 검은 쐐기가 가득 채운다.
강우는 가볍게 발을 박차며 몸을 띄웠다.
솟구친 쐐기가 그를 쫓아 길게 늘어졌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방패를 만들었다. 쐐기가 방패에 충돌했다.
-콰아앙!
황금빛 방패가 갈가리 찢겨나갔다.
기세를 잃지 않은 쐐기가 방패를 꿰뚫고 몸을 노렸다.
강우는 허공에서 스텝을 밟듯 몸을 비틀어 쐐기를 피했다.
“쯧.”
역시 신성(神聖)이 담긴 공격을 정면으로 막기는 힘들다.
마기를 있는 대로 때려 박으면 막을 수 있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다.
불에 달군 꼬챙이를 두툼한 스티로품으로 막는 격이다.
‘확실히 신성을 다룰 수 있고 없고 차이가 크네.’
신성과 정면으로 부딪쳐 밀어낼 수 있는 것은 혼돈(混沌) 계열 공격정도 밖에 없다.
‘하지만.’
바꿔말하면, 정면으로 힘 싸움만 하지 않으면 해볼만하다는 의미.
강우는 점멸의 권능을 사용해 짧은 거리를 연달아 이동했다.
분신술을 쓴 듯 그의 몸이 사방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게이볼그.”
고통의 성좌의 바로 뒤로 점멸한 강우가 오른손을 아래로 뻗었다.
중지에 낀 마해의 열쇠가 검붉은 창의 형태로 변했다.
마해의 열쇠를 잡고,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내질렀다.
-까가가강!!
신성이 담긴 마기의 장막에 공격이 막힌다.
불꽃이 튀며 마해의 열쇠가 뒤로 밀린다.
“크읏!”
고통의 성좌가 다급히 고개를 돌린다.
아무래도 공격에 반응하고 막은 것은 아닌 모양.
‘그렇다면.’
강우는 몸을 낮게 낮췄다.
뒤로 몸을 트는 고통의 성좌의 움직임에 맞춰 연속으로 점멸의 권능을 사용했다.
-까가가강! 까가강!
단단한 얼음을 송곳으로 뚫듯, 같은 자리에 연속으로 창을 내질렀다.
“궁그닐.”
권능을 하나 더 겹쳤다.
검붉은 창이 한층 더 몸집을 키웠다.
거기에.
‘불길의 권능.’
대공의 권능을 더했다.
샛노란 화염이 창끝에 맺혔다.
끔찍한 열기에 대지가 녹아 용암이 흘렀다.
그대로,
찌른다.
-화르르르륵!!
“크아아아아아!”
고통의 성좌의 등이 꿰뚫렸다.
비명을 토해내며 몸을 웅크렸다.
강우는 다시 한 번 창을 뒤로 빼내며 내지를 준비를 했다.
창대를 양손으로 잡고 몸을 수그리며 진각을 밟았다.
그때였다.
“키햐아아아앗!!”
고통의 성좌의 입에서 째질 듯한 괴성이 흘러나왔다.
등골을 타고 섬뜩한 감각이 달린다.
다급히 뒤로 발을 박차며 창을 앞으로 내던졌다.
-까드드드드득!!
고통의 성좌의 등에서 검은 쐐기들이 솟구쳤다.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운듯한 모습.
이내 그의 등 뒤에 솟아난 검은 쐐기들이 부채꼴로 퍼졌다.
강우가 집어던진 창과 쐐기가 허공에 얽혔다.
-콰아아아아앙!
귀를 멀게 하는 폭음이 들렸다.
박살난 쐐기의 파편이 몸을 꿰뚫었다.
“쿨럭!”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수류탄에 맞은 것처럼 몸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
재생의 권능을 사용하며 거리를 벌렸다.
“이런, 미친.”
고통의 성좌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가이아의 권속이라 해도 결국 인간.
하찮은 필멸의 존재가, 신격조차 없는 벌레에게 이렇게 밀릴 줄이야.
만약 그의 등을 찌른 공격에 신성이 담겼다면 그 한 방으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었다.
“쯧, 역시 한 방 컷은 힘드네.”
상처를 회복한 강우는 퉤 피를 뱉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라키엘 때도 느꼈지만, 신격을 지닌 존재를 상대로 싸우기는 역시 쉽지 않다.
불합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신성의 힘은 강하다.
‘하지만.’
입가가 올라갔다.
두근, 두근.
심장이 거칠게 뛴다.
환희과 열락, 전율이 뜨겁게 몸을 달군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다.
‘재밌네.’
즐거워 미칠 것만 같았다.
그와 ‘싸워볼 수’라도 있는 적을 만난 것이 얼마 만인가.
짓밟았을 때 꿈틀거리기라도 하는 적과 만난 것이 얼마 만인가.
‘있긴 했나?’
힘을 되찾은 이후에는 없었던 것 같다.
그나마 라키엘이 있었지만, 그는 흥이 오르기도 전에 가이아에게 두들겨 맞아 제대로 싸우지도 못했다.
‘아, 베히모스가 있긴 했네.’
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싸우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악마의 본능이 거세게 타오른다.
사냥감과 싸우고, 잡아 찍어누르고, 짓밟아 터트리고.
승리하고, 승리하고, 승리하여.
피와 살을 씹어 삼키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꿈틀거린다.
“먹기 전에 좀 씻어야겠지만.”
피식 웃으며 마기를 끌어 올렸다.
성좌들이 자신을 빛의 수호자로 착각하고 있는 만큼, 마기의 색을 황금색으로 바꿔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마 그들에게는 마력과 성력이 섞인 신성한 힘이 흘러넘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필멸자 따위가 감히….”
고통의 성좌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고작해야 신의 꼭두각시 따위가, 비참하게 바닥을 기며, 신을 찬양해야 할 미천한 놈들이 이빨을 들이밀다니.
조금 차이가 있지만 그 또한 신격을 지닌 ‘신’이었다.
지금 상황에 기가 찰 수밖에 없다.
“크흐흐흐! 재밌군! 아주 재밌어!”
고통의 성좌가 배를 움켜쥔 채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가이아의 꼭두각시가 건방을 떨면 떨수록, 도리어 환희가 차올랐다.
“빛의 수호자라고 했지.”
그런 명칭을 한 것 치곤 정의롭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지만, 상관없다.
악몽의 성좌가 그렇게 말한 이상, 그가 빛의 수호자라는 사실은 확실하니까.
“똑똑히 느껴라, 가이아의 꼭두각시야.”
“느끼긴 뭘 느껴 새끼야.”
날 느끼게 하는 건 임자뿐이라고.
“…….”
잠시 표정을 일그러트리던 고통의 성좌는 이내 양팔을 활짝 벌렸다.
더 이상 저 정신 나간 수호자를 신경 쓰지 않고 그의 권능을 펼쳤다.
그가 ‘고통의 성좌’라는 자리에 올라설 수 있도록 만든 힘을.
“가이아의 꼭두각시여! 이것이 바로….”
양옆으로 뻗은 손을 모은다.
신성의 힘으로 권능을 발현한다.
자신의 감각과, 건방진 인간의 감각을 ‘연결’했다.
“고통이니라!!”
뿌드득! 뿌득!
그와 함께 고통의 성좌의 몸에서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살이 짓뭉개지고 뼈가 어긋나며, 신경 하나하나가 뒤틀리는 고통.
감히 필멸의 존재가 견딜 리 없는, 아니 여덟 장의 날개를 가진 대천사조차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 쓰러졌던 끔찍한 고통!
고통의 성좌는 ‘자해’를 통해 자신의 고통을 강우에게 전달했다.
“크하하하하!!”
고통의 성좌의 입에서 환희에 찬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감히 신의 앞에서 시건방을 떨었던 미천한 인간이 고통에 미쳐 발버둥치는 모습을 느긋하게 관람할 생각에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하반신의 힘이 풀려 똥오줌을 쏟아내며 바닥을 기는 모습.
그것이야말로 고통의 성좌를 마주한 필멸자의 말로(末路)였다.
“고통을 느껴라! 뼈가 부서지고, 살점이 찢기고, 혈관이 타오르는 절망을 느껴라!”
감히 생물이 견딜 수 없는 극한의 고통.
그 고통 앞에서 웃을 수 있는 존재는 고통의 성좌, 그 하나뿐이었다.
이제까지 무수한 전장을 넘어오며 그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지 않은 적은 없었다.
“느껴지는가! 그 고통이야말로 생(生)의 저주! 살아 있는 죄악….”
-뻐어어어억!!
“커허헉!!”
광소(狂笑)를 터트리는 고통의 성좌의 얼굴에, 강우의 주먹이 거칠게 내다 꽂혔다.
붉은 악마 가면이 박살나며 고통의 성좌의 몸이 데굴데굴 뒤로 굴렀다.
“개새끼 존나 시끄럽네 진짜.”
강우는 주먹에 묻은 고통의 성좌의 피를 털어내며 표정을 찡그렸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통의 성좌를 내려다본다.
뼈가 어긋나고, 살점이 짓뭉개지고, 혈관이 타오르는 감각이라니.
‘꼴랑 그게 뭐가 아프다고 이 지랄을 하는 거야?’
이해가 안 가네.